소설리스트

〈 216화 〉[중국 최후의 날] (213/507)



〈 216화 〉[중국 최후의 날]

관리자가 불러달라고  앨리사 니어란 이름은 백리도 익히 들어본 이름이였다.


미국의 예지계 포스 유저. 예진이와 같이  세계에서도 몇 없는 희귀한 계통의 포스 유저로서 유명하고 그녀 덕분에 몇번의 크나큰 위기에서도 대비할  있었다.

최근에도 그녀의 예지가 없었다면 인간형 적성종의 등장에 대비하지 못해서 큰 참사가 일어날뻔 했었다.


"앨리사 니어? 설마 미국의 예지계 포스 유저가......?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되요? 설마 인간으로 분장하고 지구에라도 내려온거예요?"


[당신을 부른 이유와도 조금은 관계가 있죠. 당신의 여동생과 비슷한 것이니까요]

".......신의 정보 수집 단말?"


백리의 여동생인 루리는 성교의 신 갓-루리루리의 정보 수집용 단말이다. 워낙 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뚜렷해서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전 차원을 뒤져본다면 다르긴 해도 각양각색의 루리가 각자의 환경에서 얻은 지식들을 갓-루리루리에게 전송하고는 한다.

만약에 앨리사 니어 또한 관리자의 정보 수집 단말이라면? 아니, 가정이 아니라 본인 입으로 말하는 확신이다.

[제가 이름이 여러가지라 했던 것은 그러한 이유입니다. 단지 당신의 여동생과 다른점이 있다면 자아를 허락받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그럼  사람의 인생은요?"

[애초에, 제가 인과율을 수정하지 않았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만한 위치에 있다면 충분히 대우받고   있는 환경이겠지요]


확실히 앨리사 니어는 미국에서 알리언 박사, 썬더볼트 제이슨 볼드윈과 함께 현 미국의 세 기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어딜 가나 영웅으로서 존경받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지킬테니 안전도 확실하다. 백리로서는 마냥 부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저를 불러낸 이유가 뭔가요? 뭐 때문에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단순한 면접입니다]

"........알바하려고 면접본게 유일한 면접 경험인데"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디메리트가 있는건 아닙니다]

"합격하면 메리트는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백리는 침을 삼켰다. 물론 지금 그는 영혼만 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육체에 의미가 없지만 그가 스스로 인간의 몸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반사작용이 나온 것에 불과하다.

관리자, 앨리사 니어는 계속해서 백리에게 말했다.


[일정 이상의 감정이나 의지를 보인다면 일률적으로 제가 짜둔 시스템을 통해서 포스 유저로 각성하게 됩니다. 그건 이미 겪어본 당신도 알고 있을겁니다]


"그렇죠"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하여 한계에 이르렀을 때, 제가 직접 주시하고 선택한다면  사람은 마스터 유저에 이르게 됩니다]


"어......."

백리는 물론 최악이 편법을 통해서 마스터 유저로 각성시켰다. 결국에는 회로의 크기 차이이기 때문에 무늬만 그렇기는 해도 포스량과 영혼의 격은 올라간다.


[그리고 마스터 유저에 이른 사람을 제가 다시금 주시하게 된다면. 그는 그랜드 마스터가 됩니다]


"그랜드 마스터......."

[지구는  한명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요]

"마치 다른 별도 있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맞습니다]


".........?"


[설마 이 우주의 인류가 지구 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어?"

어떤 영화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이 우주에 지적 존재가 지구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 낭비일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앨리사 니어는 충실하게 문명을 번성시켰다.

[이 차원의 우주는 기본적으로 이능력을 배제하고 순수한 과학기술만 발달시키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가 그렇게 설정 했습니다]


"하지만 가이아 포스가 있잖아요?"


[그건 뒤늦게 제가 만든 이능력입니다. 만약 적성종 같은 것이 차원을 넘어오지 않았다면 별다른 일 없이 지구는 이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겠죠]


"다른 별도요?"

[지구보다 훨씬 과거의 기술력을 가진 별이던, 더 발달한 기술력을 가진 별이던 이능력은 없었습니다. 이 우주는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설령 무공을 배우고 있다고 한들 내공을 모으는건 불가능합니다]

".......형은 가이아 포스던 내공이던 다 쓰고 다니던데요"


[그 사람은 예외입니다]

만약 최악을 일반인 범주에 집어넣으면 평균치가 너무나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하던 최악은 예외다.

[어떤 별이던, 어떤 문명이던 적성종에 대응하기 위해 가이아 포스를 각성시키고, 회로를 새겨 싸울 수 있게 해줍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저도 그냥 넘길 수 있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2급 권한이기 때문에 절차가 더욱 복잡합니다]

"그래서 면접을 본다고 저를......"


[권룡여제는 지난 20년간 봐온 데이터가 있고  그녀의 기억 또한 약간을  수 있어서 합격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편범을 사용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시니까 양심이 좀 찔리네요. 저도 어쩌다가 얻어걸린거긴 한데"


[만약 본래라면 당신은 별다른 면접 없이 바로 마스터 유저가 됐을테지만 이미 편법으로 마스터 유저가 된 지금은 3급 권한이 아니라 2급 권한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가 발생한거지요]

앨리사 니어가 주시할 필요도 없이 그저 시스템에 의해서 선택받아 각성하는 포스 유저들은 일반 권한, 그리고 마스터 유저가 된다면 그것은 3급 권한이 되며 그랜드 마스터에게는 2급 권한이 주어진다.


그렇다면 1급 권한은?

[그것은 초월자를 위한 권한입니다. 아직까지도 이 우주에서는 그 권한을 허락받은 사람은 없으니 지금 하는 이야기와는 관계 없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면접은 백리의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 자격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자리였다.

떨어져도 딱히 디메리트는 없지만 합격하면 그랜드 마스터다. 지구에서도 기껏해야 권룡여제가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는 그런 경지.

"......그랜드 마스터가 된다면 형을 막을 수 있을까요?"

[희망을 부숴서 미안하지만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 제 1급을 넘어 저의 관리자 권한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를 이기는건 불가능합니다]

"............"

조금이나마 생기던 희망이 박살나다 못해 산산히 부서져서 짓밟아 가루가  것을 후! 하고 불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줄것 같았는데 어린애에게 산타는 없다고 말해주는것 같은 느낌이다.


[최흉(最凶)의 대마왕 워스트. 사회를 판별하고 심판하는 자. 그에게 있어서 다수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만약에 이기고 싶으면요?"


[유일한 대적자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웅이 필요하다.


수만이던 수억이던 수조던, 숫자는 상관 없이 오로지 단 한명. 아득바득 기어서  앞에 올라온 딱 한명의 영웅만이 그를 상대할 수 있다.


최악의 권능에 대적하고 이기기 위해서 초월자들이 다수로 뭉쳐 싸우지 않는건 자존심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최악 또한 자존심 때문에 자신과 싸우기 위해 홀로 나타난 영웅을 상대로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설령 자기보다 훨씬 나약한 존재라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제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서 그 대적자가 되겠다면요?"


[.........]

앨리사 니어가 침묵했다.

솔직히 가망이 없는 이야기다.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된 천살성이 수천년을 환생하면서 경험을 쌓아 운명의 절대자의 조커로 키워진 최악은 상위 초월자도 쉽사리 건들기 어려운 상대였다.

만약 앨리사 니어가 직접 상대한다 하더라도 힘의 크기의 관계 없이 질 가능성이 높다. 싸움은 힘의 크기로 결정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의 대답은 예상했던 그대로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녀는 확률을 계산해 보았다.

가이아 포스를 창조하고 우주 전역에 그 시스템을 구축한 존재의 연산 능력은 인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컴퓨터로는 닿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일부의 리소스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근시일 내의 미래는 가볍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의 예지계 능력자 앨리사 니어나, 예진이가 미래를 보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관리자인 그녀가 연산한 데이터를 특성을 통해 수신 받는것.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앨리사 니어는 관리자 본인에게 직접, 예진이는 차원진 감지기의 전파를 통해서 전해 받는다는 점이다.

[.......변수가 너무 크네요. 단순히 적성종의 출현을 예지하는건 쉽지만 당신의 선택에 따라 미래는 두가지로 이어집니다]

"어......?"


[미래가 단 두가지로 확정된다는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히나 초월자가 관련되어서 변수가 크다면요]

문득 백리는 예전에 최악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자신의 선택이 중요할거라고.


과연 그게 지금 자신이 하는 선택인가? 의문은 계속해서 생겼지만 자신의 머리로는 판단할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앞에서 제일 절박한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선택이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어느 쪽을 구하시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아"

더 많은 쪽을 선택하려던 백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구하는데 중요한건 숫자가 아니다.

그의 아버지도 소방관으로서  앞의 한명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성공해도 겨우 한명을 구하는 것이며 실패한다면 전부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계속해서 자랑스러운 소방관인 아버지가 되었다.


구하는데 중요한건 눈앞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이지 더 많은 사람이 아니다. 소수를 위해 다수를 버린다고 미련해 할지도 모르지만 백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백리는 자기 주제를 안다. 자기 능력으로는 전부 구할 수 없다는건  화재 현장 이후 피곤과 술에 쩔어 울면서 들어오는 아버지의 등을 보면서 배웠다.

"숫자에 상관없이 적어도 손이 닿는데 까지는 구하고 싶어요"

[.......그런가요]

결론은 났다.


그녀는 백리의 선택을 존중했다.

[합격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2급 권한이 아니라 준 1급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


"어? 그건 초월자 전용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가이아 포스는 영혼의 격을 올리는데 특화된 이능력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1급 권한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영격이 낮은 당신이 그걸 전부 다룰 수 있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니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 있는 준 1급 권한을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포트 해준다 하더라도 백리가 최악을 이기는건 머나먼 이야기다.

고작해야 20년 정도 밖에 살지 않았을 백리의 인생은 최악의 수천년에 걸친 다사다난한 인생에 비한다면 태양 앞에 촛불과도 같았다. 경험이나 지식, 그리고 힘까지 전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당신을 그의 대적자로 선택하겠습니다. 그 미래의 끝에 무엇이 있던지, 저는 당신을 축복해드리죠]

"아......!"

사방에 흐르던 거대한 가이아 포스가 백리에게 깃들기 시작했다.

한순간이지만 그의 영혼의 격이 상승한다. 초월자에 비한다면 한참 낮을지 몰라도 최소한 깨달음이 필요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려진다. 거기에 사용되는 가이아 포스는 마스터 유저가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조차 수십을 만들어내고 남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앨리사 니어에게는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포스 유저로 선택받는다 한들. 그게 인류와 문명을 위해서 싸운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개중에 제가 주시할 만한 모습을 보이는 자는 마스터 유저가 됩니다. 재능이나 힘보단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  있냐는 것을 판단하죠]

설령 최악을 기습한 살라딘이라 하더라도 이득보다는 죽어가는 중국 국민들을 위해  것이다. 그런 성격이 아니였다면 애초에 그녀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테니까.

[제가 당신을 선택한 것은, 그 성격 때문입니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마시길]

재능을 따진다면 백리 이상의 재능을 가진 사람은 수두룩하게 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백리를 선택했다.


설령 그 미래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눈을 뜬다면 제가 부여한 권한과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저절로 깨닫게 될겁니다. 그 다음은 전부 당신의 몫입니다]

"감사합니다, 앨리사씨"

[이런거야 별거 아닙니다]

의지 밖에 느껴지지 않고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TV에서 앨리사 니어가 출연한 적은 몇번 있어서  얼굴은 알고 있지만 그게 관리자인 그녀의 얼굴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순전히 느낌에 불과했지만 백리는 그녀에 대한 본능적인 평가를 내렸다.

"꼭 형수님 같네요"


[...........]


백리의 말에 그녀는 침묵했다. 백리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만큼 마찬가지로 시온에 대해서도 모르진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습니까]


그녀는 작게 화답하고 백리를 배웅했다.

마지막으로 중얼거린듯한 그녀의 의지에는 약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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