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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9화 〉[중국 최후의 날] (206/507)



〈 209화 〉[중국 최후의 날]

마룡후가 그레이에게서 배운 무공의 이름은 마룡일기공(魔龍一氣功)이다.

마룡이란 단어가 들어갔기에 마공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내공의 형질만 마기에 가까울 뿐 엄밀하게 말하면 어지간한 정공보다도 정순한 마공이다.


하지만 마룡일기공의 강점은 그게 아니다.


마룡일기공이 그때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손꼽히는 무공인 이유는 최악의 '간섭'과도 같은 능력인 '공명'에서 나온 알고리즘을 응용하여 무공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공간을 공명시킨다면.....


서걱!! 서거거거거걱!!!


"염병할 공간참 같으니라고.......!!!"


최악은 날아오는 보이지 않는 공간의 참격을 피하며 욕을 내뱉었다. 지구보다 훨씬 더 발전한 문명에서 왔던 프로메테우스도 공간참과 같은 것을 사용했지만 완성도가 다르다.

한명은 지식만 있지 직접 쓴 경험은 없던 사람이며 다른 한명은 육체적으로 조금 부족할 뿐이지 지식이나 경험은 충분한 사람이였다.

"투덜거릴 틈이 있나!!!"

"응! 존나 많이!!!!"

마룡후는 기본적으로 대검이 주무기이지만 이런 상황에 딱 맞는 검을 쓸 수 있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검 자체는 구할수는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검이 아닌 이상 안쓰는것만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무력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사방으로 퍼지는 공간참은 무너진 건물 파편들조차 두부처럼 갈라졌다. 그것마저도 모자라 부서진 전차 파편들도 가볍게 잘라내며 날아갔다.

공간이란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최상위 개념 중 하나. 물질적인 것이라면 산이던 바다던 전부 베어가를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자유자재로 다룬다면 초월자 중에서도 상당한 경지라는 증명이다.


콰가가가가!!!


"으라차아아아아!!!!"


공간참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감이 뛰어나지 않는다면 감지조차 힘들고 감지한다 하더라도 날아오는 속도에 맞춰서 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악의 능력 중 하나는 '감각'이다. 오감을 비롯해 육감까지 발달한 그는 보이지 않는 공간참마저도 쉽게 피해냈다.


"그렇게 피하는건가! 그럼 이건 어떠냐!!!!"

용하연은 가이아 포스를 응집시켰다. 내공과 다르기에 효율과 운용 방법도 차이가 크지만 어차피 이능력은 이능력. 요령만 알고 있다면 어느 수준까지 다루는데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다. 만류귀종과 상통하는 말이다.

쩌저저저적!!!


그녀가 휘두른 수도에 날아간 참격이 최악의 어께에 닿는다. 공간이란 최상위 개념 공격과 초월자의 역장이 충돌했다.


하지만 방어력으로는 최악이 위였다. 조금 타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조금일 뿐이다. 여전히 최악은 옷에 갈라진 자국 하나 생겨있지 않았다.

"기억 찾아서 전보다 더 귀찮아졌기는 한데. 그래봤자 애벌레가 장수풍뎅이로 진화한 정도거든?"

방어만 하던 최악이 공세로 나섰다.


이전과 같이, 다시금 최악의 다리 근육이 부풀어올랐다. 용하연을 필리핀까지 처박았던 괴물같은 발차기, 흉천만리다.

팔에서 전해지던 근육의 탄성과 힘을 전부 발끝에 집중해 이번에는 타격 중시가 아니라 참격 중시로서 발가락 끝으로  생각이다.

여파 자체는 전보다는 적을지 몰라도 오히려 그 힘이 압축되어서 좁은 범위로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최소한 지각이 갈라져서 협곡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나의 흉악!!!!"

발끝으로 모인 힘이 그대로 앞으로 내질러진다. 뒤로 뻗었던 다리가 앞으로 후려차면서 공기가 찢어지면서 파공성이 들린다.

"만리까지 뻗어라아아아아아!!!!!"


그리고 마치 공간참 같이 보이지 않는 참격이 용하연을 향해 맹진했다!!!


"흐읍!!!!"

용하연도 그걸 감지했다. 애초에 용화정의 기억속에서도 있던 기술이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피하기보다는 막는걸 선택했다.

고작해야 1초를 백개로 나눈 정도의 시간. 찰나라고 부를  있을만한 시간의 틈새에서 그녀는 전신에 가이아 포스를 덮어 호신강기를 두르고 전력으로 수도를 휘둘러 흉천만리의 참격에 대응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각!!!

마치 금속을 믹서기에 넣어 갈아버리는 소리의 수천배를 키운 듯한 굉음이 들렸다. 거대한 물리력과 공간의 힘이 충돌해서 그 여파가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폭풍처럼 휘말린 건물 파편들은 수백킬로에서 크게는 수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에 밀려 날아갔다. 그들을 중심으로 맨땅이다 못해 크레이터가 만들어져서 갈색의 고운 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의 격돌이 지나간 후. 용하연은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호흡은 거칠었지만 그녀도 큰 소모는 없었다.

"후우우우....."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공은 쓰지 못하지만 가이아 포스가 그 기능을 대신해 빠르게 그녀의 신체를 회복시킨다.


최악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약간이지만 내심 놀랐다.


전성기인 전생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몸으로는 전력을 낼 수 없어서 약할텐데도 불구하고 흉천만리를 막아냈다. 아무래도 그녀의 경지에 대해 오산이 있던 모양이다.

"거 나름 한가닥 하네. 전성기 시절 모습도 한번 보고 싶은데......"


"그거야 나중은 기약하면 되겠지"

"나중이 없을 수도 있거든? 그래도 그거, 이번에는 필리핀이 아니라 대기권까지 뚫고 나갈 생각으로 후려찬건데 말이야"


잠시 생각을 하던 최악은 마스크의 연락 기능을 통해서 시온에게 연락했다.


"어, 난데. 잠깐 괜찮아?"


[무슨 일입니까?]


"별건 아니고. 호라이즌의 창고 구석에 짱박아둔거 중에 대검 하나 있잖아"

[대검이라고 하면 하나밖에 없습니다만. 그거 그레이가 당신이랑 싸우다가 달까지 날려먹었던거 따로 루팅해둔거라서 나중에 반납할 생각 아니였습니까?]

"어차피 제자 줬다고 하면 뭐라 안할거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 그러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최악의 머리 위로 차원이 갈라졌다. 화성에 대기시켜둔 시온의 차원항행함 호라이즌에서 차원의 틈새를 이용한 물건 전송이다.


틈새에서 떨어져서 바닥에 박힌 물건은 한 자루의 검, 아니 대검이였다. 검의 폭만 하더라도 성인 남성의 주먹 두개는 들어갈법한 두께의 무식한 대검이다.

손잡이에 가드 부분까지 전부 회색. 길이는 2미터가 조금 안되며 검신의 두께 또한 손가락 두세마디는 될법하다. 그  된다면 검 보다는 둔기에 가깝지만 시퍼런 날이  있는걸 보면 그런 이야기는 쏙 들어간다.

픽션에서 대검 같은 종류도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는 무시할  없다. 더군다나 그 검을 이루는 재질은 지구상의 금속이 아니기 때문에 비중이 더욱 커서 같은 부피라도 강철보다 더욱 무겁다.


못해도 100킬로는 훌쩍 넘어서는 괴물같은 대검이다. 하지만 최악은 그 검을 가볍게 뽑아 용하연에게 던졌다.


"이건......본적 있는 검이로군. 스승님의......."


"그레이 소드지.  검 특징은 제자인만큼 잘 알고 있겠지?"

"별다른 능력 없이 엄청나게 튼튼하다는거"

"시발, 나도 그거 부숴보려고 했는데 그냥 검만 있으면 몰라도 그레이 손에 있으면 못부수겠더라"


용하연에게는 손에 익은 대검은 아니지만 스승이 쓰던 검이다.


애초에 용하연이 전생에 쓰던 대검도 그레이가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는 흡사한 면이 조금은 있었다. 그녀는 대검을 쥐고 가볍게 몇번 휘둘러 보았다.

후웅! 후웅!

거친 풍압이 일어난다. 수백킬로짜리 대검이 휘둘러지면서 흙먼지를 일으킨다.  무게에도 불구하고 용하연은 조금도 무거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좋군. 손에 잘 잡혀. 그런데 이걸 나한테 주는 이유가 뭐지? 왜 일부러 적을 도와주는건가?"


"저억? 내가 진심으로 싸우면 네가 적 수준이나 될거라고 생각하냐? 겨우 무림에서 짱 먹었다고 세상에서 제일 쌔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그건 아니지. 애초에 무림도 넓었으니"

"맨손인 검사를 이겨봤자 딱히 감흥도 없을것 같아서 그런거야"


"본심은?"


"맨날 좆밥만 상대하다가 간만에 싸울맛 나는 상대가 나타나서 몸  풀려고"

단언하건데 힘의 크기는 빼더라도 기술로 지금의 용하연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지구상에 없다.


설령 다른 문명의 기술력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라 할지라도 무림에서 수백년을 쌓아온 그녀의 경지는 쉽사리 넘기 힘들다. 더군다나 프로메테우스는 본인이 직접 이능력을 사용하지 못해서 편법을 사용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용하연은 흉천만리를 막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실력을 입증했다. 어차피 싸울거라면 조금은 즐기는 편이 낫다.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어디 한번 해봐!!!!"

아까와는 다른 검기(劍氣)와 검기(劍技)가 난무했다.

검을 통해서 응축된 가이아 포스는 그녀가 휘두르는 검의 궤적에 따라서 참격을 날렸다. 공간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격이라도 의지를 다룰 수 있는 초월자가 다루는 것은 위력이 다르다.

내공이 아니기 때문에 검강(劍綱)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의지가 담겼다면 검기라도 검강을 잘라낼 수 있다. 중요한건 효율이기 때문이다.


"오, 한결 재미있어졌는데!!!"

쏟아지는 검기는 대검으로 만들어 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빨랐다. 한순간에 학교 운동장 수준을 초토화시켜내는 비와 같은 매서운 공격이였지만 최악은 전부 막아내거나 쳐내면서 받아냈다.

"아무래도 그 역장 같은걸 뚫어야 데미지가 들어갈것 같군!"


"근데 너랑  상성 무지 나쁘거든?"

"해봐야 알겠지!!!"


계속 검기만 날려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어중간한 공간참은 그저 역장을 조금 밖에 깍아내지 못한다. 장기전으로 가면 승산은 있겠지만 그 전에 패배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용하연은 거리를 좁혔다. 단순한 보법이 아닌 공간참의 묘리를 응용해 공간을 접는 축지(縮地)와 동시에 대검의 내려베기. 흡사 단거리 순간이동에 가까운 이동속도는  깜짝할 사이에 최악의  앞에 이르렀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맹격을 받아쳤다.


쩌어어엉!!!


마치 금속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최악의 역장과 충돌한 대검은 강렬한 충돌에도 부러지거나 날이 나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탄력 만큼은 어쩔  없었다.


튕겨나가는 힘은 천근추의 수법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자세를 잡고 그대로 그 힘을 이용해 검의 궤도를 바꿔서 아래에서 위로 베어올리는 하단 베기를 쳐올린다.


"마룡(魔龍)!"

한순간, 최악의 전신을 참격이 뒤덮었다. 가이아 포스의 영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최악의 몸을 전부 찔러들어갔다.


"승천세(昇天勢)!!!"

가이아 포스는 응집되어 용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대로 하늘까지 올라가 마치 천년의 공덕을 이루어 하늘로 승천하는 용과 같았다. 그리고 비유 뿐만이 아니라  일격은 하늘로 치솟하 대기권을 돌파할 정도의 강렬한 힘을 담고 있었다.


맞고 박살나 가루가 되지만 않는다면 사람을 대기권 바깥까지 날려버릴  있는 힘 속에서 최악은 물러나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기세는 좋네!!!!"

용하연은 황급히 대검의 옆면을 들어 막았다. 쩌엉! 하는 충격과 함께 묵직한 충격이 검에서 몸으로 전해진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천근추의 묘리로 자세를 잡았던 몸까지 뒤로 수십미터나 물러났다.


"무슨 괴물 같은......!!! 마치 그 시절의 스승님을 보는 것 같군!!!"

"니가 알던 시절의 그레이면 지금 내 상대도 안되거든? 어딜 늅뉴비 시절 애새끼랑 비교하고 앉았어!!!"

힘과 능력, 전부 용하연이 밀린다. 그 반증으로 최악이 별다른 효과 없이 역장만 두르고 날리는 주먹에도 그녀는 막기 바빴다. 전체적인 스펙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인간은 힘이 부족할 때는 기술과 지식으로 발전해왔다.


"후우우우.....!!"

용하연은 대검을 비틀어 손목을 이용해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먹을 날리는 최악을 향해서 검을 찌르자 그대로 투웅! 하고 최악이 도리에 튕겨나갔다.


".......태극나선경?"


"천살진기나 천지해경록은 사제들의 무공이니까 모르지만.......태극나선경은 우리들 기본 수련공이였으니 말이야"

"오호라"

최악이 백리에게도 가르쳐준 무공이다. 태극권에 나선을 더하고 '분해'의 능력의 이치를 기반으로 한 무공. 최종적으로는 상대의 힘을 분해하기 위한 기술이지만 태극권의 묘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용하연이라도 상대방의 힘을 되돌려주는데는 충분하다는 소리다.

"더 재미있어졌는데!"


최악은 그에 맞춰서 태극나선경으로 상대 해주기로 했다. 태극나선경은 태극권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이지 권각을 다루는 무공은 아니다. 중요한건 그 이치와 묘리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면 맨손이던 대검이던  차이는 없다.

단지 양측이 서로 태극나선경을 사용할 수 있다면 결국은 서로의 경지가 승패를 가를 뿐이다.


"성격 나쁘군. 똑같은 무공으로 상대하다니"

"순수하게 경지의 승부야. 이건 누가 더 위인지 한번 겨뤄보자고. 설마 얻에 배운 나한테 직계 제자인 네가 태극나선경으로 지는건 아니겠지?"


"절대 아니지!!!"

최악의 양손과 용하연의 대검이 동시에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두사람이 충돌한다. 그들을 중심으로 태극의 이치가 난무하여 사방으로 퍼진다. 단지 그것은 폭발이 일어난다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바람이 되어서 그것에 닿는 것은 전부 분해하여 가루로 만들 뿐이다.

치열하지만 반대로 고요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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