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7화 〉[중국 최후의 날] (204/507)



〈 207화 〉[중국 최후의 날]

민간 사망자 약 1136만명.


기종을 가리지 않고 파손된 전차 총 827대.

마찬가지로 전투기 337대.

그  기타 헬기, 장갑차, 곡사포 장비 파괴 1120대.

사망 확인한 포스 유저 2만명. 실종된 포스 유저 1232명.

재산 피해는 파악 중이지만 현 시간부로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예측 불가.

사회적 혼란 가중. 난민 발생, 그 외에도 티벳, 위구르, 대만 현지에서 현 상황을 틈타 독립 운동 추진 중.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올라온 보고서를 읽으면서 시준핑 주석은 그 서류뭉치를 그대로 마오슌 위원의 얼굴에 내던졌다. 서류뭉치지만 그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있는 힘껏 던진다면 상당히 고통스러울게 분명했다.

그것도 모자라 뻐억! 하고 그대로 모서리에 직격해서 타격이 두배가 되었다. 마오슌 위원은 아프다 못해 피가 줄줄 흘리는 이마의 상처를 감쌀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이게 얼마나  사건인지 아는거요 모르는거요!"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 된다면 내가 당신을 살려둘 이유가 없지 않소!"


"크흠, 주석 각하.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그러시면......."


"지금 당에 당신 편이 한명이라도 있는가 생각해보고 말하는게 좋을거요"


마오슌 위원이 몇 없는 상무위원인 만큼 시준핑 주석도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고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이미 권룡여제와 라쿤맨의 교전 전의 대화로 인해서 마오슌 위원의 만행은 전부 알려졌다. 물론 공산당원 모두가 깨끗한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걸 들킬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

하필이면 라쿤맨의 아내인 라쿤걸을 건드려서 이 사단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거기에다가 마약까지 손을 댔으니 아무리 상무 위원이라도 당장에 끌고가서 총살시켜도 할 말이 없다.


시준핑 주석이 지금 그를 살려두고 있는 이유는, 함부로 그를 죽였다간 라쿤맨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산제물이다. 라쿤맨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산제물. 결국에 목숨을 잃는건 같지만 그 전에 죽으면 안된다.


그 사실 하나가 당원들이 전부 뒤를 돌아선 상태의 그의 목숨을 부지해주고 있었다.

"뭐라 변명할 여지라도 있으면 해보시오"

"제, 제가 완웅녀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녀를 추적해서......"

"뭐요, 또 납치해서 마약 써서 강간이라도 하려고 그러는겁니까?"


"아닙니다! 인질로 삼자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그걸 생각 안해봤을것 같소?"

"......."

당사자를 어떻게 할 수 없다면 그 주변인을 공략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때 여러 나라의 영웅인 히어로가 난데없이 학살자로 둔갑했을 정도로 아끼는 사람을 인질로 삼는다면 더 분노하면 했지 진정하진 않을게 불보듯 뻔하다.

"그 사람을 찾아가서 빌어도 모자랄판에 인질로 삼는다고 했소?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생각머리가 그 모양이니까 이런 사단이 난거 아니오! 그리고 아내가 그런 짓을 당했다면 당장에 영장으로 이루어진 경호원을 데리고 다닐텐데 완웅남이라고 그냥 두고 다니겠소? 최소한 그에 준하는 경호는 하고 있겠지!!! 생각이란걸 좀 하고 말하시오!!!"

"죄, 죄송합니다!"


"또 그 소리!!!"


시준핑 주석은 책상 위에 있던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재떨이를 그에게 내던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재떨이는 빗나가 벽에 부딪혀 박살났다.

아무리 그래도 방금 그걸 머리로 맞았다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마오슌 위원은 불평 한마디 내뱉을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면서 용서를 비는 수 밖에.

"하지만 완웅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만약 그녀를 찾아서 현재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힘 닿는 곳까지는 도와줄 용의가 있소"

"가, 감사합니다, 주석 각하!"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녀를 찾은 뒤의 일이오. 더군다나 찾은 뒤에도 당신은 빠져야 할거고"

"예? 그렇지만 저는......"


"라쿤걸을 만나러 가겠다고? 마약을 쓰고 강간까지 하려고 한 당사자를? 마오슌 위원 혹시 완웅남에게 다친 곳이 팔이 아니라 머리인거 아니오?"

"죄, 죄송......"

"다시 한번 그 입에서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면 곱게 돌아가지 못할줄 아시오"

"........"


마오슌 위원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침묵했다. 예전이라면 마오슌 위원도 나름 위치가 있었으니 시준핑 주석도 이렇게 마구 대하진 못했으나 지금은 그가 저지른 일로 인해서 그의 편을 들어줄 당원들이 전부 돌아섰다.


여태까지 쌓아온 우호와 돈의 신뢰 관계도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비현실적인 일 때문에 현실적인 관계가 파탄났다.

"나가보시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건 완웅녀를 찾고 나서야 말하시오. 알겠소?"


마오슌 위원을 시준핑 주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집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쾅!

"주석 각하!"

"컥?!"

다짜고짜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는 남자에 의해서 마오슌 위원은 문에 부딪혀 땅을 굴렀다. 들어온 남자도 놀라서 그를 보았지만 이내 마오슌 위원인걸 깨닫고 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무시했다.

그런 굴욕적인 모습에 마오슌 위원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 열린 문으로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무슨 일인가?"


"권룡여제께서 베이징으로 오고 계십니다!"


"그거야 이미 받았던 보고인......"

"다시금 완웅남과 싸우실 생각이신것 같습니다!"


"뭐라고?!"

필리핀에서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권룡여제는 라쿤맨과 다시금 붙을 생각이다.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한방 먹여준다는 의미에서.

"빠, 빨리 말려! 이번에도 또 싸운다면 그분께서 목숨이 온전할거란 보장은 없어! 하다못해 영위신장 파견 요청은 어떻게 됐지? 한국은? 일본은? 러시아는?"

"3개국 전부 파견을 거부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도 마찬가지고......다만 터키 쪽에서는 조건은 몇가지 제시했습니다"

"원하는대로  들어주게. 한시라도 빨리 파견을 받아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있게!"

"알겠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각자의 사정이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마스터 유저 파견을 거부한 상태다. 하지만 유일하게 터키만큼은 지금 파견을 보내줄 용의가 있었다.

터키의 마스터 유저, 권룡여제, 그리고 한국에서 오기 시작하는 백리까지.


세명의 마스터 유저......아니, 두명의 마스터 유저와 한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베이징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 * *

백리가 중국으로 갈 수단은 하나 밖에 없었다. 라쿤맨 수트를 입은 채로 그대로 날아가는 것.


현재 상황에 비행기가 뜨는건 대부분이 출국행 비행기였다. 그나마도 자국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내진 비행기인데다 그마저도 밀려드는 난민들이 타려고 진상짓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물론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거기에 진상이고 뭐고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때문에 먼저 빠져나가야 하는 사람들까지 타지 못하고 있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었다.

"얼마나 가야 도착할까요?"

[저한테 도움 바라지 마십시오. 솔직히 울 남편이랑 백리 학생이랑  중에서 누구 편을 들거냐고 물으면 당연히 우리 남편 아닙니까?]

"아니, 그건 그렇지만요!"

[라쿤맨 수트의 사용 권한을 뺏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십시오, 휴먼]

"누군 인간 아닌것처럼......아, 아니구나"


백리는 문득 시온이 인간이 아니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사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게 그게 인간일리는 없었다.


".......형수님. 그래도 형이 하는 일은 나쁜 일인데 말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저와 그이는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제 안전에 관련된 문제라면 그이는 양보도 타협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자기보다 훨씬 강한 초월자에게도 덤벼든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됐는데요?"


[NTR충은 우리 남편이 다 죽여버렸으니 안심하십시오]

"제가 살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그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성격 좋은 백리라도 남의 여자 빼앗는 NTR충은 싫어하다 못해 혐오한다. 자기가 죽이는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어도 싸다고 생각할 정도로.

남의 여자에게 눈독들이는 사람에게는 인권따위는 없다.

"그래도 이 속도라면 도착하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을것 같아요"


[중국은 땅이 넓으니까 방향 잘못 잡으면 엇나가는거 순식간입니다. 그리고 지나칠 수도 있으니 잘못하면 몽골 쪽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네비게이션 좀......"

[안도와준다고 말했습니다]


"칼같으시네요"


하지만 점차 중국에 가까워질 무렵,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백리의 마스터 유저가 되어 상승한 신체능력은 단순히 근력만 증가한게 아니라 오감 자체가 좋아졌기에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이나 파공성이 들린다.


그러나 소리가 들린다고 바로 앞에 있는건 아니였다. 백리가 보기에도 소리가 나는 곳은 먼 곳에서 나는 것처럼 울리고 있기 때문에 기겁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있길래......!"


[도시 하나 날려버릴 정도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저희 남편이 거기서 산책하면서 곡사포 장비들을 죄다 아작내고 있는 중입니다]

"형은 도대체......"

백리가 아무리 마스터 유저가 됐다고 하지만 현대 화기를 무시할 수 없다. 백리라고 뭐 가이아 포스가 무한대로 나오는건 아니고 분명 그 끝이 있기에 장기전에 화력전으로 간다면 분명 현대 군대에는 패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악은 그런 군대를 상대로도 싸우고 있었다. 최강의 군대라 불리우는 미군은 아니지만 인구수가 남다르기에 6.25전쟁 당시 물량으로 밀고 들어왔었던 중국군을 상대로 마구잡이 파괴 행위를 일삼고 있다.

마스터 유저에 들어서도 백리가 보기에는 최악의 경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큰 격차가 있다는 소리다.


[우리 남편은 초월자 중에서도 몇 없는 강자입니다. 경지 자체는 조금 낮겠지만 자기보다 강한 상대랑 싸워 이긴 전적이 있기 때문에 알아주는 사람 중에서는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아무도 우리 남편이랑은 대인전으로 싸울 생각 안하는 수준입니다. 저도 예전에 부부 싸움 할 때는 남편이랑 지구랑 달 정도 거리를 두고 싸웁니다]


".......정말요?"


[제가 거짓말 해서 뭐합니까. 우리 남편 자랑은 하더라도 최소한 거짓말은 안합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백리의 안색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이미 각오한 일이다. 만약 그런걸 생각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타국까지 날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죽진 않아도 뒤지게 맞을 각오는 해야할겁니다. 당신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없습니다]

"반은 설득하러 온거예요"


[제 말도 안듣는 남편이 퍽이나 백리 학생 말을 듣겠습니다]

".......조금이라도 희망 있는 이야기  해주시면 안될까요?"

[저희  오늘 저녁 반찬은 삼겹살입니다]

"그거 밖에 없어요?!"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거 외에 좋은 소식이 있을것 같습니까?]

"으음......"


백리도 현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현실은 뒤이어 바로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괴되어 박살난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선가 아직도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지 새카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몇 안되는 생존자가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처음 맡아보는 고약한 냄새가 느껴진다. 마치 배설물과 계란 같은 것을 섞어 썩힌 듯한......무슨 냄새인가 생각했더니 시체가 썩는 냄새였다.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도 벌써부터 썩어서 부패하는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고약하면서도 혐오스러운 냄새다. 백리는 억지로 올라오는 토기를 눌렀다.

금방이라도 아침에 먹은걸 게워낼것 같지만 감정과 함께 꾹 눌렀다.


"이걸 형이......"


[익숙해지지 않으면 마음이 깎여나갈겁니다]

"이런걸 익숙해지라고요?!"

눈에 띄는 시체는 없다. 대부분 파괴된 건물 잔해에 파묻혀 있을 뿐, 하지만 시체 썩는 냄새를 생각하면 한두구 수준이 썩는게 아니다.

도시 전체가 시체 썩는 냄새로 가득하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곳은 하이뎬 구. 최악이 날뛰기 시작했던 최초의 도시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누군가가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린다. 백리는 중국어는 하나도 못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지금 상황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할만한 말은 대충 짐작이 간다.

백리는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움을 바라는 자와 도와주려는 자의 마음은 서로 이해할  있었다.

"도와드릴께요"

백리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그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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