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중국 최후의 날]
시작은 베이징 하이뎬 구 부터였다.
사실, 거기가 처음인 이유는 다른게 아니였다. 시온이 처음 트러블이 생긴게 바로 그곳 부터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핀포인트로 죽일 사람도 있고.
하이뎬 구에 거주 중인 사람들은 난데없이 전해져오는 분노어린 의지에 혼란에 빠졌다.
단순히 일부가 듣는거라면 착각이나 환청이라 무시할 수도 있지만 한명도 빼놓지 않고 지상의 모든 생물이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인간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고 동물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이변을 눈치챈건 오히려 본능이 강한 동물 쪽이였다.
낑낑거리며 집 구석으로 파고들어가는 개, 털을 바짝 세우며 좁은 곳에 틀어박혀서 우는 고양이, 새들은 철새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떼를 지어서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천재지변을 눈앞에 두고 위기감을 느낀 동물들의 이상 행동과 같은 모습이였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걸 보고 뭔가 심상치 않다는걸 눈치 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뭐, 뭐지?!"
"뭐야?! 방금 그 목소리는 도대체 뭐야?!"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
"꺄아아아악!!!"
최악이 단순히 의지를 표출한것 만으로도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교통사고는 기본이고 심장마비로 길에 쓰러진 사람들, 난리를 부리는 동물들에 의해 소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거기까지만이라면 시간이 걸릴뿐 다시금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콰아아아앙!!!
고막이 찢어질듯한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근원지를 올려다본 사람들은 이어서 수십층짜리 건물이 단숨에 박살나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쿠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물체가 떨어지는건 생각보다 현실감이 없는 법이다.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던 바로 아래의 사람들은 이윽고 떨어진 건물 상층부에 짓눌려 목숨을 잃었다.
지상으로 떨어진 건물 상층부가 박살나면서 일으킨 여파도 만만치 않았다. 대충 어림짐작해도 수천톤에서 수만톤, 그런 무게가 지상에 떨어졌는데 인근 지역이 멀쩡할리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와 똑같이 인근의 고층빌딩이라고 할법한 건물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콰아앙! 콰아아앙! 쿠구구구구궁!!!
마치 종말의 날과 같았다. 사천성 대지진과 같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영문도 모른채 죽어나갔다. 인간이 쓰레기처럼 보이는 광경이다.
그러다가 몇몇 사람들은 그 원인이 뭔지 발견했다.
"저, 저기! 저기봐!!!"
눈치채지 못한게 이상할 정도로 몸에 역장이 강렬한 기파를 내고 있는 묘한 금속질 가면을 쓴 남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
무너지고 박살나는 건물 속에서 유유히 날아다니며 주먹을 내지르면 그 한번에 건물이 박살난다.
누군가는 핸드폰을 들어 그 모습을 촬영하고 누군가는 비명을, 누군가는 원한을 토해내며 손가락질 했다.
하지만 그는 무심하게 주먹을 내질러서 눈에 띄는 모든 것을 파괴할 뿐이다.
"으아아아아아아!!!!"
"사, 살려줘! 살려, 컥!!!"
"꺄아아아아!!!"
무너지는 건물에 짓눌려 죽은 사람들은 터진 토마토마냥 피를 사방으로 튀기며 숨을 거두었다.
그들에게는 죄는 없겠지만 지금 최악에게 있어서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시온을 건드린게 중국이라는 국가인만큼 그 자체는 이 세상에서 존재를 지우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시원하게 박살나는구나아아아아아!!!!"
인간이 수십년을 들여 만든 도시가 한순간에 끝을 맺는다.
공들여 쌓아온 탑을 무너트리는 것 만큼 파괴에 대한 쾌감이 큰 것도 드물다. 자기가 만들지 않고 남의 것을 부수는거라면 그보다 더 크다.
도시를 박살내고 인간들의 아비규환을 즐기던 최악은 이윽고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조져야 할 놈이 하나 있었다.
"공안, 공안, 공안분국......여기구만"
최악이 이동하는 속도는 가볍게 음속의 몇배를 넘어선다. 역장을 통해서 공기 저항을 없에고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도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급가속, 급정지가 가능하다.
사실상 맘 먹고 날아다니는 최악은 현 인류의 기술로 잡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도착한 곳은 하이뎬 구 공안분국이였다. 시온을 납치했던 마오진 경독이 근무하는 바로 그 곳이다.
그거 때문에 일부러 시작점을 이곳으로 선택했다.
"일단 반갈죽"
그가 손을 한번 휘젓자 그대로 공안분국의 절반이 박살난다. 능력을 통한 염동력은 그 효율과 힘이 다르기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몇배의 하중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건물이라도 수억톤의 압력으로 짓누르면 박살나는건 한순간이다.
"으아아아아악!!!"
"뭐야! 무슨 일이야!"
공안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무너진 공안분국 건물을 보며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진다. 그나마 포스 유저인 공안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허공에 떠 있는 최악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 뿐, 보통의 포스 유저라면 비행 능력은 없고 기껏해야 포스를 응용해서 발판을 만들어 뛰어다니는 정도다. 나름 수준은 된다고 그런 방식으로 한둘쯤 최악에게 덤비던 포스 유저들은 그대로 목이 잘려나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남은 건물의 반을 기감으로 뒤져보다가 이윽고 다시금 건물의 일부를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선다.
거기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마오진 경독이 주춤거리고 있었다.
"너지?"
"와,완웅남?"
최악은 대답 대신에 먼저 놈의 팔부터 부러트리고 시작했다.
우드득!!!
"끄, 끄아아아아악!!!"
마오진 경독은 추하게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굴렀다. 그는 포스 유저도 아닌 일반인. 그렇기 때문에 저항할 수도 없고 그저 고통받다 죽는 것 만이 남아 있었다.
어차피 포스 유저였어도 딱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무, 뭡니까?! 당신이 어떻게 이 나라에......아니,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건 네가 제일 잘 알텐데?"
"저, 저는 아무짓도 안했습니다! 결백합니다!!!"
"아, 그래? 내 마누라를 마오슌인지 뭔지하는 개뼉다귀한테 가져다 바쳤으면서?"
"어.......?"
"일단 남은 팔 하나 더 부러트리자"
으드드득!!!
"끄아악! 끅, 으아아아악!!!"
마오진 경독은 바닥을 굴러다녔다. 양팔이 부러진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고. 그도 마찬가지로 곱게 자랐기 때문에 어디 한번 다쳐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받는 고통은 보통 사람보다 더욱 컸다. 하지만 그 고통보다도 지금 당장 죽을거라는 공포가 그를 잠식했다.
"저, 저를 죽이면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애초에 이 나라의 공권력에게......"
"너 내가 고작 그딴 변명 들으려고 온거라고 생각하냐? 차라리 목숨 구걸을 했어야지"
빠악!!!
"아아아아악!!!"
최악은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부러지다 못해 다리가 찢겨나가 벽에 처박혀 피를 튀겼다.
더 이상 두발로 걸어다닐 수 조차 없어 도망칠 방법이 없어진 마오진 경독은 그제서야 그의 앞에 고개를 숙여 빌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아내분의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발,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른 공안들이 몰려온다. 생존해 있던 일반 공안들은 총기로 무장하여 달려왔고, 포스 유저들은 각자의 장비를 챙겨 최악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군이 도착하자 마오진 경독의 안색히 한결 밝아졌다.
"마오진 경독님!!!"
"주, 죽여! 죽여버려! 이 자식 빨리 죽여버려!!!!"
"아, 알겠습니다! 전원 발포!!!"
단숨에 태도가 달라진 그는 부러진 팔로 질질 기어가 최악에게서 떨어져서 다른 공안 동료들에게 보호 받으려고 했지만......
초월자의 분노 앞에서 필멸자의 저항은 의미가 없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뭐 어쩌라고"
뻐어어억!!!
그 자리에 모여있던 수십명의 인간의 머리가 동시에 날아갔다.
마오진 경독은 지독한 광경에 자신이 꿈을 꾸는게 아닌가 싶어 눈을 의심했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들은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그대로 쓰러졌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나 볼법한 괴이한 모습에 마오진 경독은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자신의 손에 닿고서야 현실을 직시했다.
인간의 정신은 생각보다 나약하다. 눈앞에 나타난 비현실적인 일을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정신은 강인하지 못했다.
"하하, 하하핫, 흐힛......!"
미친듯이 실성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의 정신이 붕괴되기 시작하려던 찰나. 최악은 그의 뺨을 후려치면서 다시금 정신줄을 붙잡게 만들었다.
"이 새끼가 어딜 현실도피를 하려고 드냐?"
빠악!
최악은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볼이 터져나가고 이빨이 우수수 빠진다.
턱이 부러진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일격은 절묘한 힘조절이 더해져서 죽을 정도로 아프지만 죽지는 않았다.
오히려 죽거나 기절했다면 더욱 편했을 것을, 그는 도망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밀려오는 고통에 다시금 정신을 차린 마오진 경독은 괴성을 질렀다. 눈앞의 항언하기 힘든 공포는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 사뎌주데요. 뎨발........"
그는 목숨을 구걸했다. 이빨이 빠져서 새어나가는 발음으로 기어서 그의 발치에서 머리를 박았다.
쿵! 쿵!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찍어서 격통이 밀려왔지만 지금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단지 그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최악이 바라는건 딱 한가지였지만 말이다.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왜?"
최악은 이유를 물었지만 마오진 경독은 대답하지 못했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자기 마누라를 납치해 강간 직전까지 가게 만들었는데 그걸 용서하는가? 아무리 대인배라도 용서 할 수 있는 부분과 용서 할 수 없는 부분이 따로 있다.
그가 행동했던 오만은 그대로 되돌아왔다. 지금까지 힘과 돈으로 무마했지만 눈 앞의 상대는 그 두가지 모두 해결할 수 없는 초월자다.
"어차피 마오슌인지 뭔지 하는 그 노친내 새끼도 결국에는 죽을거다. 너는 먼저 가서 자리나 잡고 있어라"
"으, 으아아아아!!!"
기어서 애벌레처럼 도망치는 마오진 경독의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최악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콰직!!!
그는 마오진 경독의 머리를 짖밟았다. 바닥에 새빨간 예술작품을 남긴 모습은 추악한 인간의 최후를 알려준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 죽일 사람은 많고 박살낼 것은 많다.
쿠우우우!!
"내가 박살내기 시작한지 30분이 넘었는데 이제야 슬슬 나오기 시작하냐? 반응 존나 느리네"
강렬한 바람소리와 함께 최악의 시야에 전투기 편대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이 개발한 5세대 전투기인 J-20. 예전에는 미완성 기체로 논란이 많았지만 실전배치 이후 막대한 자금력을 투자하여 일개 편대로 대만 공군을 궤멸 시키는게 가능해진 중국산 전투기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마냥 질이 나쁜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핵이라도 떨궈야 좀 해볼만하지. 이 새끼들이 돌았나"
쾅! 콰앙! 콰아아앙!!!
최악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대로 날아오던 전투기들이 그대로 서로 충돌했다.
크게 힘 들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시야에 들어온다면 능력 또한 쉽게 닿는 법이고. 그렇다면 날개 각도만 약간 조절해주면 고속으로 비행하고 있는만큼 그 효과는 즉발적으로 나온다.
하늘에서 박살난 전투기들은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러면서 주변 건물이나 도로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키고 그 파편이 사방에 튀면서 인명 피해가 늘어난다.
하지만 그래봤자 수백명 정도의 피해에 불과했다. 최악이 방금 저지르고, 앞으로 저지를 일에 비하면 한줌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숫자다.
"애새끼들 반응 진짜 느리네. 이제야 전투기 하나 보내면 탱크나 군대 같은건 언제 끌고올건데? 그 정도는 와야 박살내는 맛이 있지"
최악은 잠깐 기다려주기로 했다.
딱히 자비 같은게 아니다. 저항할 시간 없이 다 쓸어버릴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별 의미가 없다.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서 저항하다 압도적인 힘이 짓눌려 멸망할 때만이 진짜 절망이다. 아무런 희망조차 가지지 못하고 끝을 내야 하는게 최악의 목적이다.
모든 수단이 사라졌을 때 그들은 비로소 누굴 건드렸는지 현실을 깨닫고 절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얼마나 발버둥칠지 한번 보자"
최악은 조용히 무너진 공안분국 건물 잔해에 걸터앉았다. 지치지는 않았지만 기왕 생긴 시간에 느긋하게 기다려줄 생각이다.
그가 기다려주는 동안 세계는 급변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