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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화 〉[중국 최후의 날] (198/507)



〈 201화 〉[중국 최후의 날]

국가란 조직에 좋은 나라냐, 나쁜 나라냐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들이대는  같이 부질없는건 없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중국은 어떤 나라냐고 물으면 나쁜 나라라고  수 있다.

요리가 맛있고 땅이 넓고 인구가 많고, 좋은걸 따지면 많지만 그런 플러스적 요소를 전부 마이너스로 바꾸는 요소가 더욱 많다.


중국 같이 일당 독재 체제의 나라는 부패하고 독선적이기 쉽다. 인간은 결코 욕망에 이길  없기에 초월자가 간섭하지 않는다면 좋은 독재 정권은 결코 성립될 수 없다.

마오진 경독은 차를 몰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수도의 도심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도로로 들어서자 점차 인적이 드문 곳으로 빠졌다.


인적이 드물다고 빈민가란 느낌이 아니다. 땅값이 비싸고 사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살인적인 땅값을 생각해본다면 사치에 지나지 않지만 중국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부유한 사람이라 한다면 자릿수가 다르다.


.......단지 지금 그가 찾아가는 사람은 사업가가 아니라 정치인일 뿐.


[어떻게 오셨습니까?]


"마오진 2급 경독이다"

[아, 경독님. 오셨습니까? 위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시다. 들어오시지요]

공안 차량은 눈에 띄지만 집 주인이 만약 중국 공산당 소속의 당원이라면 별 다른 시선은 주지 않는다. 애초에  근방 지역은 나름   쓴다는 사람이 아니면 살 수 없기에 공안과 인맥이 있다 하더라도 특이할건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이 저택의 주인과 혈연관계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오슌 위원은 마오진 경독의 숙부다. 가족의 집을 방문하는게 이상할리 없으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저택으로 들어산 마오진 경독은 차를 세워두고 곤히 자고 있는 시온을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섰다.


현대식으로 꾸며진 저택은 넓이도 넓지만 안에 장식하고 있는 장식품도 남달랐다. 고풍스러워 보이는 도자기, 이름난 화가가 그렸을것 같은 그림, 섬세하게 세공된 조각품까지. 어느것 하나 값이  보이는 것은 없었다.


거실로 들어서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왔구나"

"마오슌 상무위원님"

마오진 경독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중년에서 노년의 시기에 접어드는 외모의 마오슌 위원은 마오진 경독보다는 그가 데려온 시온을 보았다.

그녀는 마치 기계가 예술성을 깨우쳐서 만들어낸 최대의 예술 작품과도 같은 외모였다.


미모란 시대와 세상에 따라 기준과 가치가 달라지지만 시온의 외모는 그런걸 초월해버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건......."


"물건이지 않습니까?"

"오오오, 이번에는 운이 좋았구나!"

마오진 경독이 시온을 소파 위에 눕혔다. 미미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슴으로 잠들어 있다는건 확실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모른다.

포스 유저의 신진대사는 빨라서 죽을 정도가 아니면 결국 시간문제일  회복을 한다. 지금은 잠들어 있어도 깨어나면 포스 유저가 아닌 이상 막기 어렵다.

"뒷탈은 없게 잘 처리했지?"

"네, 애초에 양년으로 보이지만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이민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성인인데다 남편도 있으니 험하게 다루셔도 될겁니다"

"처녀가 아닌게 좀 흠이지만......"


마오슌 위원은 시온의 머리카락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향수 따위로는 낼  없는 몸 자체에서 뿜어지는 천연의 복숭아 향. 마치 전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도낭과 같은 체질에 그는 음흉하게 웃었다.

"간만에 회춘하겠군. 돈만 내면 어린 여자는 얼마든지 안을  있지만, 이런 여자는 돈으로  수 없을테니"

"남자 쪽은 어떻게 할까요?"


"어차피 이 여자는 좀 즐긴 뒤에 용주방 쪽으로 보낼거니까.......마찬가지로 남자도 그쪽에서 처리하도록 시켜라"


"네, 여행  사고로 처리해두겠습니다"

용주방은 삼합회에 속한 조직이지만 그 윗선에는 중국 정부와 연결되어 있었다.


나름 은폐를 위해서 언제든 버려도 이상하지 않고 써먹기도 편한 조직에게 지원을 받는 아틀라스는 단순한 삼합회 대신에 중국 정부를 선택했던 것이다.

애초에 삼합회의 규모도 축소된 현대 사회에서 삼합회 전체도 아니고 그중 겨우 조직 하나가 그만한 연구소를 운영하는 자금을 대줄 수 있을리 없다. 처음부터 한패였다는 소리다.

자금의 지원도 충분하고 정보의 은폐도 쉬운. 아니, 이 경우에는 오히려 용주방을 매개로 꼬리를 자를 생각이였던 중국 정부 쪽이 훨씬 악랄하다.

정부가 대놓고 범죄 조직을 운영 했다는걸 알려지면 당장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일이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국민의 인권조차 정부가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 큰걸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지만 정말 아깝군. 이 정도 미모인데........흠, 용주방으로 보내기에는 아까운데"


"그래도 두고 쓰기에는 위험하지 않습니까?"

"뭘, 약에 절여두면 그만이다. 영장(靈將)이던 뭐던 결국에는 인간이란 소리지"


영장(靈將)이란 중국에서 포스 유저를 부르는 호칭이다.

그 덕분에 중국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포스 유저는 새로운 인류, 영장류(靈將類)가 아니냐는 농담도 있을 정도였다.


"이 여자는 내  침대에 눕혀두거라. 황 비서에게 말해둘테니 이번에 고생한건  쳐주마"


"감사합니다"

마오진 경독은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한번 시온의 볼을 쓰다듬은 마오슌 위원은 약을 준비했다.

포스 유저도 결국에는 인간이다. 마약류는 통하기에 약으로 부리는 것도 가능하다.

더군다나 마약에 빠지면 정신이 불안정해서 제대로 포스도 사용하지 못한다. 신체 강화는 어떻게 가능할지 몰라도 구속해둔 뒤에 조금씩 길들이면 된다.

"저......숙부님. 그런데 저는 언제쯤 다시 경감 자리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당분간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요즘 조급해져서......"

"공안 자리에서 쫒겨나지 않은 것도 다행으로 여길 일이지! 사고만 치지 않았다면 부총경감 자리가 코 앞에 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라. 사고 치지 않고 몇년 정도 있다보면 어느 정도 소문도 줄어들겠지"


마오진 경독은 1년 전에 마약 사건으로 연류되어 직위가 강등되었다.  전에 그의 계급은 2급 경독이 아니라 2급 경감이였다.


중국은 아편으로 나라가 기울였던 역사가 있는만큼 마약에 민감하다. 유통량에 따라 다르지만 어지간해서는 사형을 때릴 정도의 지독한 중죄다.

거기에 연관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강등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오락가락했던 상황이다. 마오슌 위원이 손을 써서 그나마 강등으로 끝난거지 아니라면 징역이나 사형, 둘 중 하나였다.


"할거면 들키지 않게 해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숙부님"

"이만 가보거라. 다음에는 식사라도 같이 하자꾸나"

미워도 혈육이다. 마오슌 위원에게도 자식은 있지만 전부 능력없는 못난 것들이며 그나마 쓸만한게 마오진 경독이다.

나름 능력이 있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더불어 약간만 밀어준다면 공안부의 최고 자리인 총경감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건만 하필이면 보호해주기도 까다로운 마약 사건과 연루되어서 망쳐버렸다.

대신 이런 쪽으로 쓸만하기에 당분간 이용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손을 털고 다른 일일 시킬 생각이다.

"흐흐흐, 오늘은 간만에 회춘하겠군"

어린 아이와 함께 자면 양기를 보충 받아 회춘한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증명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다.


기가 존재하는 무림이라면 또 모를까 기 대신 가이아 포스가 있는 세상에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침실로 올라간 마오슌 위원은 벽장 안에 숨겨진 금고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안에는 정제된 마약이 든 주사기가 몇개나 놓여 있었다. 단순히 쾌락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 유저에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서 농도가 다르다. 만약 일반인이 사용한다면 단숨에 죽어버릴만큼.

"흐음, 팔뚝도 작아서 주사하기도 힘들군. 여긴가?"

이런 일은 남에게 알려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하기에 그는 주사기를 들고 시온의 손목에 고무 밴드를 감은 다음에 혈관을 찾아서 능숙하게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익숙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의료계 종사자도 경험이 없다면 실수하기 마련인데 그는 한번에 성공한 것을 보면 이런 짓을 한두번 한게 아닌듯 보인다.

시온은 주삿바늘이 찔러오는 감촉에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그녀가 일어날것 같기에 마오슌 위원은 재빨리 침실에 설치된 족쇄를 채워 그녀의 몸을 침대에 고정시켰다.

철컥! 철컥!


손목만 고정했지만 어차피 마약의 효과가 들기 시작하면 인사불성이 되기 때문에 완전히 구속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에는 시간 문제라는 소리다.


"여기, 는......."


"깨어났나?"

".......여기는 어디입니까?"


"양년이 우리 말은 잘 하는군. 이게 더 좋긴 하지만......."

시온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젯밤에도 머무르던 진 샹그리라 호텔의 로열 스위트 룸과 비슷한 고급스러움의 침실이 눈에 들어온다.

따끔한 느낌의 팔뚝을 보니 핏방울이 맺혀 나오고 있었다. 뭔가 주사했다는 뜻이다.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겁니까?"

"좋은 짓이지, 흐흐흐......남편도 있다면서 모르나?"


"그거야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납치에 강간 아닙니까? 보아하니 나름 이름있는 분이신것 같은데 이러셔도 됩니까?"

나름 지성을 가진 존재로서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으나 상대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어차피 소문이 나지만 않는다면 그만이지. 설령 소문이 퍼지더라도 나는 그만한 위치에 있으니 문제 없으니 걱정말게"

".......저희 남편이 화낼겁니다"


"고작 소국의 무지렁이 말인가? 미모는 최상인데 사람 보는 눈은 최하로구나. 유유상종이라고, 사람은 격에 맞는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법이지"


중국에서는 역사에서도 조공을 받아왔던 나라인 한국을 무시하며 소국이라 부르며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식으로 대우하려고 한다.

외교부에 있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데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오죽할까.

"유유상종이라. 좋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와 어울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야 당연하지!"


마오슌 위원은 정확한 직위를 말하자면 중국에서도 몇 없는 상무위원이다. 더 정확한 직위를 말하자면 국무원 부총리직을 맡고 있다.

명실상부 중국의 1인자인 시준핑 주석도 당의 상무위원이다. 마오슌 위원은 2인자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라는건 확실했다.

문득 그는 시온이 아직도 제정신으로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것에 의문을 표했지만 이내 걱정을 떨쳐냈다.

마스터 유저가 아닌 이상 특수 조합된 헤로인과 흥분제의 효과가 듣지 않을리 없었다.

포스 유저의 강인한 육체에도 통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국에는 숨을 헐떡이며 쾌락을 갈구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온은 슬쩍 바닥에 굴러다니는 주사기를 보았다. 투명한 주사기통에는 조금이지만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남아 있었다.

"약은 갈색에 주사식으로 주입하는 마약이라면 헤로인 아닙니까?  참 아편으로 호되게 당한 주제에 그걸 더 정제한 약을 쓰고 있다니. 선조들이 보면 참 통탄할 일입니다"

"흥!! 고작해야 300년도 되지 않은 나라에서 태어난 주제에 선조를 들먹여? 나중에도 그런식으로 말할  있을것 같나!!"


그는 흥분해서 언성을 높였다. 목소리가 바깥으로 빠져나갈  같지만 이 건물은 애초부터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음 설비는 완벽했다.

마오슌 위원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시온에게 계속해서 소리쳤다.


"역사도 보잘것 없는 그런 나라 따위가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다는게 맘에 들지 않아! 세계는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중화 인민 공화국이 중심에 서서 이끌어나가야 한단 말이다!!!"

"애초에 중화 인민 공화국이란 나라는 청나라가 멸망하고 세워진거라 사실상 100년도 안된 나라입니다만"


"닥쳐라!  땅의 역사 또한 중화의 역사란 말이다!"


"그런거 따지는 사람이 청나라를 멸망시킨 아편을 정제해서 만든 헤로인을 쓰는거 보면 참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 소리도 약효가  때도   있었으면 좋겠구나"

시온은 자신의 손목을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족쇄를 보며 조금 움직여 보았다.


강도 높은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져서 두께도 두텁기 때문에 어지간한 포스 유저로 뜯어낼 수 없게 되어 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지금이라도 풀어주신다면, 선처하겠습니다"


"흐흐흐, 약효가 도는 모양이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깜찍한 반항을 한 대가로 침대 위에선 험하게 다뤄줄테니까 말이야. 영장들은 몸이 튼튼해서 어지간해선 다쳐도 상관없다는게 정말 좋구만"

"그렇습니까"

시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

참고로 그녀가 선처하려던 자비는 시온의 것이 아니다.


"좋은 꼴은 못볼겁니다"

"누가 그런 짓을 할  있다고? 네가?"

"아뇨"

마오슌 위원은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시온에게 손을 뻗었다.


더러운 욕망에 찌든 손이 그녀에게 닿기 바로 직전의 순간.


쩌저저적!!!

".......어?"


"저희 남편이 할겁니다"


차원을 찢고 나타난 괴이한 마스크의 남자가 그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 꺽었다.

"어떤 애미 애비 없는 개잡놈의 새끼가 내 마누라 건드리고 앉았냐"


마스크 너머로 전해져오는 지독하게 차가운 분노가 마오슌 위원에서 쏟아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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