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0화 〉[라쿤맨 비기닝] (187/507)



〈 190화 〉[라쿤맨 비기닝]

중국이라는 나라 하면 생각나는거 뭐가 있냐고 물어보면 일단 식문화가 반, 만리장성, 공산당, 천안문, 짱깨, 그 외 기타등등의 여러가지가 나온다. 그만큼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다리 달린건 식탁 빼고  먹고, 물속에서 헤엄치는건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는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솔직히 기름에 볶고 튀기고 하는 음식은 가죽 신발도 맛있어질 수 있지.......요즘 신발은 가죽 같은거 처리할 때 약품이 잔뜩 들어가니까 좀 무리일지 몰라도 옛날 신발들은 가능하다. 건강상 안먹는게 좋긴 하겠지만.

아무튼 중국은 여러가지 요리법들이 많이 발달 되었다. 지역별로  특색이 나뉘어져서 가장 유명한걸 꼽자면 매운 것이 유명한 사천 요리와 풍부한 재료가 유명한 광동 요리가 있다.

4대 요리니 그런게 있지 않냐고? 그렇게 따지면 8대 요리도 있고 한국의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요리도 생각해야 할테니까 이야기가 엄청 길어진다.

만약 홍위병들과 마오쩌둥이 그런 식문화도 작살내지 않았으면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솔직히 문화대혁명은 중국 출신(엄밀히 말하면 다른 차원이지만)인 스승님도 기겁을 하고 욕을  정도의 병신짓이였다. 만약 무공이 있었어도 그때 실전되겠다 했지.


아무튼 나도 무림에 환생 했을 때는 전국 일주 하면서 미식 겸 요리 수행 떠난 적도 있다.


내가 시온 빼면 평범하게 살아도 나름 욕심이 남아 있는게 요리라서......요리 실력은 먹는거 반, 직접 만드는거 반이다. 요리 경험이 없어도 미식가면 어느정도 기본적인 요리 실력은 되는 법이고, 요리 경험이 많아도 자기 요리 한번 먹어본적 없다면 대성할 수 없는 법이다.


크으으, 그때는 진짜 좋았는데. 전국에 많은 지역 돌아다니면서 여러가지 지방의 식문화와 요리들을 접하고 만들어보는게 얼마나 재미있던지.


중간에 백련교니 무림맹이니 어쩌니 해서 트러블이 생긴건 싫지만.


"강호의 도리를 아는 협객지사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내가  죽였어"


자고로 도리를 찾는 놈들치고 제대로 된 녀석들은 없는 법이다. 사실 겉보기에 딱 봐도 선악이 갈려보이는 마교니 무림맹이니 둘째 치고 둘 다 제대로 된 놈들이 없다. 마교는 딱 이름 수준에 걸맞는 동남동녀 천명의 정혈을 모아서 궁극의 마공을 연성 어쩌구 하는 집단이고 무림맹은 마교 쓸어버리고 나니 온갖 깽판을 쳐대는 위선자들이다.

그래서  다 조졌지. 형은 공평하다.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길래 땅에 박박 긁어서 핏덩이로 만들어줬다. 새끼들, 그러길래 잘 좀 하지.


"비행기가 길구만......."

"뭐, 바다 하나 넘어가는거니까 당연합니다. 그나마 수도인 베이징은 가까워서 이정도 아닙니까? 그리고 겨우 두시간 밖에 안걸립니다"

"시간이 애매하잖아. 막 미국 같이 처음부터 먼 곳이면 그냥 한숨 자겠고 제주도 같이 한시간 밖에 안걸리면 노닥거리기도 할텐데 두시간이면 애매하지"

중국은 한국 바로 옆 나라라서 가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비자 받는게 더 귀찮을 뿐이지.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애매했다.


책이라도 가져올껄 그랬나. 읽으면서 기다리면 시간 빨리 갈텐데. 씨, 자다가 깨더라도 한숨 잘까.


조용히 눈 감고 잠을 청하는 와중에 문득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났다.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라서 조용하고 자리도 편했고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었기에 따로 뱡향제라도 뿌린건가 싶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냄새였다.


뭔가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뭐야?"

"눈치 챘습니까?"


"그야 그런 수준이면 당연히 눈치 채지"

"가까히 있지 않으면 눈치 못챌 수준입니다. 당신이 눈치 빠른겁니다"

냄새의 근원지는 시온이였다. 아니, 사람에게 냄새라고 하면 고약한 쪽에 가까운 표현이 되니까 향기라고 하는 편이 좋은가?


시온의 몸에서는 은근한 과일향이 나고 있었다. 문득 시온이 그렇게 말하던 이벤트 3탄이라고 하더니 설마......!!

"이벤트 3탄. 도낭입니다"


"도낭(桃娘)? 그거 그냥 도시 전설이잖아"

도낭이란 말하자면 중국의 전설 쪽에 속하는 이야기다. 복숭아나무 도(桃)자에 아가씨 낭(娘)을 합쳐서 직역하면 복숭아 아가씨다.

이야기로는 태어날 때부터 복숭아만 먹여서 키운 여자아이는 몸에서 희미한 복숭아 향이 나고 채액에서도 단맛이 난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 여자아이는 회춘에도 좋고 인육 소재이긴 하지만 고기도 고가로 쳐준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건 전설이다. 인권이 낮은 무림 시절의 중국에서도 나는 그런거 본적이 없다.

무공 같은게 있는 무림에서도 못볼 정도로 희귀한거냐 물어보면, 애초에 사람이란게 복숭아 같은 것만 먹고 자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쯤 되면 당뇨 걸리겠다.

아무리 무공이 발달해도 필멸자의 한계에 얽매인다면 영양소의 공급은 중요하다. 복숭아만 먹고는 제대로 성장도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솔직히 터무니 없는 전설 쯤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제가 이거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내부에서부터 개조를 거듭해서 겨우 이렇게 됐습니다"


".......진짜 도낭이야? 아니, 애초에 왜 도낭이야?"


"그야 당신 복숭아 좋아하지 않습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나는 복숭아를 고른다.  중에서도 딱딱한거.


까칠까칠한 복숭아 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로 벅벅 씻어서 껍질채로 아득 물어 그 단맛을 즐기면 그것만큼 맛있는 과일도 드물다. 물론 말랑말랑한 복숭아도 좋아한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저에다가 복숭아까지 합쳐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냄새는 그렇다 쳐도, 정말로 단맛 나?"

도낭에게서 가장 관심이 생기는 분야는 당연히 채액에서 단맛이 난다는 것이다. 즉, 땀이나 침, 소변까지도 말이다.


내가 이과는 아니지만 탐구적인 욕구가 무럭무럭 솟아나는 느낌이군. 응? 그런데 생물 쪽도 이과 계열 맞지? 아무튼.

"이래저래 몸을 손본 부분이 많습니다. 원래대로 되돌아가는건 금방 되지만  상태로 만드는데는 오래 걸리는 불합리함이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도낭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은 대부분 똑같은 느낌입니다"

"오오오. 근데 향기 같은건 어떻게 하는거야?"


"체내에서 합성해서 땀을 통해 향을 뿌리는 겁니다. 솔직히 천연향보다는 합성 향료 쪽에 가깝습니다"


"단맛은?"


"탄산 음료 한병 들이켜도 당분은 충분합니다. 생각외로 탄산 음료들은 설탕이 많이 들어갑니다"

"당분간 당뇨 걱정은 해야겠군"

물론 건강에 아무 이상 없을테니 그냥 엄살이지만.

크으으으, 아무튼 최고다 우리 마누라! 복숭아 향이랑 맛나는 우리 마누라라니! 새삼 생각해도 난 참 복 받았다니까.

도낭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비행기는 중국에 도착했다.


살짝 누리끼리한 공기가 눈에 띈다.


......환경 문제는 좀 빡치는군.

 * *   *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입국 절차를 마쳤다. 입국 심사관이 미심쩍은 눈으로 나와 시온을 번갈아 보긴 했지만 살짝 돈을 찔러주니까 무난하게 넘어가더라.

역시 중국, 이런 것도 돈으로 해결되는구나. 대륙의 기상이 엄청나다 엄청나.

"으음, 공기에서 맡아지는 이 중금속 냄새.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저번에 광명 동굴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러냐. 거짓말이지?"


"진짭니다"


"실화냐. 중국 얘들은 공기도 나쁜가보네"

사막화로 인한 단순히 흙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공장에서 뿜어지는 매연에 뒤섞인 오염물질이 있는 모양이다.


마치 산업 혁명 시절의 런던 같은 느낌이군.  왜 스모그 팍팍 나오는 그거.

솔직히 어느쪽이 낫냐고 물으면 차라리 중국이 낫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는건 절대 아니다. 최악과 차악 중에 차악을 선택한 것 뿐이지. 아, 씨 내 이름 들어가니까 기분이 묘하네.


"일단 밥부터 먹자. 겨우 2시간짜리 항공이라 밥도 안나왔잖아"

"말하면 줍니다. 명색의 퍼스트 클래스 아닙니까?"


"......그랬어?"

고걸 몰랐네.  또 밥 안주는 줄 알고 간식으로 주는 빵이나 좀 먹었지.

솔직히 기내식보다는 그냥 여기서 좀 더 제대로 된걸 먹는 편이 낫긴 하지만 말이다.

기내식이 아무리 좋아도 맛은 기름지고 짜고 단 맛이 주되다. 먹은 장소가 장소인 만큼 입맛이 떨어지니 그걸 맞추기 위한 결과다. 그래서 한두번 먹는거면 모를까 그 이상 먹으면 그것도 물린다.

오죽하면 이쪽 매니아 사이에서는 멀리 가는 비행기 타면 사육당한다고 할까. 사람은 든든하고 맛있는걸 먹어야 살 수 있다.


.......국밥충은 일단 저어기 멀리 나가시고. 응?

아니, 여기는 중국이니까 국밥이 아니고 딤섬인가? 솔직히 만두 하나 안파는 가게 찾는게 더 힘들테니까.


"딤섬이면 소룡포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소룡포가 아니라 소롱포"

"......소룡포가 아닙니까?"

"룡(龍)자가 아니라 롱(籠)자야"


"저 지금 문화 충격 먹었습니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니!"

"솔직히 샤오롱바오라고 하면 중국어 발음 때문인지 소룡포라고 떠올리지 소롱포라도 떠올리진 않으니까"

베이징 시내로 들어서기 위해 택시를 잡기으려고 공항 바깥으로 나왔다. 중간에 관광객들을 붙잡고 택시비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득시글거렸지만 무시했다.

관광객을 등쳐먹으며 한탕 하려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있는것 같다. 우리를 붙잡다 못해 캐리어를 끌고 가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거지로 빼앗아 그나마 호객이 적었던 택시에 탑승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시내로 가주세요. 아, 북경 오리 구이 잘 하는  아십니까?"


"음, 요리라면  샹그리라 호텔이  한다고 소문이 났습니다만. 거기로 갈까요?"

"그럼 거기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  된다면 여기 근처 지리에는 충분히 잘 알테니까 맡기는게 좋다. 나도 나름 마구잡이로 고른게 아니라 믿을만한 사람으로 고른거다.


도로에 들어서니 매연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솔직히 매연이 반, 사람이 반으로 보일 지경이다. 그나마 택시 창문을 닫아놔서 그 매연이 들어오지 않는게 다행이지 아니였다면 밥 먹기 전에 먼저 매연부터 실컷 들이마실  했다.

환경은 진짜로 씹창났구만. 중국에는 진짜 사람이 너무 많아. 마블 영화에서 타노스가 생명체의 절반을 쓸어버리겠다고 하는거 보고  정신나간 사상을 다 봤네 싶지만 중국을 보면 나도  느낌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느낌이다.

이윽고 호텔에 도착했다. 마치 저번에 잠실에서 보았던 한국에서 제일 높은 타워 건물 같이 높다란 현대식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묘한 장식으로 새겨진 문양과 젠 샹그리라 호텔명이 앞의 분수대에 적혀 있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돈도 많기에 돈을 발라 만든것 같은 호텔이다. 뭐라고 해야하나, 훨씬 노골적인 느낌.

"여기요. 나머지는 팀으로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우리가 탄 택시기사가 부른 요금은 정가에 비하면 조금 높은 가격이지만 막 공항에서부터 두배 세배 수준으로 뛰어넘어 부르던 값에 비하면 비교적 양심적인 가격이였다. 나는 잔돈은 됐다고 하고 원래 택시비에 2배쯤 그에게 주었다.


처음부터 두배를 부르는 놈하고, 그나마 괜찮은 가격을 불러서 맘에 들어 자의로 두배로 돈을 주는 것하고는 틀린 법이다.


"여기 평가는 어때?"

"나름 괜찮습니다. 서비스나 청결도 나쁘지 않고 눈에 띄는 문제도 없습니다"

"냄새는.......좋네"


나는 후각에 집중해서 호텔 내부를 확인해 보았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요리 냄새는 나름 실력있는 요리사가 만든것 처럼 괜찮게 느껴졌다.

우선  부터 잡기로 했다. 못해도 일주일은 있어야 할테니까  동안 머무를 곳이 필요하다.


이런 고급 호텔이라면 어지간해선 언제나 방이 있다. 다만  남은 방의 가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게 문제일 뿐. 하룻밤에 몇백, 몇천만원 하는 방이라면 어지간한 재력이 없고서야 머무르지 못한다.


"어서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일주일 정도 머무르고 싶은데. 최상층에 가장 경치 좋은 곳의 방으로 주세요. 1인실 말고 2인실로"

"최상층의 로얄 스위트 룸은 1박에 10만 위안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결제 해주세요"

여기서는 한도 무제한 블랙 카드가 나올 때다. 그런데 10만 위안이면 환율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1600만원 정도 할텐데. 일주일이면 1억이 넘는다.


으음......뭐, 즐기면 좋은게 좋은거지!


"식당은 바로 이용할 수 있나요?"


"저희 호텔의 레스토랑은 24시간 언제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식사가 하고 싶으실  내려오시거나 룸 서비스를 주문하신다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일단 키를 받아 방에 올라가서 짐 부터 두고 내려오기로 했다. 최상층이라 그런지 바깥의 경치가 다 보이......기는 하는데 미세먼지가 좀 심해서 그런지 누리끼리한 느낌이 난다. 솔직히 좀 더럽다.


시온은 경치를 보기 보다는 그냥 침대 위에서 퉁퉁 튕기며 매트리스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이기는 한데 너무 어린애처럼 노는거 아니냐?


"아무래도 관광은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이래서야 보이지도 않을겁니다"

"엿 같은데  쓸어버릴까?"


"중국? 미세먼지?"

"아니, 당연히 미세먼지지. 나라고 기분 상했다고 마구잡이로 사람 죽이는 인간 말종일까?"


솔직히 시온만 건들지 않으면 나는 지극히 안전하다. 길에서 시비걸린다고 상대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현대 법률을 존중해 경찰을 불러 시시비비를 가린다. 초월자 중에 태반이  문명 법률을 무시하는거 보면 나는 지극히 양심적인 초월자다.


그렇기에 나라고 마구잡이로 사람 죽이고  그러진 않는다. 죽여도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 말종들이 대부분이지. 아니면 지난번에 러시아에서 루루와 싸웠던 것처럼 초월자끼리 싸우다가 본의 아니게 사람 죽이던가.

내가 진심으로 빡쳐서 다 죽이겠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찢고 다니려면 시온을 건들지 않는 이상 그러지 않는다.

"......뭔가 플래그 꽂은 느낌입니다"


"사망 플래그는 아닐테고. 호감도 오르거나 엔딩 분기점 갈렸어?"

"제가 보기에는 후자 쪽입니다"

뭔 플래그길래 엔딩 분기점까지 갈린다냐.


솔직히 뭔지 와닿지도 않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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