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8화 〉[라쿤맨 비기닝] (185/507)



〈 188화 〉[라쿤맨 비기닝]

최악이 그의 아구창을 후려갈기자 옥수수 몇개가 허공을 날았다.


다른 곳 부러지는 곳 하나 없이 생니만 뽑아 날리는 훌륭한 기술이였다. 예전에 영국에서 인종차별하던 놈들에게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기술이였다.


"물러나십시오!"


"진정하십시오 손님!!!!"

폭력 사건까지 일어나자 호텔 보안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 그들을 제지했다. 특히나 주먹을 날린 최악을 막아 거의 범죄자 다루듯 짓눌러 제압했다. 그들도 맞은 사람이 대성 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거기에 응해줬다. 어차피 뒷일은 시온이 해결해 줄거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요란해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개중에는 시온과 대성 그룹 회장인 이진수도 있었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화징님! 지금 이상수 사장님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제압하고 있......"

"당장  사람에게서 손 놓지 못하나!!!"


".....회장님?"

이진수 회장의 호통 소리에 그를 짓누른 보안 요원들은 어리둥절 하다가 이윽고 손을 놓았다.

최악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상수와 이진수 회장을 번갈아 보았다.

"그으으으윽.....!"

"자식놈의 새끼란게......!"

"아, 아어지!!!"

최악이 옥수수를 몇개 날린 덕분인지 이상수는 발음이 새는 목소리로 자기 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시온이 뭐라 말을 해둔 모양인지 그는 그의 편이 아니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이진수 회장의 물음에 최악은 천천히 대답했다.

처음 만난건 얼마 전의 놀이공원 데이트 때. 그때 만나서 임자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찝적거린 그의 태도와 지금 와서는 자신의 뒷조사까지  것. 그리고 시온과 헤어지라고 말한 것까지.


아무리 돈 있고 권력 있어도 상식적으로 임자 있는 사람에게 헤어지라고 말하는 새끼는 없는 법이다. 그것도 만만한 쪽에다가.


"아어지! 그게 아이라......."


"닥쳐!"

"아어지?!"

"이놈의 자식이 제 아비 얼굴에 먹칠을 하고다녀?"

그도 사업가다. 나름의 마음 속의 저울을 기울여보고 판단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안은 결코 편을 들어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이 자리에는 대한민국 대기업이란 대기업의 실세가 모여있는 자리다. 여기서 빠져나간 소문은 아무리 대성 그룹 회장인 그라 하더라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그의 자식이 멀쩡히 남의 부인에게 눈독들인 스캔들이 밝혀진다? 하다못해 여자친구라면 편을 들어줬겠지만 이 한국에서 아직 간통은 치명적인 죄질이다.

 대상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돈이던 권력이던 짓눌러 쉬쉬 조용히 시킬 수 있지만 하필이면 그 대상이 시온이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로열티 후려치려고 들었다가 주가 장난질에 경질당해 명목상 지병으로 은퇴해 골방 늙은이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 대성그룹 회장을.

그녀는 일개 주식 투자자이자 사업가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내버려두면 이득을 볼  있지만 건드리면 파멸에 이르는 괴물같은 무언가다.


"남의 여자에 눈독들인 주제에 그딴 쓰레기 짓이나 하다니!!!!"

"아어지! 에 말을 좀 들어......"

"시끄러워!!!"

빠아악!!

그의 굳은살 박힌 손바닥이 이상수의 안면을 후려쳤다. 최악의 주먹에 맞아 이미 흔들거리던 이빨 두어개가  충격에 빠져 파티장 바닥을 나뒹굴었다.


"난 너를 그딴 식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상수야"

"아, 아어지......!"

"조용히 집으로 가라. 대성 전자 사장 자리는 네 형한테 인수인계하고. 돈은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겠지만  뒤는 바라지 마라"


"아어지! 왜 저따 노므 편을 들어주는 거니까!!"


"아직도 상황 파악 안되는 등신 새끼가 대성을 물려받으면 말아 먹을거라는거 충분히 알기에 내뱉는 말이다! 그 입 닥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이진수 회장의 노성에 정신을 차린 그는 이윽고 현실을 깨달았다.

그래, 그런거지.


처음부터 이상수란 인간 개인으로 쌓아올린 힘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대성 그룹 회장인 이진수에게서 받은, 결국은 자기 아버지에게서 나올 뿐인 그런 힘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아무것도  수 없었다.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도  이상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다.


"으아아아아아!!!  새끼가아아아아아!!!"

그는 최악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보안 요원들이 이번에는 최악이 아니라 그를 붙잡고 짓눌렀다.

발버둥쳤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앞니를 비롯해 여러개가 빠져나간 이빨로 이득거리면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순간.


"아아아악!!!"


"어?"

"포스 유저 각성이다!!!!"


하얀 빛무리가 그의 몸에 스며들면서 가이아 포스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백리 때와 같은 포스 유저 각성 현상이다. 강렬한 의지를 보인다면 포스 유저로서 각성되기 때문이다. 설령 그 감정이 분노와 절망이라 할지라도.

단숨에 포스 유저로 각성한 그는 불안정한 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짓누른 보안 요원들을 내팽개쳤다.

보안 요원에게도 포스 유저는 있지만 일반인의 다툼에는 끼어들지 않아서 그나마 있는 몇명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고  때문에  앞에서 포스 유저로 각성한 이상수를 막으려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놈은 오로지 최악을 노려보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본능만으로 주먹에 깃들인 가이아 포스의 양은 일반인은 흔적도 없이 갈아버리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분노란 감정이 겹쳐서 제어도 불가능했다. 이대로 둔다면 최악이 저 주먹에 맞을건 뻔한 일이였다.

막을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포스 유저도 아닌 최악이 막으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날게 확실한 일이다.


"어딜 제 남편을 건드는겁니까!!!!"

퍼어억!!!

그 순간 시온의 팔꿈치 찍기가 그의 안면에 적중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우득! 하고 부러지는 광대뼈의 소리는 들을  있을만큼 깔끔하고 정확한 팔꿈치 찍기였다.

시온의 몸 주위에는 기이한 떨림이 일어나면서 그녀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있었다. 일반 성인 여성의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는 시온이 자기 육체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논은 물리법칙을 지배하는 종족이다.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월자에 비하면 약할지 몰라도 필멸자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이능력에 약해도 그건 초월자 기준이지 필멸자 기준이 아니다.

"끄어어어어억!!!"


광대뼈가 단숨에 아작난 그는 바닥을 구르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확실히, 시온이라면 커버가 가능하다. 일단 시온도 포스 유저로서 등록은 되어 있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포스 유저끼리의 분쟁으로 넘어가게된다.


"실망했습니다 회장님. 좋은 사람으로 봤는데 이렇게 자식 교육에 실패하다니 말입니다. 하기사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려운거라고 하던데 그런거라면 나름 이해하겠습니다"


"......크흠, 죄송하게 됬습니다 시온 사장님. 남편 분에게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는 저놈의 아버지로서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제 남편을 죽이려고 들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제가 포스 유저가 아니였다면 저희 남편은 죽었을겁니다"

솔직히 죽지는 않겠지만 최악은 시온이 끌어가는 시나리오대로 끌어가게 두었다.

철저하게  하는 부분을 분할해서 맡기는만큼 그 역할은 충분히 뛰어나다.

"목격자도, 증인도 많습니다. 아무리 회장님이여도  많은 사람들을 전부 입을 막는데는 힘드실겁니다"

"시온 사장님"


"이번 일로 저도 회장님을 볼 명목이 없으니 다시 볼 생각 하지 않게 로열티 계약 갱신 하지 않고 가진 대성 그룹 지분도 전부 처분하겠습니다"


".......!!!"


로열티 계약이나 지분 판매나 전부 다 치명적이다.

시온 때문에 회장이 바뀌어 세대 교체가 된지 얼마나 됐다고 겨우 안정화시킨 그룹 내 구도에 시온의 지분이 풀리면 난세가 일어날게 뻔하다. 대기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보여도 내부에서는  더 많은 권력과 돈을 잡기 위한 승냥이들이 넘쳐난다.

자그마치 3퍼센트에 달하는 그룹 지분이 어느 파벌에게라도 넘어가는 날에는 다시금 회장이 바뀌는 수가 있다. 다만, 그때에는 회장의 성씨가 이씨가 아닌 다른 성씨가 될 확률이 높겠지만.


".....원하시는게 뭡니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확한 법적 대처를 바랍니다. 개인적인 보복은 필요 없으니 다른 요소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법적인 대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아무리 대기업 회장 자식이고 좋은 변호사를 사용한다 한들, 포스 유저의 범죄는 일반 형량보다 높게 나온다.

설령 살인 미수라 하더라도 일반인의 살인 사건의 형량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일반인이 사람을 죽여도 고작해야 몇년 살다 나올 뿐이지만 포스 유저가 사람을 죽이면 기본 10년부터 시작하고 본다.

게다가 어중간하게 실드 쳤다가 기업 이미지 망하는거 한순간이다. 포스 유저 관련 범죄는 그만큼 치명적이다.

"으어어어어어......!!"


놈은 이미 파멸에 이르렀다. 그걸 깨달았는지 그도 이빨이 우수수 빠진 추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고 있었다.

남의 여자에게 눈독들인 등신 새끼에게 걸맞은 최후였다.




*  *  *



상황이 이지경이 됐는데 파티라고 제대로 진행될리 없었다. 기자들을 몰려서 특종이다 싶어 사진을 찍어대지.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시선을 주며 물어보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대는게 눈에 띄었다.

우리들은 파티장에서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경찰을 불러서 사건 증언을  후에 일을 마무리 하고 온 것이다.


"나름 만족스럽게 끝냈네.  새끼는 어떻게 될것 같아?"

"감옥갈겁니다"

"대기업 회장 아들이 감옥가면 그 끝은 뻔한거지 뭐"


전과자를 요직에 앉힐 사람은 없다. 논란과 시선 때문이더라도 그렇다.

물론 그놈이 대기업 회장 아들인 만큼 죄값을 치룬 후에 돈 걱정은 없이 살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돈일뿐. 권력이나 다른 것은 바랄 수가 없다. 평생 쥐 죽은 듯이 살아있어야  것이다.


"김 변호사님에게 연락 해두겠습니다"


"꽤 고생 하시네. 지난번에 국밥집 사건도 있었는데"


"아, 참고로 그 사람은 집행유예 나와서 사회 봉사 명령 받았다고 들엇습니다"

"어라? 왠 집유?"


무전최식에 폭행에 영업방해까지 들어갔으면 못해도 징역을 먹을텐데. 게다가 암만 봐도 그게 초범은 아니였다.


예진이에게 시발년이라고 한거 아직도 잊지 않았다.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은데 죽여봤자 그런 인생은 다음 환생이  나을테니까 좋은거 시켜주는 꼴이라 아니꼬와서 못죽이겠고.

"김 변호사님이 보니까 슬슬 날도 추워지는데 겨울동안에는 따뜻하게 감방 들어갔다 나오려고 그런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람 의도대로 하는것보다 차라리 빅엿을 먹여주는게 나을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답니다"


"크으으으, 나는 그냥 감옥만 보내면 될  알았는데 김 변호사님이 한  위였구나. 역시 직업이 그쪽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집행유예에 사회 봉사 명령이면 그런 인간 쓰레기 성격상 배 째라고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변호사님이 그걸 눈치 못챌리 없을테고......아마 겨울 동안은 냅두다가 슬슬 날이 풀릴 때 쯤에 감옥에 보내겠지. 크으으, 꼬시다 새끼.


"오늘 파티는 뭐 먹을것 같지도 않네. 집에 들어가서 예진이랑 대충 밥이나 먹자"

"고기  사갑니까?"

"뭐 먹을래? 그냥 고기 구워먹는것도 좀 식상한데 조금 색다르게 먹는건 어때? 삶아먹는건......음, 수육은 저번에 국밥집에서 먹었으니 냅두고. 아, 삼겹살 부위 안썬거 사다가 동파육이라도 해볼까?"


"동파육!"


솔직히 동파육은 그 녹는듯한 부드러운 감촉이 좋다. 조금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맛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노력이다.

본고장은 중국이지만 그래도 집에서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있다. 돌아가는 길에 삼겹살이나 통으로 사가자.


"그러고 보니 중국행이 언제였지? 월요일이였나?"


"내일 모레입니다"

"진짜 낼모레네. 들어가면 슬슬 짐이나 싸둬야겠다"

아틀라스의 마지막 실험실이 있는 곳. 영국은 조지고 러시아는 얼떨결에 박살냈다고 하지만 중국만큼은 프로메테우스도 확실하게 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조금은 맘 다잡고 가야할 것 같다.


아무튼 이제 너 하나 남았다 프로메테우스 십색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