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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화 〉[라쿤맨 비기닝] (176/507)



〈 179화 〉[라쿤맨 비기닝]

일단 이번달 스케쥴을 짠다면 다음주에는 대성 그룹 회장 생일 파티에 참석해야 하고, 그 다음주에는 중국으로 출국해야한다.

영국에서 일 보고 러시아에서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꼴인거 보면 나는 조용히 살려고 해도 트러블 메이커인 모양이다.

"음, 중국으로 간다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왜? 맛있는거 먹으려고? 차라리 내가 해주는 편이 나은데. 중국은 네 생각보다 더러운데"


"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란 나라 한두번 가보는 것도 아니고. 거기가 어떻게 사는지는 무림 시절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야 당신 혼자 가면 눈에 띌것 아닙니까? 권룡여제의 방한 이후 베이징으로 향하는 성인 남성 한명......충분히 눈에 띄는 모습입니다. 그걸 라쿤맨 1호로 생각하던, 2호로 생각하던 말입니다"


"그 때 쯤이면 시간이 지나서 좀 진정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들 그게 1,2주 정도로 가라앉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중국이지 않습니까?"

"그래 중국이지"

중국은 뭘 하던 그 끝을 보여주더라. 대륙의 기상인가?


아무튼 시온의 말뜻은 신혼부부로 위장해서 신혼여행 가는걸로 위장하자는 소리다.


신혼 여행은 지난번에 일본으로 다녀왔는데......이번에는 거의 일 때문에 가는거나 다름없어서  깬다. 하지만 뭐, 가서 여행 좀 즐기고 오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약간의 비즈니스가 곁들여진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될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름 또 괜찮다.


설마 거기 가서 일이 커지겠어? 기껏해야 아틀라스 중국 지부를 조지고, 권룡여제랑 만나고......나빠져야 권룡여제가 대련 신청해서 좀 치고박고 싸우다가 무승부로 체면좀 세워주면 되겠지 뭐.

근데 아틀라스  새끼들 개쫄릴듯, 프로메테우스가 대비해놓는다고 했는데 러시아에서  개판을 쳐놨잖아? 어떤 준비를 해도 초월자 하나 막기 어려운 판인데 아무리 많이 대비해놨자 거기서 거기지!

시바, 여태까지는 귀찮아서 적당히 움직였는데 러시아에서  소동을 벌여놓고 고작 마스터 유저 코스프레할 생각 없다. 그냥 진지하게 해서 금방 끝내는게 낫지.


"그러면 일단 다음주에 대성 그룹 파티는......정확한 날짜가 언제야?"

"다음주 토요일입니다"

"이야, 거의 말이네. 그러면 토요일에 참석하고 월요일에 출국하면 되겠다. 아, 비자 받아야 하는데"

"그거라면 빠릅니다. 중국은 중국이라   찔러주면 됩니다"

"거  그렇게 말하면 어느 나라는 뇌물 안통하는줄 알겠다"

"독재 국가만큼 움직이기 쉬운 곳도 없습니다"

나는 사회를 보지만 그렇다고 마냥 민주주의 만세! 하고 돌아다니진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독재 정권 체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진작에 말아먹었을테니까.

설령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어도 시온이 없다면 그냥 거기서 농사나 짓고 살다가 굶어죽던  하던 했을거다. 나는 인간의 옳고 그름을 전부 긍정하는거지 옳은것만 보려는 편파적인 시선을 가지지 않으려는 주의다.


러시아도 잘 보면 독재 국가다. 애초에 소련에서 나온 나라니까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만......그래도 러시아는 세계에서도 강대국이지 북한 같은 나라는 아니다.


독재라도 잘하면 나름의 존중은 해준다. 아니였으면 나는 진작에 왕족들 목 치고 다니는 망나니였을테니까. 민주주의 사회라고 마냥 좋을것 같아?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고도?


어떤 정치 체제던 결국에는 사람의 운영하는거다. 그러니 기준도 그때마다 달라져야지.


"토요일날 입고 갈 양복이 옷장 어디에 있더라......."


"언제적 양복을 입으려는겁니까? 새로 하나 맞춥시다"

"아니, 겨우 몇달 지나지도 않은 양복가지고 왜?"


"유행은 민감한거라 한두달이 아니라 1,2주만으로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옷빨을 많이 타니까 업무용이 아니라 파티용이면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느낌의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운 양복이 필요합니다"


"야, 뭔가 상반된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데"

"누가 문과 아니랄까봐 그런데서 태클을 겁니까?"


"아무튼 이해 못하는건 아닌데......"

민주주의 사회에는 신분이 없지만 계급이 없는건 아니다. 흔히 상류층이라고 불리는 돈 있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닌것 같아도 시온은 확실히 그쪽이다. 정작 본인은 그런 부류들을 싫어하면서도 말이다. 아이러니하지.

우리가 갈 파티는 당연히 그런 상류층의 파티다. 후줄근하게 입고가면 무시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무시당하는건 상관없는데  때문에 시온이 무시당하면 그거만큼 기분 나쁜것도 드물다. 귀찮기는 해도 양복 하나 새로 맞추자.


"알았어. 어차피 시간은  있으니까......"


"무슨 소립니까? 기성품도 아니고 양복 하나 맞추는데 하루만에 뚝딱 완성될리 없지 않습니까? 오늘 당장 맞추러 갑시다"

"으악! 스케쥴 존나 빡세네!!"


난데없이 양복 맞추러 갈 기세다. 나는 거절할 명분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시온의 의견에 질질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 *  *  *



자고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했다. 그 말인 즉슨 얼굴이 못생겼다면 옷으로 커버 가능한 수준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외모가 별로다. 플러스 마이너스냐 물으면 마이너스라고 봐도 무방하지. 외모 자체는 평범한데 눈매가 더러워서 평소엔 양아치나 불량배고 잘해야 어디 조직의 넘버 투 정도로 보이는 수준이다.

여자로 환생하면 좀 달라지기는 하는데......남자일 때는 이 모습이 거의 디폴트나 다름없다. 잘생긴 부모 아래에서 잘생긴 형제들이 있어도 약간 봐줄만한 정도로 바뀔 뿐이지 크게 변하진 않는다.

옷이라도  맞춰 입어야 어디가서 무시받지는 않겠지. 누군가는 옷이 날개라고 하는데 나는 옷이 쑥과 마늘이나 다름없다. 있어야 사람된다.


"저는 당신 외모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잘생긴건 속이 느글느글해져서 마음에 안듭니다. 그 모습이 개성있고 좋습니다"

"속마음은?"

"잘생기면 얼굴 보고 꼬이는 여자 쳐내야 해서 귀찮습니다"


"나도 그런 여자는 별로야"

평생 한여자만 본다 하더라도 나에게 평생은 한번이 아니니 여태까지 결혼한 사람이 꽤 자주 있었다. 시온도 그걸 인정해줘서 가끔 아내를 여럿 두는 것도 이해해준다. 근래에는 오로지 시온이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처는 시온이다. 시온은 내게 있어 불가침의 성역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누군가가 시온을 건드리면 나는 그놈을 파멸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을거다. 개인이라면 사지를 찢어 숨을 붙여 길거리에 전시하고 조직이면 조직을 공중분해(물리)시키고 국가라면 국가란 이름을 세상에서 지워버린다.


"그거 때문에 작살난 나라가 몇개였는지....."

"야, 그나마 내가 자제해서  정도지. 문명 자체를 소각시키진 않았는데  그래?"


"......뭐, 한번 지랄하고 나면 건드리는 사람은 없어서 편하긴 합니다"


별로 시덥지 않은 대화를 하면서 시온이 알려준 가게로 향한다. 나야 이쪽에는 모르니까 유명한 곳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윅에 나온 양복점 비슷한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물론 원단을 방탄 소재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기성품이 아니라 수제로 만들 생각이다. 솔직히 그렇게 만들면 내 마음에 쏙들긴 하겠다. 아무리 옷에 신경 안쓰는 나라도 정장 정도는 폼나서 좋아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지.....그 반대로 말하면 매너 없는 놈은 사람도 아니란 뜻이지만.

"마침 저도 옷을 맞춰야 합니다. 성인 폼으로 가야하는데 그런 파티에 참석할 옷은 드물어서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맞출 생각입니다"

"원래는 너만 가면 되는데 귀찮아서 나까지 데리고 가는건 아니고?"

"......아닙니다"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앗, 운전할 때는 앞으로 똑바로 봐야합니다!"


"변명하고는!"

본론이 그거였구나! 뭐, 솔직하게 말했다면 나도 당연히 갔겠지만 능글맞기는......그런데 가게가 남녀 의상 둘 다 맞춤으로 제작하는 모양이다. 상당히 범위가 넓은데.

도로를 타고 운전하다가 문득 익숙한 거리가 눈에 띄었다.


주변에는 한주의 마지막 휴일을 맞이한 애들이 PC방이나 군것질을 하며 돌아다니는게 보인다.  모습이 한눈에 띄는건 주변에 학교가 밀집되어 있어서 그런 애들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자주 다니던 동네다.

"여기는......"

"아는 곳입니까?"

"이 근처에 내가 다니던 시설이랑 학창 시절 보내던 학교가 있을껄"

버스 정류장 한두개에 걸쳐서 초,중,고등학교 가리지 않고 학교가 밀집한 지역이라 애들이 많다. 요즘 출산률이 감소가 어쩌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학교가 몰려 있다면 그 인근의 애들도 많은 법이다.


예전에는 40명이 한반이고 막 그랬는데.....요즘은 2,30명도 겨우 채우더라. 세상이 빡빡해서 애를 못낳아서 그런거지 뭐.


"돌아가는 김에 나 살던 시설 좀 방문해볼까?"

"누구 아는 사람 있습니까?"


"애들은 외모로 판단하길 좋아하잖아. 시설 내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었어. 학창시절 친구는 3명 밖에 없다고"

얼굴만 아는 사람이라면 몇명 기억나는 사람이 있지만 시설에서 나온 지금도 연락을 할 정도인가? 물으면 아니요란 답이 나온다. 그러면 대충 알만한 사이지.

하지만 그런 애들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가 있던 시설 원장. 성격은 더러웠던 그 아저씨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런사람은 왜 만나보고 싶은겁니까? 안좋은 추억만 되살아나는건 아닙니까?"

"어차피 별로 신경도 안쓰고 잊어버렸어"


내가 어릴적부터 신세를 진 시설의 원장은 질이 안좋은 사람이였다. 하지만 딱잘라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면 글쎄?

애들을 자주 혼내기는 했지만 손을대진 않았다. 말하지만 소악당 같은 사람이다. 큰걸 저지르기에는 담이 작아서 못하는 그런 성격이라 귀찮기는해도 지금와서는 넘어갈 정도는 되었다.

국가에서 주는 지원 예산을 빼돌리기는 했어도 거기서 발생하는 피해는 생각보다 적었다. 적은 돈으로 애들 급식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부실하긴 했어도 못먹을걸로 만들진 않았다. 덕분에 식중독 사건 하나 일어나지 않아서 딱히 감사가 들어오진 않았다.


만약 먹을걸로 장난쳤으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어? 멱살을 탈탈 털어서 팔다리 한쯤 분질러줬지.


그리고 수학여행 갈 때 지참하는 용돈도 적게주긴 했지만 아예 안주진 않았다. 전에 예진이랑 대화하다가 들어서 안거지만 한 1,2만원 정도 빼돌린것 같다.

아파서 병원가야 하는 애들도 투덜거리기는 해도 병원을 보내주고 병원비도 내줬다. 그 전부를 조합하면 결국에는 그릇이 작은 소인배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죄를 지었다고 마냥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야"

물론 중죄를 지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살인을 하거나, 남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거나, 그런 녀석이라면 뒤져도 지옥이나 심연행이니 망설임 없이 죽인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은 범죄자는 반성과 속죄가 가능하다. 구원이란 놈은 편파적이여서 선을 넘으면 가차없지만 넘지 않으면 누구라도 손을 내밀어준다.


"그 원장은 선은 넘지 않았으니까 속죄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나도 건드릴 생각은 없어"

"만약 예전 그대로라면 어떻게 할겁니까?"


"내가 뭐 때려죽이기라도 할까봐? 예전에도 안그랬는데 지금이라고 그러진 않지. 그냥 나 이렇게 성공했어요, 하고 자랑질이나 해주고 와야지"


"흠, 성장폼으로 나오길 잘했습니다. 이런 엄청 예쁜 마누라 얻었다고 자랑하면 분명 질투할겁니다"


"그러네. 디폴트 폼이였으면 바로 경찰서 전화 걸었을테니까"


크윽, 차라리 중세 시대 정도였으면 조혼도 있어서 딱히 뭐라 듣지도 않았을텐데!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 시대상 쯤 되면 치안도 나쁘고 여성 인권도 없는데다 시온도 합법이 되니까 강간 범죄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런 놈들 조지다가 좀 높으신 분이 연관되면 거기도 조지고.....결국은 짜잔, 나라 하나가 아작나 버렸습니다!

결국 문명과 시대는 일장일단을 가진다. 발전한다고 좋은건 아니고 옛날옛적이라도 나쁜건 아니다.

"아, 도착했다. 여긴가?"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1,2층을 전부 사용하고 있는 큼직한 건물은 통째로 의상점을 하고 있었고 가게 1층의 쇼윈도에는 각양각색의 옷들이 마네킹에 입혀져서 전시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고급진 가게일 수도 있겠다. 아무리 옷은 신경 안쓰는 나도 공을 들인 모습이 눈에 띄니까.

 외에도 바깥에서 보이는 가게 내부의 조명이나 장식 또한 돈을 들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처바른게 아니라 장식품으로 만들어 꾸며놓은 느낌. 단순히  때문에 하는 그런 가게는 아닌듯 보인다.

"옷 맞추러 들어가야 하는데 옷을 맞춰서 들어가야 할 것같은 느낌이다"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드레스 코드가 있지는 않습니다"


"고급 레스토랑? 히오스?"


"시공은 주거써......!"

서로 낄낄거리면서 나와 시온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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