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8화 〉[라쿤맨 비기닝] (175/507)



〈 178화 〉[라쿤맨 비기닝]

권룡여제랑 싸우던 백리는 단숨에 도망쳐서 우리집으로 왔다. 아무래도 그녀의 기동성은 수트를 입은 백리보다는 못한 모양이다.

하기사 음속으로 이동가능한 포스 유저가 호주에 있는 녀석 하나라고 하는데 음속의 몇배로 가속 가능한 수트 입은 녀석을 따라오기에는 초월자 반열에 들지 않고서야 무리겠지.

"백리  쫄보냐. 거기서 튀게"

"완전히 굴렁쇠를 보는 눈이였다니까요 그거?! 형이 안봐서 몰라요!!"

"요즘 애들이 굴렁쇠도  아냐"

"검정고무신 봐서 알아요"

"........나중에 짜장면에 크림빵 먹을래?"

"그걸로 화 풀릴줄 알아요?! 먹긴 먹겠지만! 주면 먹겠지만!!"


TV에서는 백리와 권룡여제가 싸운 것에 대해서 한창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모양인데 꽤나 얼굴이 익숙한 기자 아가씨가 눈에 띈다.

[그러면 라쿤맨 2호는 마스터 유저인게 확실한가요?]

[그렇다, 경험이 조금 부족하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외에도 두명의 마스터 유저를 통해서 검증 받아야 하지만 장래가 유망한 청년인건 확실하다]

[청년? 설마 라쿤맨 2호는 젊은 사람인가요?]

[그건 노코멘트로 해두지]

저거 일부러구만.


"저도 들키는거 아닐까요......?"

"네가 들키는건 문제가 되지 않아. 기껏해야 국가직으로 스카웃 당하고 수트 뺏겨서 연구시키는 정도에 불과하지. 사람 죽인 나랑은 다르잖아?"


"그래도 저 사람이 좀  말하면 제 정체가 들키는건 한순간 아닐까요? 루리 이름도 말했는데 솔직히 루리란 여동생을 가지고 있는 포스 유저가 저 말고 또 있을거라고는 생각 안하는데요"

"야, 만약 정체 까발리려고 했으면  자리에서 마스크 벗겼어. 저건 그냥 말도 안하고 튄거에 대한 사소한 짜증이야"


권룡여제가 백리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다면 진작에 드러났다. 연륜이 있는 말빨과 무력이 있는데 백리같은 착한 애 하나 구슬리는건 쉽다.

그러지 않으면 애초에 그럴마음이 없었다는거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있는 이상 이쪽이 갑이니 그걸 생각해 그러지 않은거지만.


"싸우면서 엄청 큰 벽 같은 느낌이였어요. 그런데도 저게 환생 전에 비하면 약한거라니 무섭네요....."

"초월자는 원래 그런 법이야. 무림인 출신 중에서 그 시절 마룡후보다 강한 녀석은 별로 없을껄?"


"직접 싸워보셨어요?"

"아니, 마룡후는 말고 마룡왕이랑"

여러가지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 시절의 용화정, 아니 용하연이였던 마룡후는 사라진 그레이를 찾다가 차원이동해서 마계로 떨어졌다. 거기서 만난 마룡왕에게 무공을 사사하고 수명으로 죽은게 공식적인 내용이다.

마룡왕은 팬텀 휘하의 팔대 마왕 중 하나다. 그래서 만나볼 기회도 있었고 싸워볼 기회도 있었다.


시발, 공간참은 사기라니까. 간결한 이름인데 성능은 간결하지가 않아. 개념방어 못하면 방어무시뎀이 들어가는데 필멸자가 버티겠냐. 특히나 나 처럼 목 잘리면 죽는 초월자는 더더욱 귀찮다.

"지금 상태는 기억이 혼란스러운 상태일거야. 영혼에 기억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계기로 그 기억의 상당수가 깨어난 상태겠지"

"잘 아시네요"


"나도 예전에 저런적 종종 있어서"


기억은 영혼에 저장된다. 그리고 기억은 뇌에도 저장된다. 보통 전생의 기억은 영혼에, 현생의 기억은 뇌에 기억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나도 예전에 초월자가 아닐적에는 큰 충격을 받으면 현생 기억 싹다 날라가서 그때 그 시절의 내가 될 때가 종종 있었다.


존나 성격 더러워서 흑역사나 다름없지만. 아마 그때의 나랑 지금의 내가 마주보면  한잔 하다가 죽일듯이 싸울껄.

지금 그녀의 상태는 영혼의 기억이 깨어나려는 상태다. 이미 약간의 기억이 흘러나와서 지금의 권룡여제 용화정이 있는것이겠지만 만약 모든 기억이 남아 완전히 각성하는 날에는......뭐긴 뭐야 마룡후 부활이지.

"그 그레이라고 했던가?  사람이 스승이라면 직접 불러서 만나러 오라고 연락하는건 어때요?"

"아, 그건 제가 해봤는데 연락 씹었습니다"

"아니, 왜요. 형수님?!"

"당신 같으면 저런 여자가 자기 좋다고 쫒아오는데 기분이 어떨것 같습니까?"

"어, 음......"

"나도 얀데레는 초큼......"


사실 초기에는 어떤 형태였을지는 몰라도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그 중 한 갈래로 집착이 되어버린다. 솔직히 저걸 순애로 봐야할지는 좀 애매해서.....

환생까지 한 애인 찾으로 다녔던 데니스나 팬텀도 있지만 그거야 걔들은 서로 좋아하는데 그러는거고. 싫다는 사람 쫒아다니는건  그렇지 않나?

"아무리 예뻐도 인성이 별로면 안돼. 그런거 생각하면 우리 마누라를 봐봐. 인성 좋지 얼굴 예쁘지 대빵 야하지. 얼마나 좋아"

"입에서 흑당라떼가 나온다아아아아악!!!"

"부러우며 너도 여친 만들던가. 허우대도 멀쩡하고 성격도 괜찮은 놈이 왜 여자를 못사귀냐?"

"저도 그게 궁금해요"

일단 오늘 일로 권룡여제와의 일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달 말에 내가 중국으로 넘어가서 그녀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전에 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다른건 둘째쳐도 저어기 대성 회장님 생일 축하 파티 참석이다. 참석 자체는 문제 없겠지만 그 자리에 그놈이 온다는게 문제일뿐.

거기서는 데이트 중이였으니 끝장을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끝을 보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도 낫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요?"

"그치? 그치그치?"


"백번 양보해서 하다못해 결혼도 안한 여친이라면 번호 정도는 물어볼 수 있겠지만 결혼까지 한 사람에게 들이대면 존나 부끄러운 행동 아니예요?"

"내가 이래서 백리 너를 아낀다니까. 요즘 그런 인성 박힌 애들이 드물어"

"원래 그게 당연한거 아니예요?"

"시온 보고 헤벌레 하는 애들은 그 당연한걸 잠깐 까먹기 마련이란다"


"형수님이 무지 예쁘긴 하시지만 형수님이라서 그런지 이상한 생각은 하나도 안드는데요. 그냥 두분이 천생연분인거 아니예요?"


"백리 학생, 오늘 저녁에 국내산 한우 꽃등심 구울테니까  먹고 가겠습니까?"


"형수님 충성충성!!"

고기 앞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는 법이다. 우울할 때는  먹는 것 보다 돈과 고기를 주고 잠을 재우면 그만이다. 쓸데없이 위로 해주는 것 보다 그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만큼 고기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프랑스는 베이컨.


"프랜시스 베이컨이 아닙니까?"

"예술가 이름이라서 그런가. 잘 알고 있네"


"당신도 이미 알고 있는거 괜히 그 소리한겁니까"


"형수님은 의외로 미술 좋아하시나봐요?"

"인간이 만드는 예술적 작품들은 대부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막 고흐 작품 모아두고 그래"


"와! 그건 쩐다!"

"직접 만나본 적도 있습니다"


저번에도 고흐 이야기는 했지만 이런소리  앞에서는 안한다. 아니, 사정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미친놈 취급이나 닥터 후 보셨어요? 하는 소리나 듣지.

미술 시간에 숙제 내줬는데 고흐에 대해서 고찰 해오세요 했더니 내가 만나본대로 썼더니 과제 점수가 30점 나왔다.

아니, 왜죠? 난 정직하게 썼는데!!!

"주입식 교육의 한계입니다"


"이 나라는 이게 문제라니까"

"당신이 불평 안할 나라나 조직이 어디있습니까?"

"팀 트와일라이트"


"......그건 인정하겠습니다"

나는 사회를 관장하는 대마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나 조직에 관해서는 지극히 까다롭다.

파고파면 썩은 부분이 없는 사회는 거의 없지만, 어디까지나 거의다. 아주 일부는 그런 곳이 있다.


기본적인 이념이 세계 평화나 그런거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고기 먹는데 루리나 부를까?"


"아, 루리는 지금 수능 때문에 바빠서 안될껄요"


"어? 그러고 보니 수능이 다음달이네? 한달......아니, 날짜 계산하면 한달도 안남았네. 이번 수능은 11월 중순 정도였나?"

"딱 15일이요"


"그러면 한달 조금 안남았네"

자고로 수능을 앞둔 고3만큼 전투력이 넘치는 것도 없다. 이고깽 이고깽 하는데 수능 보기 전날이나 보기 바로 전에 이계에 떨어진 놈들만큼 전투력이 개쩌는 놈도 드물다.

뭐지? 한국 학생들은 고딩이 되면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버프라도 있나? 주입식 교육이 만들어낸 부작용 같은거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일부는 고등학생일 때 깽판치고 다닌걸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은데.

"루리한테 명복을 빈다고 전해줘라. 아주 죽을맛일텐데"

"딴에 포스 유저라서 하루에 2시간 자고 공부하던데요"

"머리도 나쁘지 않은데 그 정도면 수능 만점은 따논거 아니냐?"

"준비해도 모자란것 같이 느끼는게 사람이잖아요"


"하긴"

교과서를 달달 외우더라도 불안한게 사람이다. 머리가 좋은거랑 시험 만점 받을 자신 있는건 별개다. 게다가 수능에서 뭔가 다른 요소가 개입할 여지도 있다. 싸인팬이 컴퓨터용 사인팬이 아니던가, 아니면 답변을 하나씩 밀려쓰던가.


애초에 한 사람의 미래를 겨우 시험 하나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말이 안된다. 이래서 내가 대부분의 국가 시스템을 싫어한다니까. 까고까도 깔게 수없이 남아 있으니까.

"루리가 요즘 수능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렇게 해줄까?"


"뭘 할 생각이예요?!"

"야, 농담이야, 농담. 나는 뭐 농담도 못하냐?"


"씨, 농담을 무슨 소름이 오도독 돋게 해요.....더위도 싹 가셨는데 벌써 한겨울이 된줄 알았네"

나와 백리는 낄낄거리면서 잡담을 하고. 저녁 준비를 하기로 했다.  앞의 정육점에서 한우를 몇근 사왔다. 예진이도 있으니까 넉넉한게 좋다.

자고로 소고기는 따로 양념을 하는 것보다 그냥 그대로 구워먹는게 제일 좋다. 특히나 스테이크,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이나 허브를 쓰기는 해도 맛이 진한 양념은 하지 않는다.


우리 마누라는 스테이크 소스 찍어먹는걸 좋아하지만 아무튼 난 노말에 제일 좋아.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쭈쭈, 우리 댕댕이도 고기 먹을꺼야? 자, 여기 한우"


"아옳옳!!"

"여우가 우리집 루리보다  먹네요"


"그래서 루리가 불쌍하다고?"

"아뇨, 루리 꼴 좋다고요"


"니들은 천생 남매구나"

현관합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애초에 어떤 남매가 서로를 이성으로 보니. 미치셨습니까, 휴먼?

남매가 서로를 좋아하는건 픽션에서도 이미 차고 넘친단다. 자고로 남매는 서로 죽일듯 싸우는게 정상이지. 알겠니?


"뭐  도와드려요?"


"됐어, 댕댕이랑 놀아줘"


여우는 하드웨어는 개인 주제에 소프트웨어는 고양이나 다름없어서 사료 샀더니 딸려오는 고양이 장난감으로 놀아주니까 엉덩이와 꼬리를 씰룩거리면서 뛰어다니고 있다.


백리는 저녁 준비를 도와주다가 댕댕이랑 놀아주는 예진이를 보고 한동안 멍 때리고 있었다.

아니, 이 새끼가?


"백리야"


"......."

"백리야"

"......어? 아, 왜요 형?"


슬쩍, 나는 한국에서 샷건을 구매할 수 있는 절차가 어떻게 되나 생각해보았다.

미국에서는 총기 합법이니까 구하기는 쉬운데 한국은 이럴 때는 불편하다니까.


내가 총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총도  나름이다. 때에 따라서는 필요할 때도 있다. 바깥에 나가서 주먹 내미는 것보다 총구 겨누는게  확실한 것처럼 말이다.


"동정 유지해라 백리야. 여친 생기면 뒤진다"


"아까는 여친 만들라면서요?!"

그렇다고 어떤 미친 새끼가 새파란 고등학생 여친 만드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성년자는 안된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를 수십가지를 댈  있을 정도인데 설령 중세시대라 조혼을 하더라도 미성년자는 절대 안된다.


아는 사람에게 딸 가진 아버지들을 위한 샷건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겠군.

가라! 프레드릭슨(샷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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