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라쿤맨 비기닝]
소금이 왜 소금인줄 아나? 그건 소금(小金)이라 불릴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진짜로 깊게 파고 들어가면 순우리말인 소곰에서 나온거다.
하지만 그렇게 부른다 하더라도 납득할만큼 소금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다. 고기 없이 살아갈 수는 있어도 소금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것처럼 말이다.
나도 막 지금 같은 현대 사회가 아니라 중세 비슷한 사회에서는 소금 같은거 사려고 쌀 됫박은 주고서야 겨우 한줌 얻어올 때가 있었다. 그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도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게 소금이다.
괜히 매염상이 짭짤하다는게 아니야. 이중적 의미로라도 말이지.
아무튼 기본적으로 탄소 생명체라면 소금은 꼭 필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 소금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젓갈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젓갈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염장이라고 해야겠지. 아무튼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소금에 절여서 만드는 것을 보통 젓갈이라고 하기는 한다. 그리고 어떤 사회던 소금이 중요한 위치에 속한다면 그런 분야의 요리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여태까지 수십번 환생하면서 된장, 간장 없는 차원은 많이 봤지만 하다못해 소금에 절이는 요리 하나 없는 차원은 본적 없다. 나도 일단 기본적으로 환생하는 것은 인간이니까 대체적으로 그렇거든.
아무튼 그 중에서 젓갈은 단언컨데 개쩐다고 말할 수 있다. 김치 먹는 사람들 중에 젓갈 안들어간 김치는 없으며 명란젓 한번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자고로 소금이 절이는 염장은 진리다. 짠거 하나만 있어도 밥이 한그릇은 그냥 꿀떡꿀떡 넘어가거든.
윤기 흐르는 뜨끈한 밥 위로 명란젓 하나 얹어서 그대로 수저로 떠 먹으면 그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
"먹을거 이야기 나오면 한도없이 길어지는게 당신 특기입니다"
"냅둬. 너도 덕질 이야기 하면 마찬가지잖아"
"음, 이거 새우젓 괜찮네요"
우리가 상품권을 받았던 광장 위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동굴 안에서 보았던 황금 조각상(도금도 아님)의 원 캐릭터로 보이는 인형을 보면 마찬가지로 이게 마스코트인 모양이다.
근데 그딴거 내 알바 아니다. 시벌, 마스코트 어쩌라고. 내 관심사는 단언컨데 젓갈이다.
.......젓갈 하니까 생각난건데. 콩쥐팥쥐 원전에서는 팥쥐가 젓갈로 담궈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벌, 루시안 그 새끼 괜히 동화 원전 같은거 이야기 해줘서는. 신데랄라 원전 읽으면서 자란 새끼 아니랄까봐. 동심 파괴되어서 개빡치네.
참고로 인간 고기는 맛 없다. 소나 돼지는 먹으려고 기르니까 맛이 있는거고 보통은 맛이 없는게 당연하지. 그렇게 기르면 또 모를까......인육 맛은 어떻게 아냐고? 노코멘트.
기념품 매장에는 동굴에서 안팔던 젓갈들이 늘어서 있었다. 맛은.....뭐, 그럭저럭. 하지만 젓갈이라는 것 자체가 맛이 그렇게 뛰어난건 아니다. 소금에 절이는 요리인데 어지간해서 망치는 일은 없지. 계란 후라이 하나 부치는 것도 망치는게 아닌 이상 맛이 없을리는 없다.
새우젓, 조개젓, 명란젓, 오징어젓......흠, 까나리 액젓은 없군. 아, 그건 너무 매니악한가. 예능 프로를 너무 본듯.
전부 짜긴 하지만 한수저만 있다면 밥 한그릇은 가뿐하게 해치우는게 젓갈이다. 솔직히 지금 밥이 너무나도 땡긴다.
"명란젓 하나 얹어다가 참기름 뿌리고 김에 싸서 먹으면 엄청 맛있겠어요"
"그치? 그치그치? 우리 예진이 맛잘알이였네"
"솔직히 그건 호불호가 없는 조합입니다"
일단 아까 동굴에서 샀던 와인 외에도 젓갈을 몇통 정도 샀다. 음, 이 묵직한 느낌이 너무 좋아. 알찬 느낌이 든다.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손은 무거워지는 법. 그리고 마음은 들뜨는 법이다. 아, 근데 상품권으로 써서 지갑이 가벼워진건 아니네.
"다른건 뭐 구경할거 없나? 이거 말고도 저 아래쪽에 시설이 따로 있는 모양인데"
"......내려가면 다시 걸어서 올라와야 하지 않습니까?"
"싫어? 그러면 내가 들고 올라오면 되지 뭐"
"아, 그건 좋습니다"
"자기 발로 안걷는거면 좋다는거예요? 아주머니 체력이 낮은 이유가....."
"힐 신어서 그렇습니다"
"변명은 좀 더 설득력있게 해보시죠?"
만약 좀 더 발전된 세상이였다면 그냥 반중력 기술로 날아다녔을텐데 시온에게 직접 걸어다니기 위한 체력은 적다. 그냥 평범한 사람 정도는 되는데 본인이 싫어한다. 대부분 땀 나는 몸 움직이는 일은 거의 다 별로라고 생각하는게 좋다.
"침대위에선 안그런데"
"그건 그거지 않습니까"
"사람들 많은데 그런 소리 하실거예요?!"
아무튼 우리들은 내려가기로 했다. 광명동굴 관광치는 크게 3 구역으로 나뉠 수 있는데. 제일 위에가 동굴 입구가 있고 그 좀 아래에 매표소를 비롯한 기념품 판매점, 아까 시온이 모델 워킹을 했던 광장등이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서 좀 내려가야지 나오는 곳이 저 아래의 뭔가 큰 건물과 식당이 있는 곳. 거기에 더불어서 주차장과 여기까지 오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주로 차가 다니는 곳이다.
아마 차를 끌고 왔다면 저기서 세워놓고 올라와야 했을 것이다. 음......결국 뭘 해도 올라와야 했다는 소리네.
아래에도 푸드 트럭은 있었지만 먹을건 별로 없었다. 위에서 먹은 스테이크 생각하면 다음에 뭘 먹어도 비중이 약해서.....그냥 식당 들어가서 밥이나 먹는게 좋으려나.
"리사이클 센터에 동물원 같은게 있다고 하는데요?"
"갑시다"
"우리 마누라 동물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시온은 동물이라면 시족을 못쓴다. 나도 동물은 대부분 좋아하지만 원숭이 같은 영장류 계통은 별로 안좋아해서.....그런데 시온은 가리는거 없이 다 좋아한다. 특히나 수달이나 고양이과 같이 귀여운 애들이면 더욱.
아마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살았다면 집에서 수달을 기르지 않았을까? 수달 귀여웡.
"그런데 동물원 같은 시설이 실내에 있을 수 있던가? 작은 동물들이면 몰라도 큰 동물들은 힘들텐데"
"작은 동물 모아둔 소동물원 같은거 아닐까요? 포스터를 지나가다 살짝 본거라서 잘 모르겠어요"
2층에는 식당을 겸용하고 있는 건물이 있는데. 거기가 동물원이 있다는 리사이클 센터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서던 시온이 단숨에 분위기가 팍 죽었다.
"뭡니까 이게"
"리사이클 센터가 복선이였네"
포스터 부터 오해할만 했다. 동물원이라고 해놓고 딱히 전시관이라고 해놓지도 않은데다 포스터에는 동물 한마리 보이지 않았지만 반대로 전시물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냥 포토샵으로 그라데이션이랑 무늬 넣은듯한 배경에 동물원이라고 써놓은 수준이다.
리사이클 센터라는 말은 재활용 센터라는 뜻이다. 건물 안에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는데 다 쓴 물건들로 동물 같은 형태를 만들어서 거의 실물 크기로 전시한 작품들이 늘어서 있었다.
폐목재로 만든 사자라거나, 못쓰게된 은색 수저로 만든 독수리라거나. 솔직히 동물원이란 말에 기대하지 않아도 그냥 보는 것으로 충분히 눈요기는 될 작품들이였으나 시온이 동물원이라고 생각한게 문제였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 수 있을법하게 시온이 시무룩해졌다.
"앗, 아주머니 반응이......"
"사람이 기대를 배신당하면 당연한 반응이지. 나중에 따로 동물원이라도 가게 계획 잡을테니까 지금은 구경이나 하자고"
".......알겠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댕댕이를 호메떼 해주는걸로 참겠습니다"
아마 집에 돌아가면 예진이도 없이 하루 동안 집을 비운거니 댕댕이가 단숨에 달려와서 꼬리 흔들며 호메뗴! 호메떼! 쮸인님 호메떼! 그러는 느낌으로 부비적거릴거다.
여우는 귀엽지. 나도 좋아해. 우연찮게 키우게 됐지만 댕댕이가 우리 집에 와서 좋다고 생각한다.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예술성보다는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라서 크기만 작다면.....아니, 크기가 크기이기 때문에 그 노력이 돋보이는 느낌이니까 작으면 오히려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흠, 그래도 미술품 적으로는 나름 좋습니다"
"이 쪽에 관심 있으세요, 아주머니?"
"저는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들을 다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 덕질을 더 좋아하는 것 뿐이지 예술 작품도 종종 모으고는 합니다"
"주로 어떤걸요?"
"개인적으로 소장중인 고흐 작품 미공개작이 있습니다"
"쩐다!"
"그거 당사자한테 사기쳐서 받은거나 다름 없잖아"
"몇달 맘 놓고 그림 그릴 돈으로 작품 몇점 얻은거니까 상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당시 기준으로 등가교환인 정당한 거래입니다"
지구라는 별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몇개 차원 넘어가면 하나쯤은 있는 꽤 많은 별이다. 그리고 그런 지구에서 나도 환생한 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그러다가 시온이랑 같이 여행하면서 역사속의 위인들을 만나본 적이 종종 있다.
마치 닥터후의 모 에피소드처럼......아니, 그건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간거지만 우리들에게는 그 시점이 현재니까 다르지.
아무튼 그때 시온이 돈을 주고 작품을 몇개 샀다. 전부 사고 싶었지만 개인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을 몇개 정도만 있다면 된다고 해서 본인이 그 정도로 참았다. 내가 기억하기로 시온을 모델로 한 그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환생하다 보면 역사속 위인을 만나는 것도 이상한게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로드는 안중근 의사님도 만났다더라. 그건 좀 부러운데.
두두두두두!
한창 작품을 감상하고 있던 찰나, 어디선가 진동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내 감각이 반응하는건 아닌걸 보아 딱히 전투나 그런쪽 관련은 아니고. 어디서 공사하는 걸로 보이는데.
창 밖을 보니까 한쪽에서 굴삭기나 인부들이 돌아다니면서 토공사를 하고 있었다. 나무가 수북하게 자라 있을 곳을 파서 황토색의 흙만 드러나 있는 모습이다.
"뭐 공사하나 보네. 도로라도 만드나? 아니면 새 시설?"
"아무렴 뭐 어떻습니까. 크게 방해 되는 것도 아닌데"
공사 현장이랑 거리도 있고 건물의 방음이 잘 되어 있는지 소음이 크지 않다. 그냥 일상 생활 속의 소음 같았다.
덕분에 우리들은 별 신경 안쓰고 전시장 내부의 작품들을 구경했다. 나름 기념품 관도 있었는데 딱히 살 만한건 보이지 않았다. 취향이 안맞아. 취향이.
"안에 팥 밖에 안들어간 전형적인 특산빵 같은거 있었으면 하나 샀을거면서 뭘 그럽니까"
"아, 아저씨는 죽어도 먹을거군요"
"그게 뭐가 나빠서?! 자고로 먹는게 남는거라고 했으니 기념품으로 먹을거 사면 엄청 남는거지!"
"하지만 물건으로 사면 추억이 남습니다"
"이런데서 없는 문과 감성 터트리지 말라고! 그리고 그거 한번 써먹었잖아! 자고로 반복해서 써먹으면 그 효과가 반감되는거 몰라?"
"그러면 왜 청산별곡의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는 자꾸 그러는겁니까?"
"그거야 악기 음악소리 같은거 비슷한 느낌이라서. 추임새 같은거야"
"얼쑤!"
"아, 그런거"
"신기하게도 예술 작품에 일가견 있는 아주머니가 이과고, 천생 문학이랑 담 쌓고 살것 같은 아저씨가 문과라는게 이상해요"
"그렇게 극과 극으로 나뉘니까 서로 충돌할 일이 의외로 없지.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한 같은 주제로 의견이 달라서 싸울 일은 없거든"
노선이 다르다. 노선이. 부부끼리 공통적인 면모가 있는건 당연하지만 다른 면모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와 시온의 경우에는 서로 존중도 해주고 분야도 다르니 충돌할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설령 충돌해도 내가 팔불출이라 먼저 포기하거나 사과해서.....솔직히 부부싸움으로 갈 것은 여태까지 살아온 삶에서도 손꼽힌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네. 다음은 밥이라도 먹을까? 여기 위에 식당이 있으니까......음?"
내가 불길함을 느낀 그 순간 왜애애앵! 하고 차원진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밝았던 관광지에 다짜고짜 날벼락이 떨어진다.
가족끼리 놀러왔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고, 황급히 차량에 타서 도로로 나가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타이밍 참 엿같은데. 운명의 절대자가 복수라도 하는건가. 트러블 같은거에 휘말릴 때는 항상 그 생각 밖에 안나던데"
"저번에 그녀한테 뭐라고 했습니까?"
"태초부터 거기에 거미줄 친 여자"
"그럴만도 합니다"
운명의 절대자는 운명이란 개념을 다스리는 절대자다. 내가 사용하는 확률 조작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범용성이 높다. 내가 사용하는 확률 조작은 기껏해야 눈앞의 결과를 바꾸는데 사용되지만 운명의 절대자가 힘을 쓰면 아무리 불확실하고 가망없는 결과라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상황과 같이 하필이면 우리들이 놀러온 날 코앞에서 차원진이 일어난다던지 말이다.
"이런 일 한두번도 아니니까 놀랍지도 않다 야"
"어, 일하실거예요?"
"응, 놀라지 않는 것과 화나지 않는건 별개니까"
간만에 가족끼리 여행 나왔는데 그게 전부 다 망쳐지는 느낌은 참 좆같다. 아무리 기분이 좋았어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화풀이를 풀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어차피 여기는 가족이나 커플인 사람들이 많이 온 곳이라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사상자가 크게 나는데다가 산 속이라 들어오는데 시간이 걸릴게 뻔하다. 헬기로 인력을 수송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으니 초기 대처가 힘들게 분명하다.
나는 두사람을 일단 여기에서 피하게 했다. 이미 도로는 몰리는 차들로 막힌데다가 하다못해 버스조차도 도망치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이런 상황에 어디론가 도망치는 것보다 피해있는편이 낫다.
위에 동굴이 있으니 거기 들어가 있으면 일단 안전할 것이다. 이곳 시설에는 따로 피난용 벙커는 없지만 탄광으로 사용했던 시설이라면 안전을 위해서 어지간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을테니까.
"어떤 새끼가 나오던 간에 일단 대가리를 깨주마. 간만에 놀러 나왔는데 그걸 망쳐? 사람 빡치게 만드는 것도 유분수지"
차원진이 일어나는 장소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아서 중형 이상의 적성종이 나온다면 분명 피해가 끼칠게 분명한 거리였다.
하지만 거기는 다행히도 아까 봤던 공사현장 한복판이였다. 적어도 약간의 피해는 생각할 필요 없이 조져버릴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라쿤맨 마스크를 쓰고 차원진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깐 시계를 보았다.
"마침 시간도 오후 2시.....! 괴물새끼 하나 조져도 죄책감 따위 없을 참 좋은 시간이군"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손에 쥘만한걸 찾았다. 나는 맨손 무투파라 무기를 든 것보다 맨손이 쌔다. 즉, 맨손으로 싸우면 한방에 조질 가능성이 높다.
가족 여행을 망쳐놨는데 한방에 죽는다고? 거 시발 편히 죽여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러다가 딱 좋은 무기를 발견했다. 공사를 하던 인부가 쓰다가 놓고 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좋았다. 묵직한 그립감이 전해지고 나도 군대에서 쓰던 기억이 있어서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아, 기껏해야 작년이구나.
쩌저저적!!!
이윽고 허공이 갈라진다. 무색반투명한 육각형의 파편들이 흩날리면서 그 틈새로 놈이 모습을 내보인다.
크기는 작았다. 하지만 소형이라고 무시할 녀석이 아니다. 인간과 흡사한, 전에 미국과 한국, 중국에서 나타났던 인간형 적성종 같은 모습이였다.
내가 본적 있던 미국에서 나온 놈과는 다른 형태였다. 마치 중국에서 나왔다는 방어 중시 형태의 두터운 외갑을 자랑하는 녀석에 더 가까웠다.
놈은 녹색 안광을 빛내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여타 적성종과는 다르게 괴성도, 포효도 없이 조용히 분노를 불태운다.
"어서와"
나는 들고 있던 무기를 머리 위로 바짝 들어올리고 힘차게 내려찍으면서 말했다.
"곡괭이는 처음이지?"
로드 오브 곡괭-E!!!!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