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7화 〉[라쿤맨 비기닝] (164/507)



〈 167화 〉[라쿤맨 비기닝]

젓갈 코너는 아무래도 사정상 문을 닫은듯 했다. 이 새끼들.....내 기대를 박살내다니. 배신당한 느낌이야.

하지만 와인 코너는 멀쩡했다. 젓갈보다는 장사가 잘 되는듯 하다.


"천천히 둘러본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봤네. 겨우 2시간 걸렸나?"

"그러게요. 계단에서 빨리 걸어서 그런가?"

"덕분에 저는 죽을 맛입니다"

"체력이 부실해서 그래.  좀 움직이고 그래야지"


"체력 키우겠다고 외출하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헬스장 전세 내면 또 모를까"


"앞마당은 괜히 있어? 댕댕이랑 술래잡기 해도 체력단련 충분히 되겠다"

"그러고 보니 집에 혼자 남아 있는 댕댕이가......!"


"개과라서 심심해하기는 해도 들어가서 놀아주면 돼"

"돌아갔더니 댕댕이는 죽어 있고 누군가 람보르기니를 훔쳐서 몰고 갔다면?"

"존 윅보다 많이 죽이는걸 보여주면 되겠지"


차 가져간건 경찰에 신고할 안건이지만 댕댕이를 죽이는건 법에 맡길 생각이 없다. 겨우 여우 목숨 하나라고 그럴지는 몰라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목숨이다. 그렇다면 똑같이 목숨으로 되갚아줄 뿐이다.

그렇지만 다행인건 그럴일이 없을거라는거. 우리 집은 처음부터 시온이 만든거라 시큐리티가 엄청나다. 도둑이 들어오려고 했다간 일단 뼈도 못추릴거다. 담 넘어 오는 순간부터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것이다. 그런데 댕댕이를 죽이는건 무리지.


"와인이라고 했더니 포도로 만든건 아니고 머루 와인이라고 하네"

"아, 포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알맹이는 작은 그거 말하는겁니까?"

"응, 그거"

"나도 마셔야징"

"미성년자는 안.....아, 포스 유저라 괜찮네. 대충 성인인  하고 마셔"

동굴 안쪽 통로에 마련된 와인 코너에서는 소주잔 같은 크기의 작은 종이컵에 조금씩 와인을 담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식해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좀 몰려 있어서 줄 서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머루 와인입니다. 한번 시식해보세요!"


"구매는 이쪽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남녀 직원 두명이 시식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었다. 어느덧 우리 차례가 되어 종이컵을 받아 조금 입안에 와인을 머금어 맛을 음미해 보았다.


종이컵에 담겨 있는데다 동굴 안이라 색은 보라색이다 못해 검어 보이는 느낌인데 첫맛은 시큼하고 약간 쓰다. 하지만 그 뒤에  시큼함을 넘어서는 단맛이 느껴진다.

"단짠 조합은 진리입니다"

"이건 짠게 아니라 시큼한거잖아"

"처음에 마실 때는 시어서  그런데 뒷맛은 달달해서 좋네요"

"그러면 하나 살까? 나중에 집에 가서 가끔 마시면 좋겠다"

어차피 이런데 왔다면 기념품 하나쯤은 살 생각이 있다. 특히나 다른 쓰잘데기 없는 기념품이면 몰라도 먹는거면 나도 지갑이 쉽게 열린다.


한병은 우리가 마시고, 한병은 나중에 백리나 줄까 해서 두병을 구매했다. 묵직하긴 해도 지갑은 가벼워 졌으니까 괜찮다.

"여기는 빵 같은거 파는 모양인데요"


"뭐야, 싸구려 바움쿠헨이야?"

"바움쿠헨이 뭐예요?"


"대충 독일 케이크 비슷한거? 나무 막대 같은거에 반죽을 묻혀서 불 위에서 빙글빙글 돌려서 굽는 케이크야. 손이 좀 많이 가는게 흠이지"


어디 디저트 전문 매장에서 파는거면 몰라도 이런데서 파는건 대충 퀼리티가 짐작이 간다. 게다가 크기도 하나에 겨우 손바닥만하다. 진짜 바움쿠헨은 하나가 시온 얼굴보다 크니까 호빵맨 얼굴이나 다름없다.

물론 들어가는 노력을 생각하면 작은게 편하긴 하다. 하지만 보니까 주 재료 중에 쌀을 넣어서 단가를 낮춘 주제에 정작 가격은 어지간한 바움쿠헨이랑 비슷한 가격을 받으니까 문제지. 이건 패스하자.

"나중에 따로 사오던가 만들어줄께. 손이 많이 가긴 해도 만들어서 먹으면 나름 맛있어"

"아저씨처럼 요리 잘했으면 좋겠다. 먹고 싶은거 만들어 먹으면 되잖아요"

"다른 기술도 좋지만 요리는 배우면 어디가서 굶어죽진 않아. 그래서 좋지"

더 안쪽에는 레스토랑 같은게 하나 있었다. 동굴 안의 레스토랑이라니 상당히 궁금하지만 시온이나 예진이나 반대했다.

"여기서 먹는 것보다 바깥에서 먹는 편이 낫습니다"

"솔직히 동굴 안에서 밥 먹으면 분위기는 좋을지 몰라도  숨 막힐것 같은데....."

"그럼 나가서 먹자. 보니까 바깥에 식당도 있고 푸드 트럭도 있던데 뭐"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여러가지 메뉴의 푸드 트럭들이 줄을 이루고 있다. 하기사 이런데는 한몫 잡기에는 좋은 자리이기는 하지.

이제 동굴 구경도 다 했겠다 바깥으로 나왔다. 동굴 안보다는 살짝 더운, 하지만 그렇다고 여름 날씨가 아니라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우리들을 맞이했다.


"어차피 식당 가서 뭐 하나 먹는다고 찰 배도 아니고. 돌아다니면서 군것질이나  해볼까?"

"자고로 관광지에서 해야하는 3가지는 주로 관광, 특산물, 기념품 세가지입니다"

"그거 빼면 솔직히 뭐가 남냐"


"추억이 남습니다"

"아니?! 이과인 우리 마누라가 어디서 그런 문과 감성을?!"

전에 말한것 같지만 나는 문과고 시온은 이과다. 종족 특성같은 탓도 있지만 그렇게 갈려서 서로 하는 일이 나뉘어져 있다. 생각해보면 몸을 쓰는 내가 문과인거랑 집순이인 우리 마누라가 이과인건  언벨런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게 지낸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이과 감성인 우리 마누라가 그런 문과 감성을 드러내다니! 감격할만한 일이다.  기쁨을 정철 아저씨와 나누자꾸나!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응? 그건 청산별곡이라 정철 아저씨 작사가 아니라고? 일단 알아보는 시점에서 넌 문과. 문학 점수는 괜찮게 받겠구나.


"일단 푸드 트럭에서 잠깐 먹을까. 뭐 먹을래?"

"그런데 푸드 트럭도 종류가 많네요"


"원래 이런데는 한몫 잡기 딱 좋은 곳이거든"


관광지라 사람들 지갑도 평소보다 잘 열리지. 비싼 메뉴도 생각보다 잘 산다. 이윤 적당히 남기면 사람들이 싸다고 팍팍 사갈껄.

메뉴를 보아하니 꼬치도 있고, 새우도 있고 스테이크도 있었다. 음, 꼬치 빼고는 전부  비싼 메뉴구만.

집에서 직접 구워먹는 편이 더 빠르고 양도 많고 좋을지는 몰라도 여기서 먹는데 나름의 기쁨이 있는 법이다. 일단 스테이크로 각자 하나씩 사먹기로 했다.

"안심 스테이크 셋이요"

"예! 감사합니다!!!"


푸드 트럭의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사장이 현찰을 받고 바로 요리를 준비했다.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도 자영업 하는....아니, 했던 이상 남일 같지는 않아서 현금으로 결제해줬다.


바로 철판 위에서 고기를 굽는다. 선선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와닿는 열기가 후끈하다. 거기에 고기 뿐만이 아니라 양파나 파프리카도 함께 굽고 작은 종이 팩 위에 매쉬드 포테이토 한 덩이까지 올려놓는다.

가격 생각하면  위에 전부 고기만 올려놓아도 모자랄 가격이지만 그래도 관광지에서 먹을거 생각하면 그럭저럭이다. 아,  또 이쪽 종사자 생각으로 말했나?


"예! 얀심 스테이크 셋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고생하세요"

젊은 사장이 내미는 종이팩을 받았다. 그런데......내 것만 적어보이는게 착각은 아니겠지? 응? 응?


같은 요리를 주문해도 보통보다 많이 나오는 우리 마누라나 포스 유저라 미모가 상당한 예진이를 생각하면  것이 적어 보이는게 착각은 아니다. 아니, 그 반대로 시온과 예진이의 것이 양이 많은 것이다.

크윽, 나도 여자로 태어났다면 개쩔었을텐데. 외모는 그럭저럭이라도 몸매가 개쩐다고! 막 망가에서나 나올법한 가슴 빵빵하고 엉덩이 큰 몸매라서 나이드신 분들이 보면 딱  잘 낳게 생겼다고 할법한 그런 몸매다. 속되게 말해서 임신 최적화 몸매, 줄여서 임최몸.


지금은 남자니까 일단 그 생각 접어두고. 나름 구운 정도는 맛있게 잘 했다. 바짝 구운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육즙이 살아있는 굽기였다. 사장 실력이 좋으니까 자리만  잡으면 장사는 잘 되겠군.


"아, 역시 고기는 진리입니다"


"고기는 항상 옳다!"

"시온 아주머니는 그렇게 먹는데 살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데 그 살이  가슴이나......윽?! 억?! 엑?!"

"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습니다"

"정작 자기도 섹드립치는 주제에! 자기 살찐거 말한다고 태클거면서!!!"


"외계인은! 살 같은거! 안찝니다!!!"

"여기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낄낄거리면서 잠깐 어디에 앉아서 먹을까 하다가 저어기 앞에 따로 광장이 하나 있었다.


뭔가 행사를 하는지 광장 앞에 세워져 있는 무대에 사회자가 열심이 진행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구경이나 한번 해볼까?"


"재미는 있겠습니다"

우리들은 광장으로 들어섰다. 옆에는 따로 군것질 거리를 할 매장들이 늘어서 있고, 분수도 있어서 거기서 애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아니, 이런 날씨에 물에서 놀면 감기 걸릴것 같지만 막 물에 흠뻑 젖거나 그런게 아니라 물을 피하면서 놀고 있었다.

광명동굴 가을맞이 행사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자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모두  알려진 사람은 아니였다.  왜 군대 가면 위문 공연할  누군지 모를 연예인 비스무리한 사람 있잖아. 대충 그런 느낌.

모른다고? 너 미필 혹은 공익.


"예! 세분 공연 잘 봤고요! 모두들 큰 박수 부탁 드립니다!!!"


우리가 막 광장의 좌석 쪽으로 갔을 때 누군가의 공연이 끝났다. 분위기 타서 슬쩍 박수나 쳐줘서 어울려 주었다.

"다음은 여기 모여계신 여러분들을 무대로 올리는 다함께 참여하는 가을 행사 코너입니다! 올라오신 분들께는 따로 드릴건 없지만 광명동굴 매장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상품권을 드립니다! 네! 혹시 올라와보실 분들 있으신가요?"

생각외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은 아니지만 상품권이라는 매혹적인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가? 솔직히 여기서만 쓸 수 있어도 기념품 같은거 사기에는 충분할테니 잠깐 참가하고 받아가려는 사람이 있는듯 하다.


그러다가 사회자가 누군가를 뽑았다. 디지털 군복을 입은 두명의 군인이다. 아니, 여기서 군인이?!


그런데 왜 커플끼리 놀러온 것도 아니고 군인만 두명이지. 님들 혹시 외박 나왔다가 점프했음? 어, 씨 나때는 검사 심해서 못했는데!!! 요즘 애들은 핸드폰도 쓰더라니!!


"네, 군인 두분께서 올라오셨는데. 어디 소속이신가요?"

"아! 11사단의 유형경 상병입니다!"


"후임인 김윤준 일병입니다!!"

"따로 여자 친구랑 오신건 아닌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부대 내에서도 친하고, 바깥에서는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서 같이 휴가 나온김에 놀러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사회자는 이런저런 질문을 해서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에는 두사람이 보여주는 태권도 시범을 보여주고 끝을 마무리 지었는데. 아무래도 부대에서 따로 연습한  같이 보인다.


니들도 고생이 많다. 나도 전역한지 얼마 안되서.....어? 그러고 보니 아직 올해 전역했네? 시벌, 개쩐다.


이윽고 두사람의 태권도 시범이 끝나자 사회자는 다음 사람을 올리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 그러면 다음에는 어떤분을......어?"


한 5초 정도 시간이 멈춘듯. 사회자는 멍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온 쪽을.

.....이럴줄 알았다면 그냥 멀찍히 떨어져서 보는건데. 괜히 앉아서 보겠다고 그래서 말이지. 응?

사회자는 다급하게 손짓을 하면서 이쪽을 가리켰다. 아니, 손짓 뿐만이 아니라 말투도 다급했다.


"거기 계신 두분! 네! 거기 있는 은발의 미녀분이랑 옆에 계신 분이요! 네! 거기 두분!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 상품권도 있습니다!"

멀뚱히 무대를 보고 있던 시온이 자신과 예진이를 가리키며 의문을 표했지만 사회자는 확실하게 두사람을 꼬집어 말했다. 시온에게 빛이 바랜다 할지라도 예진이도 포스 유저라서 눈에 띄는 미녀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리가 있어도 발견 될 수밖에 없었다.

시온은 거부의 기색을 풍겼지만 예진이가 웃으면서 같이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나는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피할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상황이니 잘 하라고 기원해주는 수 밖에 없다.

"예! 관중석에 계시던 두분을 모셔왔는데요. 이야.....정말 예쁜 분이시네요. 일단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시온이라고 합니다"

"천, 아니 최예진이예요"

"어? 최시온씨는 외국인으로 보이시는데 성이 한국적이시네요?"


"귀화 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시온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사람들의 시선에 달라졌다. 특히나 남자들의 시선이 활짝 밝아진데다 아까 내려갔던 군인 두명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나름 매너 좋게 시온은 그런 두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성이 같은데 두분은 어떤 사이신가요?"

"아, 그게......"


"딸입니다"

"어?"

"딸입니다"

시온이 슬며시 예진이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우리 집에서 예진이의 위치는 딸이나 마찬가지다. 친딸은 아니더라도 딸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책임진다는건 그런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집안 말고 팬텀 쪽의 류씨네 집안의 가훈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정은 피보다 진하다'라고. 핏줄도 중요하긴 해도 정을 준것도 중요하다는 소리다.


나와 시온에게서 친자식이 없는만큼 종종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곤 했었다. 비록 자식이 먼저 죽기는 하지만 그래도 친자식처럼 사랑을 해줬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혹시 나이가......?"

"여자의 나이를 묻는건 실례입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크흠, 아무튼 다음은 장기자랑 코너입니다. 혹시 뭔가 잘하시는게 있으신가요?"

솔직히, 시온이 가만히 앉아서 웃기만 하더라도 그림의 화폭이 되는데 장기자랑 같은게 필요할리 없었다. 예전에 어떤 유명한 화가가 시온을 보고 무릎꿇고 빌어서 모델이 되어준 적도 있었을 정도다.

마치 인형같이 인간미가 없어보이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미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것은 쓸데없다. 그냥 잠깐 시온을 보는 시간을 가지는편이 낫다.


"음, 딱히 잘하는 것은 없습니다. 장기라고 할만한 것은 없으니......그러면 모델 워킹이라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주머니?!  그거 못하는데요?"

"저만 따라하면 됩니다"

시온은 집순이다. 방구석 폐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몸으로 하는 일은 대부분 못한다. 외모에 비하면 노래라던가 춤이라던가 전부 못하는게 태반이다. 그나마 나랑 둘이서 추는 춤은 추긴 하지만......그거야 노래가 느린거라 그런거고. 댄스곡이 전부 빠른 리듬인 현대 사회라면 중간에 스탭이 엉키는게 눈에 선하다.


우리 마누라 몸치라니까. 그래서 초월자로서 전투력은 형편없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밖에 못해.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음악 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박자가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린 것도 아닌 약간은 소란스러운 음악이 틀어졌다.

시온은 음악에 맞추어서 무대 위를 걸었다.  쓰는 일은 못해도 걷는건 당연히 할 수 있다. 모델 워킹 정도야 예전에도 종종 해봤으니 당연히 가능하다.

예진이도 포스 유저라서 반사신경이나 육체능력은 좋아서 시온을 따라해 나란히 걸었다. 두 사람이 무대 위를 거닐자 한 순간에 주변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좌석 뿐만이 아니라 서서 구경하는 관중들이 시끄럽게 환호성을 보냈다.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배경 음악보다 환호성이 더 컸을 정도다. 겨우 1,2백명에 불과하던 관중이 단숨에 그 몇배로 늘어난다.

이내 무대의 끝에서 시온은 허리춤에 손을 얹어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머리칼을 뒤로 넘겨 자신을 뽐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오히려 이럴 때는 그런 표정이 더 어울렸다. 감정을 드러내는건 몰라도 모델이라면 오히려  편이 나았으니까.


예진이도 얼추 따라했다. 내가 보기에는 약간 모자란 구석은 있었지만 시온을 잘 따라해서 남들이 보기에는 큰 지장은 없었다. 미녀인 두사람이 동시에 모델 워킹을 하니 반응이 장난 아니다.

"예! 두분의 멋진 모델 워킹! 정말 잘 봤습니다! 반응도 장난 아닌데요. 일단 저희 광명 동굴 시설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온이 사회자에게 인사하고, 다시금 관중들에게 손키스를 날리며 인사했다. 표정은 무표정이라도 외모가 넘사벽이라 그런걸 신경쓰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앵콜! 앵콜!!!"

아니, 앵콜은 노래에서나 쓰는거고. 한번 더 모델 워킹하라는데 앵콜은 아니지. 앵콜은.

사회자는 조금 아쉬운듯 보였으나 길게 잡지는 않았다. 진행 시간이 따로 있었으니 그걸 맞추려면 시온만 잡고 있으면 안될테니까 말이다.

"네! 그러면 좋은 무대를 보여주신 최시온씨와 최예진 양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진다. 대부분 시온의 외모를 보고 그러는 것이지만 그래도 시온이 환호성 받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자기 마누라를 내가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해도 마누라가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은 기뻐해야 당연한 일이다.


예진이도 잘 했어! 아니, 시온이 먼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진이 너도 잘 했어!!!

"상품권 받아왔습니다"

"얼마짜리야?"

"하나에 3만원짜리 2개입니다"


"오,  큰거 줬네. 기념품 같은거 하나 살  있겠다"


"저희가 몸 팔아서 사왔어요"


"아니?! 그 말은  위험하지 않아?!"

몸 판다는 이야기가 그 이야기가 아닐텐데!!!

무대에서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다음에는 기념품 가게라도 들러보기로 했다. 여기 있다간 행사가 우리 마누라 주최로 바뀔 판이다.


"아, 기념품 매장에서는 동굴에서 안팔던 젓갈을 판데요"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새우젓 가즈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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