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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화 〉[라쿤맨 비기닝] (152/507)



〈 155화 〉[라쿤맨 비기닝]

요정 눈물로 있었던 해프닝은 러시아 신문에도 나갈 정도로 큰 소란이였다. 러시아도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은 있는것 같다.


다른 효능은 알아도 요정 눈물이 탈모에까지 효과가 있을줄은 몰랐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 애초에 요정 눈물을 거래할만한 문명 정도라면 탈모 치료제 정도는 개발해서 탈모인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


"탈모는 모든 탈모인들에게 있어서 지옥의 형벌과도 같습니다"


"너는 탈모인게 아니라 탈주한거잖아.  자리에 없었으면서"

"근데 어떻게 합니까.  소란이 큰데"

"신문에도 대문짝하게 났으면 한국은 보나마나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대충 짜집기 해다가 기사로 올리는 우리나라 기레기들 보면 이런 사건은 분명 포털 사이트에도 올라가 있는게 당연하다.

이건 사실이니까 둘째쳐도 그런 기레기들은 나가 죽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일단 러시아에서 일을 마무리 한다.  뒤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으흠, 으흠, 그 다음 단계는 뭡니까?"

"끝인데"

"우리 남편은 계획이 없는게 장점입니다"

"그거 나 칭찬하는거야, 비꼬는거야"

"아무튼 대충 그렇게 갑시다"

"어이 방금 내가 물어본 질문에 대답부터 하시지?"

내 말에 시온이 자신의 다리 사이를 내려다 보았다.

"질문 말입니까?"

"아니, 거기서 섹드립이!"

확실히 거기도 질문이기는 한데! 질문이기는 한데!


울 마누라가 먼저 섹드립을 쳐오는거 보면 어지간히 쌓인듯 보인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섹스해야겠다. 아마 하루 종일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쪽 일도 마무리가 됐습니다, 아마 하루 이틀 사이면 돌아갈  있을겁니다"


"쉽게 보내줄지 의문이네"

"안보내줘도 못 가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가면 결례라서 그렇지"

여태까지 호감도 쌓아놓은게 있는데 선택지 잘못 골랐다고 한큐에 그 호감도가 다 날아가면 기분이 잡친다. 가끔가다 그런 미연시가 있더라.

.....뭐, 왜, 뭐. 나도 시온 못지 않게 덕질 좋아한다고. 안그러면 섹스, 밥, 덕질 세가지 밖에 안좋아하는 우리 마누라랑 잘 지낼리 없잖아. 부부간에는 존중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다음이 이해라고.


"한국 쪽은 뭐.......커뮤니티만 봐도 대충 알겠네"

"라쿤맨 근황 짤 같은걸로 잘 돌아다닙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라던가"

핸드폰으로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어가서 대충 반응을 살펴보았다.

[라쿤맨이 러시아에서 탈모 치료제 뿌렸다는데]


[님 구라ㄴㄴ]

[주러 대사관 직원이 인증 깐게 어젠데 무슨 개소리야]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재생 포션이나 방사능 처리 장비도 있다고 하던데......]


[시바! 지금 탈모 치료제가 나왔는데 그게 문제냐!]


[탈모는 이 라쿤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정말 고마워요 라쿤맨!!!]

[그래서 언제 시판됨?]

[몰라, 아직 안나옴]



대충 이런 분위기다. 아니, 새끼들아 그거 탈모 치료제 아니라고. 더 좋은거라고. 건강 보조제......아니, 한국에서 그거 법이 빡빡했지. 아무튼 탈모 치료제는 따로 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은거라고!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남는건 진짜로 탈모 치료제를 뿌리던가 그냥 냅두던가 둘중 하나다.

"어떻게 하실겁니까?"

"고민 중이야"

막 반중력 기술같은거라면 생각하고 말것도 없이 그냥 무시했겠지만 하필이면  애매한게 탈모 치료제다. 직접적으로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거라서 안주기도 좀 그렇다.

나는  몰라도 지인 중에 대머리인 사람이 종종 있으니까 그 고통이 심하다는건 알고 있다. 아, 육체적 고통 말고 정신적 고통이.

"원료만 있다면 추가적인 제작은 그리 어려운게 아닙니다"

"그 원료가 지구 기술로는 만들기 어려운거던가?"


"만들기는 좀 귀찮기는 하더라도 개발한다면 생산하는건 어려운게 아닙니다. 대충 제작 방법만 알려준다면 될겁니다"

"그러면 주지 뭐"

"제조법을 담은 USB는 여기 있습니다"

"역시 우리 마누라야. 준비성이 철저하네"

이미 지구 문명으로는 만들기 힘든걸 진작에 뿌렸는데 고작 탈모 치료제 뿌렸다고 해서 더 달라질건 없다. 아니, 사람 생사가 관련된 것도 아니고 탈모 정도야 뭐.

솔직히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살하는거 외에는 탈모로 죽는 사람은 없을거 아니야. 그러니까 기부했다는  치지 뭐.


나는 일단 차경환 대사를 불렀다. 저번과는 다르게 훨씬 밝은 얼굴로, 짧은 머리카락이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저번보다는 조금  자라서 그냥 군바리에서 전역 전날의 말년 병장같은 스타일이 되어 있었지만 아무래도 온전히 자신의 머리카락이라는 점이 더 자신이 있어보였다.

"어쩐일로 부르셨습니까?"


"거 아저씨 며칠 사이에 태도가 바뀐거 아냐?"


"평생 숙원이던 탈모마저 고쳐주셨는데 그럴만도 하지요"


저번에는 상당히 밉상이였는데 이번에는 쓸개라도 빼줄 정도로 호인 같은 인상이다. 관상 자체도 그리 나쁘게 보이지도 않았고. 자리와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건가.

아무튼 나는 시온에게서 받은 USB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탈모 치료제의 제조법이 담긴 USB인데"

".......!"


차경환 대사의 손이 덜덜 떨리면서 조심스럽게 USB를 잡았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반대로 탈모도 걸려본 사람이 잘 안다. 나야 안걸려봐서 잘 몰라.


하지만 적어도 그는 잘 알고 있을테니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아저씨가 저번에 마신 요정 눈물은 시판용이긴 하더라도 그 양이 많지는 않아. 유명 브랜드의 와인이라도 많아야 수만병이고 적으면 수천병인데 그걸 약으로 환산해도 전세계 탈모인들이 쓰기에는 턱없는 양인거 알지?"


"물론입니다"

"일단 그거 가져가서 정부 쪽에 전해줘. 머리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돈이 될지는 잘 알고 있겠지"


생명에는 지장 없어도 유전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불치병이나 다름없다고 들었다.


농담 삼아서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면 노벨상 수상 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그건 과장이겠지? 뭐, 받아도 내가 아니라 시온이 받겠지만 자기가 개발한 기술도 아닌데 일부러 받으려고 할리 없다.


"치료제는 어떤 타입입니까?"

"차 대사님이 마신 요정 눈물같은 즉효성은 없지만 최소한 일주일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입니다. 바르는 타입과 먹는 타입이 있는데 혹시 모르니까 취향 생각해서  다 담아놨습니다"


"굉장하군요. 과학적인 기술만 뛰어나신줄 알았는데, 이런 쪽에도 일가견이 있으실줄은 몰랐습니다. 아! 생각해보면 재생 포션도 그런 분야였군요!"


"뭐, 솔직히 생명 공학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니기는 합니다만"

시온은 이과지만 그 중에서 전공은 물리 쪽이다. 인체에 관련된건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그쪽 계열은 외부의 다른 자료들을 참고하거나 기술이나 물품을 사들여서 사용하는 편이다.


재생 포션도 자체제작이 아니라 델타 캐슬산인걸 보면 알 수 있지.


"......그러면 수익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그건 정부에서 쓰라고 해. 대신 적성종으로 인해 생긴 피해 복구  지원용으로"


"네?! 하지만 수익의 장난 아닐겁니다! 돈이 억 단위로 들어도 탈모를 확실히 치료할  있다면 낼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데 지속적으로 치료제가 필요한 타입이라면 장기적인 수익만 놓고 봐도.......!"

"돈 같은게 필요할것 같아? 우리가?"

애초에 시온이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돈도 돈이지만. 정말로 돈을 벌고 싶었으면 이런 것보다 차라리 다른 기술을 팔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반중력 기술만 판다고 한다면 당장에 기업이 아니라 국가 단위로  싸들고 올거다. 미국이라면 나사 예산을 써서라도.....아니, 나사에서 오히려  줘가면서 사오라고 하겠지.

근데 고작 탈모 치료제 정도로 벌어들이는 돈을 가지고 생색낼 생각 없다. 단지  돈이 좋은데 쓰이기 바랄 뿐이다.


"난 시설 출신이야. 부모님이 20년 전의 대공황으로 돌아가셨지"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요즘 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어"

20년  대공황으로 발생한 고아의 숫자는 상당했다. 당시에 죽은 사람들도 사람이지만 남겨진 아이들은 급조된 시설에 맡겨져서 우울한 유년기, 청소년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하필이면 피해 복구하느라 들어갈 예산도 많은데 가뜩이나 행정도 씹창났다. 그런 상황에 국립 시설이 제대로 운영될리 없었다.


"어차피 그쪽에도 예산 써야하는건 마찬가지잖아. 그러면 한창 자랄때의 애들한테 잘  대우하라고. 특히나 좆같은 급식이나 지원금 빼돌리는 원장들 관리 좀 해"


"아! 그거라면 이미 개선되고 있습니다"

"구라치고 있네. 예산 문제 때문에 시설 줄이려고 언론 플레이 하는거 누가 모를줄 알아? 언론만 조작하면 국민들이  그렇구나 하고 믿어버리는 옛날인줄 알지? 요즘은 피카츄 배부터 만지고 본다고"


"........."

간간히 뉴스에서 비리터진 시설에 대해 나오고는 한다. 그래서 그에 관련된 법률을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결국은 시대가 안정기에 들어섰으므로 시설 좀 줄여서 예산이나 아끼자는 취지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개선하려고 했다면 시설 자체를 폐쇄하지 않고 원장만 갈아치웠으면 그만이다. 공무원들 하는 꼬라지 보면  답이 나온다.


"돌아가서 똑바로 전해. 나랏일에 돈 들어가는거는 솔직히 어디에 들어가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단 10원의 비리라도 발생한다면 곱게 끝날 생각 하지 말라고"


".....범법적인 일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우리나라 매년 실종자 수가 몇명이나 되더라?"

"사, 살인은 안됩니다!"


"신원 등록이 삭제된 사람을 물리적으로 갈아버리고 태워버려서 세상에 흔적도 남지 않게 만들어보면 내가 유죄가 될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확률이 높을까?"

"........."

내가 여태까지 죽인 아틀라스의 실험체들도 전부 사망 처리가 되어서 설령 알려져도 딱히 살인이 되지 않는다. 죽었던 사람을 죽인게 되니까.

"우리나라 높으신 분들이 하는 일은 안봐도 뻔하지. 그러니까 나는  사업에서 수익을 단 1퍼센트도 가져가지 않는 대신에 너희들이 잘 하는가 지켜볼꺼야. 우리 마누라가 전파납치해서 8시 뉴스 방송 타임에 모 여당의 국회의원 누구누구가 어디 기업으로부터 리베이트 받았습니다. 하는 꼴 보기 싫으면 잘해"


"아, 알겠습니다"


"난 농담은 해도 구라는 안치는 사람이다. 하겠다고 했으면 정말로 할거야. 그러니까 말부터 똑바로 전해"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해도 꼭 듣지 않는 새끼들이 꼭 있다.


특히나 높은 자리에 있는 것들은 지들의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등신 새끼들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특히나 다수에게서 권력을 이임받은 민주주의 사회의 권력자들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야 할 사안을 무시하고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새끼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런놈들을 교화하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언제나 마이너스 밖에 없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하다, 결국에는 제로 밖에 남지 않게 된다.

"다른데서 수작부리는건 참지. 애초에 그쪽은 내가 뭐라 할 권한이 없으니까"

세상에 정말로 청렴한 권력자는 없다. 설령 정말로 국민을 위하는 권력자라 할지라도 현실을 보고 타협하여 어느정도의 비리는 있기 마련이다.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바로 그 뜻이다.

그러니까 나도 여태까지 뭘 해왔고 뭘 할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지 않을거다. 애초에 내가 관심 가지지도 않을테니까.


"그렇지만 이번 사업만큼은 조심해라"


내가 장담하건데. 분명히 어디서 돈 받거나 수익을 빼돌리거나 하는 놈들이 반드시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 뉴스에 까발리고 그놈을 손수 조질거다. 내가 이렇게 경고했는데 귓등으로도 쳐듣지 않았다는 소리니까.


팬다는 소리가 아니다. 죽인다는 소리다.

비리를 저지른 국회위원 전부를 죽인다면 결국 국회의사당에는 단 한명도 남지 않을게 뻔하다. 그러니 조절은 하겠지만 최소한 처음 죽이는 그놈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정부 쪽에는 제가 확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아저씨 참 고생이 많겠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어느정도 순화시켜서 전해야 하는데......그걸 듣는 입장인 정부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포장하는데도 일이다.


대놓고 죽이겠다고 했는데 그걸 포장하려면 도대체 어떤 식으로 꾸며야할지 문과인 나로서도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차경환 대사는 웃으면서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보였다.

"이걸로 그 보상은 다 받았습니다"


남자의 자신감은 머리, 복근, 그리고 정력에서 결정된다. 솔직히 그거 3개 빼면 뭐가 더 있어? 게임 실력? 외모? 근데 외모는 머리에 들어가니까 빼. 얼굴이 엉덩이에 달려있는 외계인이 아니라면 말이야.


어찌되었건 그 중에 하나를 잃었다 얻었으니 그 마음은 참으로 기쁠듯 싶다.

"아, 그런데 그 약주를 마신 뒤로 은근히 몸이 좋아지고 아침마다......흠흠! 아무튼 원래 이런 효과가 있는겁니까?"


"이 아저씨 셋 다 얻었네"

아침 밥상이 달라질듯.

옆에 있던 시온이 슬쩍 달라붙어 왔다. 내가 욕구불만인 것처럼 시온도 슬슬 그런 낌새가 보인다.

"집 가서 하자. 응? 집 가서"

"......알겠습니다"

뭔가 벌써부터 의무방어전에 돌입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팔팔한 20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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