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4화 〉[라쿤맨 비기닝] (151/507)



〈 154화 〉[라쿤맨 비기닝]

가이아 포스라는 이능력은 생각보다 범용성이 낮았다.

예를 들어서 마법이나 무공같은건 마법서나 무공서로 입문할 수 있다. 대기중에 가득 찬 마나나 자연지기를 받아들여 내공으로 만들어서 쌓아서 실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가이아 포스는 일반인은 배우기는 커녕 습득도 할 수 없다.


기업 쪽에 소속되는 포스 유저들 중에서 상당수는 돈 좀 꽤나 있는 회장들의 몸보신 용으로 가이아 포스나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가이아 포스는 자기가 쓰는게 아니라면 휘발성이 강한 모양이다. 즉발적인 효과는 있더라도 장기적인 효과 쪽은 더디다.


특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범용성을 희생한만큼 특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누가 만든 이능력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다루기가 까다롭다.

나는 인피니티 포스 코어를 통해서 내가 인지한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것 뿐이지 진짜 포스 유저와는 다르다. 모 달동네 식으로 표현한다면 마술사와 마술 사용자의 차이다.

아니,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에미야 시로는 마술 사용자인 주제에 영령이나 쓰는 고유결계도 쓰잖아. 나는 대충 그거 비슷한거지 뭐.


"우선 포스 유저들은 자신도 모르게 선택을 받습니다. 그럴 때는 보통 심리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소가 발생합니다. 막 느닺없이 하루 아침에 포스 유저가 된다거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흐음......"

일리가 있는 말이였다.

당장 내 근처에 있는 백리만 하더라도 영등포 백화점 화재 사건 당시 자기 아버지를 구하려고 하다가 포스 유저로 각성했고 마찬가지로 루리도 어릴적에 적성종에게 쫒기다가 각성하게 되었다.

예진이는......예진이는 물어본적이 없으니까 패스. 보통은 그럴만한 계기가 주어져서 각성 했다.


"그리고 마스터 유저는 전부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목한 듯한 느낌. 그걸 인지하는 순간 포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마스터 유저가 되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전부 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요.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의 포스 유저들에게서 얻은 정보입니다. 썬더 볼트를 비롯해 나이트 가웨인, 천검, 슈텐도지, 그리고 소닉이 있죠"

"........?"


"왜 그러십니까?"

"아니, 방금 시체 이름이 하나 지나간것 같아서"

만약 우리 마누라가 들었다면 '소닉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하고 말했을거다.


[소닉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아니, 게임도 영화도 망했는데  정도면 시체지! 아무튼 듣고 있었구나! 지 혼자만 이런자리 빠져나가고 치사하게!


아마 내가 처음 듣는 이름인거 보면 호주 쪽의 마스터 유저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알리언 박사랑 이야기 할 때 음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마스터 유저도 있다고 했는데. 딱 보니까 그 녀석이네.


"아무튼 저희들은  두번째로 선택을 받은 자를 마스터 유저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선택을 받으면 그랜드 마스터가 된다?"

"그런 추정도 있지만 거기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위기를 겪거나 그만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거나"


정작 내가 포스 유저로 각성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만약 진짜 누군가가 임의로 포스 유저를 선택한다면 대충 감지할 수 있을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진짜 누가 그러는거지? 이 지구에 가이아는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조금 민감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랜드 마스터와 당신을 비교한다면 누가 우위에 서실것 같습니까?"


"당연히 나지"

아무래도 지구는 애매하게 이능력을 깨우쳐서 초월자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아마 잘해야 마스터 유저 최상위에 올라있는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행성 파괴 가능한 초월자랑 비교하면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되는 비유다.

적당히 비슷한 수준의 무림인 하나만 데려와도 이경진 아저씨도 유색공명검 쓰기 전에 이길껄. 수천년동안 무공을 발전시킨 무림에서는 천외천의 고수가 얼마나 강한지 상상은 못해도 이해는 하고 있지만 지구에서는 '초월자? 아무튼 핵 맞으면 죽는거 아냐?'하고 생각할거다.

솔직히 핵 맞고 안죽는 생물을 상상하는게 어렵지만. 아 바퀴벌레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존나 크고 짱쌘 바퀴벌레를 생각하면 될지도 모......테라포마스?


뭐, 그 비슷한 꼴로 멸망에 치닿은 문명을 본적은 있긴 하지만. 어차피 물리적으로 존나 쌔봐야 필멸자면 거기서 거기다.

"겨우 지구의 수십억명 정도로 어림도 없어. 지구의 마스터 유저는 겨우 10명도 안되지만 다른데만 가도 그런 수준의 강자는 동네 하나만 건너가도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당신 정도의 초월자는 어떻습니까?"

"나 정도? 내 수준의 초월자를 배출해낸 곳은 행성이 아니라 차원 단위로 하버드 수준의 명문 취급할껄"


자화자찬이 아니라 사실이다. 나는 조금만 더 나아가면 로드에 이르는 초월자고 그 로드는  차원을 뒤져도 많이 없다.


제 1차 차원 전쟁 때는 로드가 100명도 넘게 있었다고 하는데......그 시절에도 100명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차원에서 100명이라고. 애초에 로드랑 절대자 포함해서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초월자들을 다 합쳐도  단위일 것이다.

가챠로 치면 0.00000000000001퍼센트 정도. 그나마 1조분의 1인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그 어떤 흑우라도 1조분의 1의 확률에 돈 꼬라박지 않는다.

어? 한다고? 미쳤습니까, 휴먼? 아니, 블랙 말랑 카우?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다면 그나마 제대로 초월자라는 이름 정도는  수 있겠지. 거기까지 도달한 사람은 아직 없지만 대충 어느정도 수준일지 대충 짐작은 가. 아마 지금 거기에 제일 가까운 사람은......이경진 아저씨 정도려나"

"천검 말씀이십니까?"

"내가 마스터 유저를 전부 만난건 아니지만 일단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는 그렇지"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마스터 유저는 터키와 중국, 그리고 호주에 있는 3명이다. 터키랑 호주는 잘 몰라도 중국은 아틀라스 건으로 한번 만나볼 수 있을것 같긴 한데.

유색공명검을 쓸  있다는것 자체가 의지를 다룰 수 있다는 증거다. 유색공명검은 마음의 발현, 그것은 곧 감정을 정련하고 의지를 표출해낸다는 뜻이다.

자고로 의지를 쓰는건 초월자의 가장 기본 단계다. 무력 자체는 낮을지 몰라도 의지를 다룰줄 아는 놈이랑 신화경의 무림 고수랑 어검술이나 심검 쓰는건 별 차이 없을거다. 애초에 기본 메커니즘이 다르니까.

아예 모르는 놈들하고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의 차이는 크다. 그런 면에서 이경진 아저씨가 현재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스터 유저? 아마 다 모여도 이경진 아저씨가 유색공명검 한번 쓰기만 하면 다 썰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나 없었으면 최강인데 안타깝게 됐다.


"흠,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랜드 마스터는 아직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중이니 좀  두고봐야 할것 같습니다. 마스터 유저라면 또 모를까"

"마스터 유저에 오를만한 사람이 있나봐?"

"이탈리아 쪽에 유망한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이탈리아라.....좋은 나라지"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옛날에"

내가 결혼했던 사람은 다 기억하지만, 그중에서 처음 결혼했던 사람은 기억 운운하기 이전에 잊혀지지가 않는다. 내가 금발, 빈유, 안대의 취향을 가지게 된건 바로 그녀 덕분인데 뭐.


이탈리아라고 한다면 나에게 있어서 비교적 나쁜 기억이 없는 나라다. 옛날 처가집이라서 그런가.


시온한테는 처가집이 없지만.......아, 이 드립을 본인 앞에서 당당하게 쳤다가는 아광속 펀치가 날아온다.


하논이란 종족은 혈연에 대한 애착도 적고 그 전에 감정 자체가 적어서 오히려 시온과 유토피아가 돌연변이에 가깝다. 시온은 전생이 있으니 진짜 돌연변이는 유토피아 하나겠지만.

"아무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블라디미르 대통령의 시선이 무서우니까요"

"계속 파티 참석할 생각이야?"

"그럴겁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몸에 좋은거 하나 뿌릴거니까 기왕이면 남아 있으라고"


요정 눈물을 일부러 두병 가져왔다. 한병은 물론 블라디미르 대통령에게 우호의 의미로 줄거지만, 다른 한병은 만찬회에서 돌릴려고 가져온 것이다.

만찬회에 참석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냥 평범한 잔에서 보드카 잔으로 돌려야 하겠지만 그래도  정도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많이 마시면 효과가 좋긴 하지만 적게 마신다고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초월자용 술에는 일반인이 마시면 죽는거, 조금만 마실  있는거, 그냥 마실 수 있는거 세 종류다. 요정 눈물은 그중에서 세번째. 그냥 마실 수 있는거다.


백리에게 줬던 팬텀 블러디는 조금만 마실 수 있는거. 그나마도 백리가 포스 유저라서 그런거고 사실은 마시면 죽는 쪽에 가까우려나.


"파티는 즐거우십니까?"

"뭐, 그럭저럭이요. 저도 사람인지라 꺼려지는 사람도 있고 나름 괜찮은 사람도 있더라고요"

블라디미르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덕분에 나랑 이야기  기회를 노리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마지못해 물러났다.


아, 그러네. 차라리 이야기 하고 있는 편이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해서 편하네. 새삼 깨달았다.

보통 이런 자리는 관심 없으니까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적다. 시온 같았다면 테라스라도 나갔을테지만......마차, 테라스, 와인,  머리가!


대놓고 치고박고 싸우는 것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암투가  무섭다. 내가 그걸 처리하려면 심증 있는 놈부터 조지는 것 밖에 못한다.

"파티가 슬슬 무르익어가는데. 건배사라도 한번 할까요? 아, 제가 아니라 대통령께서 하셔야 하는데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하시죠. 양보 해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러면 호의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미 시온에게 말은 해둬서 가벼운 손짓으로 신호를 인지하여 허공이 갈라진다. 디멘션 게이트는 아니지만 공간 전송용 기술이라서 물건 주고 받을 때는 이게 편하다.

호라이즌에서 전송 대기중이던 요정 눈물 한 병을 받아서 직원에게 건냈다.


"라쿤맨, 방금 그건 무슨 기술입니까? 워프? 공간 전이?"


"개인의 능력입니까, 아니면 다른 테크놀러지에 속한겁니까?"


"라쿤맨! 한가지만 물어봐도.....!"

방금 그 퍼포먼스로 잠자코 있던 사람들이나 눈치 보고 있던 사람들이 무서울 정도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런 분위기 엄청 싫은데.


디멘션 게이트가 아니라 방금 그 기술만으로도 현 물류 시스템을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릴만큼 쩌는 기술이니까 이해 못할건 아니지만......


"자자, 일단 건배사 한번 하고 이야기를 하죠"

일단 슬쩍 넘기기로 했다.

직원에게 내주었던 요정 눈물은 보드카용 작은 잔에 따라져서 내왔다. 한사람에 한잔씩. 적어도 못마시는 사람은 없도록 나누어졌다.

생각외로 사람이 많아서 보드카 잔에 따라도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효과가 없진 않을거다.

"우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잠시 묵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약간 소란스러웠던 파티장이 내 말에 조용해졌다.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묵념의 덕분도 있었다.

잠시간 죽은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군대에서 보면 순국선열  호국 영령을 위한 묵념 시간이 있듯이 자의적인 희생, 혹은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리는 행위다.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 예의는 있다.

"감사합니다"

내가 가볍게 인사하자 잠깐의 묵념 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본격적인 건배사를 읉었다.

그래봐야 겉치례에 불과했다. 여기에 모여주신 귀빈 여러분들께 감사하고 자리를 마련해주신 블라디미르 대통령께도 감사를 표한다는 말 몇마디나 했을 뿐이다.

"아무튼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축하 건배를 하죠"

내가 잔을 들어올라자 다들 마찬가지로 따라서 잔을 들었다.

기껏해야 손가락 길이 정도의, 아마 소주잔보다 길기는 하지만 들어가는 내용물은 비슷해 보이는 유리로 된 보드카 잔에는 은은한 하늘색으로 빛나는 내용물이 비치고 있었다.


누군가는 빛에 비추어  색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는 향을 맡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 둘 다 술,  중에서 와인 좀 마셔본 사람이겠지.

"지금 들고 계시는 잔의 술은 요정 눈물이라는 술입니다"


"오, 설마 요정이 만든겁니까?"

"요정은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게 만들었죠"

네이처 가든의 정원사인 루-베아나들은 자연의 절대자의 권속이지만 차원종에는 속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종으로서의 다양성이 없거든. 비유하자면 같은 침엽수라도 잣나무나 소나무등이 있지만 걔네들은 한 가지에서 나온 잔가지들이다. 나무 하나 가지고 종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죄다 어디 꺼라위키의 마스코트 같이 머리에  대신 나뭇가지가 돋아난 애들인데 가진 힘이 범상치 않다.

보통 요정 눈물은 네이처 가든에서 수확한 과일을 걔네들이 밟아서 즙을 내어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네이처 가든에서 나오는 과일이나 채소들은 질과 맛 자체가 다르다. 내가 아는 차원의 어느 선계에서는 거기서 받은 복숭아 묘목을 키워서 천도 복숭아를 기르고 있더라. 진짜 수명 늘어나는걸로.


"이건  맛으로 마시는 술은 아니지만. 건강에 좋습니다"


"아, 약주입니까?"

"뭐 대충 죽을 때 까지 무병장수하고 건강하게 살  있다는  정도죠. 기타등등 효과로 미백 효과랑 정력 증강 정도"


내 말에 상당수가 눈에 불을 켰다.


원래 남자는 건강과 정력에 좋다고 하면 양잿물이라도 마시는 생물이다. 나도 가끔 정력에 좋다니까 드래곤 쓸개 쪽쪽 빨아먹기도 했는데 뭐. 가끔 생각날 때마다 팬텀이 주더라.


"저는 말이 긴걸 별로 안좋아하니까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건배!"

다같이 건배를 외치고 잔을 기울여 입 안으로 술을 흘려넣는다. 양이 적어서 오히려 음미하기에는 좋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풍부한 과실 내음이 퍼진다. 알콜이 들어가 있지만 도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소주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지만 알콜 특유의 냄새는 과실 내음에 묻혀 전혀 나지 않았다.

지구에서 나오는 과실류, 주로 포도, 사과, 복숭아를 비롯해  계열의 과일 맛도 나지만 반대로 지구에서 나지 않는 생소한 맛의 과일 맛도 난다. 거기에 더불어서 꿀의 단내도 약간.

마시고 양치질 안하면 이빨이 하루만에 썩을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향에 비해 생각외로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아서 쉽게 넘어갔다.


샴페인처럼 탄산이 들어 있는 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량감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목을 넘어간 다음에는 바로 후끈함이 올라왔다. 몸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효능은 바로 소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술을 마시면 그 알콜을 분해하기 위해 간이 열일해서 몸이 뜨거워지듯이, 마찬가지로 약효 덕분에 몸이 반응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느라 열이 나는 것이다.


"오오, 이 풍부한 맛은 여태까지 마신 그 어떤 와인이랑 비교가 안됩니다. 특히나  깔끔하면서도 다양한 맛은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것 같습니다. 마치 모든 꽃을 모아놓은 정원을 거니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듯한 이 느낌......!"


누군가 평을 늘어놓았다. 호우! 와인 좀 마셔본 녀석인가?

다들 요정 눈물의 여운에 젖어 있을 때, 누군가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으억?! 으아아아악!!!"

난데없는 일이라서 나도 화들짝 놀랐다. 뭐지?! 독이라도 들어 있었나?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우리 나라 대사관의 차경환 대사였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면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빠지고 있었다. 덜덜 떨리면서 내밀어 보이는 손에는 뜯어냈다 싶을 정도의 머리카락이 뒤엉켜 있었다.

"아, 아냐!  결백해! 술에 독 같은거 안넣었는데!"


"혹시 인간에게 해가 되는 성분이 있는거 아닙니까?!"

"이로웠으면 이로웠지. 저건 절대자 권속이 만든거라도 그 권능이 일부 들어간거라 해가 되지는 않는데요?!"

자연의 절대자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 주의다.

취미 삼아 만들어도 루-베아나들은 그녀의 권속. 그렇기 때문에 여태까지 요정 눈물을 마시고 죽었다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내, 내 머리가! 내 머리가!!!"

"탈모?! 탈모는 아니죠?!"

다짜고짜 머리가 빠진다니, 남성에게는 불치병이나 다름없다는 탈모가 오는건가!!!

그건 치료할 수 있더라도 지금 당장은 못하니까 어쩔줄 몰라하던 찰나 차경환 대사가 소리쳤다.


"원래 탈모였습니다!"

"......뭐라고요?"

어느새 그의 머리카락이 전부 빠졌다. 남아 있는건 기껏해야 군대 가기 전에 싹 밀어버린듯한 짦은 머리카락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했다.


"제 탈모가 나았습니다.....!!"

"그러면 그 머리카락은?"

"이건 심는 가발이고요!"


길지만 심는 가발인 머리카락과 짧지만 온전히 자신의 머리카락 둘 중에서 어느쪽을 고르냐면.......애초에 나는 탈모가 온적 없어서 잘 몰라.

하지만 차경환 대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니 그건 진심이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쿤맨!!! 덕분에 20대부터 시달려온 탈모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착하게 사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뭐라 할  없어서 그냥 적당히 말해주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노려보는 시선이 따갑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