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라쿤맨 비기닝]
아무리 러시아 정부 쪽에서 미국과 우리가 접촉하는걸 막아도 그렇지 한국 쪽에서 우리를 만나러 온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솔직히 말해서 행동이 빨랐다. 이권이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가? 하기사 돈 관련되면 빨라지는게 사람 마음하고 행동이니까.
"아무튼 무슨 볼일이신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일단 말은 들어봅시다"
"크흠"
어차피 한국 사람이니까 말하기 편하게 한국어로 하니 말이 좋게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 어는 잘 하는게 아니라서 좀 딱딱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어로 가면 활용도가 틀려지지.
내가 환생 여러번 했지만 한글만큼 뛰어난 언어는 몇개 못봤다. 세종대왕님 만세.
"우선 두분께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마 공식적으로 대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한국에서나 해외에서나 내 존재는 비공식적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룬 적은 없었다.
미국이나 영국? 걔네들은 도와주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정체불명의 마스터 유저로서 구해준거나 다름없다. 내 신분과 정체도 모르는데 공식적인 것이 될리가 있나. 억지를 부리면 못할 것도 없지만 일단 내가 정체를 드러내야 공식적인 효력이 나온다.
막말로 누가 나랑 비슷한 라쿤 가면 쓰고 깽판 부려도 그게 내가 아니라는걸 증명하기 어렵다. 애초에 내 정체를 알리지 않았으니 알리바이 증명도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미국에서도 나한테 나라는걸 알 수 있을만한걸로 증거(지난번에 받은 아다만티움 훈장)를 준거다. 나중에 확실히 증명할 수 있도록.
"솔직히 여태까지 하신 일들은 전부 외교적으로 사안이 큰 일들 뿐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대부분 긍정적이지 않습니까?"
"네, 물론 미국과 영국, 그리고 여기 러시아에서 하신 일들은 그렇죠. 하지만 일본에서 하신 일 같은게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때는 그때고"
"그러니까 그 전에 정부의 품으로 들어오시는게 어떻습니까?"
이미 예상하고 있던 말이지만 직접 들이니 기분이 참으로 뭐 같군.
힘이 있으면 날파리가 꼬이는게 당연하다. 나도 지금 같은 일을 몇번이가 겪어봤다.
전쟁 때문에 강자를 끌어들이려는 왕국, 대륙 통일을 꿈꾸는 제국, 생존의 위협을 받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마지막 사회 조직, 그 외 기타등등.
내가 그냥 적당한 강자인걸 알고도 끌어들이려고 한 적도 있고, 초월자인걸 알면서도 손을 내민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전자일까나.
지구에는 아직 제대로 된 초월자가 없다. 기껏해야 이경진 아저씨가 아주 조금 발을 들였을 뿐이다. 그러니 다짜고짜 초월자가 존나 쌔니까 상종하지 말거나 땅에 머리가 닿도록 고개 숙여서 접근하세요, 하는 말을 해도 알아들을리가 없지.
아마 러시아를 제외한다면 기껏해야 마스터 유저 중에서 제일 쌔거나 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행성 파괴도 가능한데 말이지.
"이번에 정부에 소속되신다면 여태까지 하셨던 일과 미등록 포스 유저로서 활동하신 일들은 전부 없었던걸로 해드릴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다"
"아, 일단 미등록 포스 유저건은 내가 걸릴 이유가 없는데"
"네?"
"애초에 포스 유저가 아니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인피니티 포스 코어를 통해서 가이아 포스를 사용하는 것 뿐이다. 만약 마음만 먹는다면 가이아 포스 뿐만이 아니라 라프 에너지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라프 에너지는 사람이 변이되는 꼴을 봤으니까 어떤 식으로 부작용이 일어날지 몰라서 잘 쓰지 않는것 뿐.
나는 엄밀하게 말해서 포스 유저가 아니다. 즉, 미등록 포스 유저로서 걸릴게 하나도 없다는 소리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포스 유저가 아니라니. 그런 뻔한 거짓말로......"
"나는 가이아 포스 뿐만이 아니라 라프 에너지도 사용할 수 있어. 꽤 특이한 능력을 배우고 있으니까"
나는 미약하게 라프 에너지를 뿜어내 보았다. 쓰지는 못해도 몸에 지장 없게 보여주기식으로 아주 미약하게 사용할 수는 있다.
사무직인 아저씨가 라프 에너지와 가이아 포스를 구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라프 에너지의 부정하는 힘은 느낄 수 있는 모양인지 살짝 몸을 떨었다.
"같은 포유류라고 원숭이랑 인간이랑 같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나는 가이아 포스를 쓸 수 있을 뿐이지 포스 유저는 아니야"
"그, 그건......그건 궤변 아닙니까?"
"이게 궤변이면 뭐? 라프 에너지 뿜어내는거 봤지? 그러면 나는 적성종인가?"
"........"
애초에 이능력가지고 구분하는 것 자체가 등신이다. 하기사 고작 20년동안 발전한 이능력으로 어디에 써먹냐만은.
"나는 미등록 포스 유저 어쩌구 이전에 포스 유저가 아니야. 만약 나를 미등록 포스 유저로 취급하겠다면 우선 적성종도 똑같은 취급으로 체포해보던지"
"......알겠습니다. 일단 그 문제는 넘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다음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내가 포스 유저가 아니라고 한다면 일단 몰래 해외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가 된다. 최소한 그에 관련된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말이다.
나는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씹창난 문명 사회에 환생하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참고 버틴다. 인간의 옳고 그름을 전부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그것도 두고본다는 뜻이다.
나를 저격하면서 법안을 만들고 온다면 나름 존중해줄 의미는 있다. 놀고먹는 국회위원이라도 이런 일에는 귀신같이 단합하는 놈들이니까. 최저임금 인상에 좀 그런 노력을 해봐라 새끼들아.
"그렇다면 이번 러시아에 관련해서 생기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무슨 손실?"
"최신형 차원진 감지기,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효능의 신약, 거기에 더불어서 방사능 제염 장비까지. 어느것 하나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마음대로 사용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
아니, 무슨 개소리지?
그 기술을 우리한테 맡겨둔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뻔뻔한 개소리가 나올리가 없는데.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아주 그냥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깔았구나. 내가 진심으로 쳐도 형태는 유지할것 같은 철면피다.
"일단 그 기술의 원류는 내가 아니라 우리 마누라. 과학적인 분야는 내가 아니라 라쿤걸에게 문의하세요"
나는 슬쩍 뒤로 빠지고 옆에 앉아서 조용히 차나 마시고 있던 시온을 내세웠다. 방패막이가 아니라 팩트 폭격기다.
"지금 듣고 있자니 웃긴 소리를 하시던데. 지금 그 기술이 누구건데 꼭 자기거라도 되는양 말씀하시는겁니까?"
"하지만 그 정도의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하시면 그건 국부 유출로서......."
"애초에 저는 한국인이 아닙니다"
"........?"
"아니, 거기서 국적 커밍아웃이?!"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상당히 빡쳐있는듯 했다. 아무래도 새파란 타인이 자기것마냥 말하는 꼴이 화가 나는듯 보인다.
그나마 외계인 커밍아웃 안한걸 보니까 적당히 화가 난듯 보이는데......
"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한국인이 아니시라뇨?"
"저희 남편이 한국인이라 한국으로 귀화한거지. 실제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말만 한다면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는게 가능할거고 시민권을 받는 것도 가능할겁니다"
"그, 그건......"
"게다가 저희 남편도 지난번의 일로 명예 시민권을 받았는데 부부가 동시에 넘어가도 불만 없을 상황에 제 기술을 꼭 한국 정부의 기술인것 마냥 말씀하시는 꼴이 상당히 심기 거슬립니다. 지금 저희 성격을 건드리는 겁니까, 뭡니까?"
"그, 그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런 기술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나 하고 말씀드립겁니다"
"왜 제 기술로 당신들이 이득을 보는겁니까? 연구비라도 지원해줬습니까? 하다못해 땅이라도? 왜 남의 기술로 생색내려고 하는겁니까? 양심이 있다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야지, 만약 그랬다면 뭐라도 하나 쥐어줬을텐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애초에 이번 일은 저희 쪽에서도 안타까우니까 준 기술입니다. 그거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이라면 일단 한국도 초월자에 의해 피해를 입으신 후에 오십시오. 아, 그 정도 피해를 입으면 한국이 날아가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루루가 나타난 곳이 러시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면 진작에 망하고도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땅이 큰 나라니까 어느정도 박살나도 재기의 여지가 있으니까.
일단 나와 루루가 박살낸 토지만 하더라도 반경 수백킬로미터는 되고, 킹 블러디어가 가볍게 기습하면서 생긴 피해가 약 천 킬로미터 길이의 도흔(刀痕)이다.
인명 피해만 하더라도 800만명 정도 나왔다고 하던데 서울 인구가 천만명(실제로는 900만명 가량)인거 생각하면 서울이 날아가고 대한민국이 반도에서 섬나라가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 꼴을 당했는데도 한국이 멀쩡할듯 싶지? 한강의 기적이라고 해도 그 상태에서는 재기하기 힘들거다. 망한 북한을 흡수하는 남한은 종종 봤는데 망한 남한을 흡수하는 북한은 꽤나 신기할듯.
"러시아는 구호의 목적이 강한 지원이였지만 거래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술 가지고 지랄할 생각이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제시하는게 좋을겁니다. 어디서 사지도 않은 물건에 침부터 바르고 앉았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말씀하시는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선택지가 미국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네?"
시온은 핸드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슬쩍 보니까 수신자의 이름이 블라디미르 대통령으로 되어 있었다.
아니, 번호는 언제 또 알려준거야.
"아, 네.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다른게 아니고 서명하기만 하면 바로 귀화할 수 있는 효력을 지닌 서류를 좀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예, 정말로 서명하는 순간부터 바로 러시아 국민이 될 수 있는 쪽으로. 네, 네.....아! 이미 준비 중이셨습니까? 감사합니다"
한번 귀화 해버리면 그에 합당한 상황이 아닌 이상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근데 시온이 하자고 하면 해야지. 생각해보면 러시아의 사할린에는 한식을 먹기도 한다는데 생각나면 거기서 밥 먹으면 그만이지 뭐.
"자꾸 기술 가지고 국부 유출이니 어쩌니 할 생각이면 국부 유출이 안되게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면 끝 아닙니까? 그러면 자국에 지원해주는거니까 뭐라 할 사람도 없을테고. 설마 그러는 꼴을 보고 싶으신겁니까?"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더 대화할 생각 없습니다. 나가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명백한 축객령에 차경환 대사는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나갔다. 기세에서 밀린데다가 잘못해서 귀화 해버리면 그 책임이 온전히 그에게로 돌아갈테니까 적어도 지금 당장은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걸로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눈치나 보면서 잠자코 있을 것이다. 역시 우리 마누라야.
"일단은 이걸로 한시름 놨......."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바깥에서 우리들의 행정 관련해서 편의를 봐주는 비서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본 대사가 접견을 요청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오늘은 무슨 마가 낀 날인것 같다.
* * * *
일본에서 사람이 온건 아무리 봐도 뻔한 결과였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 때문에 테라포밍 장비를 빌리러 온거겠지.
근데 참 사람이 웃기다. 표면상으로는 '여러분! 후쿠시마는 안전합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같은 말이나 지껄이면서 정작 방사능 오염을 처리할 수 있으니까 후다닥 오는거 봐. 아, 근데 런승만에 후쿠시마까지 합치니까 뭐같은 조합이네.
응? 런승만은 고인드립 아니니냐고? 시바, 전쟁 났는데 대통령이 국민 버리고 지 혼자 튀었으면 그만한 오명을 뒤집어쓸 생각으로 했을거 아니야. 애초에 대통령이란 자리가 욕먹는 자리지만 그건 실드 못친다.
국가의 대표라는 자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국민들까지 속여서 혼자 튀었던건 평생 욕먹어도 마땅한 짓이다. 임기 내에 통일 같은 업적이라도 이루었으면 인정해주겠지만 못했으니까 욕먹어도 싸다.
"일본 대사관의 야나기 이치로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때문에 온거 알지만 뭐라고 하나 이야기 좀 들어봅시다. 왜 왔습니까?"
"크흠!"
나한테 외교적 예의란게 있을리 없으니까 그냥 막 까놓고 본다. 어차피 이쪽이 갑이다.
내가 어지간해서 꼴갑질은 커녕 갑질도 안하는데 상대가 상대니만큼 존중해줄 필요가 없었다.
"러시아에 대여중인 방사능 처리 장비에 대해서 몇가지 여쭤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게 왜 필요하시나?"
"저희 일본은 특성상 원자력 발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을......"
"거 구라치지 마시고"
".......너무 무례하신거 아닙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에 무례고 뭐고 있나? 애초에 일본인의 다테마에랑 혼네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닌데요. 특히나 외교관에 앉아 계신다면 더욱 그러지 않습니까?"
"크흠!"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이란건 쉽게 말해서 일본인들 특유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숨기는 것을 뜻한다.
애초에 겉과 속이 같은 사람보다 다른 사람을 찾는게 더 빠르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그 정도가 심하다.
그 뭐더라.....옛날에 신이지만 친구로서 지내는 스사노오씨가 일본에 대해서 말해준 적 있었는데.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에 더불어서 농사 짓기도 힘들고 지진이나 태풍도 많이 겪어서 살기 힘드니까 국민들도 인성이 팍팍해진다나 뭐라나. 그래서 그런지 일본 출신 요괴들은 그런 인간들의 감정을 먹고 자라서 대체적으로 쌔다고 하더라. 특히나 3대 악귀 같은거.
신에게 기대려고 온갖 종류의 신을 만들다 보니까 팔맥만 신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 정점인 자기는 얼마나 쌔겠냐고 하는데 지금은 내가 이김ㅋ.
"거 툭 까놓고 이야기 합시다. 겉으로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후쿠시마가 위험한거 알만한 사람들은 싹 다 알고 있는데 이 와중에 숨기고 그럴겁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방사능 처리 장비를 대여 해주시겠습니까?"
"그거랑은 또 별개의 문제고"
"아니, 그게 무슨......!"
"댁들은 일단 인정할 것 부터는 인정하고 오시지?"
죄를 저질러도 반성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정말로 착한 사람은 실수나 사고로 사람을 죽이면 그 죄책감 때문에 거의 폐인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극단적일 경우에는 자살까지 시도한다.
반성이란 중요하다.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히 다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는거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도 일본의 현 실태에 쌍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있지만 최소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반대로 실드쳐주는 한국인도 생길거 아니야. 애초부터 아무것도 안했는데 해결되길 바라는게 양심이 없는 짓이지.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면서 막 거기서 나온 쌀이나 식재료들 마음 놓고 먹으라면서요? 하나도 위험하지 않은데 뭐하러 방사능 장비를 빌려줘야 합니까?"
"그,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연구와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물질의 처리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거야 다 시간이랑 돈 들이면 되는거 아닙니까? 다른 나라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하필 일본만? 왜요? 왜 빌려줘야 하는데요?"
"크흠!"
"거 헛기침 하다가 숨넘어가겠네. 일단 가서 말이나 전하세요. 여태까지 저질렀던 과오들을 전부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방사능 처리 장비 대여는 절대 없습니다. 러시아 쪽에도 그렇게 말해뒀으니까 빌릴생각 마세요. 아, 애초에 그쪽에서 안되니까 이쪽으로 온거구나. 아무튼 나가야"
"윽.....! 후회하시게 될겁니다!"
"1,20년 지났을 때 과연 일본에 사람이 살 수 있는지 두고 보고 말씀하시죠?"
내가 슬쩍 시온을 보자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그대로 냅두면 일본은 40년 내로 방사능 피폭으로 도쿄까지 오염되서 경제적으로 마비가 올겁니다. 경제로 먹고사는 나라인만큼 수도인 도쿄가 그렇게 된다면 끝장일겁니다"
"히비키한테는 그 전에 일본 탈출하라고 이야기 해둬야겠다"
"일본 바깥으로 나오는 방사능은 따로 장비를 보내서 처리 해두겠습니다"
"크윽.....!"
이를 으득으득 갈면서 야나기 이치로 대사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무례 어쩌고 하더니 지가 더 무례하네.
"근데 일본 망해도 괜찮아? 덕질은?"
"이 세상에는 일본 애니 말고도 덕질할 것은 충분히 많습니다"
느긋하게 수십년 단위로 일본이 망하는 꼴이나 지켜보도록 하자.
이야, 팝콘을 톤 단위로 준비해야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