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라쿤맨 비기닝]
백리에게서 온 전화가 끊겼지만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년은 순애 섹스 타령하니까 백리가 거절하면 덮치지 않겠지"
내가 아는 신 중에서 나름 인성 괜찮은 신을 몇몇 꼽자면 성적인 윤리관이 제정신이 아니긴 하더라도 나름 착한 인성의 소유자가 갓-루리루리였다.
만약 안그랬으면 신이면서 나랑 알고지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신이라면 나랑 모르고 지내는 편이 신상에 편하다. 죽지는 않을테니까.
그녀는 최상위 신격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사에 개입을 많이 한다. 자신의 권속이라면 많은 편의를 봐주고 그렇지 않아도 어지간해서는 도움을 주는 신이다.
저 정도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신은 찾기 힘들다, 특히나 위로 갈수록 더더욱 그렇다.
신이란건 인간에게서 태어난 주제에 정작 인간을 돕지는 않고 오만한데다 지들 멋대로 시련이나 내리는 전능하지도 못한 등신 새끼들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가만히 지켜보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온갖 민폐짓은 다 하는 바람에 없느니만 못하다.
구원을 바라는 자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신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문명은 언젠가 종교 같은 허상에서 졸업해서 나아가야만 한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의존하는건 인간 뿐만이 아니라 여느 생물들의 본능이지만 최소한 쓸모도 없는것에 의존하면 안된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예수님이면 몰라도 하느님은 그닥이다. 한게 없으니까.
뭐, 있어봐야 지 아들 보낸거? 예수님은 자기를 희생해서 인간의 죄를 용서했고 그 사상도 나도 인정할만한 것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교리대로 행한다면 나도 표면적으로나마 따를 생각은 있다.
하기사 종교가 뭔 죄겠니. 전부 왜곡하고 이용하는 인간이 잘못이지.
아, 신 이야기 나오니까 생각이 길어졌네.
"백리야, 동정 유지하려무나"
평소에 동정 언제 뗄까 놀리곤 했었는데 정작 이런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그 반대에 도달했다.
어우, 설마 엄한 상황으로 넘어가는건 아니겠지. 솔직히 나도 완전히 확신하지는 않고 반반인데.
백리 인성은 내가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도 신인만큼 작정하고 유혹하면 초월자도 아닌 백리로서는 이성을 잃고 덮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뭐, 그때는 그때고. 일단은 믿어보자.
슬슬 비행기 출발할 시간이라서 짐을 챙겼다. 돌아갈 때도 퍼스트 클래스. 이번에는 시온이 아니라 버진 그룹에서 잡아준 자리다.
역시 넓은게 좋네. 막 한두시간 있을 곳이 아니라면 비행기는 편하게 가는게 제일 좋다.
"어? 백리다"
얼마 뒤에 다시금 백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바탕 하고 전화를 건건지 아까보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래, 괜찮니? 동정은 무사하고?"
[무사해서 다행이죠 뭐.....]
"거 욕봤다. 아무튼 네 동정도 무사하고 루리 처녀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네. 잃는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 두개를 동시에 잃으니까 문제지"
[신은 원래 다 그래요?]
"그나마 인성이 괜찮은 편에 속하는게 갓-루리루리야. 그리스 신화 한번 읽어봤으면 신들 인성이 얼마나 개차반인지 잘 알잖아?"
[아, 그렇긴 하네요]
"적어도 강제로는 안했지? 억지로 하려는 신이 차고 넘치는 판이 그 정도면 천사지"
[신을 천사에 비유해요?]
"내가 신을 그 정도로 대우해 주는것도 곱게 취급하는거야. 아무튼 난 지금 비행기 탔으니까 내일 쯤이면 도착할거다"
[아, 뉴스 봤어요. 테러리스트 잡았다면서요? 아틀라스는요?]
"걔들도 다 죽였어"
[.......그냥 처리했다고 하면 안되요? 죽였다고 하니까 마음이 좀 심란해서요]
"거 뒈져도 싼놈들 걱정해주는 것 자체가 인간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지. 그 마음 끝까지 간직해라"
[아무튼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요]
백리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뭔가 갓-루리루리에게서 들은게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신성이 성교인 만큼 전투에 능한 신이 아니다. 가진 힘의 크기는 커서 쌔긴 존나 쌔지만 전공은 전투가 아니라 다른 분야다.
특히나 루리같은 정보 수집 단말들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예진이가 보는 것과 비슷하지만 수준이 훨씬 다르다.
그런 그녀가 가끔 뭐라고 충고 해줄 때가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선택지다.
미연시로 보자면 2명 있는 히로인한테 어느쪽 루트로 탈지 갈리는 분기점 선택지나 다름 없었다. 나도 종종 들은적 있는데 그럴거면 처음부터 다 이야기 해주지 뭘 애매하게 말하냐고 화냈었다. 신탁 같은거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는게 신들 특기인가?
"뭐라던?"
[어.....뭔가 중요한 선택을 할 때가 올거라고 했어요. 어느쪽이던 괜찮으니까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라고 했었고요]
"그런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그년이 말했다면 진짜로 그렇겠네. 아무튼 크게 마음 가지지는 말아. 그런거 신경쓰면 죽도 밥도 안되는 법이니까"
중요한건 자기 인생이다. 아무리 운명이 어쩌고 하더라도 그걸 부수고 개척하는 놈들도 있기 마련이다.
아, 나는 아니고 저어기 팬텀이나 사촌 같은 녀석들. 둘 다 토나오게 강해서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는 놈들이다.
......사촌 녀석은 내가 하는 일 안좋아해서 말리려고 하는데 말이야. 그놈은 참 사람 좋아서 탈이라니까. 인생 쓴맛을 나보다 더 봤으면 봤지 덜봤진 않았음에도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아서 참 존경스럽다.
난 그렇지 못하지. 인간은 긍정하는 것과 실망하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인간의 좋은 면이나 나쁜 면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과 그걸 이해하는 사람의 문제다.
요컨데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동정하는 것과 직접 도와주는 정도의 차이려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돕는 사람을 보면 진짜로 선한 사람은 약자가 아니라 약자를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근데 축복은 안걸어주던? 걸어주면 막 정력 3배되고 개쩔텐데. 그냥 횟수가 3배가 아니라 회복력, 지속력, 기타등등 스테미너가 전부 3배라서 실질적으로 30배나 다름없고"
[어차피 있어봐야 여자 친구도 없는데 어디다 쓰는데요]
"성교의 신인데 자기 축복 받은 사람이 동정 못떼겠냐? 만약 무림이였다면 길 가다가 춘약에 중독된 여협객 한무더기는 덮쳐왔을걸"
[아! 축복 받을껄!]
"다음을 노려봐. 한번 관심 가진 단말에게는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니까"
개인적으로 신은 별로지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신이라면 오케이다. 그래서 갓-루리루리 외에도 알고 지내는 신이 몇몇 있다.
폭풍임신......아니, 폭풍의 신 스사노오라던가. 일본의 주신격이지만 여러 이야기가 있어서 알고 있다. 지금도 꽤나 우호적으로 지내고.
"하나 걱정인건 갓-루리루리가 아니라 누리인데......"
[누리는 또 누구예요?]
"우리 직장 막내. 전 갓-루리루리의 정보 수집 단말. 그러니까 네 여동생의 선배격이였다는 소리야"
누리는 루리외 비슷한 이름에서 눈치챈 사람도 있을듯이 원래는 같은 루리라는 이름의 정보 수집 단말이였다.
하지만 단말 관리를 대국적으로 하지 못하던 갓-루리루리에게 엿을 먹였고......반역이 성공해서 지금은 '자유의 대마왕'이 되었다.
대마왕이 아니라 마왕 정도로 각성했을 시기는 나보다 빠르지만 한창 즐길거 다 즐기고 할거라고 해서 내가 된 뒤에 된 뒤에 이어서 대마왕이 된지라 내가 선배다.
선후배 순서를 따지면 최악(유토피아), 최강(팬텀), 최흉(나), 지배, 자유(누리) 순서다.
지배의 대마왕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갓-루리루리가 도망친것도 누리 때문이야. 상성도 상성이지만 당한게 있어서 그런지 무서워하거든"
[성격은 괜찮아요?]
"걔는 성벽이 더 괴상해"
[아, 씨. 상종을 말아야겠네]
"아마 갓-루리루리랑은 다르게 지극히 쾌락주의자라서 노골적으로 널 따먹으려고 들껄. 게다가 걔는 네 여동생도 아니니까 충분히 합법이고"
[.......어? 그러네요?]
"근데 겉모습은 대충 십대 중반이야"
[미성년이잖아요!]
아니, 내용물은 나랑 비슷한 나이 먹은 녀석인데 뭐. 환생자인 나보다 오히려 한 몸으로 계속 살아온 시온이랑 비슷한 타입이니까 겉보기로 판단하면 안된다.
세상에는 우리 마누라 같은 합법로리란게 존재한단다. 아주 드물지만 평범한 인간에게도 나오지. 현실을 얕보지 마라 판타지!!
"아무튼 그냥 평소대로 굴어. 아, 형식이는 가게에서 일하고 있지?"
[아, 형 친구분이요? 네, 며칠 같이 일 해봤는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성격도 괜찮고요]
"그래야 내 친구답지. 나중에 돌아가거든 한번 들를께"
[알았어요. 그럼 다음에 봐요, 형]
나는 전화를 끊었다. 비행기가 출발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시차 때문에 자두는 편이 이로울것 같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한국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 * * *
한국까지 직항으로 가는 루트라서 그런지 눈을 뜨니까 바로 착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차가 있었지만 영국에서 저녁에 출발했으니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오전이였다. 아침에 한창 여행가려고 붐비는 사람들이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인다.
슬슬 짐을 챙겨서 내렸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게이트를 통해서 나오니 이미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여깁니다!"
"아이고, 마중 나왔구나. 일주일이나 못봤으니까 엄청 반갑네!"
나는 마중 나온 시온을 끌어안았다. 사람들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성장 폼으로 나왔는데 옷이 평소에 못보던 옷이다. 새로 하나 산건가?
내가 아무리 무심해도 울 마누라 옷이나 헤어스타일, 화장품 바뀐건 알아차린다. 여자로 환생한 적도 있는데 그 정도도 눈치 못채면 등신이지.
시온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물론 어린애들가지 있어서 찐득한 키스는 할 수 없었다. 애들 교육상 나쁘다고.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누가 개수작 부리진 않았고?"
"그럭저럭 괜찮게 지냈습니다. 뭐, 할일이 없어서 빈둥거리긴 했습니다만"
"그래?"
나는 슬쩍 시온을 살펴보았다. 아까 끌어 안아볼 때도 그랬지만 요 일주일 사이에......
"혹시 살 쪘어?"
"......무,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외계인은 살 같은거 안찝니다"
시온의 몸은 지극히 편리해서 신체 능력만 인간이랑 비슷하다 뿐이지 독도 통하지 않고 먹는건 설령 금속이라도 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량보존의 법칙을 어기는건 아니다.
먹은 것에 대한 열량은 어떻게든 소모시키거나 체내에 저장한다. 단지 그 양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기에 거의 살이 찌지 않는다.
시온이 배출하는건 어디까지나 땀이나 소변 같은 수분 뿐. 평소에 화장실 안간다고 하는건 대변을 안본다는 소리다. 유기물은 몰라도 수분은 우주에서 볼 때 귀중한 자원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소모시키는 양보다 먹는 양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나랑 시온이랑 하룻밤 사이에 소모되는 열량을 생각하면 장난 아니니까......그동안 더 먹고 빈둥거렸다면 살 찌는것도 당연하다.
성인 폼일 때도 이러한데 디폴트 폼일 때는 오죽할까?
"살 쪘구만. 나야 어느 쪽이던 더 좋아하지만. 솔직히 평소 모습은 조금 마른 체형이라서 살짝 통통한 편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습니까?"
시온이 흠, 하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평소에는 디폴트 폼이던 성장 폼이던 약간 마른듯한 느낌이 드는 체형이였다. 그 모습도 물론 매우 아름답지만 잘 못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 한구석에 그런 생각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이 딱 좋다. 마르지도 않고 약간 살집이 있는. 하지만 그게 몸매를 망치지는 않고 오히려 끌어안기에는 알맞은 모습.
"그러면 이 모습으로 고정하겠습니다. 디폴트 폼도 비슷한 수준일겁니다"
"마음대로 해. 아, 그리고 기념품으로 스콘 사왔는데 먹을래?"
"저는 죠습니다!"
영국에서 명품 같은거 사와봤자 시온이 기뻐할리 없다는건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주는 선물은 다 좋아하겠지만 시온이 좋아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나, 덕질, 성욕, 식욕이다.
아니, 나에 관련된거에 성욕이 밀접하니 1위랑 3위가 같은거로 봐도 되려나. 그러면 식욕이 3순위가 된다. 그러니 먹을걸로 사오면 시온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기념품이 아니라 영국산 디저트로 사왔다.
스콘은 오래 보관 가능하니까 몇시간 가량의 비행기 안에서도 멀쩡했다. 시온은 내 짐에서 포장된 스콘을 꺼내 옴뇸뇸하고 먹기 시작했다.
거 뻑뻑할텐데 잘 먹네. 우유라도 일단 사올까.
"차는 주차장에 있지?"
"제가 타고 왔으니까 당연합니다"
"갈 때는 내가 운전해서 갈께. 그런데 간만에 돌아왔는데 뭐 먹고 갈까?"
시온이랑 만난 이후로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기는 오랜만이다. 아니, 환생 때문에 죽고 다시 태어날 때 찾느라 텀이 생기는 경우는 제외하고서 말이지......그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 당연한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시온이 날 찾는데에는 시간이 지극히 짧게 걸린다는 점이다. 보통은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숫자조차 파악 못한 수많은 차원들 속에서 문명이 있고, 그 문명에서 단 한사람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알기로 생전에 로드에게 문의하거나 아예 실마리도 없다면 절대자 클래스가 아니고서야 못찾는게 본래 환생자 찾기다. 차라리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걸 수천번 반복하는 편이 나을 정도다.
나야 뭐 뒤에 절대자가 있으니까......성격이나 하는 행동은 영 별로지만.
"그런데 당신 없는 동안 루리 학생에게 갓-루리루리가 강림했다 갔습니다"
"아, 백리한테서 전화 와서 알고 있었어. 너한테도 무슨 말 했어?"
"블리디어가 온답니다"
"그 애미 뒤진 새끼들이? 씨발 좆됐네"
나는 어지간해서 패드립은 안친다. 정말로 인생 쓰레기 새끼들 아니면 온갖 쌍욕은 하더라도 패드립은 안친다. 그래서 패드립을 안하는 대신에 패드립 들으면 참지 않는다.
그런 내가 패드립이 반사적으로 나올 정도로 상대가 엿같은 놈들이라는 소리다.
최흉의 포식종 블러디어.
하위 개체라도 조건만 갖춰진다면 플래닛 이터로 변하는 괴랄한 놈들이다. 상위 개체로 간다면......별은 물론이고 문명도, 신도 먹는 가지각색의 취향이 있는 초월종들이다. 내가 아는 한 제일 질이 나쁜 부류다.
기본적으로 일단 동족 외에는 죄다 자기 밥으로 본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하위 개체? 제발 하위 개체라고 해줘. 하다못해 나이트나 드래곤 녀석들로"
"군단장 클래스라고 했습니다"
"좆망했네"
씨발 이건 도망칠 수도 없고.
고만고만한 문명들끼리 치고박고 해서 멸망하는건 신경쓰지 않는다. 기껏해야 침공한 문명을 대마왕끼리 모여서 조져버리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다. 결국 흥망성쇠도 세상의 이치인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거기에 초월자가 개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명이 서로 투닥거리는건 결국 문명의 발전을 가져오지만 초월자는 그딴거 없이 불합리한 힘으로 전부 부셔버린다.
게다가 군단장 클래스라면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나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놈들이 있다. 더군다나 진다면 환생도 아니고 영혼째로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도망칠 생각은 없다. 그랬다면 대마왕이란 이름을 짊어진 책임과 의무를 외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남았데?"
"며칠 정도 오는 시간을 벌어두긴 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얼마 걸리지 않을것 같습니다"
"......알았어"
일단 나도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