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라쿤맨 비기닝]
백리는 황급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지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루리는 포스 유저인데다 경찰을 부르면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백리가 '여동생이 절 따먹으려고 들었어요!'라고 증언한다 하더라도 물증은 없을뿐더러 만약 경찰이 그걸 믿는다 하더라도 루리의 인생이 고달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리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제일 문제였다. 따먹히는 것도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루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는게 더 중요했다.
그는 우선 최악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최소한 백리가 아는 한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였으니까.
몇번의 수신음이 가다가 이내 걸렸다. 아직 영국에 있는건지 국제전화로 걸렸다.
[여보세요? 어쩐 일로 비싼 국제전화를 걸어?]
"형!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인데?]
"루리가! 루리가 이상해요!"
[원래 그렇잖아]
"......아, 그러네"
갑자기 백리의 감정이 팍 식었다. 솔직히 평소의 모습도 이상하기 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시 현실을 직시한 백리가 황급히 설명했다.
"그게 아니라 더 이상해요! 야한 쪽으로! 애가 치녀가 됐다고요!"
[아, 그거라면 짐작 가는게 있기는 한데.....]
백리가 최악이랑 통화하는 동안 바깥에서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전이 부딪히는 소리와 비슷한, 작은 금속들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였다.
기억 한편에 남아 있던 소리라서 백리가 무슨 소리였더라, 생각하던 찰나. 그 소리가 백리네 집 마스터 키를 꺼내는 소리라는걸 깨달았다.
열쇠 하나로 모든 방 문을 열 수 있는 키가 아니라 집의 모든 열쇠들을 모은 열쇠뭉치라서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어디보자, 오빠 방 열쇠가 어떤거였더라?"
"으아아아아!"
문 너머에서 간드러지며 나긋나긋한 루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 저런 소리를 냈다면 징그럽다고 한대 후려쳤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위기감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싸워서 제압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루리가 백리보다 훨씬 쌔다.
포스 유저로 각성한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겨우 몇달 전에 각성한 백리로서는 어림도 없다. 평소에 대련할 때도 봐주면서 하지만 백리가 이긴적이 없었다.
"지금 문 열리면 인생 망치는거 한순간이라고요! 내 인생은 몰라도 루리 인생 망치면 어떻게 해요?! 저 아빠한테 맞아 죽어요!"
[라쿤맨 수트는 뒀다가 폭폭 삶아서 사골국 끓여먹을거니?]
"루리 죽일 일 있어요?!"
백리의 손목에는 라쿤맨 수트로 변신할 수 있는 시계를 아직 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변신할 수도 없다.
라쿤맨 수트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루리를 죽일 생각이 아닌 이상 보이드 블래스터를 쓸 수 없다. 그렇다고 수트 자체의 기능만으로 루리를 상처 없이 제압할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결국 이도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였다.
"으음~, 이 열쇠도 아닌 모양이네. 이건가?"
"으아아아아아아! 날 엿먹이는 소리 하지마 개년아!"
열쇠 하나로 다 열리는 마스터키가 아니라 열쇠뭉치라서 편의성을 위해서 열쇠에 어느 방 열쇠라고 작은 스티커를 붙여두었다. 잘만 본다면 백리 방 열쇠를 찾는건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거 하나 못찾고 헤멘다는 것은 백리를 골려주려고 그러는 행동일 가능성이 99퍼센트였다.
"어떻게 해요?! 진짜 어떻게 해요?!"
[내가 전에 이야기 하지 않았냐? 네 여동생이 이상해질 때 있으면 그건.......]
"갓-루리루리?!"
철컥!
"아, 나 불렀어?"
"으아아아악!!!"
문고리의 잠금을 풀고 살짝 문을 열어서 그 틈으로 루리가 얼굴을 내보였다. 마치 유명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에 백리가 숨이 넘어갈듯 기겁하면서 문을 밀쳐 다시금 닫았다.
이미 루리가 문고리를 잡고 있어서인지 다시 문이 잠기지는 않았다. 문 하나를 두고 서로 힘싸움을 하는 상황이 되어서 백리는 모든 힘을 다해 문을 밀어 막았다.
"당장 내 여동생 몸에서 나가 쌍년아!"
"엑소시스트라도 해보지 그래? 뭐, 악마 같은것보다 내가 더 쌔니까 의미 없지만. 애초에 나는 마신 계열도 아니라서 그런거 안통해"
"형! 도와줘요! 형!"
[잠깐 핸드폰 좀 스피커 폰으로 틀어봐라]
백리는 온 힘을 다해서 문을 밀어닫고 있는 와중에 겨우 핸드폰을 스피커 폰으로 설정을 바꾸었다.
최악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애 좀 그만 괴롭혀라. 적당히 해]
"앗,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나야 뭐 그럭저럭이지. 아무튼 한 가정 파멸시킬 생각 하지 말고 애는 좀 냅둬]
"난 성교의 신이야! 내가 떡치는게 뭐 어때서!"
"육촌,팔촌 친척도 아니고 남매끼리 하는게 윤리적으로 안되는거잖아!"
"난 네 여동생 아닌데"
"몸은 루리잖아!"
백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점점 힘에 부치는게 느껴진다. 분명 둘 중에서 강한건 루리가 맞지만 저번 한강 원종 사건 때를 본다면 신체능력 자체는 자신이 앞설텐데도 불구하고 점차 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루리에게 갓-루리루리가 강림하면서 뭔가 영향을 끼친게 틀림없었다. 애초에 적었던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떨어졌다.
[나 지금 비행기 타려고 공항 가는 길인데. 내가 차원 찢고 거기로 가는거 보기 싫으면 작작해라. 갓-루리루리]
"싫은데?"
[내 사람 건들다니, 뒤지고 싶어?]
최악은 이기적인 이타주의자다. 상반된 단어가 동시에 쓰일 수 있는 이유는 최악 자신이 바라는 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최악이 타고난 최씨 가문의 절대적인 특징이다. 누군가는 어린아이로, 누군가는 세상 모두로, 누군가는 친구로, 각양각색 대상이 나뉘긴 하더라도 남을 위한다는건 똑같았다.
시온만큼은 아니지만 백리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최악도 최상위 신격을 상대로 싸울 생각은 있었다. 애초에 백리를 신경쓰지 않았다면 몇달 전 영등포 백화점 화재 사건 때 그를 구하지 않고 라쿤맨 행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 대마왕 중에서도 특히나 상성 나쁜게 너랑 누리인데 오빠랑 같이 싸워도 질께 뻔하지. 그리고 말이야......나에 대해서 잘 알잖아? 내가 어떤 신인지?"
[아, 그렇긴 하구나. 그러면......]
"핸드폰 압수!"
루리가 단숨에 밀어붙여서 문을 열고 들어와 백리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 그리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남은건 백리와 루리 둘 뿐이다.
"도, 동네 사람들! 살려주세요! 옆집 아저씨! 아줌마!"
"여태까지 그렇게 소리 질렀는데 아무도 안오는거 보면 몰라?"
이미 기막까지 쳐둬서 소리가 이 집 바깥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그에 백리의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다 못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포식자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루리를 피해 뒤로 둘러나다가 침대에 걸려서 그 위에 넘어졌다. 벽에 머리를 박아서 아팠지만 지금 백리에게 중요한건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가 아니였다.
도망치려는 백리의 허리춤 위에 걸터 앉아 그의 움직임을 막은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백리의 가슴을 더듬었다.
"혀, 형이 오면 너 죽는거 아니야?! 그 전에 그만둬!"
"그 녀석은 오지 않을껄. 이야기가 잘 풀렸거든"
"뭐?!"
설마 최악이 백리를 버렸나? 아까 최악과 그녀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지만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백리는 씻고 나온 뒤라서 셔츠랑 트렁크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루리는 셔츠만 입은 하의 실종 패션이였기 때문에......백리의 허리춤에 걸터 앉아 있으면 얇은 천 하나 사이를 두고 닿는다.
예전에는 같이 목욕탕도 들어가고 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 이야기고 서로 자기 성을 자각했을 무렵에는 혼자 들어갔다. 남매라서 어느정도 선이 가까워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큼 가까히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방금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맡아지는 루리의 체향이 백리의 이성을 자극했다. 비누나 샴푸 냄새가 아니라 마치 그윽한 꽃 향기가 나는듯 했다.
"나는 성교의 신이야. 성교란건 어디까지나 남녀간의 일이지. 거기에 다른건 끼어들 여지가 없어"
"윽......!"
백리가 발버둥 쳐보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약이라도 맞은것 같이 손을 들어보려고 해봤자 덜덜 떨리며 주먹을 쥘 수 조차 없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면서 루리가 요염하게 웃었다. 성교의 신이란 말이 폼이 아닌듯 고작 자신의 단말에 강림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눈빛만으로 남자 여럿 홀릴듯한 모습이였다.
평소의 루리는 약간 강아지 상의 귀여움을 겸비한 미녀였다. 예쁘다는 말이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지만 귀엽다는 말도 꼭 들어가는 그런 외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귀여움을 무시할만한 색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자제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성을 잃고 달려들 정도로.
"엄청 기분 좋을껄? 아무리 내 정보 수집용 단말이라고 하지만 전부 명기거든"
그녀의 말은 사실일게 분명했다.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본능적인 면은 어쩔 수 없는지 백리의 트렁크 안의 물건은 어느새 커져 있었다. 루리가 그 위에 앉아서 허리를 놀려 조금씩 움직이면서 느껴지는 감촉은 이성을 마비시킬만큼 좋았다.
겨우 천 한장을 두고 하는 행위였다. 남매간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묘한 배덕감이 있다.
지금만 하더라도 자위 하는 것보다 몇배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할진데 본격적으로 한다면 과연 어떨까?
"아직 아무하고도 경험 없지? 어차피 나는 타인이야. 몸은 네 여동생이더라도 애초에 그마저도 나한테 속한 것이지. 그냥 넘어가도 괜찮아. 그러니 상냥하게 동정 떼줄테니까, 어때?"
상대가 여동생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내용물은 신이다. 더군다나 제압된 상태라서 변명의 여지도 있었다.
루리가 몸을 숙여 후, 하고 그의 얼굴에 숨을 불었다. 사람을 홀리는 듯한 레몬향이 스쳐지나간다.
"그, 그건......"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 백리가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건 칭찬 해줄만한 일이다.
아무리 본체가 아니라 강림한 상태라고 한들 성교의 신이 유혹하고 있는데도 넘어가지 않은건 그의 이성에 남아 있는 한줄기 윤리라는 개념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 윤리 또한 인간이 정한 선. 신의 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그건 안돼.....!"
"정말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물어오는 모습은 반대로 귀여움이 있었다. 다시금 백리의 정신이 흔들리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런 초인적인 정신력에 그녀도 꽤나 놀라웠다. 특별한 가문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며, 초월자에는 발도 들이지 못한 약간의 이능력을 쓸 수 있을뿐인 인간에 불과했다. 혹시나 가계에 초월자가 있을 가능성도 점쳐보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하고나면 어쩔건데? 나는? 루리는? 앞으로 평생 그렇게 지내라고? 그런 꼴은 죽어도 못봐......! 그러니까 내 여동생 돌려줘!"
인간은 고통 앞에서 생각보다 강해도 쾌락 앞에서 나약한 법이다. 아무리 신념을 가지고 고문을 이겨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약에 쩔어서 구슬려놓으면 얼마든지 정보를 토해내게 만들 수 있다.
지금만 하더라도 그녀가 백리에게 주는 쾌락은 일반 여성과의 성교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의 몇배에 달했다. 아직 본방 전인데도 그 정도인데 실전은 오죽할까.
그런 쾌락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리는 끝까지 자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에이, 그럼 안할께"
"어.......?"
훅, 하고 한순간에 남아 있던 후끈한 기운이 사라졌다. 마치 하늘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은 사라지고 노곤노곤한 피곤함이 들이닥쳤다.
"나는 어디까지나 순애 섹스가 좋은거지 강제로 하는 취미는 없거든. 상대가 거부하면 순애 섹스 비성립이잖아"
"그러면 방금 그건.....?"
"적당히 유혹해봤는데 넘어오면 할 생각이였고. 그런데 넘어오지 않은건 의외였어. 솔직히 덮쳐올 줄 알았거든"
"무책임 하잖아, 남의 여동생 몸으로......!"
"애초에 내가 있으니 이 아이도 있는거야. 그리고 얘도 야한거 좋아하는데 뭐 어때서?"
"그 상대가 나니까 문제라고!"
만약 루리가 남자 친구 만들어 와서 그랬다면 차라리 이해를 하겠지만 상대가 친오빠인 자신이라면 절대로 납득하지 못한다.
게다가 앞으로의 루리의 인생을 완전히 망치게 된다, 자의로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의 루리라면 모든 책임은 그의 탓이 되어버린다. 백리는 그 짐을 짊어질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거부한 것 뿐이다.
"그나저나 어지간히도 믿고 있는 모양이네. 하기사, 그 정도로 믿지 않았다면 차원 찢고 온다고 협박도 안했겠지. 그녀석은 실없는 말은 안하니까"
"그녀석? 아, 형이......"
"만약 네가 진짜로 위험했다면 지금 당장 제압되어 있는건 네가 아니라 나였을껄?"
일정 수준에 이른 초월자라면 어느 정도의 이동수단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
당사자가 귀찮아서 안쓰는거지 필요할 때도 두는 성격이 아니기에 만약 진짜로 백리가 위험했다면 최악은 진작에 이곳에 왔을 것이다.
"이 아이의 오빠가 너 같은 인간이라서 조금은 안심했어. 내심은 여동생도 연인적인 의미로 사랑하는 그런 오빠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미친 소리 좀 그만해 썅년아! 신이면 다냐! 응?"
"......신인거 알고도 그렇게 도발하는거야?"
"어차피 형이 무서워서 못하는거 아니야?"
"씁, 그냥 덮칠까......"
갓-루리루리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분에 받쳐서 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 억지로 하는 것에 가까웠으니까.
"슬슬 위험할 정도로 시간을 썼으니까 일단은 가볼께. 여동생한테 잘해주고. 알았지?"
"평소에도 그러거든?"
"그리고 한가지 더. 이건 신으로서 해주는 충고야. 너는 멀지 않은 미래에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될거야. 네 선택에 따라서 미래는 어떻게 될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리겠지"
"......?"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진중한 모습이였다. 그래서 백리도 뭐라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지 네가 좋을대로 해. 순응인가 후회인가, 어느 쪽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누구도 너를 부정하지 못할테니"
"무슨....뜻이야?"
"네 좆대로 하라는 뜻이야. 꼴리는걸 고르라고"
"무슨 선택을 해야하는건데? 그리고 내가 왜?"
"그거야 그때가 되면 알겠지. 아무튼 난 이만 갈께.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보도록 하자"
갓-루리루리는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냈다. 사람의 허리춤에 걸터 앉아서 건내는 인사로서는 영 꽝이지만 백리의 입장에서는 돌아간다고 하니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순간 점멸, 루리의 눈에 촛점이 사라졌다가 다시금 돌아왔다.
"........머임? 대체 머임??"
루리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꿈뻑였다. 그리고 자신이 백리의 위에 걸터앉아 있다는 것과 하반신이 썰렁하다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백리의 커져있는 물건도 함께 느껴졌다.
"아, 루리야!!!"
"어? 왜 하반신이 썰렁하지? 응? 어?"
상황이 참으로 묘했다. 애초에 갓-루리루리가 저지르고 간 일이 너무나 컸다. 당사자는 수습하지도 않고 도망쳐서 남은건 피해자들이 오해와 여파를 뒤집어 쓰는것 뿐이다.
셔츠 하나만 입고 있는 상태에서 오빠를 덮치는 듯한 모습의 자신을 깨달은 루리는 기겁을 하며 양손을 맞잡았다.
"잠깐, 이건.....쿠헉?!?!"
"근친 페도 죽엇!!!"
깍지낀 루리의 손이 매섭게 백리의 명치에 꽂혔다. 맹렬한 고통이 백리의 몸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타이밍이 악랄하게도 현관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왔다~"
"엄마! 엄마! 오빠가아아아!!!"
"야! 잠깐만! 야야야야!"
백리가 루리의 발목을 잡고 애원했다. 이 상태에서 들키면 여러뭐로 큰일하는건 루리가 아니라 백리 쪽이였다.
"으아아! 갓-루리루리 개새끼!"
성격 좋은 백리가 쌍욕까지 하면서 그녀를 욕했다.
정작 당사자는 들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