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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화 〉[라쿤맨 비기닝] (138/507)



〈 139화 〉[라쿤맨 비기닝]

일반적으로 발전되지 않은 문명에게 있어서 신은 절대적이고 전능한 존재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문명에게 신은 그저 고위 정신체일 뿐이다.

사회의, 혹은 문명의 지성체들에게서 신앙을 받아 태어나서 그들을 수호하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인간에게 얽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그런것에 얽매이지 않는 강대한 신격이 몇몇 있다. 전 차원적으로 신앙을 받아서 최상위 초월자에 버금가는 신들은 그 숫자만 하더라도 손에 꼽을 정도다.


지금 시온의  앞에서 루리의 몸을 빌려서 나타난 갓-루리루리도 마찬가지였다.


성교라는 개념의 전 차원에서 신앙을 받는 신이기에 마찬가지로 전 차원의 번식이 가능한 존재들을 모두 없에버리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거대한 신격이다.

평소의 루리처럼 가벼워 보이는 모습이기는 하더라도 일반적인 필멸자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정말 간만이네. 기왕이면 최흉의 대마왕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타이밍 안좋게 해외로 갔다니 아깝네"

"어차피 만나도 좋은 소리는 못듣지 않았겠습니까?"

"뭐,  녀석은 신을 별로 안좋아하니까. 만나도 왜 왔냐고만 물어볼껄"


"옛날에 신세진  때문에 그나마 그정도입니다. 보통 신이라고 하면 그이한테 호감도가 마이너스에서부터 시작할겁니다"


최악은 신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한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가 대마왕으로서 문명을 판단하는 소재가 '사회'인 만큼 문명을 좀먹는 종교와 신을 싫어한다.

그나마 갓-루리루리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신이라기 보다는 아는 사람 정도로 알고 지내고 있다.

"그런데  왔습니까?"

"잠깐 지나가다가 들렀어. 내 정보수집 단말이 너희랑 만나는건 생각보다 자주 없잖아? 그래서 그래"


"하기사, 그러긴 합니다. 하지만 겨우 그걸로 일부러 강림까지 해서 보러올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만"

"이래서 눈치빠른 외계인은 싫다니까"

"뭐, 인체연성이라도 해서 키메라라도 만들어야 합니까?"

어께를 으쓱이는 그녀의 머리 위에는 은은한 후광이 비친다. 시온에게는 효과가 없지만 그건 보는 사람에게는 위압과 경외감을 주는 빛이였다.

아무리 루리라는 나약한 단말에 강림했다 하더라도 지금 그녀에게는 핵폭탄 정도로는 죽일 수 없을만한 힘이 담겨있었다.


"되도록이면 최흉의 대마왕보고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정작 당사자가 없으니 할  없이 너한테 말해서 전해주는 수밖에 없을것 같아서"

"그이는 아마 내일 올겁니다. 그때 그냥 직접 말하면 안되는겁니까?"

"나도 기왕이명 얼굴 보고 하고 싶은데 한군데 오래 있으면 누리 녀석이  따먹으러 온단 말이야"


"거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한번 대주십시오"

"닳는다고! 여러가지가 닳는다고! 그리고 순애 섹스면 뚱뚱하고 냄새나는 아저씨라도 대줄 수 있지만 보복성 레이프 레즈 보빔 섹스면 상대가 미소녀라도 별로야!"


"그거 보통은 전자를 거부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내 신성이 그래!"

신은 반드시 세가지가 갖추어져서 태어난다.

신위(神位), 신성(神聖), 신앙(神仰).

신위란 신으로서의 위치, 신성이란 신으로서의 의미, 신앙이란 신으로서 우러름 받는 힘. 이 세가지에 따라서 신의 격이 정해진다.

갓-루리루리의 신위는 차원 레벨의 최고위 신격, 신성은 성교이며 신앙은 전 차원적이다.


만약 같은 태양신이라 할지라도 행성 하나에서 신앙 받는 신과 차원 레벨로 신앙 받는 신에는 격의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셋 다 최상위인 그녀는 동급의 존재를 찾는게 더 빠를 정도의 강대한 신격이다.

"순애 섹스가 뭐 어때서! 나는 불륜은 싫지만 그거야 한 사랑이 깨지니까 그러는거고. 만약 원래 부부간에 사랑없이 결혼해서 진짜 사랑 찾아 떠난 불륜이면 난 괜찮다고 생각해. 그런 논리로 동성이나 근친이더라도 사랑만 있다면 괜찮아, 남매라도 현관합체 오케이야!"

"일단 당신은 나가 죽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신으로서 신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가 죽어도 내가 한 말은 번복하지 않겠다!"


갓-루리루리의 신성은 성교지만 그녀를 신앙하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지성체다. 지성이 없는 짐승이라면 몰라도 지성체는 번식보다는 애정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개념에서 태어난 이상 그녀의 신성도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윤리로 이해할 수 없다는게 있다면 사랑만 있다면 어떤 성교든 오케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말한대로 동성애나 근친상간도 허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멸자가 초월자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없다. 윤리적으로는 안되더라도 그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너희는 진짜 쩌는 단골 손님이지. 맘 같에서는 최흉에 대마왕한테 내 교단 교황 자리라도 주고 싶은데......"

"당사자가 싫어할겁니다"

"하긴, 죽었으면 죽었고 아니면 날 죽였지 그런 자리 받을 생각 없겠지. 에이, 내가 먼저 찜해둘껄"

그녀가 아깝다는듯 혀를 찼다. 수백, 수천년에 걸쳐서 깨지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를 사랑하는 커플은 초월자 중에서도 꽤 드문 법이다. 특히나 서로를 위해서라면 죽어줄 수도 있는 커플이라면 더더욱.


수명이 무한이나 다름없는 초월종과 죽어도 다시 환생하는 환생자이자 손꼽히는 초월자. 두사람을 신도로 들이는건 꽤나 군침도는 일이지만 이미 손을 써둔 사람이 있어서 불가능하다.

갓-루리루리도 강하긴 하지만 그들에게 손을 쓴 존재는 더욱 강대한 존재다.

당연하듯이, 이 세상을 창조하는데 일조한 절대자 중에 한명이 그들의 뒤에 있었으니까.

"사설은 이만 줄이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그이한테 하려던 말이 뭡니까?"

"아, 그거 말인데.....조심하라고 말 전해주러 왔어"

"조심? 어떤걸 말입니까?"


어지간한 일로 그들이 조심할 필요는 없다. 최악만 하더라도 위에서 세는게 빠를 정도의 초월자고 시온이 비교적 약해도 4대 초월종이다. 초월자를 상대할 때 효과가 적어도 어지간한 문명을 상대로는 위협도 가할 수 없다.

게다가 두사람이 함께 있으면 근,원거리 전부 커버가 가능해서 약점이 사라진다. 아마 상위 초월자도 진짜로 싸울 생각이 없다면 자리를 피할 정도다.


같은 예시로 눈 앞의 강대한 신격인 갓-루리루리도 두사람을 힘으로 압박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시온이 나설것도 없이 최악이 나서는 선에서 끝난다.

"여기 차원진 생기잖아? 보니까 어디서 일부러 뚫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그거야 이쪽 차원 문제입니다"

"남의 집 담벼락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꼭 거기로 들어와보는 나쁜 사람이 종종 있단 말이야"

"..........."

최악이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회식  때 시온이 했던 비유다.


루리가 보고 듣는 정보는 모든지 저장하는 그녀라면 알고 있는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건 왜 하필 지금 그 비유를 들었냐는 소리다.

"초월자 중에서 그런 나쁜 녀석들은 생각보다 적지"

"한가롭게 여행이나 하는 사람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내가 일부러 강림해서 이야기 하는거 보면 몰라?"

만약 그녀가 볼일이 있었다면 직접 본신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소란이 일어나기는 하겠지만 그런거 신경쓰는 신이 아니다.


신이 인간에게 큰 간섭을 못한다는 제한은 갓-루리루리 같은 최상위 신격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단지 그녀가 인간에게서 태어났기에 자제하는 것이지 이미 전 차원적으로 신앙을 받고 있는 마당에 겨우  하나의 수십억 인류가 반항한다고 티도 나지 않는다.


"대충 기척 느껴지자 마자 튀었어. 아무리 나라도 그 녀석들이랑은 상성이 나빠. 게다가 걔들 성격 더럽잖아. 한끼 식사거리가 되기 전에 도망쳤어"


"......블러디어입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군단장 클래스야. 군것질이라도 하러 온 모양인데 이 별 날아가는거 한순간일껄?"

시온은 인간 같은 외견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태이며  종족은 하논이라 불리는 초월종이다.


하논은 기본적으로 에테르란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테르를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수명이 다해 끝을 맞이한 우주를 에테르를 사용해 빅뱅을 일으켜 다시금 우주를 창조한다.

차원이 어항이 개념이라면 하논은 그 어항에 물을 채우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세상을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종족을 4대 초월종이라 부른다.

시온의 종족인 '하논'.

윤회의 좌에서 헤엄치는 '아레기쉬'.


꿈의 세계를 관리하는 '드림 자이언트'.

그리고 최흉의 포식종 '블리디어'.

하논은 종족적으로 적은 숫자만큼 감정도 적다. 무한의 수명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이 창조된 태고적 이후로도 거기에서 벗어난 하논이 시온과 그녀의 사촌 오빠인 유토피아 밖에 없다는걸 생각하면 두사람이 돌연변이인 것이다.


아레기쉬는 모든 영혼이 거쳐가는 윤회의 좌에서 다음 환생을 위해 영혼의 업과 기억, 감정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이쪽은 반대로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자기 영역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드림 자이언트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영역에서 나오는 일이 적은 초월종이다. 하논보다도 더 개체수가 적지만 꿈의 세계를 지키는만큼 개인의 무력은 초월종 중에서도 손꼽힌다.


그리고 블러디어는......그들은 최상위 포식자다. 정화하거나 처분이 필요한 것들도 전부 흡수하고 먹어치울 수 있는 청소부들이다.

"블러디어들은 창조의 절대자가 만든 다른 초월종들과는 다르게 그의 손에 직접 만들어지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초월종으로 인정받기는 했어도 의무에 대해 열중하지 않아. 그보다도 걔네들은 자기 종족의 숙원을 풀고 싶어하니까"

"제일 귀찮은 애들입니다. 나머지는 그래도 말이 통하고 사촌 오빠가 있어서 어떻게든 구슬릴 수 있지만 블러디어는 그러지 않는 녀석이 대부분입니다"

"차원진이 여기까지 뚫려 있는거 보면 분명 그거 따라서 지구에 올꺼야. 내가 먼저 와서 중간에 파장을 뿌려서 교란시키긴 했어도 오는데 이쪽 차원 시간으로 며칠 걸리지 않을껄"

시온만 하더라도 별 하나 부수는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블러디어의 악명은 거기에 있는게 아니였다.

놈들은 포식자라 불리는만큼 무기물이던 유기물이던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인간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입안에 넣어 씹어대고 별 조차도 먹어버리는 플래닛 이터들이다.

게다가 하위 개체도 아니고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 클래스. 그 위에 앉아 있는 킹 블러디어를 제외한다면 가장 강한 블러디어들이다.


"최악의 경우에 디스페어나 드래그니티라면 원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드래그니티는 말이 통하지 않아?"

"밥 먹으러 온 블러디어만큼 믿을만한  없습니다. 힘으로 조져서 쫒아내는 수밖에 답이 없는거 알지 않습니까?"


안그랬다면 갓-루리루리가 진작에 쫒아냈을 것이다.

더불어서 블러디어가 악랄한 이유는, 종족 특성상 최악의 '간섭'이나 '감각'과 같은 능력인 '흡수'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의 인자라도 흡수한다면 그 힘을 사용하는게 가능해서 더 많은 종류의 강자와 싸울수록 강해진다.


"일단 그이가 있으니까 쫒아내는건 가능한데 그 여파로 별이 박살나니까 문제입니다"

"피해 없이 막으려면 절대자라도 와야지. 근데 그런 한가한 녀석이 어디 있다고 그래?"

"음......."


"응? 야, 그거 안된다?! 일단 네가 알만한 절대자들은 도움 요청 못하거나 와도 본말전도인 사람들이잖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운명의 절대자. 최악의 뒤를 봐주며 대마왕들의 특권인 살인과 파괴 행위에 대한 인과율을 면제해주는 존재다. 그런 그녀도 절대자 중에서 손꼽히는 강자지만 사정이 있어서 자기 영역에서 나오지 않는다.

두번째로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 이쪽도 마찬가지로 절대자 중에서 손꼽히는 강자지만......만약 이쪽이 싸웠다가는 거기가 어디던지 백악기 시절로 회귀할 가능성이 무진장 높았다.


그 외에도 알고 있는 절대자가 몇명 정도는 있기는 한데, 전부 사이가 나쁘거나 부탁하기 어렵거나 자기 영역에서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다.

결국에는 그들이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쩔  없이 저희들끼리 해결 봐야겠습니다"


"나도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 바빠서"

"......? 그러고 보니 어디 가는 길이였습니까? 여기는 생각보다 외진 차원이라서 평소에는 지나갈 일도 없을텐데"


"팝의 황제, 아니 이제는 팝의 신인 MJ 콘서트 보러 가는 길인데. 이번에 신성 얻었다고 축하 공연하는거 보러 가고 있어"


"앗,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전에 환계 아이돌 태양신 바스테트랑 댄스 배틀했다가 이겨서 신성 얻을것 같더라니!"

"아무리 데스 로드랑 계약해서 부활했어도 필멸자가 신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건 개쩌는 위업이지. 아무튼 팝의 신이 되어서 데스 로드도 흔쾌히 계약 파기 해줬어. 아직 소속사는 그쪽으로 남아 있는것 같은데 델타 캐슬에서 눈독 들이고 있는거 알아?"


"흐음, 콘서트는 보러 가고 싶은데......"

"근데 이미 표 매진 되서 없을껄"


"전 생전 티켓 꿍쳐둔거 있어서 괜찮습니다"

"부럽다! 난 태생이 지구가 아니라서 그거 없는데!"

절대자의 아래에는 로드라는 단계의 초월자가 있다. 그리고 거의 태고적부터 살아온 데스 로드는 죽음이란 개념을 다룬다.

보통 그는 자신의 성에서 머무르지만 인재를 좋아하기에 여러 차원에서 특출난 인재를 눈여겨 보았다가 사후에 부활을 댓가로 계약을 맺는다.

다른 차원 출신도 많지만 지구의 유명한 인사들도 종종 그 계약을 맺고는 한다. 만약 지구 출신이 그의 성에 가본다면 익숙한 이름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슬슬 크레이지 사이코 레즈비언인 자유의 대마왕 누리가 찾아올 때 같아서 난 슬슬 가봐야겠다"


"그러면서 공연은 어떻게 봅니까?"


"그거야 따먹히면서라도 봐야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누리도 성격 많이 죽었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당신 죽이겠다고 난리를 피웠을텐데"

시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갓-루리루리와 자유의 대마왕 누리는 사이가 썩 좋지 못하다.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사정을 이야기 하려면 꽤나 오래걸리기 때문에 접어두도록 하자.

"아참, 한가지 더.  있잖아. 예진이"


".....예진 학생은  갑자기 꺼내는겁니까?"


"걔 말이야. 미래를 보는 능력 같은거 있지?"

"그렇긴 합니다"


일단 가벼워 보여도 그녀는 신이다. 루리가 듣고 본 지식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강림한 상태로 당사자만 보더라도 알아차릴  있는 간단한 정보에 속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하게 미래를 보는건 아닌것 같거든? 예를 들어서  루리루리 네트워크 비슷한거라고 할까? 나라는 빅 데이터를 이용한 고도의 연산 결과를 수신받는 쪽에 가까워 보이는데? 아, 물론 몇초 정도 미래 보는 능력은 있는것 같고. 아무튼 그거랑 별개로 그런 식인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가이아 레코드에서 미래 예지 결과를 수신 받는거 아니야? 몰랐어?"


문득 시온은 예진이의 능력이 차원진 감지기를 만질 때만 발동된다는걸 기억했다.


그리고 시온이 만든 차원진 감지기는 파장을 뿌리고 그 파장을 매질로 하여 차원진을 감지하는 구조다. 그러니 그걸 타고 차원진이 아니라 다른 정보가 전해진다면?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한가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이아 레코드는 지구의 빅 데이터지 차원진을 예지하지는 못합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타차원의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그것도 관리하는 녀석이 있겠네"

시온이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도 무표정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미간이 찡그려져 있었다.

가이아라는 이름은 전에 가이아 교 사건 때 잠깐 나왔었다. 하지만 연관되어 있지 않아서 잊고 있었던 이야기다.


지구에 지성체가 존재하게 된다면 따로 이름이 없을 때는 편의상 거기서 탄생하는 신격을 가이아라고 부른다. 그런 가이아는 지구에 대한 간섭 권한과 가이아 레코드 접속 권한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 한정한다면 인간이 상상하는 범위에서 전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지구 안에서의 이야기다. 차원진같이 지구 바깥의 이야기에는 큰 손을 쓰지 못한다.

".......가이아보다 더한 관리자가 있는겁니까?"

"일단 스토리텔러에게 네 종족에 대해서  물어보는건 어떨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모르는거 아니야?"

그녀는 키득키득 웃었다. 왜 갑자기 이 자리에서 시온의 종족 이야기가 나오는건지 몰랐지만 전부 알고서도 그렇게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어느새 루리의 집 근처까지  도착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한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내릴 준비를 하면서 갓-루리루리는 짐을 챙겼다.

"누리가 오기전에 나는 이만......앗, 잠깐만. 그러고 보니 얘는 지금 오빠가 있었지? 저어기 마중 나와 있는 애가 걔 아니야?"

"지금 무슨 생각 하시는겁니까?!"


"마침 한국이기도 하겠다 여수나 가볼까?"

"근친은 안돼 미친년아!"

시온이 반쯤 반사적으로 격렬하게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람보르기니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백리를 보며 신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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