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1화 〉[라쿤맨 비기닝] (131/507)



〈 131화 〉[라쿤맨 비기닝]

액션 영화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티븐 시걸 아저씨가 나오는 영화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관절기 같은거 잘 쓰는 무뚝뚝한 아저씨 있잖아. 아니, 요즘 애들이 보기에는 너무 옛날 영화인가?


아무튼 내가 기억하는 한 영화에서 그 아저씨가 주방장으로 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를 때려잡는 영화였다.  된거라 기억하는 사람 없으려나.

"목꺾기!"

조우하는 테러리스트들의 목을 살포시 비틀어 꺾어버렸다. 인간의 몸으로 도저히 꺾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할법한 각도까지 꺾여서 죽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목이 꺾였는데 안죽는 녀석들도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보통 초월자 반열에 안들어간 사람들은 목을 꺾으면 죽는다.

그리고 찾아보면 초월자 중에서도  꺾으면 죽는 놈들도 있는데 뭐.  중에서 주로 나 같은거.


"이걸로 8킬 달성이군"

"이렇게 깔끔하게......!"

"예전부터 사람 죽이는건 존나 잘했으니까"

나도 인간이기는 좀 애매해도 사람이기는 한지라 죄 없는 사람 죽이는건 양심에 껄끄럽다. 하지만 명백하게 죄가 있는 놈들은 죽여도 죄책감이 없다.


솔직히 인간 말종들은 죽어도 싸. 살려둬서 쓸데라고는 없는 놈들이다. 이런 녀석들이 감옥 가서 세금으로 밥 먹고 걱정없이 사는걸 보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여버리는 편이 낫다.

그나마 마지막 자비로 고통없이 죽여주었다. 눈 뜨면 지옥일거다 새끼들아.

"총 따위는 약한 놈들의 호신술인 법이지. 진짜 쌘놈들은 맨몸으로 싸우는거야"


"마스터 유저한테 그런 이야기는 당연한거 아닙니까......"

"마스터 유저는 뭐 사람 아니냐? 보통은 핵 맞으면 죽지"

"꼭 당신은 핵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시는것 같군요"

"맞는데"


"........?"


일단 본격적으로 초월자라 불리 시점쯤 된다면  정도 맞고 뒤지는 놈들은 거의 없다. 종종 있긴 하지만 그때야 그놈 수준이 워낙 낮거나 부상 입었을 때 정도겠지.


나만 하더라도 부상 입어서 죽기 직전이라 하더라도 핵 정도로 죽지 않는다. 별 하나쯤 뭉게져야 죽을만 할껄.

진행루트에 있는 놈들은 죄다 목을 꺾어 죽이고 도달한 방 앞에서 조용히 대기했다.  기감에 안에는 일반인 두명과 포스 유저 15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VIP 두명은 방 중앙에 있어. 창문은 죄다 막아놔서 외부에서는 못들어오게 해뒀고......놈들의 배치는 VIP 중심으로 원형이고 보스로 보이는 놈은 VIP 바로 옆에 있어"

".......보통은 그 정도 정보를 얻으려면 저희 대원 몇명은 죽었어야 할겁니다"


"내가 프리패스긴 하지"


솔직히 나 없었으면 문제가 이만저만 아니였을거다. 나랑 시온이 있으니까 이렇게 조용하게 코앞까지 올  있었던거지 아니였다면 진작에 펑! 하고 버킹엄 궁전이 터져나갔을 것이다.


"들어가면 주위에 있는 놈들은 그대로 사격해. 보아하니 몰래 들어와서 예의 도핑약은 사용 못한걸로 보여"

놈들이 창문에 센서를 붙인건 우리들이 침입하는걸 파악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걸 파악하여 도핑약을 복용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온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그건 지속시간도 짧지만 즉효성도 아니란 것에 있었다. 지속 시간이 짧다는 단점보다 즉효성이 아니란 단점이 훨씬  크다.

만약 처음부터 들켰다면 진압하는데 더 일이 많아졌겠지만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가웨인입니다. 이쪽은 메인  앞에 도착했습니다]


"동시에 돌입하는 쪽이 더 좋겠지? 카운트 다운 해"

[알겠습니다, 그러면 셋, 둘, 하나]

"고 슛!!!!"

아니, 카운트 다운을 그렇게 세면 반사적으로 그렇게 튀어나올  밖에 없잖아! 한창 그 시절 살던 남자애한테는 당연한거라고!!!

여기에 팽이는 없으니 트리플 악셀로 회전하며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돌입했다.


[가라! 청룡!!!]


"아니, 거기서 그 드립을?! 역시 우리 마누라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꺼라위키에 탑블레이드를 쳐봐라! 요즘은 베이블레이드가 어쩌구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언제나 탑블레이드 뿐이야!

아무튼 돌입하자마자 상황이 터졌다. 아무리 그래도 진압 대원들은 전원이 포스 유저. 일반인보다 동체시력이나 반응 속도가 빠르다. 더군다나 기습 공격을 한다는 메리트가 이쪽에 있으니 당연하게도 선공의 우선권이 있었다.

재빠르게 겨눈 총구는 주위의 테러리스트들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핑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같은 포스 유저인만큼 총기가 유효하다.

승패는 돌입 후 1초에서 갈렸다. 이쪽도 들어가는 문의 넓이가 있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적었지만 한번에 5,6명씩은 들어갈 수 있어서 단숨에 절반에 가까운 테러리스트들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남은 절반도 빠르게 반응하여 총구를 이쪽으로 들어 겨누었지만 나는 염동력으로 그런 놈들의 총구를 구부러트려서 무력화 시켰다. 진압 부대원의 총탄이 자비없이 그들에게 꽂힌다.

그리고 메인이자 주범인 윌리엄 러벗, 그는 상황 파악이 빨랐는지 의자에 앉아 구속되어 있는 VIP을 방패로 내세우고 그 뒤에 숨었다. 덕분에 함부로 총을 쏠 수 없게 됐다.


그는 난데없이 돌입한 우리들을 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 가면은 라쿤맨.......? 젠장! 어째서!"


"다음에 볼 때는 되도록이면 웃는 얼굴로 보자고 했으면서 기왕이면 웃으라고!"


".......너!! 그 때 그 동양인 놈!!!"


헤어질  했던 말을 내뱉자 놈이 눈치 챘는지 소리쳤다. 이를 으득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가던 길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시체를 걷어차 길을 만들어서 앞으로 다가간다. 입까지 막혀서 뭐라고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읍읍거리면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움직이지마! 지금 이 두명한테는 폭탄 조끼를 입혀놨다! 내가 기폭장치를 누르기만 한다면 이 건물에 설치한 폭탄과 함께 산산조각이 날거다!"

"야, 그렇게 협박하면 액션 영화에서 나올법한 전형적인 테러리스트같지 않냐?"

"닥쳐!!!"

"그 왜 막 나중에 존나 비참하게 죽는 그런 테러리스트 말이야. 그런 애들의 최후는 죄다 끔찍하던데"


"닥치지 않으면 폭탄을 터트리겠다!!!"


"오오, 협박 무서워, 오오"

자고로 협박하는 새끼들은 무섭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게 궁지에 몰린거나 다름없거든.


사방을 포위한 다른 진압 대원들은 놈에게 총구를 겨누었지만 중무장을 해서 쏜다 하더라도 한번에 절명한 치명상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그대로 버킹엄 궁전과 함께 싹다 날아가는게 눈에 훤하다.


"폭탄 처리반은 불렀어?"


"바깥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럼 저놈만 처리하면 되겠네"

"하지만 VIP께 폭탄 조끼가.....자칫해서 폭발하면 VIP은 물론 궁전까지 닐아갈겁니다"

"괜찮아. 나한테 맡겨봐"


"폭탄 처리반이 처리할 때까지 시간을 끄시려는겁니까?"

"영화 봤는데 걔네들은 시간은 더럽게 오래 걸리면서 시간 내에 해체도 못하는 그냥 곁다리더라. 기폭장치 들고 있는 놈은 조지는 편이 더 빨라"


그냥 멀쩡한 상태라면 몰라도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면 나도 역장을 걸어주기는 귀찮다. 그냥 옷이랑 폭탄 조끼랑 나눠서 걸어주는게 얼마나 빡센지 모르지? 게다가 기폭장치가 단순히 폭탄 조끼뿐만이 아니라 이 궁전에 설치된 폭탄에도 연동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확실히 준비는 잘 해왔다. 만약 윌 혼자서 돌입했더라면 일반인 구하는건 둘째쳐도 VIP도 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건 자기 심장 박동이랑 연결된 그런 기폭장치가 아니라는 점일까.

"그래서, 뭘 원하는거야. 댁은?"


"개자식. 카지노에서 눈치 챘어야 했는데......"


"어허, 고운말 써야지. 아, 테러리스트한테는 어차피 상관 없나. 아무튼 간에 바라는게 있으니까 이런짓 저지른거 아냐? 뭔지  좀 풀어봐라"


"잘난 협상가 흉내라도 내볼 생각인가? 카드패는 충분하고?"


"누가 카지노 사장 아니랄까봐 비유도 카드로 하네. 그런데 솔직히 협상은 잘 못해. 상대 멱살 잡고 흔드는 쪽이 더 편하거든"

"할 수 있겠나? 잘못 실수하는 날에는  궁전과 함께 통째로 날아갈텐데?"

그는 장난스럽게 기폭장치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붉은색 버튼이 달린 기폭장치는 이런저런 전선이 연결되어 보인다. 전기로 돌아가기는 하는것 같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것은 아니라서 시온도 해킹은 못할거다.

"자그마치 20년을 준비한 복수지. 그런데 네가 다 망쳤어. 염병할 동양인"


"아 좀! 영국 애새끼들은 죄다 인종차별 하는게 특기야? 왜 자꾸 여기 와서 인종차별 하는 소리 들은게 몇갠지나 아냐! 테러리스트보다  질 나쁜게 레이시스트인데  둘 다냐 퍼킹 레러리스트 자식아!"


인종 차별하는게 혹시 영국인 특성이니? 그 왜  포켓몬 보면 숨겨진 특성 같은거 있고 막 그러잖아. 진짜로 그렇다고 해도 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만난 영국인도 그리 많지는 않은데 그 중에서 절반이나 인종차별하는거 보면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위협으로 내가 주먹을 쥐어보이자 도리어 그는 나를 노려보며 기폭장치를 내밀어 위협했다.

"움직이지 마시지, 라쿤맨. 조금이라도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당장 폭탄을 터트리겠어"

"뭐, 그 잘난 복수 하게? 여왕님 죽이고 총리도 죽이고 그러면 다 끝날줄 알아?"

"전부 끝나지. 20년 전 대공황  지옥을 본 우리들을 외면하고 호의호식해온 놈들이 말이야.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놈들은 걱정없이 살았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원래 인생은 불공평한거야. 태어나는 것도 정하지 못하는데 어디가 공평해?"

"그러니 지금 놈들이 죽어도 불만 없겠지?"

읍읍! 하고 VIP 두사람의 다급한 반응이 들려온다.


한창 녀석과 대치하고 있을 무렵, 귓가의 통신기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윌이 메인 홀에 있던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했다는 소리였다.

[라쿤맨? 여기는 상황이 끝났습니다. 전부 제압하고 인질들의 안전은 무사합니다]

"제압? 테러리스트들은 죽여도 된다던데?"

[최소한 재판은 받은 뒤에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어차피 사형이겠지만......]

"너 참 사람 좋다. 왜 제이콥이 너보고 영국 신사라고 했는지 알겠다"


나도 제압하고자 했지만 죽여도 된다는걸 알고 그냥 다 죽여버렸다. 그런데 저쪽은 이미 죽여도 된다는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압해서 끝냈다.

나 같았으면  가족한테 손댄 새끼들은 가차없이 그대로 갈아버린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갈아버린다. 물리적으로 믹서기 돌린듯이.

영국의 여왕님이지만 사적으로는 할머니일텐데 그런 그녀를 인질로 잡은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제압하다니......


나랑은 정반대라 꽤나 재미있는 상황이다. 애가 성격이 좋네, 백리 생각날만큼.

"야, 니 부하들 죄다 제압 됐어. 도핑약 사용할 시간도 없이 끝나버렸네? 돈 써서 괜히 받아온 것 같지?"

"메인 홀에 있는 녀석들이 벌써......?"


"거기에는 가웨인이 가 있거든"


 순간 윌리엄 러벗이 웃었다.


마치 그걸 바라고 있었다는 듯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빨라지겠군"


그는 기폭장치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아까 까지만 하더라도 실수로 누를까봐 버튼에서 약간 떨어져 있었던 상태였는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버튼이 눌려질 만큼 금방이라도 누를 기세였다.

"이 때를 기다렸지! 그 자식들을 죽일 기회를!  나라의 왕과 총리, 그리고 마스터 유저를 동시에 날려버릴 때를 말이야!"


"사회에 복수라도 하려고?"

"사회가 아니다! 나는 그 셋에게 복수할 뿐이지! 그 뒤의 여파는 "

"야! 그거 터트리면 너도 같이 죽어! 그거 모르는건 아니겠지!"


"죽을건 애초에 각오하고 왔다"


윌리엄 러벗은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나는 정당한 복수자다"

꾸욱, 하고 기폭장치가 눌려졌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예를 들어서......눌려졌어야 할 기폭장치 버튼도 말이다.

"뭐.......?"

"내 역장은 사람한테만 걸어주는게 아니라고"

내가 사용하는 역장은 사물에게도 걸 수 있다. 솔직히 두명한테 거는 것보다 작은 물건 하나에 거는게  편하겠지?


역장을 씌우면 설령 바로 위에 운석이 떨어져도 멀쩡하다. 개념적인 것이 아니면 역장을 뚫고 데미지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포스유저라지만 겨우 손가락 힘으로 버튼을 누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나는 단숨에 염동력으로 놈의 손에서 빠르게 기폭장치를 빼앗았다.


여기서는  나는 대사를 해줘야겠지!


"그럼 나는 라쿤맨이다 등신아"

"라쿤매애애애애애애앤!!!!!"

두두두두두!!!

인질의 안전이 확보되자 그의 몸뚱이를 향해 총알 세례가 퍼부어졌다.


방탄 조끼를 입고 있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들도 테러리스트가 포스 유저인걸 알고 포스 유저용 특수탄을 준비했다.

아무리 튼튼한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 한들 그대로 그의 몸뚱이는 걸레짝이 되었다.

"듣고 있는  마누라, 3000만큼 사랑해"

[전 괜찮은데 그거 통신기로 다 들릴겁니다]

아차,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염장을 질렀구나!

뭐! 들으라면 들으라지!

[.......부부 사이가 참 좋으신것 같습니다]

아니꼬운 윌의 말이 들려왔다.


너 혹시 모쏠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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