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라쿤맨 비기닝]
내가 버킹엄 궁전에 도착했을 때 본건 그 주위를 삼엄하게 둘러싼 경찰차와 군 병력들이였다. 포스 유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반인 이상의 싸울 수 있는 병력들이 빠져나갈 틈 없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미 사건을 터진 모양이다. 나는 기감을 펼쳐서 안의 상황을 살펴 보았다.
응? 근데 걸리적거리는게 있네. 방해 전파라도 쏘는건가? 크게 지장은 없으니 별로 신경쓰이지 않지만.
내 기감은 이럴 때 좋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을 때 내부 상황을 손바닥 안 들여다 보듯이 알 수 있으니까. 특히나 집중한다면 안에 있는 사람의 숫자는 물론이고 성별이나 하는 행동까지 전부 감지할 수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대충 세어도 100명이 가볍게 넘는다. 거의 200명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대부분은 일반인의 반응이고 포스 유저의 반응은 65명 정도다.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즘 세상에 이런 중요 요인이 머무르는 곳에 다른 포스 유저가 없을리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 유저의 숫자가 내가 아까 W.러벗 카지노에서 찾은 정보에서 나온 숫자와 같다는 소리는......
"이 새끼들 죄다 죽여버렸구나?"
하기사 포스 유저를 인질로 삼는다면 귀찮은 일만 가득한 법이다. 관리부터 안전 여부까지. 아무리 제압했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데리고 있는것보다 다른 인질이 있다면 그냥 처리하는 편이 훨씬 편한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걸 빼더라도 사람이 적다. 버킹엄 궁전이면 다르긴 해도 청와대랑 비슷한 곳인데 겨우 백명 정도만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먼저 빠져나온 사람이 있는듯 보인다.
하지만 백명에 가까운 인질과 더불어서 총리와 여왕님이 붙잡혀 있다면 대처하는 쪽에서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인질극은 나도 좀 귀찮은데......."
인질이 백명이 넘어가면 저번에 가이아 교에서 교주놈이 유진이를 인질로 잡았을 때 써먹었던 방법은 쓰기 귀찮다. 차라리 중요 인물 한두명이라면 또 모를까.
그리고 타인에게 내 역장을 둘러주는 기술은 생각외로 의지 소모가 많다. 하고자 한다면 못할건 없지만 솔직히 그 많은 사람에게 내가 거기까지 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니 그냥 몸으로 때우는 일이 낫다.
그러다가 인질이 죽으면? 그게 내 탓이겠냐, 인질 잡은 놈들 탓이겠냐?
"일단 어떻게 들어간다......지금 상황이 그냥 들어가는건 무리인 것 같은데. 협조 해줄리도 없고"
정식으로 입국한거라도 타국의 마스터 유저가 몰래 들어온거나 다름없는데 다짜고짜 협력해주겠다고 하면 퍽이나 협조해주겠다.
몰래 들어가려고 해도 빠져나갈곳 하나 없이 둘러싼 상황에 기척 죽이기 정도로 숨어 들어갈 수 없다. 나도 만능은 아니라서 불가시화 같은건 못한단 말이야.
암살은 가능해도 잠입은 좀.......아, 잠입을 못하는데 암살을 어떻게 하냐고? 목격자만 다 죽이면 되는거지 뭐.
들어갈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하늘에서 헬기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꽤나 묵직하고 크게 들리는걸로 보아 취재 전용이 아니라 군용 헬기가 이쪽으로 오는것 같았다.
소리가 들리는 쪽에서 날아오던 헬기는 이윽고 문을 열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특이하게도 낙하산을 매고 뛰어내린게 아니라 방패를 들고 뛰어 내린게 보였다.
쿠웅!
아무리 낮게 날고 있었어도 주변에 건물들이 있으니 지상에서 수십미터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방패를 내세워서 우선 지상과 충돌할 때 충격을 방패에 집중하고 몇가지 특성을 사용하여 그 충격을 줄인 다음에 구름과 동시에 낙법을 사용해서 완벽하게 착지했다.
다른건 둘째치고 방패 사용하는 기술 하나만큼은 꽤나 봐줄만하다. 같은 조건이라도 보통 저 짓 하다가 팔 부러지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캡틴 아메리.....아니, 영국이니까 캡틴 브리튼이냐?"
방패를 쓰는 실력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가 영국의 마스터 유저인 모양이다. 이름이.......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 주니어였나? 아씨, 외국 놈들은 이름이 쓸데없이 긴게 탈이라니까. 한국인 봐봐. 평균 세글자로 성과 이름까지 다 쓰잖아. 나는 두글자니까 훨씬 짧고!
외견은 전형적인 서양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포스 유저 특유의 외모와 20대라는 젊은 나이가 합쳐지자 거의 무슨 동화속에서 나올법한 왕자님 같은 모습이다.
그 왜 금발의 잘생기고 젊은 훈훈한 청년 있잖아. 머릿속에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야기 하면 꼭 나오는 그런 왕자같다.
......아, 잠깐만. 왕족인데다 계승서열 높다니까 진짜 왕자 아니야? 보통 금수저도 아니고 플래티넘 수저였네.
슬쩍 건물 옥상에 몸을 숨기고 기감을 집중해서 그를 중심의 대화를 엿들었다.
[폐하께서는 무사하십니까?]
[아직 테러범들에게서 어떠한 요구도 오지 않았습니다. 심리 분석팀에 의하면 아무래도 저희 측의 조급함을 자극하려고 그러는 행동 같습니다]
[그렇다는건 아직 어떠한 상황도 모른다는거 아닙니까?]
[감지계 포스 유저를 통해서 내부를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차단당했습니다. 아무래도 테러범 쪽에서도 포스 유저가 있는듯 보입니다]
[그거야 당연한거 아닙니까? 궁전 내부에 있던 경호 인력이 몇이고 그 중에서 포스 유저가 몇이였는데!]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빨리 진압팀을 꾸리십시오. 제가 그쪽의 지휘권을 존중해드릴 때 말입니다]
영국의 마스터 유저, 윌리엄의 태도는 무례해 보였지만 지극히 당연하게 보였다. 공적으로는 영국 여왕이지만 사적으로는 그의 할머니일테니까.
자기 할머니가 테러범한테 인질로 잡혀서 생사도 모른다면 그야 까칠하게 반응할만 하지.
하지만 내부 상황을 파악 못하고 있는 것도 의외였다. 내가 기감을 펼칠 때 좀 걸리적거리는게 있기는 했지만 그게 다른 포스 유저가 사용하는 감지계 교란 특성인가? 솔직히 처음 본다.
......하기사 그럴만도 하겠지. 그런건 보통 대 적성종이 아니라 대 포스 유저 전용인 기술일테니까. 아마 쓸 수 있는 사람도 드물껄.
내부 사정도 모른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버킹엄 궁전의 내부 구조야 알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디에 누가 잡혀 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진압하냐?
조금 생각하다가 나는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어차피 쟤들만으로는 인질도 구출하기 힘들고, 나 혼자서 들어가려고 했다간 테러범 녀석들이나 영국 정부에서나 동시에 공격받게 될게 뻔한 일이다.
나중에 오해를 풀더라도 기왕이면 오해를 사지 않는편이 낫겠지.
"어이, 왕자님.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길 가다가 헌팅 몇번이나 받아봤어?"
".........!"
아, 첫 대사로는 좀 아닌것 같은 말이였나? 되도록이면 친근감있게 대하고 싶어서 한 말인데. 그런데 한국보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면 이 정도는 괜찮은 축이잖아.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그의 앞에 착지하자 다짜고짜 방패가 날아왔다.
나이트 가웨인......아니, 그냥 캡틴 브리튼이 낫겠다. 그의 방패는 던지기 좋은 원형 방패가 아니라 히터 실드, 즉 오각형이라서 한 부분이 뾰족한 방패다. 즉, 흉기나 다름없었다.
방패 무시하는 놈들이 있는데. 날 벼려서 만든 칼도 사람 죽이기에 충분한 와중에 그보다 더 많은 철을 써서 만든 방패로 사람을 후려치면 어떻게 되겠냐. 뚝배기가 날아가지.
쩌엉!!!
손을 들어서 방패를 막아냈다. 묵직한 충격이 느껴지지만 내가 신경쓸만큼 큰건 아니다. 그러나 조금은 놀랐는데 내 역장을 순수 물리력으로 후려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탄력에 아무렇지도 않은 캡틴 브리튼의 모습 때문이였다.
보통은 오함마로 단단한 돌을 후려쳐도 그 반탄력 때문에 손이 얼얼한게 당연하다고. 하물며 방패 같은걸로 내 역장을 쳤으면 당연히 있지.
"........설마, 라쿤맨?"
"설마가 연쇄살인범인거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되도록이면 본론으로 넘어가는게 빠르지 않을까? 어차피 그쪽도 시간 없는건 마찬가지잖아"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있는겁니까?"
"나도 테러 막으려고 온거야. 그러니까 협조 좀 하자. 한국에는 상부상조라는 좋은 말이 있거든?"
캡틴 브리튼은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하긴, 수상하겠지. 난데없이 타국에 나타난 마스터 유저라니, 나도 수수께끼의 아군같은건 별로 믿지 못할 것 같다.
정작 당사자가 되니까 도와준데도 지랄하는 꼴을 보니 영 아니꼽다.
"당신이 진짜 그 라쿤맨이라는 증거가 어디있습니까?"
"아까 한방 친걸로 대충 눈치 챘을텐데? 너도 잘 알잖아?"
"........."
마스터 유저의 일격은 아무렇지도 않게 막을 사람은 이 세상에 같은 마스터 유저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미국의 제이콥 같이 무투파가 아닌 쪽도 빼야할껄.
방금 전의 일격으로 저쪽도 내가 범상치 않은 실력이란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라쿤맨이라는 신빙성을 꽤 높아진 상태다.
"당신이 라쿤맨이라는 신빙성은 있지만. 신뢰성은 다른법입니다. 그쪽에 테러범과 동류일 가능성도 있을텐데요?"
"지금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놈들은 패딩턴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LF라는 갱 조직이야. 그 대가리는 윌리엄 러벗이라는 거기 보스이자 포스 유저인 녀석이고"
".......그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나도 그거 조사하러 영국에 온거야. 설마 내가 한가해서 관광이나 하러 여기까지 온거라고 생각해? 난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서 프랑스라면 몰라도 영국에 관광하러 올 생각은 없다고"
사업이라던가, 이런 볼일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내가 영국에 오는 일은 없을거다. 내가 좆같은 사회 구조를 참아도 밥이 맛없는건 못참는다.
".........."
그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이내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당신은 미국에서 영웅이 되었을만큼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겠죠. 그렇다면 자의로 테러를 저지하러 왔다는건 신뢰가 갑니다"
"아니, 그건 좀. 정의감은 나한테서 거리가 먼 단어라"
"하지만 어떻게 테러가 일어날줄 알고 온겁니까? 설마 그 정보도 사전에 얻었던겁니까?"
"아, 그건 이쪽에 예지 특성 보유자가 있어서 그래"
"설마 그 앨리사 니어와 같은.......?"
"아직 불안정한 특성이지만 그거 덕분에 버킹엄 궁전이 폭발한다는거 보고 찾아온거야. 아무튼 이 정도 이야기 했으면 나름 상황 설명은 다 한 느낌인데 서로 협조할 수 있을까? 되도록이면 빠르게 처리하는게 우리들한테도 이득이잖아"
"........알겠습니다"
그는 나름 융통성이 있는 타입인지 이야기가 빨랐다. 최소한 이야기 해서 들어먹으면 나한테 감지덕지한 사람이다. 말로 해도 안들어처먹는 새끼가 꽤 많거든.
나는 우선 그와 함께 더불어서 작전 회의실로 들어갔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그들에게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잠깐만! 그 가면은.....설마 라쿤맨?"
"어째서 영국에?"
"테러 진압을 위해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책임은 제가 질테니 본제로 넘어갑시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과 목소리를 단숨에 차단하고 한순간에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오, 나름 카리스마 있는건가? 꽤 다재다능한데?
나는 우선적으로 펼쳐져 있는 버킹엄 궁전의 지도를 보았다. 중요 시설이라서 그런지 자세한 지도는 찾아봐도 안나왔기에 먼저 이걸 파악하는게 우선이다.
"일단 내가 아는 정보를 말해주지. 놈들의 숫자는 65명 정도. 오차로 몇명 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이하는 아닐거야. 대부분 포스 유저고 대장은 윌리엄 러벗이라는 녀석. 같은 이름의 카지노의 사장이였던 녀석이니까 나중에 인적사항 찾기는 쉽겠지"
"라쿤맨, 그건 믿을 수 있는 정보입니까?"
한 중년 남성이 미심쩍은 눈으로 내 말에 신빙성을 걸고 넘어졌다. 하지만 그 남자를 캡틴 브리튼이 제지했다.
"제가 책임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뢰할 수 없었다면 애초에 이 자리에 데려오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영웅이고 제가 사적으로 아는 [썬더 볼트]와도 친구인 사이입니다. 그에 대한 신뢰는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흠......."
결국에는 책임 회피 싸움이였나. 하기사 사건이 이런만큼 되도록이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두는게 낫겠지. 된통 뒤집어쓰면 모가지로 안끝날테니까.
나는 헛기침을 해서 다시금 주의를 끌어모은 다음에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도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일반인들이 감금된 소재지를 알려주었다.
"내부에 있는 일반인들의 숫자는 100명이 조금 넘을겁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바로 여기에 붙잡혀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감지 특성으로요"
"........여기서 궁전 내부를 전부?"
"애초에 제 특성이 이쪽인데 그거 하나 못하면 등신 아닙니까? [썬더볼트]도 미사일 폭격 수준의 난사가 가능하고 [천검]도 수십개의 검을 한번에 조종하는데 자기 특기 못하면 때려쳐야죠"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충 맞는 말이다.
능력이란건 어떻게든 자기 자신과 가장 맞는게 될 수밖에 없다. 포스 유저의 특성에 비교하면 한참 상위호환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 설명하는편이 좋다.
"내부에 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있는거 보면 감지계 교란 특성이 있는것 같이 보이긴 해도 제가 수준이 훨씬 위니까 소용없습니다"
"라쿤맨, 방금 대부분의 일반인의 이곳, 메인 홀에 붙잡혀 있다고 했는데. 대부분이란 이야기는 전부는 아니란 이야기 아닙니까?"
나이트 가웨인은 내 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찔러들어왔다. 그래, 내가 물어봐주길 바라던 부분이다.
"이상하게 딱 두명의 일반인의 기척이 이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여긴......"
"지하 방공호 출입구 근처인데!"
이 지도에는 거기까지 나와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름 고위 인사들은 방공호의 위치 정도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가리킨 곳에 두명의 인질이 따로 잡혀 있는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방공호에 들어가거나 나올만큼 중요한 인질 2명. 즉, 여왕과 총리다.
"확실합니까? 그걸 정말 확신할 수 있습니까, 라쿤맨?"
"적어도 지금 당장은 여기에 있는게 확실해. 진압 들어가면 인질을 데리고가서 위치가 바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여기야"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메인 홀과 VIP가 잡힌 곳의 위치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만약 나이트 가웨인만 진압하러 들어간다고 한다면 그가 나중에 구출하려는 쪽의 인질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법이다. 100명에 달하는 일반인의 목숨이나, 아니면 영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여왕과 총리의 목숨이냐를 저울에 올려놓아야 한다.
"......라쿤맨"
"내가 그냥 알려주기만 할거였으면 전화로 걸었지 왜 왔겠냐"
나를 부르는 그의 물음에 나는 확실하게 대답해주었다.
나도 같이 돌입할 생각이다.
"대신 VIP쪽은 나한테 맡겨줘"
"그건 안됩니다. 폐하는 제가 구출하러 갈겁니다"
"내가 소수를 지키는 쪽에 제일 적합해서 그래. 너는 테러 진압 부대랑 같이 일반 직원들을 구출해"
"당신한테 여러가지 정보를 들었지만 이건 양보할 수 없습니다"
"잠깐 이것 좀 봐봐라"
"........?"
나는 냅다 옆에 있던 아저씨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파공성이 들릴만큼 빠르고 묵직한 주먹이였다. 포스 유저가 맞아도 머리통이 날아갈텐데 일반인이 맞는다면 머리가 터진 토마토마냥 으깨질게 당연한 공격이였다.
콰아앙!
하지만 주먹은 보이지 않는 막에 가로막힌듯 그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지만 이윽고 멀쩡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눈을 휘둥그래 떴다.
"나는 내 시야에만 들어온다면 그 사람에게 내 특성으로 역장을 씌워줄 수 있어. 그리고 이 역장의 강도는 보시다시피 이 정도지. 어지간한 포스 유저가 후려쳐도 상처 하나 없을 정도야"
"과연, 그런 특성이라면.......!"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VIP구출에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였지만 내 능력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100명 전부라면 몰라도 만약 여왕님과 총리 두명 정도만 시야에 들어온다면 나도 역장 씌워주는건 쉽다. 그 정도 귀찮음은 감수할 생각이 있다.
"중요한건 인질의 안전이겠지? 내 특성을 사용한다면 눈에 보이는 순간 걱정할 필요가 없어져. 그 자식들이 여왕님 머리에 총구 대고 쏴대도 머리카락 한올 뽑지 못할거야. 단지 이건 다수에게 걸 수 없어서 일반인보다 VIP쪽에 사용하는게 낫지"
"당신의 말은 알겠습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습니까?"
"좋아. 어차피 따로 이야기 할게 있을테니까. 내가 있으면 불편할 이야기도 있을테니까 잠깐 자리는 비켜줄께"
나는 잠시 임시 회의실에서 나왔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번의 고성이 오가더니 5분 정도 뒤에 나이트 가웨인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이야기가 잘 풀렸습니다. 따로 진압팀을 지원해주긴 할테지만 폐하와 총리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라쿤맨"
"거 융통성은 이경진 아저씨보다 많구만. 알았어, 나이트 가웨인"
"윌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게 편합니다"
"그럼 난 형이라고 불러"
".......저보다 연상이였습니까?"
호적상으로는 아니긴 한데......겨우 두살 차이가지고 뭐 어때!
일단 내가 가면 벗고 정체 드러내기 전까지는 형인척 하자. 뭐,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말도 아니니까.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형"
"오케이! 사딸라!"
"........?"
익숙해지렴, 형은 원래 그런 사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