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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화 〉[라쿤맨 비기닝] (128/507)



〈 128화 〉[라쿤맨 비기닝]

묵직한 폭발음이 귓가를 때렸다. 하지만 그 충격은 내 역장을 뚫지 못했지만 충격은 사라지지 않았다.

3층짜리 거대한 카지노 건물이 단숨에 무너진다. 철거용 폭약을 쓴다 할지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런 염병!!!"


나는 폭발과 화마 속에서 연기를 걷어내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마스크에 산소 공급 장치가 되어 있으니 숨 쉬는건 둘째치더라도 폭발 현장에서 빠져나오고서야 주변의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이곳만이 아니였다.

"무슨......."

콰아아앙! 콰아앙!!!

퍼어엉!!!

쿠르르르르릉!!!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고층 빌딩 하나가 무너져 내린다. 거기 뿐만이 아니다. 소리만 들리지만 더 먼 곳에서도 들리는 폭음이 있었다.


땅에서 울리는 진동은 여기까지 전해진다. 도대체 얼마나 터트리면 이런 진동이 느껴지는거지?


기감을 펼쳐서 런던 시내를 전부 체크해 보았다. 그러자 대략 6군데 정도의 건물들이 무너지는게 느껴졌다.


"이 자식들 버킹엄 궁전이 목표 아니였어?!"


[이 놈들은 목적은 그거 맞습니다! 이건 단순한 양동 작전입니다!]

"이런 스케일로 죄다 폭발시키는게 양동이라고?!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찍는 줄 아나! 할리우드에서 스카웃 하러 오겠네!"


아무리 요즘 시대 폭탄이 성능이 좋다 할지라도 그런 폭탄을 구하는데는 애를 먹는 법이다. 특히나 하나도 아니고 6개나 되는 고층 빌딩을 폭발시킬 양의 폭발물을 구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갔을까?


겨우 1,2년의 준비로는 어림도 없다. 이 자식들은 생각보다 오래 이 짓을 위해 준비했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린거지? 솔직히 상상도 안간다.

[자그마치 20년입니다. 놈들은 20년이나 기다려서 이 테러 한방을 위해 준비한겁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 새끼들은 현자인가? 20년이나 존버하다 떡상했네!"

[각지에서 일어나는 폭발들은 인명피해가 있기는 하지만 죄다 양동작전에 불과합니다.  테러로 인해서 긴급하게 피신할 주요 요인들을 노릴 생각입니다!]


"버킹엄 궁전에도 벙커는 있을거 아냐! 미국에서는 대학교 지하에도 벙커 마련해두더만!"

[그거까지 다 계산하고 저지르는겁니다! 자그마치 20년을 준비한 테러에 그런거 하나 생각 못했겠습니까! 그리고 오늘은 버킹엄 궁전에서 엘리자베스 2세와 총리가 같이 아침식사를 하기로  날입니다. 놈들의 목적은  두명입니다!]


"아주 그냥 씹새끼들이구만!"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뭐든 방법이 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그러지 않나, 우리는 방법을 찾을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20년을 준비한 테러에 벙커에 숨은 여왕님 하나 빼낼 방법 하나 생각하지 못할리 없었다. 자고로 테러 같은건 막는 쪽보다 저지르는 쪽이 유리한 법이니까.


[지금 당장 버킹엄 궁전으로 가야합니다!]

"마스터 유저는?  왜.....아, 시발 갑자기 이름이 기억 안나네! 나이트 가웨인인가 별명인 애 있잖아!"


[해외 파견나가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놈들이 마스터 유저가 있을 때를 노릴리 없지 않습니까! 방해가 될 요소를 전부 제거하고 계획을 세우고! 그래서 마지막 변수로는 저희만 남은겁니다!]

거리에는 혼란이 가득하다. 매캐하게 풍기는 검은 연기와 불꽃들은 사방으로 번지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적성종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로 인해서 벌어지는 참사는 더욱 짙은 피냄새를 풍긴다. 익숙한 공포와 고통의 감각이 피부에 와닿는다.


만약 나도 예진이가 아니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겠지. 아무리 대비하더라도 직접 미래를 읽고  사람까지 막을 방법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다.

"테러 어쩌고 하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목표가 여왕이랑 총리면 일반인은 건들지 말것이지!  새끼들이 상도덕도 모르네!"

[테러범한테 상도덕을 논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빠르게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날 속인것도 빡치는데 이딴 짓거리까지 하는걸 보니까 속에서 열불이 난다.

윌리엄 러벗, 그 새끼 모가지만큼은 내가 손수 따주마.




*  *  *  *




9월 4일의 금요일. 이 날은 버킹엄 궁전에서 꽤나 바빠질 예정이였던 날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아침은 영국의 총리인 알렉스 블레어가 참석하여 엘리자베스 2세와 아침 식사를 같이 하면서 보고서를 올릴 예정이였기 때문이다.


신분제가 남아 있어도 영국의 왕이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영국 국민들의 지지는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전쟁 같은 중요한 국가 중대 문제는 여왕의 승인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권력이 없다고는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영국 총리의 가장 중요한 정치 업무가 여왕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일이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한다면 영국의 여왕은 중요한 위치에 있는건 뻔한 일이다.

여왕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식사와 함께 총리 알렉스 블레어와 담화를 나누던 엘리자베스 2세는 아침의 정적을 깨트리는 굉음에 몸을 떨었다.

콰아아앙!!!

"무슨.....!!"

당황한 총리가 황급히  밖을 내다 보았다. 멀긴 하지만 눈에 보이는 곳에서 확실히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서 버킹엄 궁전까지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진동도 함께.

눈에 보이는 곳 뿐만 아니라 더 먼 곳에서도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도 보였다. 즉, 거기 한군데만이 아니며 이번 일은 사고 같은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서 경호실장이 황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폐하! 총리님!"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테러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방공호로 피신하셔야 합니다!!"

20년 전의 대공황 이후로 세계 중요 시설에는 적성종의 침공을 대비해 피난용 방공호를 마련해 두었다.

애초에 버킹엄 궁전같은 경우는 영국의 주요 인물중 하나인 여왕이 거주하는 곳이니 당연히 있지만 대공황 이후로는 더욱 강화된 방공호가 마련되어 있었다.


"농성이라도 할 생각인가? 안전이 확보된다면 난 현장 지휘를 맡아야 하네!"


"다른 경호 인원이 추가될 때까지는 계셔야 할겁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총리님과 폐하의 안전을 책임질 뿐입니다! 현장 지휘는 나중에 세이프 하우스로 피신하신 뒤에 하십시오!"

국가 재난 사태가 벌어진다면 총리가 통수권을 받아 병력을 지휘해야 한다. 입헌군주제니 엘리자베스 2세가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안전이 확보된 다음에서야 가능하다. 당장 근처에서 테러가 일어났는데 함부로 나섰다가는 그대로 테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우선 방공호로 피신한 그들은 추가 경호 인원이 붙을 때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리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비상시인 만큼 절차도 최소한으로 생략되고 빠르게 인원이 지원되었다.

"윌리엄은요? 윌리엄은 아직 도착 못했나요?"


"나이트 가웨인은 막 프랑스에서 돌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빠르면 30분 이내로 도착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버킹엄 궁전의 지하 방공호는 중요 요인이 사용하는 만큼 열  있는 인물도 한정되어 있었으며 보안은 물론 방호력도 뛰어나다. 내부에 비치된 생명 유지 시설 덕분에 설령 궁전이 통째로 무너진다 할지라도 얼마간 버티는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궁전을 떠나려는 이후는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권력자가 자기 안위만 챙기고 시민들을 무시한다면 다시는 정계에 발을 붙일  없을것이다. 9.11 테러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7분가량 지체한걸로  비판을 받았던걸 생각하면 마찬가지인 일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은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해도 몇시간이나 묵묵부답이였지만 말이다. 아, 전 대통령이지.


"아! 지금 추가 경호 인원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빨리 세이프 하우스로 피신하시지요"

경호실장이 외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는건 세이프 하우스로 호송될 인원이 갖추어졌다는 뜻이다.

방공호의 문을 열고 지상으로 올라가자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는 경호 인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테러로 의심되는 상황인 만큼 그들도 전부 포스 유저로 구성된 최고의 경호원들이였다.


"게리 드레이크입니다. 폐하와 총리님의 경호는 지금부터 저희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한시가 바쁩니다. 최대한 두분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움직이십시오"

"알겠습니다"


대부분의 절차는 생략했다. 한시가 급한 마당에 그럴 여유는 없었다. 지금 필요한건 빠른 처리와 호송이지 시덥지 않은 절차 같은게 아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던 경호실장은 게리 드레이크의 얼굴을 보고 불길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중요 요인을 호위하는만큼 그도 포스 유저였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 육감은 그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다른 경호 인원들은 어디갔습니까? 버킹엄 궁전에 상주 중인 인원들이 있었을텐데요?"


".......쳇"


타앙!!

짧은 총성이 울려퍼졌다. 쏜 사람은 게리 드레이크였으며, 맞은 사람은 경호실장이였다.


난데없이 총에 맞은 경호실장은 총상을 입은 복부를 감싸며 쓰러졌다. 보통사람이라면 총탄이 관통되고도 남았겠지만 포스 유저인 덕분에 아직까지 목숨은 붙어 있었다.


"조용히 갔으면 죽진 않았을거 아닌가. 경호실장 나으리"

"너, 는......?"

게리 드레이크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경호실장의 배를 걷어차고 쓰러트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확히 머리를 노려 쏴서 확실하게 숨을 끊었다.


그 모습을 전부 보고 있던 엘리자베스 2세가 비명을 질렀다. 총리는 비교적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창백하게 질려진 얼굴에서부터 설득력이 없었다.


[여기는 알파팀. 경호 인원들을 전부 사살 완료했습니다]


[여기는 베타팀. 경호 인력 외의 궁전 내부의 다른 직원들은 메인 홀에 감금했습니다]

"여기는 오메가. 여왕과 총리를 확보했다. 각 팀은 자기 임무를 수행하도록"


거추장스러운 마스크와 방탄모를 벗어 얼굴을 드러낸 게리 드레이크는 여왕과 총리를 똑바로 노려보며 이번에는 자신의 본래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여왕 폐하. 그리고 총리님. 저는 윌리엄 러벗이라고 합니다. 뭐, 나이트 가웨인과 헷갈릴테니 윌리엄보단 러벗으로 불러주십시오"


"......자넨 누군가?"

"방금 자기 소개를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귀가 안좋으십니까? 하긴, 나이를 그렇게 처먹었으니 귀가 안좋으실만 하겠죠"


그들은 생각보다 흔한 윌리엄 러벗의 얼굴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가 저지른 일이다.


더군다나 그의 말투에서는 알  없는 적개심이 드러나 있었다.

"네가 테러범인가?"


"지금 일어나는 폭파 사건들을 말한다면 그렇다고 해두죠. 아, 그냥 알려줘도 되겠군요.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가는 길에 왜 죽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면 지금 물어보시지요"


".......목적이 뭐지?"

"당신네들의 죽음"


지극히 간단명료한 일이면서 노골적인 목적이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당신네들'이라는 단어에는 지독한 증오가 밑바탕이 깔려 있다는것 쯤은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일이다.

총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희들은 공화주의자인가?"

"공화주의자? 총리님이 보기에는 우리들이 그런 고결한 이유로 테러를 저지르는 부류로 보이시나? 아니면 우릴 스코틀랜드인으로 착각이라도 하셨나?"


공화주의는 의도는 좋지만 독재정권 같은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이념이다. 하지만 영국과 같이 여왕이 존재하는 군주국인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왕을 폐지하고 세습되지 않는 국가원수를 두는 공화국으로 바꾸자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게 지금 그들이 말하는 공화주의자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만큼 영국의 왕이 있는 현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에서 과격한 자들이 이런 테러를 주도했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지만.....그들의 목적은 애초에 그게 아니였다.

"우린 공화주의자가 아니야. 우린 복수자지"


지극히 간단하고 원초적인 이유였다.

윌리엄 러벗은 두사람을 노려보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20년 전. 대공황 시절이었지. 나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가진 평범한 10대였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던 작던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가족을 잃은 사람, 친구를 잃은 사람, 심지어 자신 외에 모든 것을 잃을 사람까지.

그도 그 중에 한 사람이였다. 그는 부모님을 잃었고 남은건 오로지 여동생 뿐이였다.

"총리는 모르겠지만 잘나신 여왕님은 기억하겠지. 90살이 넘도록 질기게도 여왕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 시절에 다른 나라도 전부 엉망진창이였다.  중에서 영국은 더 했으면 더 했지 모자라지는 않았고 말이야"

영국은 섬나라다. 그렇다는 말은 무역이 막히면 팔다리가 잘리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였다.


당시 모든 나라들은 갑자기 나타난 적성종에 대처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자국도 처리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타국에 신경쓸 수 있을리 없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재기 하고, 끊긴 식료품 공급에 경제까지 마비되었다. 더군다나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도 그런 피해자였다.

"우리는 무너진 패딩턴 거리의 잔해를 파해치며 살아왔다. 잘나신 왕족께서 안전한 곳으로 피난해 있을 때 내 부모님은 적성종에게 찢겨 죽었다. 왕족으로 태어났다고 그런 지옥 속에서 국민들 세금으로 배부르게 처먹고 있을 때  여동생은 굶어 죽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너희들은 뭘 했지?"

"그 당시에도 그런 국민들을 구하려고 했어! 먼저....."


"고위층들은  안전하게 피신한 다음에?"

"임시 피난소를 만들고......"

"그래, 내 부모님이 찢겨 죽은 뒤에 말이지"


"구호 조직을 만들어 무료 배식을 하고......."

"내 여동생이 굶어죽은 다음에?

그의 말에 총리의 말문이 막혔다.

당연하듯이 그는 대공황 시절에 그렇게 큰 트라우마가 없었다. 높으신 분들은 진작에 안전한 곳으로 피했으니까.

"당시 이 나라 고위층들이 죄다 자기 안전만 보장하고 그 뒤에서야 국민을 구하려고 했지. 이미 나한테는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하기사 당신은 전 총리의 아들이니 그때도 안전하고 굶어보지도 않았으니 그딴 말이 나오는거 아닌가?"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지금 저지르는 일은 해서 안되는 일일세"


"그건 우리도 잘 알고 있지. 알고서 저지르는거다. 나라가 우릴 버렸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우리 마음을 알려줘야겠지"


당시에도 여왕이였던 엘리자베스 2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교적 최근에 총리가  알렉스 블레어도 이 자리에 오르게 된 이유가 있었다.


그때 당시의 총리였던 토미 블레어의 아들이 바로 그니까.

"원래라면 여왕님이 주된 목표였지만 당신이 총리가 되고 나서 계획을 바꿔서 복수극이 좀 더 길어졌지. 우리들이 가족을 잃은만큼, 그때의 총리도 가족을 잃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어미 늑대에게  수십발의 화살보다 새끼 늑대에게 맞은 한발의 화살이 더 아픈 법이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은 가슴이 찢어질만큼 고통스럽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하던 여왕, 우릴 외면하고 자기 안위만 챙겼던 총리. 둘  복수할 기회다. 거기에 더불어서 나이트 가웨인도"

"그 아이까지?!"


"과연 마스터 유저까지 잃은 영국이 어떤 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뭐, 어차피 거기는 내가 신경  부분이 아니지. 어차피 내 복수 대상들은 너희들이니까"

이윽고 다른 일을 하러 갔던 알파, 베타팀이 돌아왔다. 전원이 포스 유저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가 20년동안 복수를 준비한 복수자들이다.


실제로는 더 인원이 많았다. 중간에 떠나간 자들도 있고, 그들의 손으로 처리해야 했던 형제도 있었다.


하지만 그 복수가 오늘 결실을 맺는다.

"폭탄 설치는?"


"완료했습니다"

"그래, 이 두명도 같이 메인 홀로 데려가서 감금해. 알파팀을 배치해서 무슨  있으면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폭탄 조끼 남은거 있지? 이 두분에게 정중하게 입혀드려"

"자, 잠깐만!!!"


윌리엄 러벗의 말에 총리가 소리쳤다.


"인질로서 우릴 잡아두는거 아니였나! 그런데 그런걸 입히겠다고?"

"아까까지 뭘 들은거지?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나? 여왕님만 아니라 당신도 귀가 막혔나?"

그는 총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손수 폭탄 조끼를 그와 엘리자베스 2세에게 입혀주었다.

아무리 마스터 유저가 온다 하더라도 기폭장치를 빼앗지 않는 이상 두사람을 안전하게 구해내는건 무리다.

"만약 나이트 가웨인이 온다면 분명 인질 구출 작전에 참여하겠지"


그가 노리는게 그거였다.

여왕과 함께 총리와 마스터 유저까지 동시에 잃은 영국은 어떻게 될까? 설령 그 충격을 회복할 수 있더라도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놈이 온다면 이 궁전과 함께 통째로 날려버리겠다"

 말은, 지금 버킹엄 궁전을 점령하고 있는 그들도 함께 그럴거란 소리였다.

"지금이라도 빠지고 싶다면 좋다. 중간에 그만둔 형제들처럼,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나갈거라면 지금이 마지막이다"


그가 한 말은 70여명에 가까운 인원들 전부에게 확실히 들렸다.


하지만 빠지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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