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라쿤맨 비기닝]
팅! 팅! 팅!
한 슬롯에 8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런 슬롯이 3개가 돌아가다 멈춰지면서 흔히 알고 있는 777 잭팟이 터진다.
아무래도 나는 그냥 운은 나쁘지만 악운은 강한 모양이다.
당첨 확률이 10퍼센트인데 어째서 12번만에 성공했을까? 물론 10분이 1의 확률이니까 그럴만도 하지만.......
가끔 보면 운이 더럽게 나쁠 때도 있지만 정작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도박 같은건 성공하는 편이니까 악운이 강한게 확실하다. 아니면 그냥 죄다 내 특이점 빨이던지.
이긴 녀석이 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살아남은 녀석은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확률 조작을 죄다 생존에 꼴아박아서 이런 수준으로 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잭팟에 당첨됐지만 생각보다 요란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수십대나 있는 슬롯머신에서 팡파레 터지면서 요란하게 축하해주는 설비를 다 달아놓기에는 돈이 아깝지. 돌아가는 슬롯이 3개 짜리가 아니라 5개 짜리인데다 배당금도 훨씬 큰거라면 또 모를까 말이야.
하지만 평소와 다른 축하에 가까운 느낌의 음악소리가 들리는건 확실했다. 그리고 코인을 넣는곳 옆에 있는 자판 위에는 '직원에게 문의하세요'라고 적힌 글이 떠 있었다.
"무슨 소리지? 어? 설마 이 소리는......?"
"오! 누가 잭팟이 뜬 모양인데!"
"저기야! 저쪽의 동양인이 당첨됐어!"
귀신같은 카지노 죽돌이들이 먼저 반응하고, 그 뒤에 즐기러 온 평범한 관광객들이 시선을 주었다. 나는 자판에 뜬 버튼을 눌러서 직원을 호출했다.
이미 컴퓨터로 연락을 받은건지 직원은 먼저 축하의 인사부터 건냈다.
"오, 축하드립니다 손님. 잭팟이군요. 우선 저희 쪽에서 상금을 확인한 뒤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충 얼마 정도 나오나요?"
"최대 배팅이라면 못해도 1만 파운드 가량은 됩니다"
어차피 당첨될걸 알고 처음부터 최대치로 설정했으니 최대 배팅인건 당연하다. 나는 주위에서 축하해주는 소리에 답례로 인사를 건내고 맥주나 들이키면서 기다렸다.
10분이 지나도 직원이 오지 않길래 잠깐 기감을 넓혀서 아까 그 직원을 찾아보았다. 한번 만난적 있는 사람이라면 지구 반대편으로 도망쳐도 찾을 수 있는게 나다.
카지노 지하에 마련된 관리 시설에서 누군가 대화를 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조금 더 집중해서 두사람의 대화를 엿들어 보았다.
[동양인이 당첨됐다고? 정말인가?]
[당첨자가 나오지 않은지 꽤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잭팟이 터지지 않은지 석달 정도 지났으니 나올 때가 되긴 했습니다]
[이번 당첨금은 얼마지?]
[3만 4천 파운드 정도입니다]
[그 동양인이 조작을 했을 가능성은?]
[보안팀에 연락해본 결과 순수하게 운인것 같습니다. 그 동양인도 저희 카지노에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노란 원숭이 새끼한테 주기는 싫지만 안줬다간 카지노의 신뢰도가 떨어질테니 어쩔수가 없군]
아니, 이 새끼들 여기서도 인종차별질 하네?
내가 니들보고 섬짱깨라고 하면 좋겠냐? 내가 어지간해서 패드립이랑 인종차별은 안하는데 먼저 지랄하면 예외지. 히틀러 없었으면 진작에 조져졌을 주제에 말이야.
너희들은 독일에게 매일 세번 절해라. 2차 대전 없었으면 당시 식민지였던 국가들한테 무슨 다굴을 처맞았으려고. 프랑스는 아니지만 대가리 후드려 패고 레볼루숑! 하고 외쳐줬겠지.
빡치는 만큼 내가 탈탈 털어주마. 부모님 안부까지는 묻지 않아도 통장 잔고 안부는 물어봐주마.
얼마 뒤에 다시금 직원이 와서 당첨금을 증여해 주었다. 현금으로 줄지, 아니면 카지노 칩으로 줄지 물어봤는데 어차피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으니 칩으로 달라고 했다.
만 파운드짜리 칩이 3개. 천 파운드짜리 칩이 4개다. 하다가 남은 슬롯머신 코인은 확률 조작 안하고 그냥 물 쓰듯 썼다. 어차피 슬롯머신으로 두번이나 잭팟이 당첨되어도 너무 노골적이고 당첨금도 얼마 되지 않을거다.
3만 4천 파운드라고 해봤자 환율 계산하면 5천만원 안팍 수준이다. 생각보다 많은 돈은 아니다. 3층의 VIP 룸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기껏해야 준비 자금에 지나지 않았다.
"카드 게임은 애초에 별로 안좋아하고. 그러면 남는게 하나 밖에 없지"
카지노에서 카드 게임은 약방에 감초나 다름없지만, 솔직히 손가락 놀리는게 귀찮으니까 다른 종목을 고르기로 했다.
물론 포커나 블랙잭, 그리고 슬롯머신을 빼면 할 수 있는 도박은 몇개 없었다. 기껏해야 룰렛 정도겠지.
하지만 꽤나 재미있는 종목이다. 쇠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는 생각외로 듣기 좋으니까. 그거에 돈이 날아가는건 둘째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이런저런 테이블을 둘러보다가 한 테이블의 근처에 섰다. 배팅은 끝났는지 아직 룰렛이 돌고는 있어도 돈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룰렛이 멈추고 쇠구슬이 들어가자 누군가는 환호성을 지르고, 누군가는 좌절했다. 이렇게 희비가 교차하는 게임도 드물단 말이야.
멈춰져 있는 룰렛을 보다가 문득 내 기억보다 조금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더블제로(00)가 없네?"
"이봐, 중국에서는 미국거를 쓰나보지? 여기서는 싱글제로만 있는게 당연한거야"
"거 누가 들으면 내가 중국 사람인줄 알겠다. 백인이면 죄다 미국인인가? 하기사 미국도 영국이 만든거나 다름없으니 비슷한 말이겠지? 응?"
"동양인은 다 중국인 아닌가?"
"같은 유럽 연합이니까 프랑스랑 영국이랑 같은 식이냐고 묻는거랑 비슷한데?"
"아, 내가 실수한 모양이군, 사과하지. 어디서 왔나?"
"한국"
"거긴 지금 전쟁 중 아니였나? 막 핵을 쏜다고 협박하던가 그런 나라로 기억하고 있는데......"
"거긴 북한이고"
사소한걸로 말문이 트인 중년 남자랑 이야기 좀 하다가 다시금 룰렛을 살펴보았다.
보통 룰렛의 양 끝부분에는 싱글제로(0)와 더블제로(00)가 있는게 보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규격이 다른 모양이다.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원래 싱글제로던 더블제로던 걸리면 거기에 돈을 건게 아닌 이상 건 돈은 카지노 쪽으로 넘어간다. 선택지가 하나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다.
돌아가는 룰렛을 두어번 보다가 처음에 얼마를 걸까 생각해 보았다.
어디에 거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왕 하는거 돈 불리는 재미가 있을것 같아서 천천히 하기로 했다. 어차피 밤은 길다.
"루즈에 천 파운드"
"눈이 작은만큼 배짱도 작은가? 더 걸지 그래?"
"거 자꾸 인종차별 발언하면 아가리에 칩을 쑤셔넣는 수가 있다?"
"도박은 한번에 거액을 거는 재미로 하는거라고. 스릴이 있잖나?"
아까 전부터 나에게 말을 거는 중년 남자는 인종차별 발언을 하긴 하긴 하지만 저번에 봤던 양아치들 같이 모욕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말을 붙이려고 하는 느낌이였다. 정말로 시비를 걸 작정이였다면 이렇게 다가오지 않겠지.
"그쪽 말이야, 아까 보니까 슬롯 머신에서 잭팟을 터트린거 봤거든. 내가 알기로는 한 3만 파운드 좀 넘게 받았을텐데. 맞지?"
"뭐야, 돈 좀 달라고?"
"공짜로 달라는건 아니야. 내가 이래보여도 여기서 죽치고 있던 시간이 10년이라 이 카지노 딜러들 습관에 대해서 빠삭하거든. 돈 불리는데 도와줄테니까 팁만 조금 챙겨줘"
아무리 내가 노안이라도 20대 청년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정도지 중년에 나이에 들어선 그 보다는 어딜봐도 나이가 어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굽혀 들어오면서 실 없이 웃었다.
"그런것 치고는 인종 가지고 개소리를 좀 하던데?"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쪽이 나한테 관심이나 가졌을까? 자기 사람 아니면 별 관심도 가지지 않으것 같이 생겼는데? 내가 전재산 카지노에 꼴아박은 등신이기는 해도 사람 보는 눈은 있거든. "
"태어날 때 그 눈 반납하고 도박운을 받아 왔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치?"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
요컨데 팁이나 얻어보려고 손을 비비는 부류라는 소리다. 그냥 무시할까 싶었지만 그냥 둬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방금 돌아간 룰렛이 멈추었다. 쇠구슬은 5번에 들어가 있었다. 숫자는 어차피 신경쓰지 않으니 색만 보면 된다. 그러나 별 의미가 없이 내가 건 붉은색 칸에 들어갔다.
내가 걸었던 천 파운드 짜리 칩이 두개가 되어서 돌아왔다.
룰렛은 거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쉬운걸 찾자면 짝수,홀수 배팅과 컬러 배팅 정도다.
물론 확률이 반반에 가까운만큼 배당은 낮다. 기껏해야 건 돈이 2배가 되서 돌아오는 정도. 숫자 하나를 딱 맞추는 스트레이트 배팅이 35배라는걸 생각하면 한없이 낮은 숫자다.
단순한 재미로 하고 싶다면 계속해서 이렇게 걸면 되겠지만 절반에 가까운 확률이라도 어디까지나 비교적 그렇다는거지 카지노 측에서 가져가게 되는 0가 있으니 실제로는 반반도 아니다.
애초에 도박이란게 할 때마다 돈을 잃는거니까 그걸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어지간해서는 안하는게 좋지.
"이번엔 느와르로 2000파운드"
"뭐야, 아까 번 돈 다 거는건가? 나도 그러면 느와르에 100파운드 배팅해보지"
"돈 날릴 수도 있을텐데?"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도 있잖나? 그리고 아까 잭팟 터진 사람의 행운이라면 부스러기 정도는 나올테니까 말이야"
"행운같은거 믿지 마. 차라리 확률론을 믿고 말지"
"두개가 다른건가?"
"행운은 비현실적인거, 확률은 현실적인거"
동전을 던져서 앞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50퍼센트지만, 그 동전이 어딘가 틈에 걸려 세워지는 일은 행운이다. 즉, 확률보다 행운이 더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 행운이란 것도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날로 먹는 행운이란 없다.
다시금 돌아가던 룰렛이 멈추었다. 숫자는 건너 뛰고 이번에는 검정색 숫자칸에 들어갔다.
"오, 이번에도 땄군. 그러면 그쪽은 4000파운드인가?"
"그러게"
두번 연속으로 맞추자 1000파운드가 4배가 되었다.
"이번에는 다시 느와르로 4000파운드"
"그럼 나도 똑같은 곳에 걸어볼까? 어차피 자네 덕분에 땄으니까 잃어도 큰 손해는 아니겠지"
중년 남자는 200파운드가 된 칩을 다시금 검정색에 걸었다.
컬러 배팅으로 하면 맞을 확률이 절반 조금 안된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충 계산해서 절반으로 치자면, 세번 연속으로 맞을 확률은 2X2X2 = 8이기 때문에 8분의 1이다.
퍼센트로 따진다면 기껏해야 12.5퍼센트 정도. 뭐, 솔직히 10퍼센트라면 그렇게 당첨 안될 숫자는 아니다. 좀 드물긴 하지만 말이지.
"오, 이번에도 당첨. 이야, 운이 좋은걸. 벌써 연속해서 3번이나 맞다니"
"이번엔 루즈에 다시 8000파운드"
"다 거는건가? 조금도 안남기고? 하긴, 어차피 잭팟에 당첨되서 얻은 돈이 더 많을테니 밑져야 본전이겠지"
세번째 당첨에서 다음으로 넘어간다. 네번 연속으로 맞는다면 그 절반으로 떨어져서 6.25퍼센트가 될 뿐이다.
확률이 두자리수에서 한자리수로 떨어진다면 체감이 꽤나 떨어진다.
"오, 또 맞았군. 진짜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벌써 16000파운드야!"
"글쎄"
내 덕분에 100파운드가 800파운드로 늘어난 중년 남성은 싱글벙글 웃었다. 나보다 단위가 작다고 무시할게 아니라 애초에 내가 건 배팅액이 높았던거다. 100파운드만 하더라도 한국 돈으로 15만원쯤 한다. 그거에 8배가 됐으니까 120만원 정도.
이 정도라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분야다.
"아저씨, 계속 나 따라서 배팅할거야?"
"어차피 자네 덕분에 따지 않았나? 아직 운이 더 남아있는 것 같은데 같이 묻어가자고!"
"후회하지는 말라고"
지독한 트러블에 휘말릴텐데 이미 빠지려고 해봤자 늦었다.
* * * *
컬러 배팅의 배당은 가장 낮더라도 확률은 가장 높다. 그리고 그 배당도 제일 낮다 뿐이지 된다면 건 금액이 2배가 된다.
그런데 그거 아냐?
종이도 40번 정도 반으로 접으면 달까지 닿는다고 한다. 수학적인 분야는 내 전공이 아니라 시온이 전공이라서 자세한 계산은 모르지만 대강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제일 배당이 낮은 컬러 배팅으로 계속해서 15번쯤 당첨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기 봐! 지금 저 동양인 컬러 배팅으로 15 연속으로 당첨됐다고! 금액이 3천 2백만 파운드가 넘어!"
"오늘의 행운의 남자인가! 오늘 카지노 거덜나는거 아닌가?"
"저 동양인, 아까 슬롯머신에서 잭팟 당첨된 동양인 아니야?"
"뭐, 정말? 진짜 행운의 여신이 미소라도 지어주는건가!"
정확히 말하면 행운의 여신이 아니라 확률 조작의 초월자가 하는거겠지. 나 만큼 확률 조작을 잘 하는 초월자도 상당히 드물다. 확률이란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다 가능성의 특이점은 나 말고 딱 한명밖에 없는걸로 알고 있거든.
다른 초월자도 확률 조작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효율이 틀리지. 솔직히 나 같은 가능성의 특이점 아니면 안하는 수법이다.
"이런 세상에 맙소사......."
내가 15번 연속으로 당첨되는 동안 내가 거는 곳에 걸었던 중년 남성은 자신의 눈 앞에 놓여 있는 칩을 보며 두려움인지, 기쁨인지 모를 한숨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100파운드였지만. 나를 따라오면서 계속 걸자 그의 칩은 164만 파운드가 넘었다. 내가 건 1000파운드나 그가 건 100파운드나 자릿수 하나만 계산하면 될 것 같았지만 그는 내가 한번 건 다음에 걸기 시작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건 횟수는 14번이다.
즉, 내가 딴 금액에서 0을 하나 뺀 뒤에 반을 나누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64만 파운드면......잠깐만, 계산기 좀 꺼내고.
계산기를 돌려보니까 한국 돈으로 대충 24억 정도 나온다.
"자네, 혹시........?"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결백하게도 판에 조금도 조작을 하지 않았어"
단지 확률 조작을 했을 뿐이지.
하지만 이 수법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마스터 유저는 커녕 같은 초월자 반열에 들어서 있는 녀석들도 다수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상위의 초월자도 알아차리기는 해도 방해하지는 못한다.
그만한 기술인만큼 들킬 염려는 없다. 설령 포스 유저가 어쩌구 핑계를 대더라도 아무도 내가 포스 유저란걸 증명할 수 없다.
"아저씨, 한번 더?"
"..........."
하지만 가면 갈수록 부담감을 더해진다. 나는 이미 사기를 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는 일반인이다. 심지어 포스 유저조차 아니다.
이런 카지노에서 몇년을 굴러먹은 막장 인생의 눈 앞에 거금이 놓여 있다. 지금 당장 칩을 가지고 환전한 다음에 가정이 있다면 돌아가도 될만한 액수였다.
여기서 포기해도 나는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을거다.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 자체가 그의 운일지도 모르니까.
"도박은 한번에 큰 돈을 거는게 즐거움이라며? 안걸거야?"
"........나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기사 보통 사람은 억대의 돈을 만져보기도 힘든데 하물며 카지노 죽돌이라면 기껏해서 대박이 터져야 수천 정도가 전부일거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건 평생 만져본적 없는 거금이다. 그걸 반반의 확률에 내던지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어차피 갈 때까지 간 법이야. 죽어도 같이 죽어야겠지. 그쪽의 운에 편승하겠다고 말한 주제에 말을 바꾸진 않아. 나는 인생이 막장인거지 인성이 막장인건 아니야!"
"아저씨 꽤 맘에 드네. 도박같은 걸로 인생 말아먹은건 별론데 성격은 맘에 들어. 좋아, 이번에는 느와르에 3276만 8000파운드 전부 건다!"
"나도 163만 파운드 전부!"
"나도! 딜러! 배팅!"
"배팅!"
구경하던 사람들도 편승해서 돈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건 금액은 별로 되지 않았지만 중간에 나를 따라서 걸던 눈치 빠른 사람도 종종 있었기에 다 합친 금액은 상당수가 되었다.
다른 배팅칸에는 아무도 걸지 않고 오로지 검은색 위에만 칩이 올려져 있었다. 최소한 이 테이블에서 전부 내가 고르는대로 골랐다는 소리다.
딜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리는게 보였다. 그리고 또르륵! 하고 쇠구슬이 굴러간다.
그리고.
"제로니모!!!"
"16번 연속! 2의 16승이니까 6만5천분의 일의 확률이야!"
"아니지, 룰렛이니까 더 다를거 아니야!"
"저걸봐! 그러면 6500만 파운드라고!!!"
이래서 내가 도박을 별로 안좋아한다니까. 사람들의 환호성에 비해 나는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역시나 영국. 이 중에 후비안이 있어!!!
뉴 시즌 11이요? 모르는 아이네요.
닥터는 12대 닥터에서 재생성하다가 충격 받고 죽었다. 13대 닥터는 없어.
아무튼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