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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화 〉[라쿤맨 비기닝] (123/507)



〈 123화 〉[라쿤맨 비기닝]

내 능력으로 붙잡힌 그들은 말을 할 수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가능한 것은 눈을 굴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나는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메인 컴퓨터실을 가로질러서 근처에 보이는 아무 USB 단자에 예의 해킹 툴을 꽂아 넣었다.

"이 새끼들 니들은 한국 애들이랑 얼마나 다른 개좆같은 짓을 했는지 한번 보자. 혹시 아냐? 좀 괜찮은 수준이면 내가 곱게 죽여줄지?"


"끄으으.....!"


한 연구원이 움직이기 위해 애를 써보았지만 나오는건 고통어린 신음성 뿐이였다. 내가 쓴 능력은 몸 상태 그대로 덧씌워서 구속한거라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듯 아무것도 못움직일거다.

나는 가면과 연결된 통신으로 시온에게 연락을 넣었다.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라서 되도록이면 깨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런  일은 시온이 아니면 못한다.

"어, 난데. 자는 도중에 연락한거 같아서 미안한데 지금 해킹  꽂았거든? 자료는 무사해?"

[하~암. 자다 깨긴 했는데......음, 자료는 상당수 무사합니다. 삭제된 것은 있긴 하지만 90퍼센트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오, 다행이네. 이번에도 괜한 고생만 했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런데 이놈들도 저번 한국 지부 사건 이후로 방식을 바꾼 모양입니다. 다른 지부의 데이터 같은건 처음부터 말소 되어 있습니다. 남아 있는건 영국 지부의 연구 데이터 뿐입니다]

"그래도  자료를 그냥 두진 않을거 아니야. 어디에 보냈는지도 몰라?"

[아, 그건 러시아 쪽으로 넘어간걸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위치는 특정할 수 없어서......이래서 따로 영자 컴퓨터를 사둬야 할것 같습니다. 좀 성능 괜찮다 싶은건 제가 해킹 못하니 괜히 빡칩니다]

"이래서 사람은 스탯은 균등하게 찍어야 한다니까"

[뭐 힘법사라도 되라는겁니까. 아무튼 자료는  빼뒀으니 필요한건 있으시면 말만 하십시오]


"이놈들이랑 거래한 조직 같은거 있어? 대규모 테러 가능한걸로"

[어디보자.....아, 찾았습니다. 애초부터 여기도 비밀 조직이라서 그런지 거래한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기사 아는 입은 적은게 좋을테니 말입니다]


"거기가 어딘데?"


[패딩턴 거리의 'LF'라고 불리는 갱 조직입니다. 본인들은 목숨(LIFE)을 줄인 이름이라고 부른다고 되어 있기는 한데, 제가 보기에는......]


"뭐, 런던 폴른(London Fallen)인가 그렇겠지. 근데 걔네들 진짜 영어가 모국어인 애들 맞냐?"

어법상 폴른 런던이나 런던 해즈 폴른이 맞지 않을까?


뭐, 내가 걔네들 조직 보스도 아니고 어떻게 지었는지 알  있을리가 없지만.

하지만 의외다. 국제적 범죄 조직같은 것도 아니고 겨우 갱 단체가 그런 테러를 저지른다고? 그리고 아틀라스랑 거래를 해?

아니, 생각해보면 가이아 교도 그저 사이비 교단일 뿐인데 놈들과 거래를 했다. 그런데  조직이 그러리란 보장은 없지.


"걔네들 뭐 해서 먹고 산다니?"


[주요 수입원으로 카지노가 있습니다. W.러벗 카지노라고 하는 곳인데 꽤 규모가 있어서 돈이 상당히 벌리는 곳입니다]

"강원랜드 같은 곳인가?"

[뭐, 카지노야 거기서 거기입니다만. 솔직히 우리 딴에 그런 곳에서 놀기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긴 하지"

나나 시온이나 카지노는 별로다. 도박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기기라면 뭐든지 조작이 가능한 시온이랑, 확률조작이 특기인 나랑. 같이 돌아디니면 카지노 거덜내는 것 쯤이야 쉽다.

시온이 슬롯머신을 잡고, 내가 룰렛이나 포커, 블랙잭을 잡으면 대충 해도 평생 먹고 살 돈은 벌릴거다. 그러지 않는건 어차피 해봤자 재미 없고 괜한 트러블에 휘말리고 세금으로 대부분 뜯겨나가기 때문이다.

한번에 많은 돈 벌기는 쉽지만 그러느니 안하는게 낫다. 애초에 불로소득이 좋았으면 내가 비트코인 사뒀지.

"카지노로 번 돈으로 자금을 대줬나? 걔네는  받았는데?"


[.......안전성이 확보된 라프 에너지 강화제를 받아갔다고 나와 있습니다]


"뭐라고? 잠깐만, 그게 완성 됐다고?!"

아틀라스의 목적은 가이아 포스와 라프 에너지의 융합이지만, 가이아 교에서 봤듯이 라프 에너지는 많은 양이 체내로 들어가면 적성종으로 변이되는 특징이 있다.


극미량이라면 일반인이라도 몸 상태가 호전되는 효과가 있고 포스 유저라면 그보다 많이 견딜 수 있는데다 적성종 특유의 물리 내성도 가질 수 있지만 한도를 넘어서면 변이되는건 똑같다.

가이아 교도 아틀라스의 지원이 끊긴 후에 자체적으로 생산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불안정해서 끝은 괴물로 끝나는 도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완성했다고? 이 새끼들 혹시 그동안 너무 발달한거 아니야?


[뭐, 그래봤자 1회용에 제한도 많습니다. 우선 일정량 이상의 포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개개인의 유전적 형질에도 영향을 받는데다 같은 사람이 두번 쓰지 못하고, 즉효성도 아니고 효과 시간도 짧습니다. 아틀라스 쪽에서도 완전한 융합이라고 하기에는 제한이 너무 많아서 프로토타입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점 많네. 근데도 그걸 받아갔다고?"


[최소한 효과가 발휘되는 동안은 포스 유저가 미사일 폭격이 아니면 죽지 않을만큼의 물리 내성을 지니게 해줍니다]


현 사회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포스 유저가 군대로 제압이 가능해서다. 아무리 초인이라고 한들 음속으로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날리는 폭격 앞에서는 무력하기 그지없다. 하다못해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만져본 소총의 난사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포스 유저도 드물다.


지금 당장 백리한테  들고 갈기면 명중만 한다 했을  충분히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무리 특성으로 보호해도 총탄에 담긴 물리력은 무시할게 못된다. 게다가 한두발도 아닐테고.

아, 내가 팬텀 블러드 먹였으니 재생력 덕분에 머리나 심장에만 맞지 않으면 나름 살 수는 있겠다.


"으, 으윽....!"


"아, 맞다. 아직 니들도 있었구나. 볼일 다 끝났으니 죽여줄께"


"으어어어어어!!"


"뭘 시치미를 떼고 앉았어? 어차피 니들 좋게 죽지 못할거 알고 있었잖아? 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도 인간 취급해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반대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인간 취급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이미 증거는 보고 왔다. 이곳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멀쩡한 사람을 실험체로 삼은 물증이 수없이 많이 있었다.

이제와서 변명하고 뉘우치기에는 늦었다. 하려고 했다면 진작에 했어야 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곳에서 일하는지 모른다. 아니, 알 생각도 없고 동정해줄 생각도 없다. 연봉이 좋았던지, 협박을 당했던지,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던지, 그런 변명을 대봤자 결국에는 똑같은 범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

만약 진작에 고치고 싶었다면 내부고발자라도 됐어야 했다. 뭐, 이제 늦었지만.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고 있는 연구원들을 향해 다시금 능력을 사용했다. 공간째로 붙잡고 그대로 압축한다.


뿌드드드득!!

"우으으으으으으!!!"

"끄으, 므으으으끄으으으!"


뼈가 으스러지고 박살나는 소리가 난다. 그에 뒤섞이는 비명소리도 있지만 입도 벌릴 수 없으니 웅성거림에 지나지 않는다.

단숨에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한낯 붉은색 경단 덩어리가 됐지만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그런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누군가는 인간이였다고 생각할거 아니냐. 인간성 내다 버린 녀석들을 인간 취급해주는 방법은 이정도 뿐이지.


"이대로 나가도 좋겠지만......여기도 책임자는 있을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이미 까먹은지 오래라서 추씨였던 것 밖에 기억은 안나는데 한국 지부에도 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있었다.

여기도 그런 사람이 있을텐데. 아, 기감으로 찾아보니 여기 아랫층에 있었다.

근데 내가 쳐들어온것 치고는 꽤나 침착한 느낌인데? 그때처럼 보스인지 뭔지 하는 놈에게 사정사정하고 있으려나?


뭔가 괜찮은 정보라도 내뱉을지 모르니까 조져봐야겠다. 뭐, 아니면 그냥 죽이는거고.


별 기대도 없이 메인 컴퓨터실에서 나와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구조는 한국이랑 비슷한데 또 달라서 그나마 여기는 효율적으로 되어 있어서 경사진 통로를 내려가기만 하면 됐다.


거  침수 되기 딱 좋긴 한데 너무 돈 들이는거 아닌가 몰라.

아랫층에는 방이 많았지만 사람의 기척이 있는 방은 하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비교적  방이였기 때문에 좀 직위가 있는 놈이 머무르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박력있는 등장이 좋을 것 같아서 문을 걷어차 박살내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콰앙!

"똑똑, 누구세요? 나! 나! 나야! 나!"


안에는 넓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남자만 있을 뿐이였다. 다짜고짜 들어온 내 모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는 웃었다.


"아, 이제야 오는군, 라쿤맨"

나는 놈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목소리는 변조했지만 어투라던가 그런 부분에서 동일 인물이란걸 깨달았다.


"너  새끼가  여기서 나와?"


아틀라스의 보스가 눈 앞에 있었다.



* * * *

그는 검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지만 골격은 서양인으로 보였다. 혼혈인가? 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얼굴에서 읽을  있는건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지금의 여유로운 감정 정도일까.

내가 관상 보는 능력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몇가지 맹점 같은 것도 있어서 그거 전부 믿었다간 큰일난다. 특히나 저런 타입의 인간에게는 더더욱.


본심을 숨길 수 있는 녀석은 관상으로도 쉽게 파악 못한다. 순수하게 얼굴만 보면 사람 좋아보여서 더더욱 그렇다.

"니가 왜 여기 있냐? 뭐 시찰 돌다가 내가 와서 쫄아서 여기 온거냐?"


"뭐, 시찰 돈다는건 맞는 말이지만 쫄아서 여기 있다는건 아니지. 난 단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의 외견상 30대 정도로 보이는 젋은 남성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나랑 비슷한 연배로 보이니 위화감이 들었다.

만약 순수하게  녀석이 아틀라스를 만들었다면 최소한 적성종이 등장했던 20년 전 쯤에는 살아 있었을테니 그때에 10대였다는 말이 되는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


"이 지부 책임자는?"


"저쪽에 있잖나. 보면 알텐데?"

시선을 돌리니 방 한구석에 권총을 들고 자살한 듯 보이는 중년 남성의 시체 한구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쳐들어온거 보고 자살한건가, 아니면 저놈이 자살하라고 시킨건지 몰라도 죽은건 죽은거였다.  이상 정보를 물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정보원이  앞에 있었다.

"근데 너 이 새끼 무슨 깡으로 내 앞에서 대놓고 나와 있냐?"


"그야 이건 더미니까"


"......흠"


한국 지부를 털 적에 나는 전파를 타고  쪽에 있는 놈을 원거리에서 죽인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손도 안대고 죽인 격이지만  정도는 초월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그놈을 죽였어도 놈은 멀쩡했다. 즉, 한놈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림자 분신술 같은거라도 쓴건 아닌걸로 보이고"

"재패니즈 애니메이션을 너무 본거 아닌가? 취미가 그렇다면 어쩔  없지만"

"거 애니 보는걸로 타박하지 맙시다. 넌 존나 나쁜짓 하면서 그 소리 하니까 개빡치네"

덕질은 시온이 제일 잘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애니는 취향 맞는거 꼬박꼬박 챙겨본다고.

사회 풍조가 애니 본다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너무 찌들어서 그래......뭐, 이해 못할것도 아니지만.

"쯧, 영적으로 연결된건 아니구만. 본체랑 의견 조율  때는 핸드폰으로 연락하냐?"


".......그건 어떻게 알았지?"

"그랬으면  새끼가  앞에서 그 꼴 못하고 있지"

분신 쓰는 놈들은 예전부터  성격을 긁고는 했다. 특히나 모 닌자 만화처럼 분신술 술법 쓰는 놈들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는 정말  듣는 특효약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분신도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쓰는거라.....놈은 순수하게 개인에 불과했다.

머리를 쓴건지, 아니면 이런 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건지 본체가 누군지 몰라도 이런 불편한 방법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칭찬해주마.

"순수하게 기억만 주입한 타입이냐? 몸에서 다른 이능력은 느껴지지 않는데. 뇌 쪽에서 약간만 그런 기색이 있고"


"호오,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더미까지 죽일 정도로 엄청난 사정거리의 능력 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의 감지 능력까지 있나?"


"둘  있어야 되는거 가지고 뭘 놀라? 근데 애초에 우리 둘이 이렇게 사이 좋게 떠들 사이기는 하냐?"

"그건 아니지. 잠깐 흥미가 돌아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버렸군"

"하기사  새끼 저번에 이야기 할 때도 그런 느낌이 강하더라"

라쿤걸, 그러니까 시온에게 교류하자고 제안했었지.


그러고 보면 알리언 박사랑 비슷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틀라스 이야기를 꺼냈을  미국 정부 몰래 연구 데이터를 주고 받는 사이의 상대가 있었다고. 그렇다면 그것도 이쪽일 가능성이 높군.

"뭐라고 불러주랴? 어차피 나야 이놈저놈 해도 상관은 없는데 말이야"


"굳이 부르겠다면 '프로메테우스'가 좋겠지. 예전부터 좋다고 생각하던 이름이니까"

"프로메테우스? 프로씹새끼가 아니고? 니는 아주 그냥 그리스 신화 덕후네. 그냥 놈놈거리는 편이 낫겠다"

프로메테우스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신의 이름이다.

이놈들의 조직 단체인 아틀라스와 형제인 신이기도 하고, 이름이 '먼저 생각하는 사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문득 이놈들의 목적이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설마 그럴려고.....부정해 봤지만 솔직히 아닐 가능성보다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틀라스도 그렇고, 프로메테우스도 그렇고.  새끼 목적이 세계 정복같은 지루한건 아닌 모양이구나"

내가 혐오하는 부류 중에서 이런 놈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가 갈린다.

"오, 눈치 챘나? 사실 이름은 저번에 알려주려고 했지만 시간이 안되서 말이야"


"거 시발 노골적으로 작명센스가 그런데 못알아차리면 등신이지"


아틀라스는 과정은 둘째치고 결과적으로 세계를 떠받치게 되는 신이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위해 불을 전해주고 결국에는 제우스의 미움을 사서 간을 독수리에게 영원이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은 신이다.


즉, 요컨데 놈들은......


"세계정복이 아니라 세계 구원이라고? 거 참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  좋겠수다 아틀라스 양반들? 이제와서 착한놈 코스프레 질이냐?"

대의를 위해서라면 과정 따위는 불순해도 괜찮고 희생 따위 얼마든지 치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 그런 놈들이 제일 질이 나쁘다.

왜냐고? 최소한 세계정복하려고  꾸미는 녀석들은 지들이 나쁜건 알고 있거든. 그런데 이놈들은 도리어 자기가 하는 일이 선한 일이라고 자기합리화 시키는 병신들이 너무나 많다.


왜 이런 조직에 사람들이 가득한지 알겠군. 그냥 반인륜적인 조직이였다면 얼마든지 탈출하는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목적이 세계를 구한다는 목적만 괜찮은 의도가 들어가 있다면 자기가 하는 일이 숭고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20년 전 대공황 이후로 적성종은 지구로 침공해오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점차 강해지고 있지. 저번의 인간형 적성종은 그쪽도 봤을터다. 이건 전쟁이다. 그리고 전쟁 앞에서는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는 없지"


"그렇다고 인간성까지 포기해가면서 이겨봤자 의미가 없는거 아냐?"


"인간성을 지켜봤자 살아남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살아 남아봤자 인간성 없으면 결국에는 짐승이랑 다를 바가 없어"


"적성종에게서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들도 결국에는 짐승처럼 사육 당하게 될거다"

".......'우리들도'라니,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건데?"

나와 프로메테우스 간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찰나, 뭔가 지나칠  없는 말이 스쳐지나갔다.

그의 안색의 여유롭던 표정이 굳어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정색하고 있었다.


적성종은 인간을 죽인다. 하다못해 이유있는 적대였다면 설득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거 없이 그냥 나올 때부터 놈들은  모양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저놈은 우리에게 들이닥칠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거지?


마치 겪어본 사람처럼.

"너......이쪽 차원 사람이 아니구나?"

"........"

프로메테우스는 긍정의  대신에 침묵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게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녀석은 이쪽 차원, 지구 출신의 인간이 아니였다.

그는 적성종을 보내는 저 너머 차원 출신의 인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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