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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화 〉[라쿤맨 비기닝] (122/507)



〈 122화 〉[라쿤맨 비기닝]

나한테 시비를 건 인종차별 양아치 3인조들의 처리는 쉬웠다. 애초에 쓰레기 인생이였고 남의 마누라보고 개소리를 지껄였으니 당연한 폐해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저지른게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길법한 짓이니 합의금이 생길게 당연하지만 변호사들이 법적 대응으로 넘어가겠다고 했다.

"어차피 저들한테는 장기적으로 법적공방을 할만한 능력도 돈도 인맥도 없습니다. 적당히 질질 끌다가 원래 줘야 하는 돈의 일부만 쥐어주면 감지덕지 하겠죠"

대기업의 횡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자업자득이다.

그러니까 누가 인종차별하고 범죄나 저지르라고 했나. 유 퍼킹 레이시스트!


태어날 때부터 결정할 수 없이 받고 태어난 천성을 가지고 욕하는 새끼들은 벌 받아 마땅한 법이다. 초월자이자 환생자인 나도 당장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날지 여자로 태어날지 모르는 마당에 인종으로 사람 가르고 그러면 인성 쓰레기라는 것의 증명 밖에 못된다.

잠깐만 기다려봐, 솔직히 그걸로 못봐주지.

변호사 따라서 나가는 길에 보이던 세놈들에게 미약하게 순수한 '의지'를 손가락으로 튕겨 놈들의 심장에 날렸다.


기껏해야 손톱만한 수준이지만 포스 유저는 물론 현대 의학으로도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러나 작아도 제 할일은 할  있다.

별건 아니고 살기를 조금 담아서 날렸다. 대충 반년 뒤에 발동되서 주변 근육을 경직시키게 만든다.


살기는 근육을 경직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를 뿜어내는 사람 앞에서 보통 사람은 몸이 굳어 움직일  없으며 심하면 목숨도 위협한다, 심즉살(心卽殺)이 이와 비슷한 원리다.

그게 극소 범위라도 심장에서 터지면 어떻게 되겠냐? 다짜고짜 심장마비지.

나도 생각이란게 있으니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는다. 내가 돌아가고 놈들이 법적 공방이던 죽을 먹으며 병원 신세를 지던 간에 반년 뒤면 죽을거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재벌 2세 놈도 조져야 하는데.

"오늘 바로 풀려나는 대신에 당분간은 자중해야 할겁니다. 최소한 이틀은 호텔에서 있으셔야 할거예요"

"이거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뇨, 제가 먼저 말리지 못한 잘못이니까요. 그럼 편히 쉬세요"


내 신분을 버진 그룹에서 보장하는 대신에 당분간은 외출 금지......뭐, 외국 가정집에서 외출 금지는 흔한 벌이긴 하다만.


하지만  나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시온이 외롭다고 투덜거리는거 보면 되도록 빠르게 일을 처리할 생각이다. 밤에 몰래 나와서 조사해봐야지. 물론 라쿤맨 가면 쓰고.

낮에 출발했는데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지금 현재 시각 오후 8시 반.....인간 쓰레기를 조져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그런 시간이군.

나는 우선 시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모르니 알리바이부터 만들어야 하니까.

국외 추방당해서 밀입국 하는거랑, 다짜고짜 추적당하는거랑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인근 다른 나라에서 헤엄쳐서 밀입국 해도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집 돌아갈  헤엄치던 딴 나라 경유해서 가던 해야한다.


근데 여기가 영국이라 문제다. 헤엄쳐도 존나 멀고 육지로 가도 무지 멀다. 일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도 아니고 그걸 몸으로 때워서 가라고? 미쳤습니까 휴먼?


"여보세요?"


[거기랑 여기랑 시차가 얼마나 나는지 아십니까? 여긴 이제 자정이 넘었습니다]

"그런것 치고는 빨리 받는데"

[당신 전화라면 꼭두새벽에 와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 우리 마누라가 최고란 말이야"


시온에게는  알리바이를 부탁했다. 별건 아니고 호텔 CCTV를 해킹해서 내가 나가고 들어오는 영상만 지워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혹시 모르니 핸드폰도 방에 두고 가면......CCTV에는 들어왔던 영상만 나오니  알리바이는 증명된다. 호텔 내부의 창문은 안전상 사람이 빠져나갈만큼 열리지 않으니 안에서 나갈 방법도 없어서 겉으로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성립된다.

코난이나 김전일이 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내 완전범죄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흠, 여기가 런던이니까 셜록 홈즈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과장이겠지.


준비를 마치고 기감을 펼쳐서 바깥으로 나왔다. CCTV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것만 주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1층을 경유해서 나갈 수 없으니 옥상으로 나가도록 하자. 어차피 여기는 경치가 좋은 최상층이라서 옥상으로 올라가는게 훨씬 빠르다.


"아, 이거 전자식이네. 염병"

옥상으로 나가는 문은 전자식 도어락으로 잠겨 있었다.

라쿤맨 가면을 쓰고 있으니 시온에게 연락하는건 쉽지만 밤이 늦어서 되도록이면 깨우기 싫다.

그러니 나는 품속에서 손가락만한 물건 하나를 꺼냈다.


'자유의 대마왕'의 흑수정. 모든 부자유와 봉인을 풀어해치는 '자유'의 능력이 담겨있는 물건이다.

전에 가이아 교 박살 낼때 유진이한테 쓰고 집어넣지 않았는데......이렇게 쓰게 됐네. 뭐, 솔직히 이런 부분에서는 유용하니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만큼 효용성이 크다. 봉인을 푼다거나 잠금을 해제한다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시온보다 한수 위일 정도로.

수정의 뾰족한 부분을 도어락 부분에 가져다 대자 그대로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가니 새찬 바람이 부는 옥상이 반겨주었다. 아무것도 없어서 주변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보자.......거기가 이스트 런던 쪽이였나?"

시온이 보내준 자료 중에서 수상쩍은 곳이 한군데 있었다.


내가 아틀라스의 끄나풀이라고 짐작한 멘체스터 FU의 지부 중에서는 이스트 런던 쪽에 위치한 곳이 하나 있었다. 아, 이스트 런던 하니까 남아프리카 쪽에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던데. 내가 말하는건 그냥 런던 동쪽이란 뜻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영국이란 나라는 아직도 신분제가 존재하는 곳이다. 막 귀족이라고 하층민을 죽여도 무죄 판결나는 그런 인권 없는 막장 신분제까지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왕족을 하층민 배우가 연기했다고 고깝게 보는 눈이 있는 그런 신분제 사회다.


그렇기 때문이 필연적으로 신분의 아래쪽에 위치한 사람이 있고, 그들이 모여사는 슬럼가가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미국의 할렘 비슷한 느낌이려나.

한국은 사실 알고 보면 좋은 나라다, 카페에 물건을 두고 나와도 누가 훔쳐가지 않고. 밤에 여자가 놀러나와도 대부분은 안전한 그런 치안이 좋은 나라다.

아무튼 그런 슬럼가에 지부를 짓는다고? 뭐,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거라면 내가 뭐라 신경 안쓰겠는데 하필이면 적성종 사체 매입해서 연구하는 기업이?

게다가 한국 처럼 침수시키기 딱 좋을 정도로 저수지에 가깝다. 흐음, 이건 합리적 의심이지.


 수상쩍으로 너무 수상쩍은거 아니냐. 너무 노골적이여서 한번 뒤집어 엎어줘야겠네.

"거 바람이 차네. 주변이 바다라서 그런가......아니,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좋은건 야경 정도 밖에 없구만"


호텔 옥상에서 뛰어서 북동쪽에 있는 해크니라는 도시로 향했다. 거리가 꽤 있지만 도로를 따를 필요가 없고 내가 날아가는 속도도 어지간한 차량보다 빨라서 문제 없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서 날아가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 달빛도 적어서 딱 야밤에 담넘기 좋은 날이다. 도둑들은 환장을 하겠구만.


거리가 있어서  오래 걸려서 웨스트 저수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해크니에서도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더 오래 걸렸다. 씨, 돌아가는데도 또 귀찮겠구만.


"여긴가?"


나는 한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 일단 주소로는 여기가 맞다고 되어 있었다. 인근에는 다른 건물도 드물고 맨체스터 FU의 로고가 박힌 약간 허름한 건물 하나만 있었다.

기감을 펼쳐서 지하까지 살펴보았다. 보통은 지표면을 따라서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지하에 영역을 펼칠 수 없다.


지하로 십수미터, 두터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공간이 하나 느껴졌다. 규모 자체는 한국보다 작지만 안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있는게 느껴졌다. 적성종과 포스 유저가 반반씩 섞인 느낌도 함께.


이 새끼들 여기서도 한결같구만. 한결같은 쓰레기라서 오히려 안심했다. 다른 나라 지부라고 깨끗했으면 조지는데 미안했을거 아니야.

저번처럼 느긋하게 처리하다가 자료 날라가는 꼴은 못본다. 나는 최대한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조심스레 건물로 잠입했다.


건물 구조는 돌려쓰는건지 한국의 아틀라스 지부처럼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지하의 실험실로 내려갈  있는 형태였다.


"처음부터 큰거 하나 날려주면 좋겠지 새끼들아!!!"

어차피 다 퇴근했는지 지상의 건물 쪽에는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경비는 건물 주변의 부지를 돌면서 순찰을 돌고 있어서 건물을 부숴도 딱히 다치진 않을것 같다.

무고한 사람이 없다면 이야기는 편하지.

"남자는 한방!!!"

콰아아아앙!!!


그리고 화려하게 폭★발!

*  *  *  *



아틀라스 영국 지부 지하 비밀 실험실, 시간적으로 밤인데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갑자기 연구소를 울리는 큰 진동에 기겁했다.


쿠우우웅!!

"뭐, 뭐지!? 지진인가? 아니면 차원진?"


"진원지가 지상인데 지상 쪽에서 연락은 없었나!"

"지금 밤이라고! 지상 인원들 다 퇴근한지 오래야!"


"이런 젠장!"


당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정하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두터운 콘크리트  너머로 들려올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연구원들은 그 소리가 엘레베이터 쪽에서 들리는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설마......!"

콰아앙!!!

엘리베이터 문이 박살났다. 금속으로  문짝이 박살나 튕겨 나가지면서 근처에 있던 연구원의 상반신과 하반신에게 분단 국가의 슬픔을 알려주었다.


"제이크!"

"이런 세상에 맙소사! 그 자식이야!!!"

연구원들은 그제서야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별 다른 특징은 없었으나 얼굴에  금속질의 라쿤 가면은 그들로서는 익히 할고 있었다.


같은 회사 직원이나 마찬가지인 한국 지부를 작살낸 원흉이니까.

"라쿤맨! 저 자식이 어떻게 여기에!"

"현관으로 들어왔다"

"지금 장난하나!"

죄다 박살내서 입구로 들어온거라면 그것도 현관으로 들어온거라고 쳐줄수는 있겠지. 그 현관 역할을 하던 지상의 건물은 폭삭 무너졌지만 말이다.


솔직히 테러라고 봐도 무방한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곳의 일을 숨기려면 한국처럼 사고로 위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형 왔다 인간 같지도 않는 개새끼들아. 니들 메인 컴퓨터는 어디있니? 그거부터 조지고 보자"


"포스팀! 포스팀은 어디갔어!!!"


몇몇 연구원들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죽는건 똑같은 결과만이 남아 있을 뿐이였다.

최악은 눈에 보이는 연구원은 보이는 족족 죽이면서 지나갔다. 손에 닿는 거리에 있다면 직접 목을 조르던 분지르던 해서 죽이고 거리가 있다면 능력을 써서 염동력으로 내던져 죽이던 연구소의 인간들은 죄다 말살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는 저번처럼 느긋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컴퓨터의 자료가 폐기당해서 괜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메인 컴퓨터부터 해킹한 다음에 처리하기로 했다.


"저기있다! 사격 준비!"


"오, 총? 외국이라  구하기는 쉬울테니까 한국보다는 낫나?"


적성종 대응팀이라면 몰라도 포스 유저를 상대한다면 총기가 유리한 법이다. 적성종은 라프 에너지 덕분에 물리 공격에 내성이 있지만 포스 유저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전신을 가릴법한 두텁고 큰 검은색 광택의 방패, 그리고 옆면에 나 있는 홈을 통해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포스 유저들은 그를 둘러싸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두두!!!'


비 처럼 쏟아지는 탄환 세례가 그대로 쏘아진다. 제압할 생각도 없는지 살상용, 거기에 더불어서 포스 유저 전용의 특수탄을 쏟아내고 있었다.


"엿이나 처먹어라 피쉬 앤 칩스나 처먹는 새끼들아!"

최악은 개의치 않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총탄 세례도 그의 역장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능력으로 이루어진 그의 역장을 뚫기 위해서는 최소한 개념간섭이나 의지를 다룰줄 아는 공격을 때려박아야 가능했다.

현 마스터 유저 중에서도 그게 가능한 사람은 몇명 되지 않았다. 가까히서 찾아야 천검 이경진의 회색공명검 수준이다.


콰앙!!

힘차게 어께로 방패를 내세운 포스팀에게 숄더태클! 한순간 음속을 넘어선 가속에 의해 묵직한 충격과 소닉붐이 그들을 자비없이 후려쳤다.

상대가 마스터 유저 수준인걸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열의 인원들이 전부 나가 떨어졌다. 오히려 그 충격파에 휘말려서 인근에 있던 포스 유저들은 전부  충격에 즉사, 운이 좋아야 심한 뇌진탕에 그쳤다.

"니들이 어디서 개수작 부렸는지 그게 필요하니까 자료 내놔라 자료! 니들 컴퓨터실은 어디냐!"

"마, 말못......"

"그럼 뒈지고!"

퍼억!!!


간신히 숨만 붙어 있던 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던 최악은 입을 다무는 남자의 행동에 망설임 없이 벽에 내던졌다. 그리고 그는 벽에 부딪혀 터진 토마토마냥 머리가 터져나갔다.

최악이 걸어가는 곳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남기는건 죽음과 시체 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런 실험에 동참하고 묵인한 자들에게는 자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그들을 하나하나 말살해갔다.

"아, 여기는 실험체가 있는 곳인가? 예진이처럼 살아 있는 사람은 없는것 같은데"


그는 지나가다가 혹시나 싶어서 한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의 기척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라프 에너지와 가이아 포스가 뒤섞인 기운을 띄고 허공만 바라보거나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실험체들로 가득했다.

바쁘긴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도 중요하다. 설령 이곳 자료를 얻지 못한다고 한들 예진이처럼 실험체였던 사람을 구출하는 편이 훨씬 낫다.


지금 당장 사람을  죽이고 있는 주제에 위선적이라고?

최악은 사람 가지고 인체실험하는데 동조하고 묵인하는 인간성 없는 놈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동물만도 못한 머리 검은 짐승일 뿐이지. 인간에게 인간성을 빼면 짐승이랑 다를바가 없다.


"히, 히익! 라쿤맨! 으아아아아!!!"

"어딜 도망가. 일로와, 컴온"

최악은 도망치려던 연구원 하나를 염동력으로 끌어와 멱살을 잡았다. 전투 요원이면 그대로 목을 졸라 죽였겠지만 연구원이라면 협박으로 이야기가 통할테니 상황이 다르다.

"여기 메인 컴퓨터는 어디 있냐? 말하면 곱게 죽여준다"

단지 그에게 협박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는게 문제지만.


"사, 살려주는게 아니고......?"


"저걸 보고 말해봐. 네가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최악은 두터운 금속문에  있는 특수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실험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연구원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저 실험에 동참하지 않았어! 내가 일하는 부서는 프로그래밍 쪽이라고!"


"그래서? 여기가 저런짓 하는 곳인지 몰랐다고?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이냐? 그러면 내가 이해 해주지"

"그, 그건......"

"한 놈이나 그걸 방관한 놈이나  똑같은 부류야. 네 양심은 안녕하시냐? 대답할 생각 없으면 됐어. 죽일거니까"

"잠깐......!"

꾸욱.

최악은 연구원의 멱살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목이 막힌 그는 컥컥거리면서 질식에 고통에 팔다리를 바둥거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가자 그의 저항도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욕구로 가득했던 눈동자가 어딜 보는지 모를 탁한 눈이 되는건 순식간이였다.


연구원의 몸뚱이를 내던지고 다시금 연구소를 누빈다. 최악이 연구소에 쳐들어온지 5분이 조금 넘었지만 처음이라면 모를까 이미 한국지부를 작살낸 전적이 있다면 빠르게 대응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구만!"

최악은 이내 메인 컴퓨터룸에 도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에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료 폐기해! 빨리!"

"라쿤맨 이 염병할 자식이.....!!"

"젠장! 포스팀에게 어떻게든 5분만 끌어보라고 해! 연락이 되나?"

"아무도 연락을 안받아! 생명반응도 없어!"


"FUCK!!"

자료를 폐기하느라 바쁜 그들은 최악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 지부 때보다는 나았다. 컴퓨터의 자료들도 폐기한다고 한들 10분 남짓한 시간에 삭제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며, 서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최악은 분주한 연구원들을 능력으로 구속해 붙잡으면서 소리쳤다.


"다들 키보드에서  떼!"

아니, 여기서 그 드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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