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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화 〉[라쿤맨 비기닝] (117/507)



〈 117화 〉[라쿤맨 비기닝]

애들은 댕댕이랑 같이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한창 놀 때의 애들이 셋이나 있으니까 짐승인 댕댕이도 지쳐서 헥헥거린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서 물 그릇에 물과 함께 얼음을 동동 띄워주니 숨도 안쉬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여우도 개과니까 훈련시키면 말 듣지 않을까? 그  여우는 영리하거나 교활하거나 그렇다고 하잖아"

"여우가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편견이 생긴건 아니고?"


"그래도 한번 해볼만 하지 않아요?"


저 셋 중에서 예진이가 가장 연하다. 루리는 내년이면 성인이고 낼모레 수능 보는 고3이고 백리는 군대까지 다녀왔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둘을 언니, 오빠로 여기고 존댓말을 한다. 아직 말을 놓기에는 이른 모양이다.


세사람이 댕댕이에게 재주를 가르치기 위해서 손을 내밀고 손! 하고 말했지만 댕댕이는 고개만 갸웃거리며 뭘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재주 하나 못부리다니! 이 못난것!"


"캥!"

".......그치만 귀여우니 됐어"

귀여움은 장땡이다. 사람은 각자 매력적이거나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다르더라도 귀엽다는 분야에 대해서는 똑같다. 괴상한걸 귀엽다고 느끼는 사람은 있겠지만 최소한 새끼 동물을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댕댕이는 아직 새끼 여우니까 짱 귀여움. 물론 커서도 여우니까 귀엽겠지. 아직 어릴 때 사진이나 팍팍 찍어둬야겠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술이 없네. 백리야, 가서 맥주나 좀 사와라"


"아, 알았어요"

"내 카드 줄테니까......술은 너 알아서 좋아하는걸로 맥주랑 소주랑 적당히 사오고"


"난 칭따오!"

"고딩이 술 좀 작작 마셔!"


"이런날만 마시는건데 뭐!"


"거 냅둬. 애들 다 포스 유저잖아. 반주 같이 한두캔 정도는 괜찮아"

내가 미성년자 음주에 엄격하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아직 덜 자란 몸에 알콜은 성장에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법이다. 그런데 예진이나 루리는   미성년자라도 포스 유저다.

맥주 한두캔 정도 마셔봤자 간에 기별도 안간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백리는 보드카 한병 정도는 까줘야 보통 사람이 소주 한병 마신 수준으로 취하는 수준이니 맥주라면 그냥 맛이 독특한 음료수다.


게다가 옛날에는 물이 더러워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물 대신에 맥주 마시기도 했고.


"오빠야, 모짜렐라 치즈도 사와. 아까 보니까 대합도 있던데 거기 위에 치즈 뿌려먹으면 맛있을듯"


"알았어, 또 다른건?"

"아, 튀김 가루 좀 사와라, 백리야. 굴이랑 새우 좀 튀기게"

"미혼인 자는 못먹는다는 기만의 새우튀김!"


"그럼 나랑 시온 밖에 못먹네 뭐"


아니, 근데 루리  녀석은 자기 이름이 루리라고 그 대첩을 아는건가?

아무튼 슬슬 점심 준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은 가볍게 먹으려고 죽을 했다 치지만 점심부터는 본격적이다.


우선 홍합의 반은 홍합탕을 끓인다.

쫘르륵! 하고 세척한 홍합을 냄비에 부었다. 보니까 해감은 되어 있어서 따로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물을 붓고 거기에 무랑 간장, 대파랑 청양고추를 준비하고 끓을 때 넣는다.


한쪽에서 홍합탕이 끓여지는 동안 다른 한쪽의 냄비에는 홍합을 삶는다. 그리고 뚜껑이 열린 홍합의 살을 발라내고 그 껍데기에 볶음밥을 올린 다음에 발라낸 홍합살을 다시금 올린다.


이건 미디예 돌마스라고 해서 터키 요리다. 옛날에 이스탄불에 갔을 때 맛있게 먹어봐서 그 맛을 살려서 한번 만들어 보았다. 여기에 레몬즙 같은걸 뿌려먹으면 정말 맛있다.

그리고 대하를 꺼내서 손질했다. 저녁에는 저번에 두류산 갔을 때 썼던 그릴을 꺼내서 바깥에서 바베큐 식으로 구워먹기로 하고 점심에는 튀김으로 하기로 했다.

"막  만지면 미래가 보여? 무슨 사이코메트리세요? 신기방기하네"

"사이코메트리는 과거를 보는거 아니였어요?"

"그거나 그거나 비슷하긴 하잖아. 근데 미래 보는거 개쩌네. 나도 다음주에 나올 만화 미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복권 번호라던지!"

"저도 그런걸 볼 수 있었으면 좋을것 같아요"

예진이는 루리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예지 특성 때문인거 같은데......아마 백리에게서 전해 들었나? 애초에 백리한테도 예진이가 예지 특성 보유자란건 이야기 했으니 알고 있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둘 다 여고생이라서 그런지 루리 성격이 특이하긴 해도 나름 대화가 통했다. 무늬만 여고생이 아니였구나 루리야.

"그런데  하필 차원진 감지기지? 다른건 반응 없어?"

"그렇긴 한데요......."

"그건 좀 더 정보가 모여봐야 알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저희도 미스터리입니다"


그 부분은 시온이 대신 대답했다. 우리도 모르는데 본인이 알리가 없었으니까.


"근데  차원진 감지기가 집에 있어? 아, 연구용이야?"

"보통 있는게 당연합니다. 차원진이란건 상당히 드문 재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여러가지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되고는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해결? 차원진을?"


"그거 냅두면 상당히 골치 아파집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생채기 같은게 생겨서 거기로 감염이  수 있는거라......"

"아, 생채기(차원진)이 생겨서 거기로 들어오는 세균(적성종)때문에 감염(침공)이 되는거구나.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았어"

"뭐, 적성종이야 정말 가벼운 예시입니다. 차원진이란건 차원축이 흔들리면서 생기는 문제라.....다행히도 외부에서 작용하는게 대부분이라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이 지구의 사람들이야 차원진이란게 익숙할지 몰라도 그건 사실 생각보다 드문 현상이다.

차원이란 개념이 셀 수도 없을만큼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구라는 한 행성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는게 얼마나 천문학적인 확률인지 모른다. 대충 바다에 물 한방울 떨어트렸는데 그 물을 언젠가 내가 마시는 날이 오는 정도?

애초에 이 우주에 지구라는 행성 외에도 다른 수많은 행성들이 있는게 그 중에서 지구에서만  지랄이 난다고? 명백하게 인위적인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쪽 차원에서 봤을 때만의 문제고 다른 문제도 있다.

"차원진이 일어난다는건, 마치 집 담벼락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호기심에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좀 꺼림직하긴 한데 그래도 그게 문제는 아니지 않아요?"


"......가끔 가다가 못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할 일 없는 호기심 가득한 사람은 그 구멍을 통해서 들어와보곤 한다는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볼까,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다가 담에 구멍이 크게 뚫린 집이 있다. 거기에 집주인(초월자)도 보이지 않는다면 한번쯤 들어와보려는 녀석도 종종 있을거다.

물론 그럴 확률도 상당히 낮다. 차원의 틈새를 돌아다닐만한 초월자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중에 이 근처를 돌아다닐만큼 한가한 녀석도 많지 않을테니까.

단지 차원진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확률이 0.0001퍼센트에서 1퍼센트 대로 올라갔다는 소리다. 가챠 돌리면 1퍼센트 확률에 수십만원 지르고 하잖아. 그럼 높은 확률이네 뭐.

"그리고 그런 초월자 중에서 인성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차원진에서 적성종 외에 다른게 튀어나오면 닥치고 도망치는게 제일입니다"

"가끔 거기서 4대 차원종 같은거 튀어나오면 좆같긴 하지......홍합탕 다 됐는데 간 좀 볼사람?"

"나! 나나! 나나나! 난나난나난나난난나!! 해피해피해피해피월드!"


"거기서 CM송이?! 아무튼 루리의 자기 주장이 확실하네. 가슴도 그랬으면 참 좋아"

"아니, 여고생의 가슴에 태클을 걸다니! 전쟁이다!"

"가슴 커지는 체조 가르쳐줄까? 효과 만땅인데"

"사장 오빠, 준비 하는거 좀 도와줄까? 힘들지 않아?"


태세 전환이 빛과 같이 빠르고 동전을 뒤집듯 쉽구나. 훌륭하다, 그래야 사회생활 잘하지.


그때, 마트 다녀온 백리가 돌아왔다. 나는 장바구니에서 튀김 가루를 빼서 슬슬 튀길 준비를 마쳤다.

"자고로 새우는 튀김이지"

"그건 대하 아니예요? 대하는 보통 소금 구이 해먹던데"

"이미  준비 해뒀어"

냄비에 소금 깔고  위에 대하를 올려서 굽기도 했다.

이것도 존맛이지, 머리 딴 후에 살만 발라서 먹고, 머리의 내장만 쪽쪽 빨아먹으면 그 짭짤함과 고소함이 와닿는다.


대충 점심도 준비가 다 됐다.  메뉴는 아까 만든 홍합탕과 미디예 돌마스, 거기에 새우 튀김과  튀김. 대하 소금 구이. 메뉴가 대부분 기름져 보이지만 그러니 맛있는거다!

"진수 성찬이네. 근데 여기서  저녁에 해먹을거예요?"


"그럼, 그릴 꺼내서 전복도 구워먹고 그럴건데 뭐"


"사장 오빠랑 알고 지내서 먹을 복은 아주 그냥 펑펑 터졌다니까. 중국산인줄"


"내가 아는 중국산은 요리밖에 별로 좋은게 없는데"


그나마도 홍위병이 대부분 조져버렸으니 걱정말라구!


중국의 강호의 도리를 알던 협객들은 어디로 갔는가!


아, 그건 천안문에서 다 죽었습니다.

중국이란 나라는 요식업 종사자로서 보면 수많은 요리 방법을 가지고 있는 한번쯤 가고 싶은 나라다. 물론 예전에도 종종 갔고 중국이라고는 못해도 무림 같은 곳에서 환생한 적도 있다.


그런데 정치라던가 위생이라던가......그런걸 보면 한숨만 나온다. 아니면 밸런스 패치를 한건지도 모르겠고.

"예진이는  튀김 좀 먹어봐. 맛있게  됐어"

"아, 먹고 있어요. 이거 엄청 맛있네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굴 맛이 나서 좋아요"

"너무 익어도 맛이 떨어지거든. 적당히 튀기는게 요령이지"

"저도 아저씨처럼 요리 잘 했으면 좋겠어요"

"시간 날 때 가르쳐 줄께"


한동안 말 없이 먹는 시간만 지나갔다. 나는 대하 소금 구이의 껍데기를 까서 슬쩍 시온의 앞접시 위에 올려 주었다.

나는 까면 바로 먹는 스타일인데 시온은 까면 모아 뒀다가 나중에 한번에 먹는 스타일이다. 가끔 간장게장 먹을 때 시온은 살  발라내서  비벼먹더라. 그것도 맛있긴 한데.


그러고 보니 슬슬 꽃게 철이네. 9월에 꽃게가 많이 올라오면  때 한번 게장이나 담가야겠다.


"게장? 간장게장! 양념게장!"


"얘는  저러냐"


"루리는 게장 하면 환장을 하거든요. 가끔 할머니 댁에서 받아오면 루리가 다 먹어요"

"맛있긴 하지. 근데 살 안찌는거 보면 운동 열심히 하나보다"

많이 담갔다가 백리네에 한박스 가져다 주자. 어차피 손 가는건 조금 바빠진다 뿐이지 별 차이 없으니까. 간장만 잘 끓이면 되고.

요리한 양도 많았지만 사람이 사람인 만큼 금방 없어졌다. 오히려 약간 부족한 느낌이 있는듯 싶었다.


"이야, 되게 맛있게 먹었네. 저녁에는 진짜 많이 해야겠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살쪄 돼지야!"

"날 돼지라고 부르는건 괜찮아, 하지만 나를 돼지라고 부르는건 참을 수 없다!"

"무슨 개소리야!"

저녁에는 그릴에다가 전복이나 소라, 대합 등을 구워먹을 예정이다. 거기에 회도 곁들이고 성게알 비빔밥도 함께 더한다. 아주 그냥 배가 터져 죽겠네.


댕댕이는 해산물은 별로인것 같기에 냉장고 한켠에 있던 남은 소고기 한덩이를 주었다. 물론 구워서.

기름기를 빼려는 용도도 있고, 아직 새끼라서 고기를 그냥 먹으면 몸에도 안좋을 것 같아서 익혀줘야 한다. 야생에 있을 때도 고기보다 어미  먹고 자랐으니까 아직 생고기는 안돼.

"캥! 캥!"

"거 얘도 기분 좋은 모양이다"

"나도 고기!"

"동물 먹는 것까지 뺏어먹을 생각이냐?!"


"고기 앞에서 너고 나고 동물이고 인간이 어디있어! 맛있으면 먹는거지!"

"백리야, 니 동생  말려봐!"

"포기하면 편해요"


"누군가 루리랑 결혼해서 처남이 될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말려!"

"루리가 결혼 할 수나 있고요?"


"나도 지나가던 남자 붙잡고 사귀자고 하면 사귈 수 있다 뭐!"


"그 뒤가 문제잖아! 누가 니 성격 알고도 사귀자고 할것 같아? 외계인 아니면 안돼!"

"외계인 혐오를 멈춰주십시오!"


"아니, 형수님이 왜?!"

한바탕 하고 점심 먹은걸 정리하고, 저녁 준비를 하려고 그릴을 꺼내고......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여름이라서 낮이 긴데도 불구하고 해가 지고 있어서 시계를 보니까 생각보다 늦었다. 얼른 준비 해야겠구만.

"백리야, 그릴 꺼내서 불 좀 붙여놔라. 난 재료 들고 나갈께"

"숯은 어디 있어요?"

"저어기, 창고에 남은거 보관하긴 했는데. 한번 뒤져봐야 할껄"

"루리! 출동!"

"아, 씨. 울 오빠는 만만한게 나야"


"너 말고 시킬 사람이 없잖아"

백리가 그릴을 꺼내고 루리가 숯을 꺼내왔다. 그릴에 숯을 쏟아내고 불을 붙인다.

근데 우리 집 사람들은 죄다 비흡연자라서 라이터가 없다.

"나의 손이 빛나며 울부짖고 있다! 밥 맛있게 먹으라며 외치고 있다! 샤이닝 핑거!"

"아니, 루리의 손에서 불이!"

"그냥 포스를 사용해서 발화시키는거네. 무협지 보면 삼매진화 같은거 있잖아"

저번에 두류산에 휴가 갔을 때 나도 저 방법 썼고.


불을 붙이고 그릴에 어느정도 열이 달아오르자 손질한 전복이나 대합, 대하를 위에 올렸다. 치익, 하고 수분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익는 동안 능성어나 민어 회를 꺼내서 다같이 먹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회도 양이 상당한데 금방 다 먹어버렸다.

"야! 한번에 세점씩 가져가는건 반칙이잖아!"

"겨우 한점씩 집어서 감질난다고! 자고로 회는 세점씩 집어서 그대로 초장 찍어서 냠냠냠 해서 먹는게 제일이지!"


그래, 루리  말 잘했다. 솔직히 한점 집어서 먹기에는 감질나지. 복어회 같이 비싼 것도 아니고.


나도 나름 복어 조리할 줄은 알지만......복어 자체를 구하는게 문제다. 낚시로 구해도 한계가 있으니까.

복어가 맛있기는 한데......그냥 전문점 가서 먹는게 낫겠다. 내가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한 분야에 수십년 매진한 사람을 무시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니 그릴에 올려놓은 것도 다 구워졌다. 전복은 적당히 자르고 대하는 그냥 그대로 껍데기를 떼서 뜨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그대로 먹었다. 음.....소금간만 했는데도 존맛이네.

거기에 굴! 굴! 굴!

"석화를 그대로 뚜껑 따서 먹는 맛이 또 일품이지"

"레몬 어디있지. 레몬"


"냉장고에 있던 와인이랑 레몬이랑 섞어서 소스 만들어 둔게 거기 있는 간장 같은거니까 뿌려 먹어봐. 맛있어"

석화의 생굴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를 뿌려먹으면 맛있다. 주로 초장 같은걸 생각할지도 몰라도 의외로 와인 소스가 잘 맞는다.

애초에 외국으로 나가면 굴은 고급 식재료고, 그래서 와인이랑 같이 먹는게 정석이다. 로마 시절에만 하더라도 굴에 와인이랑 같이 먹었을만큼 오래된 전통이다.

루리보다 예진이가 굴을 흡입하고 있었다. 익힌 쪽보다 생굴이 취향인것 같다.

"자, 밥은 먹어야지! 여기 성게알 비빔밥!"


"와! 양푼 비빔밥!"


"비빔밥은 큰데다 비빌수록 맛있거든"

집에 있던 양푼 큰걸에 밥 넣고 상추랑 야채 이것저것 넣고 참기름이랑 김만 넣었다. 크게  들어간건 없다.


성게알 비빔밥은 성게알의 맛만으로도 좋아서 그냥 초장 없이 비벼도 맛있거든.


"근데 성게알 이거 다 넣기에는 약간 많네"


"그러면 남겨놨다가......"

"여기서 리빙 포인트, 그럴때는 밥을 더 넣는다"


"아니, 거기서 역발상이?!"

그대로 슥슥 비벼서 한입 먹으니 성게알의 바다향이 올라오는게 아주 맛있었다. 그대로 소주 한잔 걸치니 아주 천국이 따로 없다.


"다 됐으니까 다들 그릇 대봐"

"사장 오빠가 뭘 모르네! 양푼에 비빈 그 상태에서 먹어야 제맛이지!"


"아, 그러네"

루리의 말에 다들 그냥 양푼에서 한 수저씩 떠서 먹기 시작했다. 밥만 하더라도 양이 10인분 가까히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다른걸로 배를 채운 5명이서 양푼 큰거를 비우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오늘 다들 돼지가 되는 날이구나. 아, 생각난 김에 다음에는 삼겹살 먹어야지.


"형 덕분에 오늘 포식했네요. 간만에 몸보신 잘한듯"

"앞으로 일 잘해야지. 사장님 노릇 하려면"

"아, 맞다"

나는 내일부터 아틀라스 조지러 영국으로 떠난다. 얼마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한동안 고생  해야겠지.

........으아아악! 장어 젤리 저리 치워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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