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라쿤맨 비기닝]
내가 영국으로 떠나기까지는 하루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물론 백리한테 가게 맡기는거나 형식이네 아저씨 병문안 가는건 이미 했으니까 넘어가고. 다른 일이다.
예진이랑 밥 한번 먹는거.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은 밥 진짜 좋아한단 말이야. 뭐 친분을 다질 때는 밥 한번 먹자고 그러고. 안부 물을 때는 밥 먹었냐고 그러고, 고마울 때도 밥 한번 사준다고 그러고. 생활에 아주 그냥 쏙쏙 박혀 있었네.
나도 아무리 서양인 부류로 환생해도 제일 좋아하는건 김치찌개에 흰 쌀밥인거 보면 영혼까지 천생 한국인인듯 싶다.
"예진이 너 뭐 좋아하니?"
"어......아무거나 괜찮아요?"
"고기는 평소에도 자주 먹으니까 그냥 제일 좋아하는 것 중에서 고기 빼고 골라봐. 여태까지 제대로 밥 먹은 적도 없잖아"
보통 예진이가 먼저 먹거나, 시온이랑 예진이가 같이 먹거나 하지 나랑 먹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영국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한번쯤은 같이 밥 먹어야지.
"그럼 굴 먹고 싶어요"
"굴? 왠 굴?"
"옛날에 시설 살 때 원장님이 지인한테서 받아왔던 굴로 굴 국밥 같은거 만들어 준 적 있었거든요. 그때 참 맛있게 먹었는데......."
"너네 시설 원장님은 참 좋은 사람인가 보다. 난 그런적 없는데. 하다못해 지원금 받은걸로 라면 사서 끓여먹어도 잔소리 하는게 원장 새끼였지"
"아저씨네 시설은 엄청 나쁜 곳이였네요"
보통 한 시설에 수십명씩 있을텐데 지인한테서 받은 굴이 많더라도 그거 가지고 수십명이 다 나눠먹으려면 국물 있는 요리가 전부였겠지. 그나마도 한 사람에게 굴 몇개 정도나 먹었을 정도로.
그런데도 불구하고 직접 그렇게 요리 해줬다는 소리는 원장이 애들을 많이 아꼈다는 소리다.
나중에 한번 거기 방문해볼까. 필요하면 기부도 좀 해주고.
"아무튼 굴이라.......슬슬 맛있어지기 시작할 철이긴 한데 그래도 좀 더 지나야 하지만, 뭐, 시장 가서 맛있는걸로 사올께"
"아, 고마워요 아저씨!"
애들은 한창의 나이 때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자라는게 좋다. 그리고 예진이도 예지 하느라 힘들었을테니까 좋아하는거 먹고 원기 보충하는 편이 좋겠지.
굴은 요즘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어패류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건 역시 부패 정도. 채취한 그 순간부터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에 굴 같은 경우에는 신선한 굴은 없고 얼마나 썩은 굴이 있을 뿐이란 말도 있다.
더군다나 부패할 경우 노로 바이러스 같은게 퍼진다. 나야 운이 좋아서 그런지 여태까지 그런걸 걸려본적 없지만 아는 사람들 말로는 한 이틀 정도는 설사한다고 하더라.
내가 있으면 그런거 걱정할 필요는 없지. 분자 단위로 능력 간섭도 하는데, 세포 단위로 못할까봐? 아, 바이러스는 세포보다 더 작던가? 그래도 감지하는 것 정도는 되겠지.
아침의 수산 시장에 들러서 사 오면 될 것이다. 국이나 그런거 끓일거면 봉지에 담긴걸 사도 되겠지만......역시 굴은 생으로 먹어야 제맛이지.
마치 돌 같은 굴을 그대로 뚝, 하고 따서 안에 신선한 내용물을 그대로 후룹! 하고 물처럼 넘기는 그 기분과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굴 전문점 같은 경우는 여러나라의 굴들을 수송해와서 맛을 비교하면서 먹기도 한다. 나도 그래주고 싶지만 이 주변에서 그런 굴 전문점은 찾기 어렵다. 본고장으로 가야 그나마 낫겠지.
지금은 내가 요리 해주는걸로 하고 나중에는 그런 가게로 한번 가보는게 좋겠다.
"어차피 짐도 다 챙겨놨으니까 내일은 놀까. 그러고 보니 내일 토요일이라 학교도 쉬는구나? 놀토지?"
"네, 노는 날이예요. 근데 놀토가 뭐예요?"
".......?"
"요즘 애들은 놀토 없이 그냥 토요일에 다 놉니다"
"아니, 그런 세상에 맙소사!"
나 때는 2주에 한번씩 쉬었는데! 마치 1년 차이로 개구리 군복이 디지털 군복으로 바뀌는 세대에 낀 느낌이다! 내 증조 할아버지 군번이 그랬댔어!
요즘 애들은 참 좋겠네......아무리 공부에 미쳐도 주말에는 학교 안가잖아. 공부하는 사람은 어차피 공부하겠지만 학교는 되도록이면 안가는게 학생에게 제일이지.
시설에 있을 때는 놀토일 때 원장이 하도 지랄하는게 눈치 보여서 차라리 학교 가는게 나았는데.
"아저씨네 시설은 진짜 원장이 못됐네요"
"어차피 그것도 케바케야"
우리 원장이 좀 지독하게 못되긴 했었지.
그 새낀 지금 뭐 하려나, 나중에 거기도 한번 봐야겠다.
* * * *
새삼스레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시설 출신이다.
아무리 환생자라도, 아니 환생자인 만큼 유년기 시절에는 취약하다. 전생의 기억을 각성하는 것도 어느정도 육체가 그 부담을 견딜 수 있게 될 정도가 된 다음에서야 기억하게 된다.
막 갓난아기 때부터 전생 기억 각성하면 답답해서 빡칠껄? 아무튼 어릴 적에는 전생 기억이 없으니 힘도 못쓰고, 그러니 당연하게도 부모가 죽을 때 손도 쓸 수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건 영혼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내 특기인 확률 간섭으로 내가 살아남을 확률을 보장하는 일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죽어도 나만큼은 살아남는 치사한 수단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액이 낀 아이라고 왕따 당하기도 했었지. 맞는 말이기도 하고 신경 안썼지만.
아무튼 20년 전의 대공황으로 부모나 가족을 잃은 아이들은 갈 곳이 없기에 따로 국가에서 만든 국립 시설에 맡겨지게 되었다.
물론 나라에서 운영하는 만큼 신뢰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사립 시설로 갈만한 돈이 있었다면 애초에 시설로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만든데다 적성종 때문에 가뜩이나 피해 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 쓸만한 돈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이 보기에는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상당한 액수였다.
즉, 착복하고 다른데 써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간 쓰레기가 있어도 별로 특이할게 없다는 소리다.
물론 그런짓 하면 요즘은 잡혀가는게 보통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쪽에 돌릴 인력도 없고 사회도 그런거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인 애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있던 시설 원장도 그런 부류였다. 다만 양심은 조금 남아 있었는지 착복하는 돈이 많지는 않아서 나름 인간적인 삶은 살 수 있었다.
기껏해야 학교 준비물 사라고 주는 돈 빼돌리거나 지원금 나오는거 슬쩍하거나 그런 정도였는데 뭐, 시설 급식은 싼거 쓰긴 했어도 이상한거 쓰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가만히 안있었지.
아무리 시온이 없을 때 대충 사는게 내 성격이라고 해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먹을걸로 장난치는 놈들이다. 만약 썩은걸로 급식 만들고 그랬으면 원장 그새낀 지금쯤 이 세상 사람 아니였을껄?
내가 학창 시절에 해친 사람은 나한테 패드립치던 일진 4명 밖에 없었다고. 그나마 죽지도 않았고.
"아, 일어나야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벌써 나가십니까?"
"시장 일찍 다녀와야 좋은거 건지지"
대충 새벽 3시......이것도 늦은것 같다고 생각한다. 노량진 쪽에 다녀올 생각이라 24시간 운영하는 거기는 새벽에 안가면 좋은 물건이 다 나간다.
생선 쪽에 지식 없으면 수산 시장 가서 바가지 쓸 염려가 있지만 나야 이쪽으로는 전문가니까 문제 없다. 시장판 굴러먹은 사람도 인상 몇번 찌푸려주면 설설 긴다.
나도 물 좋고 신선하면 돈 아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수작 부리는 사람은 예외다.
자기가 소심하고 불의에 나서지 못할 것 같다 싶으면 수산시장은 가지 마라. 인성과 양심이 썩은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강매 당하기 일쑤다.
"그리고 어패류는 일찍 사와야 제일 좋아"
특히나 굴 종류는 말이지.
나는 옷가지를 챙겨 입고 그대로 노량진으로 향했다. 주말인데다 출근시간도 훨씬 전인 아침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는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니 기분이 뻥뻥 뚫리고 좋았다.
수산시장 근처의 주차장에다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니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생선 비린내가 느껴졌다.
"진득한 생선 비린내가 쩌는구만. 딱 수산시장 왔다는 느낌이 나네"
아무리 청결을 위해 소독을 하고 청소를 한다 하더라도 년 단위로 쌓인 생선 비린내가 쉽게 가실리 없다. 이 근방에서는 누구나 느낄 정도로 노골적인 냄새라서 지나가던 사람도 아, 여기 수산시장 있구나, 하고 떠올릴 정도였다.
다른 사람한테는 악취라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종종 썩은내가 나는 쪽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생선 비린내다.
요식업 하는데 재료의 냄새 가지고 불평하면 못쓰지, 이 정도 냄새로 기겁했다간 요리사 못한다.
물론 홍어나 수르수트뢰밍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지만......그나마 나는 홍어 잘 먹는데 시온은 별로 안좋아한다. 톡 쏘는 느낌이 별로라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수산시장과는 다르게 새롭게 지은 부분도 있는지 삐까뻔쩍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은지 얼마 안된듯 거기서는 생선 비린내도 많이 나지 않았다.
우선 가본적 없는 곳으로 먼저 발이 움직여지는건 호기심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한 내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변은 흰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은 밝은 주황색으로 칠해서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오물이 묻었다면 진작에 더러워졌을테니 오히려 이런 배색이 청결을 돋보이게 만든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 되어 있는 가게들은 저마다 수족관의 위치나 구조는 달랐지만 난잡한 느낌은 없었다. 천장에는 각 가게마다 적인 이름이 있어서 가게 보고 찾아오는 손님도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이야,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도 있네"
1층에는 익히 아는 시장이 있다면 2층으로 올라가면 건어물 계통을 판매하고 있었다. 음.....저기는 다음에 들러볼까, 오늘은 후딱 사가서 요리해야 맛있게 먹을테니까.
천천히 둘러보면서 시장을 걸었다. 새벽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있었다. 아마도 이쪽 계통의 요식업 종사자인 모양이다. 종종 눈에 띄는 사람의 손을 보니 칼 잡은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사장님! 뭐 찾으세요? 오늘 갈치랑 전복이 물 좋은데!"
"굴 찾는데, 굴 있어요?"
"아, 굴 찾으시는구나. 굴은 아직 제철이 아니라서 우리 가게는 안들여놨는데"
"하긴, 아직 이르죠?"
굴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되었어도 제철은 9월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낼모레가 9월이라도 아직은 8월 말.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제철이 아닌 굴을 들여놓았을 가게부터 찾는게 일이 될듯 싶다.
"보아하니 냉동 찾으시는건 아닌것 같고. 생물로 찾으시려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셔야 할 거예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근데 여기 농어 물 좋네요. 한마리 손질해서 주세요"
"어이쿠! 고맙습니다 손님!"
나는 좋은 사람은 복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이 먹을거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동질감도 있는데다 물건이 좋아 보여서 한마리 샀다.
고기가 팔뚝만한게 대충 3kg짜리로 보인다. 한번 해체해서 담고 나니 양이 줄긴 했지만 토실토실 오른 살은 보기만 해도 쫄깃한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시온은 어지간한거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고, 회라면 참치 한마리를 썰어내도 며칠이면 혼자서 다 먹으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전에 가져온 동원이(참치)도 대부분 시온이 다 먹었지. 하기사 생선이라도 참치만큼 기름진 생선은 드무니까 시온이 좋아할만도 하다.
건물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본격적으로 호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간중간에 무시하고 더 들어가서 굴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가판에 석화 굴을 내어 놓은 가게가 있었다. 볼 수 있는건 돌 같은 껍데기 뿐이지만 내가 보기에 품질도 괜찮았고 신선도도 좋았다.
"아저씨, 이거 굴 얼마예요?"
"그거 킬로에 4000원 짜립니다"
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석화 상태 그대로다. 껍데기를 빼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무게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바로 옆에 순수하게 생굴만 1킬로에 2만원 조금 안되는 가격으로 팔기에 양으로 따지면 비교도 안되지만 솔직히 굴은 껍데기 안에 있는게 훨씬 더 신선하고 맛있다.
구워도 좋고, 쪄도 좋고, 뚝, 하고 껍데기를 그 자리에서 까서 안에 있는 굴을 그냥 먹어도 좋지만 초장이나 다른 양념 쳐서 먹은 다음에 소주까지 한잔 걸치면, 크으!
"그러면 5킬로.....아니, 10킬로.....아, 그냥 이 대야에 있는거 전부 주세요"
그에 가게 사장은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 내 눈에 호구 잡은 것 같이 보이는건 왜 그렇지?
굴이 담겨 있는건 커다란 빨간 고무 대야다. 뭐, 시골집 가면 아직도 잘 쓰이는 세수할 때 물 받는 그거. 꽤 큰거라서 안에 들어간 굴도 무게가 상당했는데 사장은 바가지를 들어올려서 물을 뺀 후에 저울 위에 올렸다.
"음......16킬로네요. 6만 4000원인데 대야 무게 빼고 6만원에 해드릴께"
"거기 동작 그만"
이 새끼가 어디서 날 호구로 보고 앉았어? 내 사람한테 호구처럼 좋은거 다 해주는거면 몰라도 요식업 앞에서 어딜 나한테 호구 잡으려고 들어?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사장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손은 저울을 슬며시 누르고 있었다.
"거 사장님 먹을걸로 장난 많이 치시네. 어디서 저울을 속이려고 들어?"
"어? 어어? 이봐요, 사장님! 뭐하는겁니까!"
"지랄 마시고. 게다가 이거봐. 저울은 그렇다 쳐도 대야에 물 남은거 마저 안빼고 저울 재는건 또 무슨 사기질이야?"
눈 앞에서 물을 빼고 들어갔지만 수북하게 쌓인 석화 아래에는 아직도 물이 상당수 고여 있었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라면 석화가 쏟아질까봐 봐줄 수 있을텐데 거의 손가락 하나가 잠길만큼 물이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못해도 1킬로는 무게가 더해질거다. 거기다가 뒤에서 저울을 눌러서 무게를 더한것도 있으니까 더 나오겠지.
나는 다시금 물을 쏟은 다음에 정상적으로 석화의 무게를 재어 보았다.
대야의 무게를 계산해도 13킬로가 나왔다.
"어디서 3킬로나 해처먹고 앉았어? 거의 사분지 일은 불렸구만. 씨발, 나 이 가게에서 안살거니까 취소해"
"아니, 이 사람이......! 너 나이가 몇인데 반말질이야!"
"뭐요, 불만 있어?"
나도 빡쳐서 반말이 나온다. 노려보고 으르렁대면서 살기 조금 뿌려주니까 사장의 꼬리가 말렸다.
나이 타령 하는 놈들은 오래 살았다는거 외에는 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몇대 패주려다가 괜히 내일 일정 엉망이 될것 같아서 냅뒀다. 이건 경찰을 불러도 이기는 판인데.
나는 그런 사장을 뒤로 하고 가게를 나왔다. 물건은 나쁘지 않은데 저딴 식으로 개수작을 부리니까 시장에서 바가지 쓴다고 욕을 처먹는거다.
요즘 사람들이 왜 여기 안오는지 모르지? 너 같은 새끼들 때문이야. 알고는 있냐?
"최소한 장사를 하면 정직하게 해야할거 아니야. 새벽부터 개빡치네 진짜"
"사장님, 거 너무한거 아니요?"
"뭐요? 옆 가게 아저씨면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가는데 뭐하러 참견질이야? 손님을 호구로 보고 개수작 부리는데 경찰 불러서 한 시다바리 할까?"
"아이고, 그게 아니라......"
보다 못해 나온 옆 가게 사장은 말리려다가 경찰 부른다는 소리에 기가 죽었다. 수작 부린건 저쪽인데다 이 근처 경찰이면 이런 일로 한두번 와보진 않았을테니 내편을 들어줄건 당연한 일이다. 아니면 김변호사 부르고.
사람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는 새끼는 좋은데 못간다. 나도 먹을걸로 장난 치는 새끼를 가장 혐오하는 부류중 하나로 꼽으며 그 중에서 1위가 못먹는거 넣는 놈이고 2위가 양 속이는 놈이고 3위가 가격 속이는 놈이다.
근데 이건 2,3위 둘다 포함이잖아. 괜히 승질만 벅벅 긁어서 빡친다.
"장사 똑바로 해 새꺄. 너 같은 새끼가 먹는걸로 장난치니까 같은 종사자들이 욕 처먹는거잖아.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야지, 등신 새끼"
"젊은 사장이 진정 좀 하시고......"
"됐습니다. 일 없어요"
나는 말리는 옆 가게 사장을 무시하고 그 가게를 뒤로했다.
최소한 사장 얼굴 보고 가게를 골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