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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화 〉[라쿤맨 비기닝] (112/507)



〈 112화 〉[라쿤맨 비기닝]

아저씨를 댁까지 태워다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늦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나와서 다시금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와  차를 끌고 나왔다.

주차비 장난 아니야.....씨, 몇시간 안됐는데 이만큼 나온게 말이 되냐. 끔찍하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사람들 인심도 박해지는구나!

아무튼 슬슬 우리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됐다. 백리가 가게 정리하는거 도와주면서 영국으로 가기 전에 줄걸 줄 생각이다.


"오, 혼자 정리하고 있었냐? 서애씨는?"

"그냥 평소처럼 먼저 가라고 했어요. 어차피 저 혼자 정리해도 그리 힘들지 않으니까요"


"잘 했어. 아,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한테 말해서 사람 구했으니까 알바 구하지 않아도 될거야"

"직원 구했어요? 벌써요?"


"내 친구인데 가게에서는 네가 선배니까 알아서 부려먹어. 걔한테 서빙 맡기고 네가 주방 맡으면 되겠다"


백리도 취사병까지 했으니 요리에 대해 아예 모르는건 아니고 가게 운영하는 동안 내가 잘 가르친데다 메뉴는 치킨 정도니까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다.


우리  메뉴에 대해서라면 어디 가서 짝퉁 소리 들을 염려는 없었다. 게다가 포스 유저니까 제일 힘든 주방일을 맡기에는 충분했다.


"형 친구요?"

"사람 됨됨이는 괜찮아. 내가  고용한거 보면 알지?"

"아, 제가 생각해도 전 착하니까요"


".......흠, 루리가 가끔 자뻑 기질이 있는건 오빠 닮아서 그런건가"


"뭐요?!"

"요놈이 사장 됐다고 기어오르는구나. 선물 가져온거 안준다?"


"오, 선물은 언제나 환영이예요"

나는 백리보고 잔이나 가져오라고 했다. 어차피 따면 이번에 다 마셔야 하는거니까 나도 마실거다. 그러니 잔은 두개.

"내가 아틀라스 조지러 해외로 나갈건데.  그냥 두고 나가기에는 걱정되서 몸에 좋은거 하나 사왔어"


"이게 뭐예요? 냄새는 술인데......라벨 같은건 안붙어 있고 색은 좀 진한데, 복분자주 그런거예요?"


"할 일도 없는 녀석한테 내가 정력에 좋은거 맥여주겠니?"


"아! 좀!"

일단 여친부터 사귀고 오면 정력에 좋은거 선물 해줄께. 차원 통신 판매 알아보면 인간 전용으로 좋은거 많더라. 저쪽도 정력 문제는 중대 문제라서.


나는 백리가 가져온 잔에 술을 따랐다. 검은색 일색의 병에 비해서 안에 있는 내용물은 약간의 붉은색이 섞인 검붉은 색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럽거나 찝찝함 들지 않았다. 마치 예쁜 흑수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냄새는......포도주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뭔가 더 섞여 있는것 같네요. 뭘로 만든거예요?"


"마계 특산 명품 포도랑 초월자의 피"


"아, 피.....잠깐만. 피요?!"


이 술 이름이 팬텀 블러드인 것과 같은 이유다. 애초에 이걸 마시는 사람은 흡혈귀고, 그렇기 때문에 술에 피 넣는것 정도는 그나마 평범한 축에 속한다.

피 빨아 먹히는거면 그나마 다행이지......팬텀 녀석은 초월자 아니였으면 빨려서 죽었다.


자고로 음란한 3대 종족 하면 흡혈귀, 서큐버스, 에로프 아니냐. 엘프 아니다, 에로프다. 엘프 주제에 막 음란한 애들 있잖아.

흡혈귀랑 서큐버스는 보기만 했는데 에로프는 예전에 겪어본 적이 있다. 말년에 정력 떨어질 때는 죽겠더라 아주.

"초월자의 피는 단순하게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영약이야. 이건 마시기 훨씬 순하니까 그냥 마셔도 돼"

"그러면 형 피도 그래요?"

"내 피는 마셔봤자  의미 없을껄?"

나는 환생자라 육체가 항상 바뀌어서 그런게 안되는걸로 보인다. 게다가 나는 찔리면 상처 입고 회복하는게 빨라도  머리가 잘리면 죽는건 보통 사람이랑 똑같다.


억지로 혈관을 능력으로 섬세하게 유지해서 혈액순환시켜서 수술  때까지 버티는건 가능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팬텀의 피는.......머리가 잘려도 그걸로 저글링 하다가 도로 붙이면 붙는 괴물같은 재생력의 소유자라고 할  있지. 초월자라서 머리를 통째로 날려도 재생하더라.


술로 담그면서 다른 형질은 날아가도 재생력에 관련된 형질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피 들어가서  찝찝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선지 같은거 먹는다고 생각해"


"선지야   굳힌거고요......"

"그거 마시면 어디 가서 맞아 죽진 않아. 저번에 네가 잡았던 개구리 원종 있지?  처럼 재생 능력이 생길거야"


"..........!"


백리는 그 말에 망설임 없이 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

몸에 좋다면 뉴트리아도 잡아먹는다는 한국인 맞구만. 아, 비싼거니까 한방울도 남기지 말고 마셔라.

"어우, 독하기는 독하기도 한데. 맛이 생각보다 좋은데요? 피 냄새는 하나도 안나고요. 재료인 포도가 질이 엄청 좋은가봐요"


"마계 특산이라고 했잖아.  행성에서 가장 좋은 포도인데 그럴만도 하지"

"한잔 더요"


"안돼"

"아, 째째하게 형만 마시려고요?"

"그게 아니라  정도가 적정량이야"

초월자용 술에는 3종류가 있다고 했다. 보통 사람은 마시면 죽는거, 조금만 마실  있는거, 그냥 마실 수 있는거.


이건  중에서 조금만 마실 수 있는거다. 왜냐하면 출산지가 마계이기 때문에 마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태생이 마족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이 마시면 그리 좋은 꼴 못본다.


백리야 포스 유저라서 한잔 정도는 괜찮다. 약간의 마력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라프 에너지 같은건 아니니까 자연적으로  속에서 분해가 될거다.

"......보통 사람이 먹으면 죽어요?"

"죽지는 않는데 광견병 걸린 사람마냥 지랄 발광을 하지. 마력이란거 생각보다 위험한 힘이거든. 고위 마족은 순수한 마력인 마기를 쓰고 다니기도 하지만"


"저는 괜찮은거죠?"

"한잔 정도는 괜찮아"

남은건 내가 마시긴 하지만......뭐, 나한테도 재생력 같은게 생기지는 않는다. 초월자로서의 격을 생각하면 아무리 팬텀이 나보다 격상의 존재라 할지라도 겨우 와인에 들어간 피 정도로 영향을 끼칠  있을리 없다.


막 전설 속의 지크프리드나 시구르드처럼 죽인 용의 피에 목욕을 하는것 같은게 아닌 이상은 말이다.


"음.....변한건 없는 것 같은데요. 아, 취기가 올라오나? 몸이 좀 후끈한거 빼면 별 이상은 없는데"

"세포가 변한다는 증거야. 그거 소화가 빨라서 효과가 거의 즉효성이거든"


세포가 훨씬  재생력을 품는 만큼 변하면서 열을 방출한다. 몸이 후끈한건  영향 때문이다.

몸이 좀 뜨거워지긴 하겠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백리는 후덥지근한 몸을 에어컨 앞에 서서 식혔다.

"어후, 효과 쩌네. 뭔가 몸이 새로워진게 느껴지는데요?"

"아, 그건 착각이야. 그런 효과는 없어"

"에이"


백리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튼 효과는 느낀건지 이내 한결 들뜬 표정을 지었다.

한잔 정도의 분량이라도 효과는 충분할테니까 손가락이 잘려도 붙이고만 있다면 수술 없이 붙을 정도의 재생력은 갖추어져 있을 것이다. 잘린게 손목이나 발 같은 부위라면 외과적인 수술은 필요하겠지만 재활 훈련 필요 없이 신경이 연결되서 며칠 내로 퇴원할 정도다.


재생력이란게 딱히 그런 쪽에 한정된게 아니다. 본인이 원했던데로 정력.....정확히는 회복력 쪽에도 영향을 끼친다. 백리가 정력이라고 했을 때 부정한건 어디까지나 정력은 테크닉, 지속력, 사정량, 회복력, 횟수 등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해본적도 없는 놈이 정력 논하지 마라. 알겠니?


"그나저나 아까 말 나온김에 생각난건데. 네가 잡았던 개구리 원종 시체는 어떻게 됐어?"

"그건 왜요?"


"그냥 궁금해서"


다른데서 연구해도 괜찮지만 래버리지 사 만큼은 안된다. 그놈들은 곧장 아틀라스의 연구 데이터가 되서 귀찮아진다.

그렇지만 그쪽 업계에서 래버리지 사의 영향력이 커서 조금 걱정이기는 한데......시온한테 말해둘껄 그랬나?

"그거라면 미국으로 넘어갔어요"


"미국?"


"알리언 박사가 직접 상회 입찰해서 가져갔다고 하더라고요"


아, 재생 특성 있는 원종의 살아 있는 시체라면 알리언 박사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가 넋 놓고 해외로 그런 중요 자원을 유출할리는 없으니 그만한 대가를 받았겠지.

그게 아니면 국내 기업도 아니고 미국에 그걸 주겠냐? 연구해서 발생할 이득이 얼마인데?

최소한 래버리지 사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이다.


근데 상회 입찰이라니.......와우가 생각나는 단어군. 내가 입찰한 원종에 상회 입찰 하지 마라! 아, 이건 상회 입찰한 사람이 할말이 아니였구나.

"그럼 됐어. 그 사람이라면 괜찮을거야"

"알리언 박사를 어떻게 아.....아, 미국 갔을 때 보셨겠구나"


"알리언 박사가 아니라 AL리언 박사더라고"

"그게 뭔데요?"


"AL을 거꾸로 해봐"

"LA.....앗, 아앗!"


제가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LA에서 있었던 일부터 설명을 드려야.....뭐, 그런 레파토리로 시작되는 투 머치 토커스러운 성격이다.

한마디로 말이 너무 많다고. 특히나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들어가면 말이 배는 많아져.

"어쩐지 만나기 싫은 사람이네요"

"되도록이면 유명인은 안만나는게 좋지. 인맥을 쌓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트러블이 생길 때도 있어서"

나도 종종 유명인이랑 알고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인질극이니 테러리스트니 그런거에 휘말려서 고생  했다.


아니, 이건 내가 특이한건가......?


아무튼 나도 팬텀 블러드의 병을 다 비웠다. 남아 있는 한방울도 다 마셔서 깨끗하다.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백리가 가게 정리하는걸 도와주었다. 어차피 하던 도중이여서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그러면 영국은 언제쯤 가실거예요?"


"일단 내일 모레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영국은 한국에서 해외 여행 갈  무비자로   있는 국가 중에 하나다. 그걸 생각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름 알아주는 나라가 됐다는게 느껴진다.

물론 오래는 안되고 길어야 90일 정도지만 애초에 그만큼 오래 걸릴만한 일은 아니다. 정말로 길어야 몇주 걸리겠지. 시온이 있으니 놈들 추적하는데는 문제 없을거다.


"가서 거기 있는 아틀라스 놈들 조지고......죄다 박살내고 으깨고 뭉게버려야지"

"......죽일거예요?"

"너 내가 저번에 가이아 교인지 뭔지 하는 놈들한테서 뭘 봤는지 모르지?"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만들고, 그것마저 모자라 사육하다가 결국에는 고기로 만들어서 돈  아끼겠다고 반찬으로 내놨다.

그거야 목사의 인간성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놈을 대가리로 앉힌게 아틀라스고, 그 비슷한 짓거리를 하던 것도 아틀라스다.


놈들은 존재해서 도움이 안되는 새끼들이다. 박멸하는 편이 좋다.

"괜찮겠어요? 그런 놈들이라도 죽이면 문제가 될텐데요. 특히나 국제 문제 같은게......."

"그런거 신경 썼으면 내가 일본 갔을  히비키를 존나 팼겠니?"

"아, 그러네"

놈들이 노린건지는 몰라도 영국에는 마스터 유저가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지부가 있을거라고 의심되는 러시아와 중국에도 마찬가지다.


전에 미국 갔을 때 제이콥이 영국의 마스터 유저보고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영국 신사라고 했었나?


신사는 개뿔이. 거기 아직 여왕 있는거 보면 무슨 영국 왕족이라도 된데?

"왕족 맞는데요"


".......?"


"형 몰랐어요? 영국 마스터 유저는 영국 왕실 친족이잖아요?"


"머임? 대체 머임??"


아니, 진짜 왕족이였어?

나는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꺼라위키를 켜보았다. 전문 지식은 몰라도 이런 지식은 검색하기 편한 사이트다.

이름은 모르니까 마스터 유저를 검색해서......거기서 링크 타고 들어가서 찾아보았다.

"이름은 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 주니어, 그냥 왕족도 놀랐는데 왕세손 아들?"


"그 사람 아빠가 왕위 계승권 2위래요. 그래서 그런지 그 사람도 계승권 3위 정도는 된다고 하더라고요"


"너 은근히  알고 있다? 얘 인기 많냐?"

마스터 유저라고 하면 유명하기는 하지만  연예인마냥 꺅꺅거리지는 않았다. 적어도 요즘 애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예전이야 마스터 유저가 적성종에 대해 스페셜리스트지만 요즘은 그게 당연하게 여겨져서 크게 화자되지는 않는다.

요즘 애들이 트로트 가수 좋아하는거 봤냐. 아,  뭐나, 사랑의 밧데리 부른 사람은 말고.

"보통 마스터 유저는 아버지 또래인데 이 사람은 우리 또래거든요"


"........?"


나는 그제서야 꺼라위키의 나온 그의 출생년도를 확인해 보았다.

지금은 2020년도......그리고 그의 출생은 1995년도였다.


"나보다 3살 연상이네"


형이라고는 안부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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