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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라쿤맨 비기닝] (105/507)



〈 105화 〉[라쿤맨 비기닝]

사람들이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수십명 단위가 아니라 수백명, 인파에 깔리는 애꿎은 사람도 있을법 했지만 애초에 그런걸 신경 썼다면 목사의 말에 현혹되어서 선동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각자 무기를 들고 달려오는 사람들은 눈이 돌아갔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목사놈 딴에는 내가 일반인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기사, 가면 쓴 수퍼 히어로에게 가장 중요한건 민간인의 안전이니까 말이다.


내가 아무리 무늬만 히어로라도 선동당한 사람들에게 화풀이 할 정도는 아니다. 내 분노는 오롯히 목사놈에게만 주어지면 그만이다.

"내 능력치를 너무 무시한거 아니냐?"


나는 초월자다.

 아래에 있는 놈들보다 위에 있는 놈들을 세는게 더 빠를 정도의 차원에서도 손꼽히는 초월자다.

겨우 민간인 수백 있다면 그거 가지고 내가 애먹을거라고 생각했냐?

쿠우우웅!!!

"어, 어어?!"


"사, 사탄의 마술이다!"

"썩 물럿거라 마귀야! 내 몸에서 손 떼란 말이다!!"

"으아아아!! 살려줘!"

나는  능력을 응용해 염동력으로 사용해서 민간인 수백명을 땅에서 들어올렸다. 마치 무중력 상태가 된 것마냥 들어올려져서 무방비 상태가  그들은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한 사람에 60킬로그램이라고 쳐도 100명이면 6000킬로그램. 즉, 6톤이다. 그게 못해도 두배에서 새배쯤 되니까 대충 20톤이라고 치지 뭐.

근데 그게  어쨌는데, 초월자가 고작 염동력으로 20톤 짜리 무게 하나 못들것 같아서? 아니, 능력 두개인데 그거 못하면 나가 죽어야지.


자고로 능력 하나인 놈이 신을 죽이면  하는거고, 능력 두개인 놈이 신을 죽이면 당연한거다.

능력 없는데 신을 죽이면? 그건 위업이고. 아, 이거 전에 한번 말했었나?


나는 그대로 민간인들은 옆으로 밀어서 치웠다. 약간의 의지를 불어넣어서 지속적으로 그들을 포박하게 만들었기에 이제 나에게 달려들어서 덤벼들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은건 50명 가량의 은총인지 뭔지를 복용한 사제들 뿐이였다.


"교주님을 위하여!"

"신의 은총이 우리와 함께한다!"


광신도나 할 법한 소리를 지껄이면서 나에게 달려든다.


지들이 뭘 먹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죽지도 못하고 괴물이 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신을 부르짖으면서 싸울 수 있을까?


숫자가 숫자니 아무리 지랄하는 모습이여도 구경할만한 모습이였다. 단숨에 근육이 부풀어 오른 보디빌더 같은 사람들이 덤벼드는게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이 놈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지금 조지면  살인이랍시고 문제가 될거고, 거기에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입으면 바로 적성종으로 변화할거다. 그렇다고 냅두자니 일반인 안전이 걱정되고......


아, 몰라. 적당히 패서 적성종 되면 그 다음에 조지면 되겠다. 어차피 적성종은 조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빠르게 달려드는 놈들은 덩치에 비해 빨랐다. 더군다나 신에 맹목적이긴 해도 그게 바보란 증거는 되지 않기에 각자 특성에 맞춰서 원거리 공격을 날리거나 등 뒤를 노리려고 하는 등, 보통의 적성종은 하지 않는 전술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 소용 있을거라고 보는거냐?


도망치려고 했다면 내가 아까 일반인만 통째로 밀어냈을 때 했어야지.


"일단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아, 난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이야 등신들아!"


퍽! 퍼억! 쿵! 콰아앙!


한놈 한놈 정성들여서 조져주기로 했다. 나라면 놈들 몸의 라프 에너지 자체를 제거해  수 있지만 내가  저런 놈들에게까지 힘을 써줘야 하는데?


고양이가 귀엽지 않았으면 진작에 뒤졌을거랑 마찬가지로 뭔가 좋은 구석이 있어야지  봐줄 꺼리가 있는 법이다.

처음부터 개븅신인데 내가 뭣하러 애써가면서 도와줘야 하냐?


진짜 영웅같은 놈들이라면 저런 녀석들도 이용당했을 뿐이니 구해줘야 한다면서 애를 먹겠지만 나는 아니다. 무늬만 히어로거든.


가까히 있는 놈은 잡아다가 면상에 죽빵을 갈겨주고 멀리 있는 놈은 베이더 경의 포스 그립같은 걸로 목을 으스러트려 주었다. 그런데 둘 다 죽을 정도로 날렸는데 변이가 일어나는걸 보면 숙주의 생사는 의미가 없는 모양이다.

거 잘 됐네. 어차피 변명할 건수가 늘었다. 난 적당히 제압했는데 지 혼자서 변이했다고 하면 별 수 있겠어?

"으, 으헉! 악마의 주구다!"


"신이시여, 저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시고......."

"꺄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

사람들은 변이된 사제들을 보고 그나마 정신을 차린 사람이 반, 아직도 정신 못차린 사람이 반이다.


도망가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구속했던 힘을 풀어주었다. 어차피 저런 사람들은 도망가느라고 바빠서 귀찮아질 염려가 없으니까.

아직도 사탄이나 마귀 어쩌구 하는 놈들은 눈앞에서 스릴 넘치는 어트렉션이나 겪어보라고 냅뒀다. 지들 자업 자득이지 뭐.

"니들 얼른 조진 다음에 목사 놈이나 조지러 가야겠다. 그 새끼는 어떤걸 선택할지 정말 궁금하거든"

내가 목사놈에게 줄 것은 두가지의 선택지다.


왜 그런 놈에게 두가지의 선택지나 주냐고 따지면......어느 쪽이던 지옥이니까 그럴 뿐이다.

어차피 둘  지옥이니 지가 가고 싶은 지옥으로 가라고 해줄 생각이다. 둘 다 겪어본 나로서는 둘 다 전신이 불타는 고통은 따위로 표현될 정도니까 말 다했지.

"니들은 그나마 죽어서 다행이다"


죽는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놈들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 * * *

50명 가량의 변이된 사제 놈들을 하나하나 전부 조졌다. 어차피 기본 베이스는 인간인데다 아틀라스의 실험체보다는 수준이 낮아서 다시금 목을 비틀거나 심장을 으깨기만 하면 죽는건 똑같았다.

그런 다음 나는 다시금 목사 놈을 찾았다.

솔직히 슬금슬금 찾아도 된다. 지금 당장 화성으로 떠나는 로켓에 타는게 아닌 이상 나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하다못해 자살하면 편하게  수 있겠지만 그런 부류의 인간은 절대 자살 같은거 안한다. 자기가 해쳐먹은  때문에 미련이 생겨서 못죽거든.

지도 도망가는데 한계가 있다는걸 알면 다른 개수작을 벌일 생각일텐데 내 앞에서 개수작은 의미가 없다.


나는 기감을 펼쳐서 놈이 어디쯤 있나 살펴 보았다.

"꽤 멀리 갔을 줄 알았는데......"

놈은 의외로 교회 부지 안에 있었다. 여차하면 차 타고 근처 경찰서라도 가서 공권력의 도움이라도 받으려는 줄 알았지.

하지만 자기도 저지른게 있으니 그런 선택지는 버린 모양이다.


목사는 사람들이 자던 숙소 안에 있었다. 2층의  방에서 가만히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수상하다.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방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던 목사가 나를 맞이했다.


"사제들을 벌써 다 처리하고 오신거군요"

"야, 너 어디까지 추해질 생각이니?"

목사는 혼자 있지 않았다. 방 안에 있던 사람과 같이 있었다.


그는 유진이를 데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목사의 선동에 휩쓸려 바깥으로 나갔지만 애초에 몸이 좋지 않았던 유진이는 방에 남아 있었다. 그런 아이를 찾아서 놈은 인질로 잡고 있었다.


"라, 라쿤맨 아저씨.......?"

버스에서 만난 내가 아니라 TV에서 나오는 가면쓴 히어로인 라쿤맨으로 알아본 유진이가 나를 불렀다. 숨이 막히는  목사가 감싼 팔 때문에 작게 콜록이며 기침을 했다.

목사의 다른 손에는 식칼이 들려 있었다. 유진이의 목에  끝을 겨누고 금방이라도 찌를듯 들이대고 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포스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낌새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아이를 찌를겁니다"


"인질 잡는 놈만큼 비겁한 녀석도 드물지만, 그 중에서 어린애를 인질로 잡는 녀석은 인간 말종 중에 인간 말종이야. 나도 그런짓은 안한다"

"지금 그런 말을 하실 여유가 있습니까?"

그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자. 칼끝에 찔린 유진이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목사도 포스 유저다. 실수로 힘을 덜 줘서 죽이지 못할거라는 우연은 기대하기 어렵다. 어린애의 연약한 살 따위 수백 킬로그램의 무게를 한손으로 들어올리는 포스 유저의 근력 앞에서 두부나 다름 없을테니까.


"뭐라고 그러더라.....내가 종교  이야기는 자세히 몰라도 주워 들은건 있지. 예수님은 백명의 신자가 천국에 드는 것보다 한명의 불신자가 돌아오는 것을 더 기뻐한다고"

종교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념 자체는 꽤 좋아한다. 읽을거리도 되니까 말이야.

나도 막 이유 없이 싫어하는건 아니야. 그냥  신 안믿으면 지옥감, 그러는게 빡칠 뿐이지.


아가페 적인 사랑이란 개념은 인간의 선함을 볼 수 있게 해줘서 나도 좋아한다. 아주 옛날에 예수님 만나본 적도 있는데 뭐. 나 같은 녀석도 용서 해주시려는 부분이 오히려  부담되서리......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자.


"마지막 기회다. 거기서 그 아이를 풀어준다면, 경찰 불러서 처리하는걸로 끝을 내줄께. 너한테는  대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러면야 사법 처리를 받긴 할테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을거다.

우리 나라에 사형은 그저 이름만 그럴 뿐이고 무기징역 밖에 없으니까. 차라리 해외 같은 경우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정말입니까?"


"그럼"

목사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안심시켜주기 위해서 양손을 어께 위로 들어올려서 아무짓도 안한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는 한동안 나를 노려보면서 대치하다가......슬쩍 유진이를 잡은 손을 놓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아이를 다잡았다.


"당신이 부수고 죽인게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이 걸린 것인지 아십니까? 그 은총을 만들어내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시냔 말입니다!"


"거 은총이란 말 듣기 뭐하네.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게 어디가 은총이냐"

"그렇다면  은총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은 뭡니까? 당장 이 아이부터 보십시오! 은총이 없다면 이 아이는 여기 있기는 커녕 평생을 병원에 틀어박혀서 살아야 합니다! 그 희망을 부수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습니까!"

"없는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지켜야 하는게 인간성이다. 만약 세상이 대충 망해서 아포칼립스 세계가 되어 식량이 부족해질 때, 같은 인간을 먹어 살아남는다고 한들 그게 인간일까? 설마.


내가 인간에게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그 인간성이다. 인간성이 없는 인간은 그저 짐승에 불과할 따름이다.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 은총 따위 내 알바 아니다. 설령 그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생긴다 하더라도.

목사의 말에 유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 용케도 울음을 참고 있었지만 목사의 외침에 담긴 말 때문에  울음보도 터진 모양이다.


"나, 못 나아요?"

"보십시오! 이 아이의 울음을! 이게 전부 당신 탓입니다!"

"이게 어디서 책임 전가야. 하다못해 진짜 부작용 없는걸 만들어서 뿌렸으면 나도 이 지랄 안했지 새꺄"


그 은총이라는 것도 유진이가 자라면서 라프 에너지 함량을 늘여야 할 수밖에 없고. 그게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결국에는 적성종으로 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도 멋대로 부수진 않았다. 애초에 자기를 따르는 사제도 속여먹는 놈이 하는 개소리는 믿을게 못된다.

"진짜 마지막이야. 부처님도 웃는 얼굴은 세번까지라고 했거든. 아, 이건 일본  속담인가? 아무튼 마지막 기회야. 그 아이를 놔줘"


"........"

그는 고민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로 유진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그녀의 등을 밀어서  쪽으로 보냈다.


"그렇게 태연하게 구는 당신은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목사는 다짜고짜 유진이의 등에 식칼을 내던졌다!

전력으로 던진 만큼 속도와 위력은 굉장했다. 설령 두터운 철판이라도 뚫을법한 위력이 있는 투척된 식칼은 유진이의 등 정도는 가볍게 뚫고 관통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목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려 배란다를 통해서 바깥으로 탈출하려고 했다.


유진이를 상처 입히고 내가 그녀를 돌볼 틈을 타서 도주 하려는 속셈이였을 것이다.

티잉!

".......?!"


시도는 좋았.....아니, 나빴구나. 의도도 나쁘고 그냥  다 나쁘네 뭐.

유진이의 등 뒤에 닿았던 식칼은 그 위력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튕겨 나왔다. 어린아이의 살 정도는 가볍게 찔러들어갈 위력이 있었지만......내가 유진이에게 씌워준 역장은 설령 마스터 유저라도 뚫을 수 없을 정도라서 문제 없었다.


그나마 이경진 아저씨가 유색공명검 쓰면 모를까. 저놈이 그런 수준일리는 없었다.

배란다로 탈출하려던 그는  염동력에 의해 그대로 허공에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무, 무슨......! 인질을 풀어주면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않습니까?!"

"주제를 알아라, 그런 수지맞은 제안을 할것 같냐? 너 같은 녀석에게!"


"이런  같은 자식이.....!!!"

했다! 했다구! 죠죠러로서 하고 싶은 대사 100선 중에서 하나를 했다고!

타는 쓰레기는 월수금이라 적혀 있는 쓰레기 수거차에 던져줄 수는 없지만......무다무다 러쉬는 먹여줄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라오라 러쉬 쪽이 더 어감이 좋지만 말이야!"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목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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