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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화 〉[라쿤맨 비기닝] (104/507)



〈 104화 〉[라쿤맨 비기닝]

내가 일으킨 폭발은 단숨에 공동의 모든 인간이였던 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통은 없을거다. 하도 사람은 많이 죽여본지라 어떻게 하면 더 아픈지,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죽는지는 다 꿰고 있었다. 그게 설령 인간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죽는데는 매한가지다.

"크헉, 큭......크크, 라쿤맨이라고 하더니 별거 없지 않습니까? 저 하나 죽이지도 못하고"

"빌빌거리면서 주댕이는 참 길구나. 그리고 못죽인게 아니라 안죽인거야. 네가 고통 없이 죽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


죽는건 누구나 공평하지만 어떻게 죽느냐는 자격이 필요하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온 자는 마지막에 가족을 앞두고 유언을 남기며 죽을 자격이 있는 법이며, 평생 한 군주만 섬기며 살아온 충신은 패망의 순간에도 자결하거나 단숨에 목을  고통없이 죽을 자격이 있다.

근데 남을 저딴 식으로 이용해먹은 새끼가 곱게 죽을 생각을 해? 지금 장난하냐?


"넌 존나 고통 받다 뒈져야지. 내가 제일 고통스러운 방법 두가지 추천 해줄테니까 뭘 고를지 기대하고 있어라, 새끼야"


"하핫! 배교자의 말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건 신의 말씀 뿐이지요!"


"내가 아는 신이 몇몇 있는데. 신이 지랄해도 요즘은 별로 안무섭더라"

"불경한!"

왜, 뭐, 왜. 내가 아는 신만 하더라도 옆동네 일본의 스사노오도 있는데 왜.

신도 본적 없는 놈이 신을 논하다니,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해외여행 가겠다.

저놈을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가, 생각하던 찰나, 우르릉거리면서 공동이 무너질 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 지반이 약한건 아니지만 내가 아까 날린 폭발은 바로 앞의 철창도 우그러트릴 위력이 담겨 있었다. 거리가 있어도 전체적으로 힘을 받았으니 그 충격에 의해 무너져도 이상할건 없었다.


"임 사제님! 정 사제님! 은총을 사용하십시오! 당신들에게 드린건 안전성이 확보된 물건이니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너구리 가면 쓴 배교자를 여기서 죽이는겁니다!"

"알겠습니다!"

"네! 교주님!"


목사를 따라왔던 두명의 사제는 품 속에서 금속 재질의 작은 주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팔에 꽂아서 그대로 안에 담긴 액체를 주입했다.


그러저 갑자기 그들의 몸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강렬한 라프 에너지가 방출되어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이 새끼들 요상한거 만들고 있었네. 근데 니들 아틀라스 애들보다 어째 기술이 좋다?"

목사가 말한대로 안전성이 확보되었다면 저 정도로 도핑해주는 물건은 드물다. 아마 포스 유저라서 견딜 수 있는 라프 에너지의 양이 많은걸까?

보통은 라프 에너지를 띈다면 물리법칙을 일부 무시할 수 있다. 포스 유저의 유일한 약점인 총기에도 면역이 된다는 소리다.


"교주님을 위해!"


"신께서 우릴 굽어 살피신다!"

"교주고 나발이고. 니들도 거기서 거기야"


라프 에너지를 사용해? 뭐 어쩌라고?

나는 덤벼드는 사제들을 걷어찼다. 의외로 전투 실력은 형편 없어서 내 공격을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아서 팔이 부러졌다.

우선 사지부터 부수고 본다. 그대로 주먹을 날려서 나머지 팔과  다리고 박살내 주었다.

"끄, 끄아아아아!!!"


"뭘 새삼 고통스러워 해? 니들은 그렇게 죽어야 정상인데"

"배, 배교자......!"


"아니, 니들은 신이나 교주나 배교자 밖에 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종교쟁이 새끼들은 새로운게 없다니까"

라프 에너지 덕분인지 그들은 사지를 부러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남아 있었다. 아프게 부러트려서 심약한 사람이면 쇼크사로 뒤질지 모를 정도였는데 그걸 견뎌냈다.

냅두면 회복할테니까 더 잘근잘근 부서두자. 아무리 회복해도 재생이 아닌 이상 뼈를 조각내면 외과적 수술 없이는 회복 못할거다.


뿌득!


"으아아! 아아악!"


"거 고통도 쾌락으로 받아들여봐. 혹시 알아? 난데없이 마조히스트 성향을 각성할지?"

나는 놈들을 적당히 밟아주고 교주를 돌아보았다. 그는 단숨에 그들을 제압한 모습에 당황했지만 이내 웃었다.


"웃어? 이 새끼 지금 뭘 잘했다고 웃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짐작이 갑니다, 라쿤맨. 아틀라스의 한국 지부를 부순 것도 당신인 겁니까?"

"거기 있던 새끼들은 죄다 물고기 밥이 됐다. 너는 누구 밥으로 만들어줄까?"

"분노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하지만 이건 미래를 위한 순교입니다!"

"순교 좋아하시네. 그렇게 좋은거면 네가 먼저 하지 그랬냐? 아무리 등신 같은 이상을 위해서라도 목숨 걸고 하면 나름 폼나는 법인데"

내 말에 목사는 웃었다. 어찌나 크게 웃었는지 무너져 내리는 공동의 진동 소리보다 클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공동은 무너진다. 그 전에 빠져나가는 편이 좋은데......


"당신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오는 괴물들이 두렵지 않습니까?"

"적성종? 그거야 다 조지고 넘어가서 거기 있는 애들까지 다 조지면 되는거고"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겁니다. 저 너머에 얼마나 거대한 것이 있는지 모르니 그런 말이 나오는거죠"


"넌 내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거지?"


이 새끼들 초월자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지랄하는거 봐라.


보통 나 같은 초월자는 드물기는 해도 동급을 꼽으라면 종종 있다. 하지만 내 위의 초월자는 두손으로 세기 힘을 정도로 많다.

일단 내가 아는 보편적인 초월자의 등급은 워커, 로드, 절대자.  세가지 단계로 나뉘는데, 세세한 분류를 나누자면 워커는 능력 한개, 로드는 능력 두개, 절대자는 능력 세개 등으로 나뉜다.

그걸로 분류한다면 능력이 두개인 나는 로드라고 볼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온전히 로드의 격에는 오르지 못해서 로드급이다. 같은 것과 비슷한건 다르니까.


근데 그거 아냐? 난 사천왕 중에서 최약체인거?


내 뒤에 어떤 새끼들이 있는지 모르지? 일단 같은 사천왕 중에서 로드만 두명에 절대자가 한명이다. 그 뒤에 또 절대자가 한명 더 있고.


로드만 하더라도 겨우 별 하나 시점에서 봐도 아득한데 절대자 클래스  되면 정신이 나갔다. 절대자는 태초에 모든 개념과 세계를 만들어낸 창조주들이거든. 진짜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

그런 놈들이 있는 줄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고? 씨발, 저쪽에  절대자라도 있냐 새끼야?


"결국에 이 세상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괴물 때문에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구원을 받고 싶다면 가이아의 품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가이아란 놈이 아틀라스 대빵 말하는 것 같다? 너네 갈라선거 아니였니? 이런거 만드는거 보면 말이다"

"뭐, 그렇기도 하죠"


"......? 어째 순순히 인정한다?"


목사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리고 쿵! 하고 자신의 옆에 있던 벽면을 후려쳤다.

그러자 그 부분의 벽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새끼, 저런걸 숨기고 있었나? 비밀 공간에 비밀 통로를 만들어두다니! 듣도보도 못한 발상이군!


"어차피 시간을  끌었습니다. 사제들의 순교를 지켜보지 못하는건 안타깝지만 신을 위한 것이라는걸 생각하면 눈물을 머금고 저는 몸을 피해야겠죠"


"뭐?"


내가 고개를 돌리자 사지를 부러트리고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었던 사제들의 몸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점차 피부색이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면서 아까 봤던 괴생물체처럼 변화한다. 아니, 그들은 원래 일반인이였으니 포스 유저인 그들은 비유하자면 아틀라스의 실험체에 가까웠다.


"하기사, 그럴리가 없지. 아틀라스 실험실에서도 못했던걸 니들이 했을리가 없으니까! 넌 널 따르는 사제도 속여먹었냐!"

"하하하! 그것도 순교입니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 신의 대리인인 저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넌 반드시 산채로 잡아서 지옥을 보게 해주마"

나는 도망가는 목사는 일단 냅뒀다. 어차피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우선 이 눈앞의 불쌍한 두놈부터 조지도록 하자. 어차피 이 공동이 무너져도 죽는건 매한가지지만 그러면 놈들은 인간으로 죽는게 아니라 괴물로 죽는거다. 그러니 내 손수 죽여줘야 뒷맛이 후련할 것 같다.

"크르륵!"


"이성도 날아가 버렸나. 니들이 먹은건 훨씬 독한거 아니냐?"

나에게 덤벼드는 두명의 괴수들은 날카롭게 벼려진 손가락으로 나를 덮쳐왔다. 금새  목을 베어낼듯 뻗어왔지만 내 역장에 가로막혀서 이빨 하나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대로 한놈의 아가리를 후려친다. 어느새 뾰족하게 돋아난 이중턱의 모습에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무시하고 옥수수를 털어냈다. 야, 이빨이 두줄로 나 있으니까 옥수수도 두배! 아주 그냥 풍년이네 풍년!

그런 다음 머리를 잡고 비틀어서 뜯어낸다. 머리가 날아갔으니 죽는건 당연지사, 의식이 남아 있어도 어차피 고통스럽게 죽는건 얘네들 업이다.

남은 한마리도 팔을 잡아 꺽고 그대로 엎어친다. 엄청 쌔게.

쾅! 하고 퍽! 의 중간음이 들리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 토마토마냥 붉은 속살을 터트리면서 그대로 남은 한명도 절명했다.

내가 놈들에게 소모한 시간은 기껏해야 30초 남짓이지만 그 시간으로도 충분히 목사는 시간을 끌었다. 놈도 포스 유저니까  정도면 충분히 비밀 통로를 따라서 도망쳤겠지.

근데 내가 놓칠것 같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한번 얼굴 보고 인식해둔 녀석을?

일단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거든 우선 달로 도망치는걸 추천한다. 거기까지는 내 기감이 닿질 않거든.


공동이 무너진다. 위에서 돌 덩어리들이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붕괴가 일어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목사가 도망친 비밀 통로를 통해서 위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상이 눈에 보인다.


멀리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한 목사는 반대로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포스 유저인 사제들은 물론이고, 자고 있을 일반인까지 깨워 불러서 사람들이 내 주변을 둘러 싸고 있었다.


사제들은 몰라도 일반인은 왜? 아니, 목사가 이상한 소리 했다면 충분히 선동이 가능할거다. 유진이네 부모님처럼 자식의 건강이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절박할테니까.


"보십시오! 여러분! 저게 바로 사탄이자 마귀입니다! 여러분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땅속에서 기어 올라온 수라입니다!"

"땅속에서 기어 올라온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사탄인지 마귀인지 수라인지 하나로 통일해라!"

"사탄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오로지 사탄을 물리치는 것만 생각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들으면 무슨 병신 지랄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걸 듣는 사람이  목사의 신도들이란게 문제였다.


사람 세명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인망이라면 인망이라고 할법한 것이 있던 목사의 말이라면 그들을 현혹시키는데 충분했다.

사람들이 각자 무기를 들었다. 숙소에 있던 식칼이던, 길쭉한 막대던, 어디서 가져온건지 모를 철근이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여든 사람들은 무기라고 할법한 것을 들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귀를 쫒아내자!"

"사탄을 죽여라! 죽여!"


"이 못된 것!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섣불리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직은 이성이 남아 있는듯 괜히 다치기 싫어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마음마저도 목사가 교활하게 신도들을 속였다.

"사제들은 지금부터 신의 전사가 되어 형제 자매님들을 수호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 마시고 저 사탄을 죽이십시오!"


"목사가 죽이라는 말은 그렇게 쉽게 해도 되냐?"

"사탄이 우리를 현혹하려고 한들 우리들은 굴하지 않을겁니다!"

목사는 포스를 사용해서 목소리를 강화해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나도 마음만 먹는다면 저것보다 훨씬 큰 소리를 낼 수 있겠지만 저런 논리가 안통하는 등신 새끼와는 말을 섞는게 시간 낭비다.


어떤 미친놈이 말도 안통하는 동물하고 대화를 시도하냐? 장난처럼 말을 걸긴 해도 그건 귀여워서 그런거고.

내 스트레스만 쌓이고 빡침만 늘어가니 무시하고  할일 하는게 장땡이다.

귀를 닫으려던 찰나, 또 한번의 개소리가 들렸다.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못할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사제들은 은총을 사용하십시오!"

"뭐?!  새끼 미쳤냐!?"

그러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사제들이 아까와 같은 금속제 주사기를 꺼내 팔에 주사했다. 여기에는 모든 사제들이 모였으니 50명에서 2명을  48명. 하지만 그 쯤 되면 한두명 수준은 무시해도 되는 숫자다.

놈들이 도핑하는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개미에서 왕개미로 진화하는 수준일 뿐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사제들이 괴물이 되서 주변 다른 사람들을 해칠거라는게 문제였다.

아까도 그렇고 놈은 자기 사제들까지 속여먹고 있었다. 부작용이 없다고 지랄하면서 사실은 시간을 끌기 위한 용도에 써먹고 있었다.

저 목사 새끼한테서는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태생부터 쓰레기야!

"아직 살아 있는 순간이나 즐기고 있어라, 개자식아"

극단적인 양자택일이 뭔지 알려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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