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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라쿤맨 비기닝] (103/507)



〈 103화 〉[라쿤맨 비기닝]

교회 부지는 상당히 넓고 시설도 많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은 현금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다못해 체크 카드도 쓸 수 없었다.

지갑에 현금은 어느정도 남아 있지만 많은건 아니였다. 기껏해야 2,3만원 정도. 요즘 세상이 카드 쓰는 편이 편하니까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오히려 적다.


월급날 되면 쭉 빠져나가서 신용카드 써야되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람을 빼면 그게 낫긴 하지만......아마 여기서 오래 있지는 못할거다.


오늘 중으로 처리를 한 뒤에 빠져야겠다. 우선 목사 놈이 제일 수상하니까 그놈의 뒤를 쫒기로 했다.

목사는 예배를  때 외에는 돈 많은 신도들을 상대하거나 목사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하루종일 그 짓만 해대니까 지켜보는 나만 지루했다.

내가 원하는건 가장 중요한 물증이다. 아틀라스와 거래해서 자금을 지원해준 정확은 이미 확보 했지만 더욱 중요한건 그 은총인지 뭔지 하는 물건이다.

특히나 순도가 어쩌고 했던걸 보면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일텐데......조금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다.

그거 자체는 이해가 가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임 사제님, 정 사제님. 잠깐 들어오세요"

저녁 시간, 하루 예배도 모두 끝나서 업무를 보고 있던 목사가 사제 두명을 호출했다.


사제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최소 인원만 빼고는 대부분 교회로 들어와서 크게 말하지 않아도 포스 유저라면 들릴만한 거리였다.

이 새끼들 참 힘들게도 산다. 핸드폰 하나 없냐? 응? 응?

"부르셨습니까, 교주님"

"잠깐 순교실을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순교실?

순교란건 종교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건 자의적으로 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희생이랑 상통하지만......지금은 듣기에 썩 좋은 단어는 아니였다.


깊은 밤이 되어서 신도들은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다못해 담배 피러 나오는 사람 한명 없었다.


아마도 교회 자체에서 금연을 하는것 아니면 숙소 내부에 흡연실이 있는듯 보인다. 이상한데서 철저한 놈들인데.


근데 또 왜 사제들은 교주라고 부르고 지랄이야. 하나로 좀 통일해라 이 잡탕 새끼들아.

목사는 두명의 사제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장소는 교회의 오른편. 별 다른 시설은 없었지만 사제들이 쉬는 건물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였다.

사제들이 쉬는 건물 뒷편으로 들어간 목사는 이내 땅을 헤집어서 뭔가를 찾았다. 그리고 손으로 잡아서 그대로 들어올렸다.

"흡!!"


무게가 상당한지 그는 드는데 꽤나 힘이 들었는지 작게 기합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드르륵! 하고 묵직한 금속음과 함께 바닥의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사가 들어올린 비밀 통로의 입구 덮게는 멀리서 슬쩍 봐도 수백킬로는 할법한 두터운 금속 재질이였다. 더군다나 손잡이도 손 하나로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서 포스 유저가 아니면 크레인을 들고와야 들  있을법했다.

교주 라고 불리는 사람이 짱 쌘건 천마 트렌드 시절에 다 지나갔는데 말이지......백리나 루리도 저 무게를 한손으로 들어올리진 못할텐데 말이야.

"목사 주제에  강할지도 모르겠는데......그래봐야 도토리 키재기지만"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직 애들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적성종 조지고 다니느라 봤던 다른 포스 유저들과 비교했어도 꽤 상위권이다. 마스터 유저 수준은 아니지만 아래에서 꼽는 것보다 위에서 꼽는 편이 더 빠를 정도다.


안으로 들어간 그들을 따라서 한발 늦게 나도 뒤를 따라갔다.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바로 뒤에 있어도 들키지 않을만큼 기척을 숨길 수 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통로 안은 어두컴컴하고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위에서 비치는 희미한 달 빛에 의존하여 내려가도 깊숙히 들어간 이상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도 목사실에서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깊었다. 그리고 기감에 들어오는 넓이를 생각하면 여기는 상당히 넓었다.


아까 목사실에서 봤던 컴퓨터실은 그저 자금 세탁용으로 운영하던 곳이였기에 작았다면 여기는 본격적으로 뭔가를 진행하기에 넓어야 하는 공간인 듯 보였다.


안에서 불길한 기척이 여러개 느껴졌다. 불길함은 나의 신변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다른 이유의 불길함이였다.

그리고 제일 아랫층에 도착하자 목사가 벽면에 있던 스위치를 눌렀다. 최소한 조명 시설은 있는지 천장에 등이 들어오면서 넓은 공간에 등이 밝혀졌다.


밝아진 공동 안의 모습을 보자, 나는 여기서 생겼던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다.



  * * *

아까도 말했지만 배고픈 자에게 물고기를 주는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하지만 그걸 반대로 한다면 다른 의미가 된다.

상대가 자신을 의존하게 만드려면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평생 자신한테서 물고기를 받아먹으며  수밖에 없을테니까.


아틀라스는 실험 결과물을 주겠지만 결코 그걸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야만 가이아 교에서 자금을 꼬박꼬박 지원해 줬을테니까.


하지만 아틀라스 한국 지부를 날려버린 지금은?


이놈들은 과연 그 실험 결과물을 어디서 받지?


이해가 안간다면 간단한 질문을 하자.


놈들은 라프 에너지를 어디서 얻고 있는거지?


"우, 어어어......"


커다란 공동 안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 한 목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목장을 채우고 있는 것은 소나 돼지 같은 동물들이 아니였다.

인간의 모습이 조금은 남아 있는 회색빛 괴생물체가 철창 안에 갇혀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비치는 빛에 놀랐는지 각양각색의 울음소리로 울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나름의 지성이 보였다.

저건 살려달라고 우는 울음소리가 아니였다.


죽여달라고 비는 사람들의 것이지.

사람을 수없이 많이 죽여본 나는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희망을 잃어버린 눈에서 보이는 그들의 절망을 보면 설령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연민을 느낄 정도였다.


차라리 완전히 지성이 없어진 자들은 절망조차 느끼지 못할테니 그나마 낫다. 하지만 애매하게 남아 있는 자들은 살아서 지옥을 맛볼 터다.


스스로 죽지도 못하고 괴물로 변해서 인간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 지옥 속에서 그들은 무슨 절망을 느낄까?


"오늘도 순교자들은 건강한 모양이군요"

순교?

순교? 지금 순교라고 했냐?

근 200년 내로 너 같은 쓰레기는 처음 봤다. 지금 이게 순교로 보이냐? 이런 짓을 자의로 나서서 선택했나고? 정신 나갔냐? 눈깔이 없어?

순교란건 종교를 위해서 자기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일이다.


놈의 말에는 이 논리에 두가지 오점이 생긴다. 종교를 위해서란 부분과 자기 스스로란 부분. 과연 이런 일이 종교와 관련이 되어 있고 자기 스스로 행했을까? 천만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억지로 짓눌렀다. 그래, 나는 이래보여도 초월자다. 감정 조절 정도는 할 수 있다.


라마즈 호흡법이라도 하면서 진정하자. 그건 출산할 때 쓰는거 아니냐고? 해봤으니 알지, 씨발!

그들은 철창 안의 괴생물체들에게 커다란 주사기를 찔러넣어 피를 빼냈다. 그리고 모은 피를 원심분리기 같은 기계에 넣어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기계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서 빠져나오는 혈액은 기이하게도 물 같이 투명한 액체와 검은색으로 된 액체로 분리되어 한곳에 모아진다. 그리고 검은색의 액체는 어디론가 빠져서 한 덩어리로 만들어졌다.


"순도가 낮군요. 30번 순교자는 폐기하세요"


"알겠습니다"

"저번처럼 처리 하는거 잊지 마시고요"

"네"

목사의 말에 한 사제가 철창 하나를 따로 빼냈다. 바닥에 바퀴가 달려있는건지 손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공동의 다른 쪽에 있는 시설로 옮겼다. 무슨 시설이지? 하고 살펴 보았는데 옛날에 본  같은 기계였었다.

내가 저걸 어디에서 봤더라......분명 요식업 관련 계통이라서 본 적 있었던  같은데.

철창 안의 괴생물체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분명 자신의 끝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눈에서 보이는건 그저 이제야 죽을  있다는 작은 희망이다.

그리고 내가 저걸 어디서 봤는지 알것 같았다. 왜 요식업과 관련된 물건이였는지도.

파지지지지직!!!

"끼에에엑!!!"


고압의 전류가 괴생물체의 몸을 타고 흘렀다.

적성종의 특징을 가지고 있더라도 처음부터 적성종은 아닐테니 전류에도 충분히 데미지를 입는다. 애초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코어도 미약해서 발산하는 라프 에너지도 약하기에 소총으로 충분히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저 기계는 도축장에서 쓰이는 기계다. 예전에 돼지 잡는 도축장에 갔을 때 본적 있다. 저건 돼지를 기절시키는데 썼다. 그 다음에 목을 베서 피를 뺀 다음에 도축을 하는데......아무래도 기계를 구한 뒤에 불법 개조를 해서 출력을 높인듯 보인다.


사람도 충분히 감전사 시킬 수 있는 수준의 전류가 괴생물체의 몸을 몇분간 지졌다. 이윽고 그것은 숨이 끊어졌는지 혀를 빼물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른 방법도 많은데, 포스 유저이기도 한데 그들은 왜 하필이면 저런 기계를 썼을까?

당연한 수순이다. 도축 기계를 썼으니 도축할 수밖에.


사제는 여러번 했다는 듯이 능숙하게 괴생물체의 뼈와 살을 발라냈다. 내장은 그대로 버리고 고기만 따로 모아두었다.


뼈와 내장을 뺐어도 덩치가 있어서인지 고기의 무게만 하더라도 상당했다. 적어도 돼지 한마리 보다는 많이 나온듯 보인다.


.......내가 먹은게 저거였던가.


고작  좀 아끼자고 저렇게 폐기 처분한 사람들의 고기를 반찬에 섞어서 준건가?


내가 아무리 사람을 죽여도 최소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는 않는다. 먹는걸로 장난치면 내가 아는 염라대왕도 지옥 가장 깊숙한 곳으로 던져줄 정도로 중죄다.


"67번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팔팔하네요. 순도 높은 은총을 만들  있을것 같습니다"


목사는 한 철창 앞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거기에는 마찬가지로 회색빛의 괴생물체가 갇혀 있었다.

단지  눈에 띄는건 아직 남아 있는 얼굴의 형상이 어디에서 본 얼굴이기 때문이였다.


괴물이 되었어도 시기가 많이 지나지 않은 덕분인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외견은 남아 있었다.

사진에서  조 팀장의 전처, 한여진 여사의 얼굴이였다.

".........."

참을만큼 참았다.

내 성질에 여기까지 참은 것도 인내심 테스트라면 만점을 받았을 일이다. 아니,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인데 그러지 못한게 아쉽다.


콰아아앙!!!

"무슨!!!"


"목사님! 물러나십시오!!!"

머리가 회까닥 돌아서 눈앞에 있는 인간이였던 가련한 것들을 철창과 함께 박살내 죽여주었다. 어차피 되돌아갈 방법은 없으니 깔끔하게 죽여주는 편이 그들이 바라던 구원일 것이다.

죽어서라도 자유를 찾아라, 나는 환생자니 다음 생이 있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러니 다음 생에는 보다 나은 삶이 되기를.

윤회란건 적어도 다음 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것이다. 지금처럼 고통 받다 가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나는 마음속으로 애도를 표하고 목사와 사제 나부랭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니가 사람 새끼냐!!!"

내가 상황을 판단하는 마법의 단어다. 이 질문 하나면 상대의 선악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과연 저 새끼가 사람 새끼일까?

같은 인간을 실험체로 삼아서 순교라는 명목 하에 착취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전부 무시하고 있는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겉모습이 인간이라고 같은 인간은 아니다. 중요한건 내용물이지. 썩어빠진 내용물이 든 컵은 내용물을 버려야 옳은 법이다.

나는 인간의 선악을 모두 포함해서 인간이기에 인간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을 넘지 않았을 때의 경우다. 설령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내가  짓이 있으니 그게 납득할만한 이유라면 이해를 해준다.

권력 때문에, 돈 때문에, 살기 위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에 살인을 한다. 나는 살인을 인간이 할  있는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죄는 저지르기 때문에 하는거다. 그러니 납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건? 자기 이득을 위해서 죽이는 것도 아니고 살리는 것도 아닌 지옥같은 꼴을 겪게 하는 이건?


내가 인성 파탄자이긴 하지만 이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넘은 행동이다. 나는 최소한 살인 외에 인간의 도리를 넘어본 적이 없다.


"그 가면은......라쿤맨! 어떻게 여기에! 어디로 들어온거지?!"


"현관으로 들어왔다"

"임 사제님! 설마 입구를 닫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펴, 평소에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깜빡했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대화가 그 쪽으로 흘러가니 나도  맞춰줄 수밖에 없군.


애초에 이러려고도 했었다. 이 지옥같은 고통 속에서 해줄  있는거라고는 끝을 내주는 것 밖에 없으니까. 한방에 크게 가서 단숨에 고통 없이 보내주는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애도다.


"그런고로 디럭스 봄버!!!"

그렇다고 해봤자 별거 없었다. 가이아 포스를 응축해서 단숨에 격발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그 위력은 무시 못한다. 인피니티 포스 코어에서 방출되는 가이아 포스는 한순간 모은 양이라 하더라도 어지간한 포스 유저가 가진 총량보다 많았다. 대충 백리 5인분 정도. 백리도 나이대 치고는 많은거 생각하면 상당한 양이다.


그걸 압축해서 풀면 얼마나 되는 위력이 나올까?

콰아아아앙!!!


거대한 공동이 울릴 정도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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