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라쿤맨 비기닝] (100/507)



〈 100화 〉[라쿤맨 비기닝]

여기서 논리가 생긴다.


아틀라스는 라프 에너지와 가이아 포스의 융합을 추구하던 인체실험을 했다.


아틀라스와 가이아 교는 모종의 관계가 있다.


가이아 교는 제천에 있다.


그리고 제천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심장이 아픈 아이가 미약하지만 적성종만 가지고 있을 라프 에너지를 품고 있는걸 발견했다. 과연 이게 우연인가?

우연일리 없다.

아이의 심장에 깃들어 있는 라프 에너지는 미약하지만 그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았다. 약한 심장을 움직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단 라프 에너지의 기본적인 이능 이념이 '부정'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이능력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건강해지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지고 있는 양이 미약하기 때문인데......


성장하는 만큼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라프 에너지가 더 필요할테고, 그러면?

라프 에너지를 일정량 이상 품게 되면 내가 만났던 아틀라스의 실험체와 같은 꼴이 될거다. 아니 오히려 더 질이 나쁘다.


최소한 그들은 포스 유저였기에 이성이 남아 있을  있었다. 제일 심했던 두류산의 실험체도 치매마냥 정신이 오락가락 하긴 했어도 이성 자체는 어느정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포스 유저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 라프 에너지를 그대로 주입한다면......영 좋지 못할 일이 벌어질건 당연한 일이다.


"엄마, 나 과자 먹어도 돼요?"


"하나만 먹어야 한다?"

"그러면 초코 쿠키만 먹을께요"

외견상으로는 나이대에 비해 체구가 조금 작을 뿐인 아이는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서 먹었다. 과자가 큰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입에 넣을 수 없어서 몇번이나 나눠서 먹었다.  저 나이대 애들이 예쁘긴 하지.

나도 자식을 키운 적이 많으니 잘 알고 있다. 시온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던 것 뿐이지 다른 사람과 자식을 본 적이 없는게 아니다. 낳아본적도 있는데 무슨.

"윽, 콜록! 콜록!"

한참 잘 먹다가 목에 가루가 걸렸는지 아이가 기침을 했다. 어머니 쪽이 가방에서 물을 꺼내려다가 조금 걸릴 것 같아서 옆에 있던 내가 가지고 있던 사이다를 마시게 주었다. 탄산이기는 하지만 사래 들린건 가실 것이다.


"고, 고마워요 아저씨"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만한 나이는 아닌데......"


하기사 애들한테는 군대만 다녀오면 다 아저씨지. 올해 전역했어도 그 시점에서 아저씨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군대 하니까 생각난건데, 슬슬 올해 예비군 갈 때가 됐다. 못해도 다음 달에는 통지서가 올 것 같은데.

"어유, 고마워요 총각. 나중에 휴게소 가면 음료수 하나 사드릴께요"

"아뇨, 괜찮아요. 그러려고 준건 아니니까요"

슬쩍 대화를 하면서 정보를 모아보자. 워낙 내 인상이 험해서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하나 고민했는데 생각외로 잘 풀렸다.

아버지로 보이는 쪽도 나에게 인사를 건내긴 했지만 뭔가 생각이 많은지 주로 말을 거는건 아이의 어머니 쪽이였다.


"애랑 같이 놀러 가시나봐요?"

"아, 그런 것도 있지만 기도원에 가요"


"기도원이요?"

"유진이가 원래 심장이 안좋아요. 몸에 좋다는거 많이 먹이고 병원도 여러곳을 다녔는데도 소용이 없어서.....그런데 기도원을 다닌 뒤로 좋아져서 자주 기도하러 다니고 있어요"


"제천에 기도원이 있던가요? 저는 아는 사람 찾아가는 길이라서 이번에 처음 가는터라 잘 몰라서요"


"큰 교회가 하나 있어요. 거기에 같이 있는 기도원이라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종종 모여서 기도하곤 해요"

"아, 그래요?"


정답이다.


바로 그 곳으로 가는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목표와 깊은 연관이 있을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까.


실제로 그럴 확률은 극히 낮지만 일어난다면 보통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짓을 할만한 사람을 알고 있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한테  바라는거냐, 운명의 절대자. 거 시발 염병하게 만들어주네.

내가 사람 죽이는데에는 꺼림낌이 없어도 어린애 만큼은 한번 다시 생각하고는 한다. 죽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더라도 꺼린다는 말이다.

"아저씨도 교회 가요?"

"아니, 나는 다른데 가야 해. 아는 사람 찾아야 하거든"


"여행이예요?"


"비슷하지"


"나도 멀리 여행 가고 싶다. 근데 몸이 아파서 멀리 못간데요"

"지금도 여행 가는거 아니야?"

"옛날에는 더 아파서 버스도 못탔어요"

유진이라고 했나. 이 아이의 심장의 라프 에너지를 빼고 생각해보면 거의 병실에 누워서 살아야 할만한 몸이다.

나는 적성종이라고 딱히 구별짓지 않는다. 라프 에너지도 도움이 된다면 써먹기 마련인데 그거 좀 사용했다고 악이라고 판단하진 않는다.

단지 그 뒤에  여파를 생각하면 빡칠 뿐이다. 가이아 포스와 비교하면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라프 에너지를 적성종도 아닌 인간에게 주입해서 좋은 꼴을 볼  같진 않다.

그렇다고 유진이의 몸에서 라프 에너지를 제거한다면, 평생을 병실에서 보내야 할 정도로 몸이 약해질 것이다. 스스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평생 그런 삶을 살아야겠지.


어느 쪽이 옳냐고 한다면 나는 전자 쪽이다.


"나중에 몸이 다 나으면 멀리 여행도 가볼꺼예요. 아프리카랑 미국도 가볼래요"


"미국은 아저씨도 저번에 한번 다녀왔는데"

"와! 진짜요? 자유의 여신상 봤어요?"

"넌 애가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구나? 물론 봤지"

초등학교도 입학 안한 한창 노는거에 관심 있을 나이대의 아이가 미국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 같은걸 아는건 처음부터 그쪽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다.


영화 같은거라도 보지 않는 이상 모를텐데 정말로 여행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어른이 되면 다 나을 수 있겠죠?"

"........."

유진이에게는 두가지 선택만 남아 있었다.


하나는 지금 나한테 라프 에너지를 제거 당해서 최소한 수십년은 병상 생활을 하는것. 적어도 살아갈 수는 있다.

다른 하나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라프 에너지에 잠식당해 괴물로 변하는것. 못해도 년 단위로는 이렇게 돌아다닐 수는 있겠지. 하지만  뒤에는 인간이 아닌 괴물로서 죽을 뿐이다.


어딜 선택하던  아이에게는 지옥밖에 없다.


"그래, 다 나을거야. 분명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던가.


내가 이래서 신을 싫어하는거다. 기도를 백날천날 해봤자 구원따위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니 스스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운명의 절대자를 엿먹일 방법이 생각났다.

 * *   *

고속 버스가 제천 터미널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내리기 시작했다. 2시간 동안 말동무가 되어준 나를 향해서 유진이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저씨, 바이바이"


"그래, 잘가렴. 다음에 보자"


그 다음이 생각보다 빠르겠지만.

나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서 라쿤맨 변신용 헤드폰을 꺼냈다. 머리에 쓰고 버튼을 누르자 금속질의 가면이 내 얼굴에 덧씌워진다.

핸드폰을 들고 지도를 켜서 방향을 확인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달렸다. 도심에서 벗어나서 산을 통해서 이동하면 날 발견할 수 있는건 인공위성 정도가 전부다.

교회의 절벽 쪽으로 올라가겠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생각보다 높진 않네"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인 제천 대지예수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강줄기를 따라서 그 인근에 세워져 있는 건물은 강의 수량이 많아서 배를 타지 않으면 보통은 갈 수가 없고 간다 하더라도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서 반대쪽의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어 보인다.

교회 참 잘 지었다, 새끼들.


크기는  규모가 있었다. 우선 절벽 위의 성이라고 보일법한 교회와 그 주변의 2,3층 정도로 되어 보이는 건물들이 몇개. 그걸 전체적으로 두르는 4미터 짜리 담이 있었다. 보통 사람은 입구로밖에 다닐 수가 없겠네.


"포스 유저가.......꽤 많은데?"

나는 기감을 넓혀서 그 안에 있는 포스 유저의 수를 파악해 보았다. 숫자는 50명 가량. 교회 하나에 있기에는 너무 많은 수준이다.


한명의 포스 유저로 할  있는 일은 많다. 그런데 50명이나 되는 포스 유저가 있다면 설령 근처에서 차원진이 일어나도 그걸 처리할 수 있을 수준이다.


물론 지난번 같은 초대형 적성종이나 인간형 적성종이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지만......그래도 50명이면 반백명인데 저런 커뮤니티 치안 유지에 쓰기에는 충분하다.

어떻게 이런 조직이 여태까지 조용할  있었던거지?

조 팀장의 자료에 의하면 한달 전까지는 평범한 대형 교회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아틀라스 한국지부 실험실을 내가 박살냈어도 어떻게 여태까지 들키지 않고 조용한거지?

이런 교회가 겨우 1,2년 사이로 만들어졌을리 없다. 최소한 건물을 짓는데도 2,3년은 잡고 교세를 퍼트리는데도 몇년. 못해도 10년은 필요하다.


나는 시온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어, 난데. 도착했어"

[그러십니까? 일단 인공위성으로 위치 파악 해두겠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 여기 규모에 비해서 너무 트러블이 없는데? 모여있는 포스 유저 숫자나, 이런 사이비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를 내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아무리 종교에 관심 없어도 이 정도 규모의 사이비라면 분명 뉴스에서든 뭐든 한번쯤은 사건이 터져서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나는 들은게 없다.


은폐했나? 아무리 그래도 사이비 종교에서 은폐해봤자 한계가 있을텐데?


[거기 서버를 해킹해서 신도 목록을 확인 해봤습니다]


"뭔가 있어?"


[상당수가 부동산 투기로 돈  만진 사람이나 건물주 등등의 어느 정도 돈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그 지역 시의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보 은폐에 도움을 줬나? 하지만 그냥 도와줬을리는 없을텐데?"


[그 시의원의 정체불명의 자금을 사용한 행적도 파악 했습니다. 아마 현찰로 받아서 사용했을텐데 그러면 저도 어디서 받았는지는 파악 못합니다]

"딱 봐도 여기구만"


이렇게 규모가 큰데다  신도들이 부자라면  모으기는 쉽다. 설마 사이비 냄새 풀풀 나고 이렇게  교회까지 지은 녀석들이 돈이 없으려고?


그리고  돈으로 높으신 분들을 매수하는건 쉬운 일이다. 그러면  뒤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일단 정보를 더 모아야 한다. 안에 있는 사람만 하더라도 수백명인데 그 중에서 조 팀장의 전 마누라를 찾는건 힘들다. 보내준 사진으로 이름이랑 얼굴은 알고 있지만 그 중에서 사람을 찾는건 나도 못한다.


나는 만나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설령 지구 반대편에서 핵벙커에 몸을 숨기고 있어도 찾아낼 수 있지만 만난적 없는 사람이라면 코앞에서 숨어 있어도 찾을 수 없다. 애초에 얼굴이랑 이름만 아는 사람을 다짜고짜 찾으라고 하면 누가 그게 돼?

하지만 최소한 시야에 들어오는 범위라면 파악이 가능하다. 사람만 수백명이고 그 사람들을 전부 파악하진 않을테니 일단 몰래 잠입하자.

"요즘 누가 맨손으로 절벽 오르냐"

교회의 반대편의 절벽은 많이 높지는 않았지만 아파트 6,7층 높이였다. 보통 사람이 맨몸으로 오르기에는 힘든 높이다.


포스 유저라면 잘 올라가겠지만 어디까지나 절벽 중간의 홈을 잡고 올라갈 것이다.


나는 그냥 몸을 띄우면 된다. 투명한 유리 엘레베이터를 탄것 마냥 그대로 몸이 위로 올라갔다.

유리 엘레베이터 하니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생각나는구만. 옛날에는 같은 작가의 제임스와 수퍼 복숭아도 좋아했는데.

절벽을 올라가서 담을 넘어 교회 부지 안을 내려다 보았다. 상당히 잘 만들어 놓은게 하나의 작은 도시 같았다.

"좀비 사태 터지면 꽤나 방어하기 쉽겠는데.  터는  잡았네"


물론 그걸 빼면 그냥 오가는데 귀찮은 곳에 지은 교회일 뿐이다.

절벽에서 가장 가까운게 교회로 쓰이는 건물이고, 그 앞에 숙소로 쓰이는 3층짜리 건물이 다섯개 정도가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서 식당과 같은 건물도 있었고 그것 마저도 모자라 카페도 있었다.

야, 요즘 사람들 중에 커피 안마시는 사람이 없다더니, 예수님도 마시나보지?

이게 교회야, 아니면 관광지야. 생각을 일단 접어두고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오가는 사람들은 그냥 봐도 수십명이다. 중간 중간에 사제복 같은 것을 개량한 검은색 일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게 보였는데 전부 다 포스 유저였다.

구분하기는 쉬우니까 괜찮겠군. 아직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옷 입고 있으면 안덥나?


"형제님, 자매님, 이제 예배실로 들어가실 시간입니다"

"아! 벌써 예배 시간인가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검은 사제복을 입은 포스 유저들이 다가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에 점차 사람들은 교회로 모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인파에 몰려 같이 교회로 들어갔다. 시선을 받았지만 크게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였다.

한번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자. 알면 더  깔 수 있다고 하니까 뭐라 지껄이는지는 들어줘야 그 다음에 패던가 말던가 할거 아냐. 의외로 좋은 종교일 수도 있잖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예배실로 들어서가 거대한 공동 같은 내부가 눈에 띄었다. 회색빛 석재로 만든 듯한 거대한 예배실은 조금만 소근거려도 소리가 울려퍼질만큼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함부로 떠들 수도 없겠네.

그리고 맨 앞 단상 위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백색의 사제복을 입은 그는 꽤나 젊은 모습이였는데 대략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였다.


"형제, 자매님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나는 인상이 찌푸려졌다.


교주로 보이는 저놈, 포스 유저다.


여기가 좋은 교회일 가능성이 영점 하고도 몇퍼센트 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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