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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라쿤맨 비기닝] (95/507)



〈 95화 〉[라쿤맨 비기닝]

콰아아앙!!!


포스 유저는 각성 순간부터 초인이 된다. 소실된 신체 부위가 회복되는건 아니지만 안구가 남아 있는 맹인은 눈이 뜨여지며 하반신이 불구인 자는 온전히 걸을 수 있게 된다.

가녀린 여자도 단숨에 수백킬로그램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고 모든 운동, 격투 계열의 신체 활동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가이아 포스는 기적이라 불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포스 유저 중에서도 루리는 꽤나 독특한 존재였다.


같은 나이대의 포스 유저들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강하고 고유 특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재능만 따지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수준이지만 본인이 포스 유저에 관심이 없어서 한창 공부밖에 안한다.

상대가 원종이라고 한다면 별 다른 특성이 없는 이상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오-아!"


"아니, 거기서 붕권을?!"

 격투 대전게임 캐릭터의 간판 기술을 날리면서 놈의 복부에 주먹을 처박았다. 터엉! 하는 묵직한 충격이 서로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더 데미지를 입은건 황소개구리 원종 쪽이였다.

루리의 고유 특성인 관통이 주먹과 함께 틀어박히면서 놈의 내장을 울렸다. 가만히 있어도 구토가 일어날법한 충격이놈의 몸을 뒤흔들었다.


"꿰엑!"

놈은 밀려오는 고통에 분노하며 루리를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여자는 물론이고 건장한 성인 남성조차도 한입에 꿀꺽 삼킬만큼 크게 벌어진 입이 그녀에게 들이닥친다. 한순간에 잡아먹혀서 놈의 뱃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다.

끈적한 개구리 특유의 점액과 분홍색의 기분 나쁜 살덩어리가 눈에 띈다. 비좁고 냄새까지 난다.  부분에서는 의외로 이빨까지 보여서 먹히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먹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개구리 입냄새 개구리네! 개구리 대가리 뚝배기!"

"아니, 거기서 개쩌는 라임이!! 근데 너 이과잖아!"

"이과는 문과 감성이 없다는 고정 관념을 버려! 요즘은 이과도 문과 감성을 배워야 드립칠 수 있는 때라고!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루리는 뒤로 물러나 놈의 공격을 피했다. 덩치 덕분에 움직임은 둔해서 다행이였다.


하지만 재빠르다고 해서 이길  있는건 아니다. 우선 놈을 이길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타격이 안먹히면 다른걸 써야하는데! 난 그런 쪽 특성 없단 말이야!"

"그러면 무기를 쓰면 되잖아!"


"어디?"


백리는 주변에서 무기를 찾았다. 뭔가 튼튼하고 기왕이면 긴게 필요하다. 날이 있으면 더더욱 좋고.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런 무기로 쓸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원 주변 차도에 세워져 있는 이동식 표지판. 문득 백리의 머릿속에 영화의 한 장면이 지나갓지만 무시하고 그것을 들어올렸다.


이동식이라도 하긴 했어도 아랫 부분에는 콘크리트를 굳혀 놓았기 때문에 어지간한 힘으로는 들어올리기는 커녕 움직이는게 고작이다.

하지만 백리는 포스 유저였다.

표지판 쪽에 가깝게 붙잡고 원심력을 이용하기 위해 몸을 회전시켰다. 무게에 의해 가속도가 붙어서 훨씬 위력이 더해진다.

붕, 부우웅, 콰아앙!!!

집요하게 루리를 노리던 놈의 안면에 정확하게 이동식 표지판을 휘둘러 콘크리트 부분으로 후려쳤다.


어찌나 강렬한 일격이였는지 물리공격이 듣질 않았던 놈의 몸도 이번만큼은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그럴 줄 알았어(I Knew it)!"

"내가 그렇게 고결한 사람은 아닌데 말이야!"

백리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다시금 표지판을 휘둘렀다. 막 버둥거리며 일어나려던 놈의 배에 내려 찍어서 이번에는 원심력과 중력을 더해 아까보다 더욱 힘차게 후려쳤다.

콰아아앙!!!

인근 땅조차 울릴 정도의 묵진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두번의 강렬한 공격에 의해서 이동식 표지판의 콘크리트 부분이 박살났지만 오히려 그게 나은 부분도 있었다.

뾰족한 파이프 부분을 놈의 배 위에 올라가 그대로 찔러 넣었다. 개구리 특유의 녹색 피가 튀어나와 그의 얼굴에 묻었다.


"으라차아아아아!!!"


하지만 그것에도 신경쓰지 않고 백리는 계속해서 놈의 배에 파이프를 쑤셔넣었다. 심장이 어디있는지는 개구리 해부 실습도 해본적 없어서 모르지만 대충 배를 찌르면 어디가 되었건 기본적으로 중상이다.

"나도 도와줄께!"


물컹한 살 때문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파이프를 루리도 마찬가지로 놈의 배 위에 올라가 같이 잡고 쑤셨다. 사람이 늘어난 힘이 더 들어가자 그제서야 훨씬 깊게 파고들었다.

점차 뿜어지는 피의 양이 늘어났다. 마치 석유를 시추하는  같이 끈적한 액체가 울컥울컥 치솟아 오르는걸 보면 기분이 나빠서 절로 라이터를 던져 태워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백리나 루리   비흡연자였다.


두사람은 힘을 합쳐서 더욱 파이프를 꽂아넣었다. 그에 원종이 고통을 호소하며 괴성을 질렀다.

"꿰에에에엑!!"


"뒈져라 옵티머스 프라임!"

"왜 트랜스포머야!"

"그럼 케론별로 꺼져라 중사 나부랭이야!"

"같은 개구리라고 동심파괴 하지마!"


이윽고 푸욱, 하고 내장에 닿는 듯한 감촉이 있었다. 파이프가 한번에 깊숙히 들어갔다. 그러자 원종은 단말마와 함께 그대로 추욱 늘어졌다.


아무래도 운 좋게 급소에 닿은  이번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힌 모양이다.

"혹시 모르니까 한바퀴!"

"어우, 루리 너 비위도 좋다!"


"나라고 좋아서 하는줄 알아? 확인사살이야! 확인사살!"


루리는 놈의 내장에 파이프를 찔러넣은 상태로 잡고 빙글빙글 돌렸다. 잔인한 행동이지만 확인사살은  필요하다.


덕분에 찌른 곳이 심장이라면 곤죽이 됐을 것이고 내장이였다면 포크로 감아 말은 파스타처럼 됐을 것이기에 두 사람은 한시름 덜었다.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 보이는 놈의 모습을 보자 인근에 대피하던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살아남았다는 감정과 눈앞에서 벌어진 영화같은 모습에 감격하여 소리쳤다.

"죽었다! 적성종이 죽었어!"

"야! 저건 원종이야!"

"쩐다!"

도망치던 사람들이 죽은 원종의 시체와 두사람에게로 몰려들었다.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의 초상권을 생각하더라도 신상이 털리게 되는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좋은 일도 했고.


라쿤맨 수트 같은게 없어도 백리는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니 중요한건 가진 힘이 아니라 남을 돕는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다행이다. 루리 너도 어디 다친데는 없지?"


"당근빠따죠 쉬바! 배고프니까 대충 마무리 되면 가서 밥이나 먹자"


"오늘 고생 했으니까 비싼걸로 사줄께"


"오↗빠↘야♡, 소고기 사묵자, 소고기!"


"이년이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스스스.

"이거 TV 나오면 아빠랑 엄마가 뭐라고 하겠다. 그래도 좋은  했으니까 그렇게 혼내진 않겠지?"


"그럴꺼야. 그리고 다친 사람도 없잖아"


"대신 우리가 다쳤는데"


"아, 그건  화내시겠다"


스스스스!


몰려든 인파의 소란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 희미한 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이미 죽었어야 할 개구리 원종의 시체 쪽에서 들렸다.

놈의 배에 박힌 파이프에서 새어나오는 피의 양이 점차 줄어들다 이내 그쳤다. 그리고 처음부터 파이프가 박힌 모습마냥 상처가 아물었다.


동물이 회복력이 빠르다고 하지만, 그리고 원종이 보통 동물보다 회복력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이건 기이할 정도의 회복 속도였다.


그리고 놈의 다리가 꿈틀거렸다. 그걸  사람은 사후 경직이나 그런거라고 생각하거나 잘못 봤다고 생각할 뿐이다.

사람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건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나서의 일이였다.

"꺄아아악!!!"


"꿰엑!!"

돼지 멱 따는 소리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놈이 몸을 뒤집어 일으켰다. 뱃속에 파이프가 박히고 내장을 으깨놨어도 불구하고 놈은 아직 살아 있었다.


사람들은 안심을 표하고 몰려들었다가 다시금 도망치면서 서로 뒤엉키고 넘어져 혼란이 일어났다. 달려가는 사람들이 넘어지면 그대로 뒤의 사람들이 짓밟고 도망간다, 그런 아비규환의 상황속에서도 아직까지 죽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치는 사람은 수없이 불어났다.


되살아난 황소개구리 원종을 보고 루리와 백리가 경악했다.


"저 새끼 아직도 살아있었어!"


"내장을 으깼는데 살아있다니! 이 새끼 정신 나갔네!"


몸을 일으킨 개구리 원종은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두사람을 확실하게 다른 사람과 구별하고 돌진했다.

개구리의 각력과 체중이 더해진 저돌적인 몸통박치기가 백리에게 적중했다!

"끄, 아아아악!!!"

백리는 비명을 지르면서 최대한 강하게 '보강'특성을 사용해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겨우  정도 가지고 의미가 없을 정도의 질량 공격에는 목숨을 건지는게 고작이였다.

백리의 고유 특성인만큼 효율은 좋지만 흘려내거나 할 사이도 없이 정면에서 받아내면 그가 견딜 수 있는 힘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으, 으아아아!!"


백리의 몸뚱이를 처박고 돌진의 추진력이 떨어진 놈은 그대로 백리를 짓눌렀다. 수톤에 달하는 무게로 짓누르는 느낌은 마치 중력이 수십배는 늘어난듯한 기분나쁜 느낌이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백리는 발버둥쳤다. 놈의 무게는 백리가 쳐놓은 보강의 포스를 갉아먹어왔다. 이대로 두면 그대로 깔려 죽는다.


"이 그지같은게 우리 그지같은 오빠한테 뭐하는 짓이야!"


루리가 분전하면서 놈을 후려치지만 내장에 직접적으로 주는 충격에도 놈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보아 녀석의 특성은 몸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재생 특성으로 짐작되었다.

수많은 포스 유저들 중에서도 드문게 바로 재생 특성 보유자다. 그들은 예지계 특성 보유자만큼 적다. 그런데 다른 포스 유저도 아니고 원종이 그런 특성을 가졌다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아아아!!!"


백리는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쳤다. 몸도 움직일 수 없는데 태극나선경은   없고 루리의 공격도 먹히질 않으니 믿을 수 있는건 자기 자신 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놈의 몸이 들어 올려지기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난데없이 생겨난 힘처럼 악을 쓰면서 들어올리는 백리의 기세에 의해 놈이 점차 움직였다.


"으라차아아아아아!!!"


백리가 최대로 버틸 수 있는 무게는 1톤 정도다.


들 수 있는 무게는 그보다 조금 아래라고 하지만 보통 사람은 역도 선수라고 한들 5백 킬로그램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포스 유저가 초인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였다.


하지만 그를 짓누른 개구리 원종의 무게는 수톤에 달한다. 들어올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백리는 놈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위기 속에서 난데없이 각성하는건 주인공만의 특권인데!"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거든!"


"오빠가 쓸데없이 멋진말 하고 있는거 보니 아직 제정신이네! 오빠가 아직 들 맞았지!"

"그렇게 말할 시간 있으면 좀 도와주지!"


백리가 놈의 몸뚱이를 들어올릴 수 있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새로운 힘을 각성하진 않았다. 단지 가지고 있는 힘을 좀  잘 쓸  있게 되었을 뿐.

"내 특성인 '보강'이 중첩되서 사용됐어.....!"


"와! 오빠 버프도 되고 탱딜 다 되는 만능이네! 오져따리 오져따!"


백리는 저번 두류산 여름 휴가 때 여우 원종과 조우한 일로 인해서 자신의 '보강'특성을 남에게 시전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것만이 있는게 아니였다.

그의 보강 특성은 자신의 가이아 포스를 사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가이아 포스도 끌어들여서 사용한다. 처음 보강 특성을 깨우친 그에게 최악이 의문을 표했던 부분이 복선이였던 것이다.


중첩이 가능하고, 남에게 시전이 가능한 특성이라면 포스 소모량이 많은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외부에서 끌어들인 포스로 그걸 보충해서 효율을 높인 것이다.

"오빠! 곱셈? 덧셈?"

"곱셈!"


"오케이! 나한테도 2중첩만!"

백리는 루리의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백리의 보강 특성 중첩은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들어간다.


비록 2배에 2배 같은 제곱으로 가는 식은 아니지만 최소한 체감하여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효과는 보였다.

모자란 신체능력을 더한 루리가 맹렬하게 주먹을 날렸다. 아까보다  큰 충격이 놈의 내장을 뒤흔든다.

아무리 재생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만한 공격이 아니다.

"꿱!"

놈이 자세를 바꾸었다. 몸을 들어올려서 하늘을 보고 다리의 근육이 부풀어오른다. 아까와 같은 땅에 내려찍어 충격파를 일으키는 공격을 하려는 것이다.

아직 주변에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아까와 같은 충격파가 퍼지면 본격적으로 인명피해가 생길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이 새끼가 어딜!"


백리는 놈을 피하지 않고 점프하려는 놈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복부에 박혀 있는 표지판의 쇠파이프를 붙잡았다.


쿠웅!


그리고 둘이 동시에 하늘로 뛰어올랐다.


"으악! 플라잉 오빠다! 고기 사먹게 지갑은 두고가!"

"너 내려가면 보자!"


백리가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희미해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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