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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라쿤맨 비기닝] (94/507)



〈 94화 〉[라쿤맨 비기닝]

여의나루역에서 내린 두사람은 우선 아까 보았던 것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백리가 아니라 루리만 본거다. 신체능력은 백리가 위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순수하게 근력에 관련된 이야기일 경우고 시력이나 촉각 같은 오감 분야에 있어서는 루리가 훨씬 위다.

백리는 기껏해야 몇달 전에 포스 유저로 각성한 것에 비해 루리는 십년도  전에 각성해서 살았기 때문에 컨트롤과 사용이 능숙하기 때문이다.


"......아까 말한 괴물. 진짜 본거야?"


"내 눈이 독수리한테 팔콘 펀치 먹일만큼 양쪽 6.0의 시력인데 잘못 봤을까봐? 그리고 이런걸로 거짓말 안해"

"한강에서 괴물이 나왔다고? 언제적 영화 소재야?"

"봤음, 아무튼 봤음"

루리는 지하철에서 확실하게 봤다. 마포 대교 쪽에서 헤엄치고 있었던 육중하고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를.

옛날에 있던 영화처럼 다리에 매달려 있지는 않았지만 헤엄칠 때  위로 떠올라 있던 부분만 하더라도 루리 한사람 정도는 누워있을 만큼 컸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진짜 몸뚱이는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적성종 경보는 없었는데......"


"그러면 원종 아니야?"

"......그런가? 하지만  이상해, 그 정도 덩치의 원종이면 나타난지 몇년은 됐을텐데. 저번의 여우 원종 같은건가 생각을 해도  이상해"


아니, 그들이 여름휴가 갔을 때 만났던 여우 원종 같은 경우도 생각하면 가능성은 있었다.


아틀라스의 실험체와 만나기 전까지는 여우 원종도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살았다. 공격하면 자기도 손해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적 드문 산골이라서 그랬던 덕분이 크다.  또한 시온이 사들인 사유지라서 함부로 침입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그랬고.


여기는 한강이다. 다리를 건너 서울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만 단위로 오가고 한강 공원에서 노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루리의 증언에 의하면 덩치도  녀석인데 아무리 한강이 넓어도 그 덩치의 원종이 눈에 띄지 않을리 없다.

"SNS에 한강 괴물 검색하니까  감독 아저씨 이야기 밖에 안올라와"

"위험한데....."

목격 정보 없이 갑자기 나타난 원종.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을 우호적인 원종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장담할 수 없는 이야기에 인명피해가 생길지 모르는 일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하나?"

"오빠 등신이야?"


"아, 왜 욕질이야?!"

"아니 라쿤맨 2호질 하더니 영웅심리가 늘었어? 이럴 때는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우리가  나서? 영웅은 할일 없을 때가 가장 좋은 법이라고"

루리가 핸드폰을 들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 전화하는거야?"

"서울시 원종 대책반"


적성종이면 몰라도 원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제일 좋다. 루리가 원종 대책반에 전화를 걸자 몇번 통화음이 이어지더니 이내 받았다.

[네, 서울시 원종 대책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하세요. 저희가 지금 한강에 나와있는데 원종 같은걸 본것 같아서요"


[.......지금 정확한 위치가 어디시죠?]


"여의도 한강 공원이요. 캠핑장 있는 곳에. 원종은 마포대교 인근에서 봤어요"

[잘못 봤을 가능성은 없나요? 물결에 햇빛이 비친걸 잘못 봤다던가......]

"저도 나름 포스 유저라서 시력이 좋거든요. 확실히 봤어요"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적성종에 비하면 원종의 출현은 드물지만 그만큼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움질일 것이다. 인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방관의 자식인 두 사람도 그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장난전화 같아도 출동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들은 잔잔하게 출렁이는 한강을 보았다.


깊어서 밑바닥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물속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뒤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돼. 다짜고짜 라쿤맨 2호로 변신할 필요는 없다고"

"......그렇긴 하네"

"오빤 사람은 좋은데 멍청해서 탈이야. 이런 일이 생기면 우선 잘 하는 사람을 부른 다음에 그래도 안되면 그때 선택을 해야하는 법인데. 그 잘난 수트 받았다고 직접 해결할 생각부터 하고 있잖아. 기왕이면 세금 받아서 잘 쓰는 사람을 써야지"

"자꾸 팩트로 치지마. 아프니까"


"아픈건 아나보지?"


백리도 스스로 반성했다. 저번 명동 차원진 사건으로 라쿤맨 수트까지 받아서 활약했기 때문에 사회의 추켜세워주는 시선에 취해서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건 원종 대책반이지 라쿤맨 2호가 아니다.

.....꿰엑.


"응?"

"어......?"

그런 두 사람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울리는 듯한 울음 소리. 거리를 생각하면 결코 작은 소리가 아니였다.


꿰에엑!

이번에는 훨씬 가까이에서 들렸다. 확실하게 들려서 그들뿐만이 아니라 한강 인근에서 놀던 사람들도 의문을 표했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아?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거"


"개구리 소리 아니야?"

"한강에서 개구리가 살던가?"


"저번에 보니까 수달도 산다던데 뭐"

"와! 정말?"

다른 사람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미 원종을 본 적 있는 두사람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은 적성종을 두려워하지 원종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종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상당수 존재했다.

더군다나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수도권 한복판의 한강이다. 차원진 경보가 울렸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근 피난소로 도망갔겠지만 일반 도심에서의 원종에 대한 경계는 옅었다.

".....루리야"


"오빠, 여기 근처에 공중 화장실도 없어. 숨어서 변신할 곳은 하나도 안보여"

루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 주변은 공원이기 때문에 어딘가 숨어서 수트를 착용 할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공중화장실도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달려가서 변신하고 돌아온다면 5분도 걸리지 않겠지만......

"그리고 여기서 변신하면 일이 꼬여. 신고를 내가 했으니까 단서를 남겨버렸잖아. 하다못해 신고하기 전에 날 말렸어야지"

"상관없어"


지금은 주말인데다 날씨도 좋아서 사람들이 공원이나 시민 수영장에 놀러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서 원종이 나타난다면 발생할 인명피해는 적성종에 버금갈 것이다.


"차라리 그것보다 맨몸으로 싸워"

"뭐?!"

"어차피 우리 둘 다 포스 유저야. 하다못해 원종 대책팀이  때까지만 버티면 돼. 길어야 5분에서 10분 정도겠고"

꿰에에엑!!


아까보다 선명한 소리가 들린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인파가 만들어내는 소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위협적인 정체불명의 괴물의 울음소리는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어.....?"


푸확!!!

뭔가 거대한 덩치의 생물이 강에서 뭍으로 올라왔다. 철퍽, 하고 질척한 느낌의 외피가 땅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모습을 드러낸 원종의 모습은 거대한 개구리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겉모습만 본다면 나름 귀여운 외견을 띄고 있었다. 다수는 아니겠지만 일부 정도는 애완용으로 생각해볼법한 그런 개구리 원종이였다.

"꺄아아아아악?!"

"적성종이다!"


"씨발! 경보도 안울렸는데 뭐야! 튀어!"

크기가 5미터가 넘지 않았다면 말이다.


"뭔놈의 개구리가  따위로 커?!"

"황소개구리인가 봐!"


"지금 종을 물은게 아니야!!!"

사람들은 황급히 도망쳤다. 5미터에 달하는 개구리 원종은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이 상대 가능한 수준이 아니였다.


개구리라 하면 아무리 커도 손 위에 올릴  있을 정도의 크기가 지극히 정상이지만 놈은 땅에서 머리까지의 높이면 3미터에 이르렀고 몸 길이는 5미터나 되었다. 종은 루리가 말한대로 황소개구리의 원종이다.

어떻게 그렇게 커졌는지는 둘째치더라도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황소개구리는 일단 자기보다 작고 움직이는게 있다면 먹이로 보는 습성이 있다. 보통 크기일 때도 작은 새나 쥐 정도는 잡아먹는 식성을 가졌다.


사람보다 훨씬 커진 지금이라면......


"으아아아악!!!"


가볍게 뛰어서 십수미터 앞에 있던 한 남자를 물어 그대로 통째로 삼켰다. 성인 남자를 한입에 삼키는 모습에 백리와 루리   기겁했다.

적성종은 인간을 죽이지 먹지 않는다. 원종도 마찬가지로 인간을 공격하긴 하지만 그건 주로 영역을 침범했다는 분노에 가까웠다.


본격적으로 인간을 먹이로 보는 원종은 20년 역사를 뒤져도 몇건 없었다.


"루리야!"


"오늘부터 우리들은 둘이서 하나인 가면라이더인 각이다! 오졌따리 오졌다!"


"더블? 그건 더블 맞지? 아무튼 가자!"

"힘차게 가보자고!"

"우선 먹힌 사람부터!"

백리와 루리는 땅을 박차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막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을 잡아먹으려던 놈의 콧등에 달리던 가속과 합쳐서 힘차게 주먹을 날렸다.


투우웅!!


"뭔놈의 반탄력이?!"

양서류 특유의 점액과 두터운 몸뚱이가 주먹의 충격을 완화시켰다. 하지만 주의를 돌리는데는 성공해서 놈이 머리를 틀었다.

백리가 다시 한번 놈의  부분에 주먹을 날렸지만 타격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금 점액과 탄력있는 몸에 의해서 튕겨나올 뿐이다.

"이 새끼 공격이 안먹혀!"


"물리면역인가봐! 자고로 물리면역인 놈은 속성 공격으로 조져야지!"


"아! 그런 특성 있어?"


"없어!"


"야!"

제대로 된 타격은 주지 못했지만 최소한 일반인보다는 훨씬 위협적인 둘에게 시선을 둔 놈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민첩하진 못하고 신체구조 특성상 뒤로 도는 것도 힘든 놈은 힘차게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꿰에에에에에엑!!!"

"높아?!"


멀리 뛰는 것이 아니라 높이 뛰었다. 단숨에 아파트 10층가량은 뛰어오른 놈은 그대로 두사람을 향해 떨어졌다.


콰아아앙!!!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몸으로 십수미터 상공에서 떨어지니 육중한 무게에 의해서 그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직격은 아니더라도 그 충격에 휘말린 두사람은 휘청거리며 넘어지려는 몸을 다잡았다.


"뭔놈의 육탄공격이.....! 개구리라서 도약력이 장난 아니네!"


"정면으로 가면 안돼! 그러면 제대로 얹어맞을거야!"

저 정도 도약력이 전방으로 향한다면  충격량은 사람 하나 짓이기는데 충분할 것이다. 포스 유저의 내구도가 있어도 잘해야 한번 견딜까 말까하다.


다행인 점이라면 등 뒤에 있다면 그럴 걱정은 없다. 조심해야 할건 방금과 같이 수직 도약으로 인한 공격 정도다.

"일단 먹은 사람부터 토해내라 새꺄!"

목표는 두가지. 원종 처리반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

그리고 방금 먹었던 사람을 다시 토해내게 만들어서 구하는것.

"이 새끼 토하질 않아!"

"좋아! 내가 직접 나서겠다!"


루리가 마치 핑거 스냅으로 모든 생명을 절반으로 만들법한 대사와 함께 빠르게 움직여 놈의 복부에 접근했다.


손에 가이아 포스를 응집시키고 단숨에 내지른다.


터어엉!!


백리가 쳤을 때와는 다른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의 주먹이 튕겨나오는 느낌이였다면 루리의 주먹은 파고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그 차이는 겉보기만이 아닌지 놈이 고통어린 괴성을 질렀다.

"캐애액!"


"어떻게 한거야?!"

"내 고유 특성은 '관통'이라고!"


"어쩐지 너한테 맞을 때는 포스 둘러도 아프더니!"


루리의 고유특성은 관통. 그렇기 때문에 놈의 탄력있는 몸에도 불구하고 데미지가 온전히, 그리고 내장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루리도 상당히 힘을 들여서 한 공격인데도 불구하고 고작 그 정도지만 내장을 흔든 공격은 토기를 느끼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꾸억?! 꾸어어억?!"


놈은 먹은 것을 토해냈다. 백리와 루리는 한발 물러나서 놈이 토하는 것을 보고 그 중에서 처음에 먹었던 남자도 섞여 있었다.

백리는 그를 끌고 뒤로 물러났다. 목적 중에서 하나를 달성 했으니 남은건 시간만 끌면 될 뿐이다.


"루리야! 일단 물러나!"


".........."

".....루리야?"


루리의 시선은 놈이 토해낸 토사물에  있었다.

위액에 놓아 형태를 알아볼  없는 것이 반, 녹아 내리던 것이 반이였지만 그 중에서 녹아내리던 것 중에 뭉쳐진 털 덩어리 같은게 있었다.


조금 긴, 족제비과 동물들이 죽은 시체 덩어리. 한마리가 아니라 큰 것과 작은 것들이 뒤섞인 일가족으로 보인다.

한마리도 아니고 여러마리. 거기에 가족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자 루리의 눈에 회까닥 돌았다.

"수달이가.....주거써!!!"


이런저런 방생 및 보호 활동으로 한강에서 수달이 살게 되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려왔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본다는건 생각도 못했다.

약육강식의 자연에서 동물이 동물에게 먹히는건 어쩔 수 없지만 일가족을 전부 먹어치운 모습에 그녀의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우러나왔다.

"나 화났다 프리더어어어어!!!"


"개구리랑 프리더랑 맞는건 한글자 밖에 없잖아!!!"


원래도 정신이 반쯤 나갔지만 이제는 온전히 나가버린 루리가 놈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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