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라쿤맨 비기닝]
십 몇분의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 김 사장이나 권 경감이 지랄하는 여러 말들이 지나갔지만 전부 무시했다.
쌍방과실로 합의 하라는 둥, 이러면 서로 좋을게 없다는 둥.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압박하면서 움직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김 변호사님이 먼저 경찰서에 도착했다.
"아, 최 사장님!"
"애매하지만 딱 좋은 타이밍에 왔네요. 김 변호사님"
나는 훤칠한 사건에 난입한 훤칠한 인상의 중년인을 보며 말했다.
아마도 김 사장이라 불린 사람은 좋든 나쁘던 권 경감과 인맥이 있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내가 무슨 지랄을 해도 상식적인 선에서는 필히 내가 지는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변호사를 부르면 될 일이다. 김 변호사님은 시온이 고른 사람인만큼 충분히 변호인으로서 최선을 다할 사람이 분명하니까.
나는 일단 김 변호사에게 상황의 전체적인 설명을 했다.
좆같은 사람을 많이 겪은 만큼 내가 질만한 일은 많지 않다. 설령 있더라도 그 증거를 확보해서 상처뿐인 승리를 마련해주기 마련이다.
"과연, 가게 내에서 폭력 행위에 관한 행동이군요. 혹시 시온 사장님에게는 연락 하셨습니까?"
"물론 했죠"
"그럼 한층 더 편해 질겁니까. 일단 시간을 좀 끌겠습니다"
김 변호사님은 김 사장과 이야기를 하더니 약간의 언쟁을 벌였다.
큰건 아니고 일어난 일에 대하여 논리적인 문제였을 뿐이다. 아무리 김 사장이 권 경감과 아는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대형 로펌 소속이였던 김 변호사의 언변에 저항하기는 어려운 일이였다.
배운 사람이 더 잘 안다고. 본격적으로 논리를 펼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저 왔습니다"
최종보스의 등장이였다.
경찰서에 시온이 등장하자 분위기가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온의 외모는 설령 성장폼이 아니더라도 손꼽히는 외형이였고 성장폼일 때는 초월자 중이라도 뛰어난 외모였다.
설령 절대자와 비견해도 정말로 굉장한 수준의 외모다. 이런 사람이 내 아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수준이면 운명의 절대자랑 거래한 보람이 있다니까.
하논 종족이라 인간미가 없다는걸 뺀다면 말이지.....
"누구십니까?"
"그이 안사람 되는 사람입니다"
권 경감에게 시온이 자기 소개를 했다. 솔직히 의미 없는 대화였다.
시온의 외견을 보고 놀라고. 인적사항을 뒤져보고 두번 놀랐다. 그는 일단 시온의 외견에 편견을 가지고 대하다가 몇가지 정보를 보더니 식은땀을 흘렸다.
하기사, 우리 마누라가 평범한 이력을 가질리 없지.
시온은 김 사장을 보면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최시온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어디서 일하시는 분이십니까?"
"아, 저는 명환 공장의 사장인 김인전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정말 성인이십니까? 장난치는거 아닙니까?"
시온은 대답하기도 전에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곳에 전화를 걸었다.
옛날부터 서로에 관한걸로는 융통성 없는건 시온이 더 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설령 시온이 위험했다 하더라도 행성 전체의 생명이 걸려 있다면 조금은 생각 해봤을테지만 시온은 가차가 없었다.
"예, 예.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다른게 아니고......"
시온은 딱 세통의 전화를 걸고 끊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10분 뒤에 전부 드러났다.
그녀가 첫 전화를 끊은 바로 뒤에 김 사장에게 걸려온 전화는 그의 안색을 창백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두번째 걸려온 전화는 김 사장의 표정을 변화시켰다.
"예? 사장님, 잠시만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네! 네! 아니, 잠깐만요!"
그리고 마지막에 걸려온 전화는 그의 희망을 전부 부수기에는 충분했다.
5분 정도 기다리자 새하햫게 질리다 못해 시체마냥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다.
"사장님! 사장님! 아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 왜......난데없이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뭔가 개판이 났는지 김 사장은 전화를 받은 뒤에는 머리를 싸매며 절망을 표현했다. 덕분에 볼 때는 남아 있던 머리칼이 전화가 끝날 쯤에는 거의 대부분 빠져 있었다.
대머리가 다 된 그의 모습을 보며 시온은 희미하게 웃었다.
"고작 납품 좀하는 공장 운영하는 수준으로 덤비려고 했던겁니까? 그런대로 돈은 버는것 같지만 이 나라에서 그렇다는건 대기업의 영향을 받는다는 소립니다"
물론 돈이 필요한거라면 이해 할만 했다. 솔직히 하청 공장이라면 원청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고생이 많으니까.
다시 하청을 맞길 공장을 찾는 것부터 이런저런 이득손실 관계까지. 전부 생각하려면 힘들기는 똑같다.
하지만 명백하게 이득손실 관계가 뒤떨어진다면 원청에서 선택할 것이라고는 분명 다른 하청 공장을 알아보는 정도다.
"사, 사장님. 도대체 뭘 하신겁니까?!"
"별거 아닙니다. 그저 당신과 거래하는 대표 회사에 전화 몇통 정도 걸은 것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괜히 대기업이 아니듯 거래처 하나가 끊긴걸로 수입의 20에서 30퍼센트 정도가 잘려나갔다.
그게 3군데니까 못해도 60퍼센트. 크면 90퍼센트다.
"제가 아무리 주주라도 이런저런 영향력은 있는 법입니다. 특히나 이 나라 대기업 주식의 평균 3퍼센트는 가지고 있는 대주주라면 말입니다. 물론 손해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게 대수입니까?"
시온은 싸늘한 표정으로 김사장에게 내뱉었다.
내가 시온의 그런 표정을 본건 상당히 오랫만이다.
반대로 내가 빡쳐서 죄다 박살 내는 꼴을 볼때는 종종 본 표정이였지만 시온의 눈은 정반대였다.
모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딱 하나만큼은 지키겠다는 표정이였다.
아무리 인맥이 있어도 멀쩡하게 잘 거래하던 상대를 내버리라는 짓을 시온이 말 한마디로 굴리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는건 마찬가지로 시온도 저쪽에 주는 이득이 있을거다. 그건 결국 손해로 이어지고.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은 알아도 인간의 욕망은 계산할 수 없다고 한만큼,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수억에 달하는 이득을 전부 내버린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우선 이번 사건은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해자는 주민등록증 위조라는 공문서 위조 행위를 했을 뿐만이 아니라 피고인을 4명이서 구타하는 특수폭행 행위에 가담했고. 백리 학생의 행동은 그걸 막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부 CCTV에 기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부정하셔도 기록된 영상은 사라지지 않을겁니다. 가게 내부에 설치된 개인 CCTV인 만큼 화질도 좋죠. 확실한 증거가 될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포스 유저가 일반 시민을 구타하는건......"
"그 전에 가해자 쪽에서 4명이 1명을 구타하는 특수 폭행을 저질렀습니다만? 일의 순서는 확실히 해야죠. 백리 학생이 먼저 구타했으면 모를까 먼저 벌어진 폭력 행위를 말리는건 정당방위 아닙니까? 아니면 설마 그대로 얻어 맞았어야 한다는 소리입니까?"
권 경감은 김 변호사의 언변에 도저히 반론을 들이댈 수 없는 처지였다.
솔직히 내가 전부 잘못한거면 몰라도 저쪽이 잘못한 일이라면 내가 숙일 필요가 없다.
슬쩍 나는 조금 미심쩍던 것을 생각해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
"왜 그러십니까?"
"주민 등록증 위조까지 한 고삐리 4명이 명동까지 버스나 지하철 타고 왔을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알자 고삐리 4인조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내가 한 말에 움찔거렸다.
놈들 4명이 전부 이 근처에 살 확률을 높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이동수단이 있다는건데......내 감이지만 놈들이 버스나 지하철 같은걸 타고 다니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니들 여기까지 뭐 타고 왔냐?"
"버, 버스 타고 왔어요"
"그래?"
한놈이 말하자 나는 슬쩍 근처 책상에서 종이와 펜 몇개를 가져와서 고삐리들 한테 하나씩 나눠주었다.
"니들이 타고 온 버스 번호 각자 적어봐, 다같이 타고 왔으면 똑같은 버스를 탔겠지. 그치?"
"........."
"어......"
일단 폭력 사건 가해자라서 놈들은 수갑을 차고 있었는데다 술을 마셔서 난동을 부릴 염려가 있어서 그런지 서로 일정 거리를 띄워 놓았다. 그리 멀진 않아도 종이에 뭘 쓰는지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아무거나 맞춰서 적어도 그게 명동까지 오는 버스인지도 확인해 봐야지. 쓸 수 있겠냐?"
놈들은 말이 없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는걸 알고 이미 다물고 있던 입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쓸 수 있을리가 없지. 이 놈들이 텔레파시라도 사용해서 생각을 일치시키지 않는 이상 똑같은 버스 번호를 적을 수 있을리 없다.
만약 평범하게 술만 마셨으면 나도 짐작 못했겠지만 민증까지 위조했다면 나름의 가능성은 있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다.
"이 새끼들 차 렌트해서 운전까지 했는데?"
"그렇습니까?"
"저, 저희 운전 같은거 안했거든요?!"
"인근 CCTV 다 뒤져보면 나옵니다. 내 남편 때린 당신 같은 사람들 조지기 위해서라면 얼마나 걸리던 상관할게 아닙니다"
하지만 시온이라면 진작에 찾았을거다. 정보처리 속도가 완전히 다르니까.
시온은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대로 놈들은 여기까지 차를 렌트해서 온 모양이다.
만약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고 여기로 온거라면.......
미성년 음주 운전, 음주, 거기에 공문서 위조까지.
내가 보기에는 이거 합의 해준다고 곱게 끝날게 아닌데?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심문은 경찰인 제가 할 일입니다!!"
"아, 내가 아는 경찰이 맞다면 피해자한테 다짜고짜 쌍방과실이니 합의나 하라고 지껄이는 사람이 경찰 맞죠?"
"그래도 이러시는건 아닙니다"
권 경감은 뻔뻔하게 철판을 깔기라도 한건지 일단 상황을 어떻게든 호전시키기 위해 우리를 구슬리려고 했다.
하지만 시온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러면 다른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
시온이 어디론가 또 전화를 걸었다. 아, 누군지 알겠다. 저번에 한번 전화 걸었던 사람이니까 대충 감을 잡았다.
아직 늦은 시간은 아니라서 그런지 상대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예, 다른게 아니고 저희 남편이 폭력 사건의 피해자로 와 있어서.....이쪽에는 증거도 전부 있어서 사실상 무죄인데 담당 경찰관이 뒷돈을 먹었는지 자꾸 합의로 몰아가려고 합니다. 아, 마침 이 근처에 계십니까? 그러면 조금 이따가 뵙겠습니다"
시온이 전화를 건 상대는 10분 정도 지나자 지구대 정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처음 보는 중년 남성이였지만 목소리는 들어본 적 있다. 화가 나서 크게 소리치는 톤이 내 기억과 똑같아서 확실했다.
"여기 지구대장이 누구야!"
다짜고짜 지구대장부터 찾는 그는 씩씩거리다가 이내 이쪽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바꾸고 다가왔다. 얼굴을 바꾼다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웃는 얼굴로 왔기에 태세전환이 능숙해 보인다.
"누, 누구십니까?"
"중부 경찰서의 김원식 서장이다"
"서, 서장님!! 자, 잠시만요, 커피라도 먼저......"
"됐고. 너희 지구대장이나 불러와. 당장"
문득 계급을 생각해보다가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경찰서장 쯤 된다면 계급은 총경일텐데 지구대장은 보통 경정이 맡는걸로 알고 있다. 계급은 겨우 한단계 차이인데 저렇게 막 부를 수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 이번에 진급 심사 잘봐서 경무관(진)입니다"
"아하"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내가 알기로 경무관을 달면 대체적으로 어느 경찰청으로 발령간다는걸로 알고 있다. 아, 청장이 된다는 소리는 아니고 그냥 소속이 서에서 청이 된다는 소리다. 청장은 일단 못해도 치안감은 된 다음에서야 가능할거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구대장 정도로 개길만한 위치는 아니다. 경무관은 계급장도 총경이 무궁화 4개 달때 작은거 4개에 큰거 1개 달아서 총 다섯개 다는 계급이다. 계급장부터 차이가 난다.
"어이쿠! 서장님!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
"너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다른 곳에 있던 여기 지구대장이 나와서 굽신거리며 인사하다가 김 서장에게 잡혀서 끌려갔다.
우리들에게 이야기 안들리게 구석에서 조용히 이야기 하려는 것 같은데......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궁금해서 슬쩍 기감을 펼쳤다.
처음에 화 내면서 들어 왔던 것과는 다르게 김 서장은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어도 금방 태도가 달라지고 상대를 설득하는거 보면 그냥 서장까지 된건 아닌 모양이다.
"이봐, 안윤성 경정"
"편히 말하십쇼, 서장님. 저보다도 형이신데다 어차피 이번에 진급하시면 까마득한 상급자 아닙니까?"
"그래, 그럼 윤성아"
김 서장은 담배를 한대 피우며 여기 지구대장인 안 경정과 이야기를 나눴다.
"좆되기 싫으면 저기 저분들 사건 잘 처리해라"
"예?"
"니 밑에 애들이 아는 사람 편의 좀 봐주느라고 실수한것 같은데. 좋은말 할 때 잘 처리하라고. 설마 너 아직 창창한데 지구대장 정도로 끝낼 생각은 아니지?"
"예예, 물론이죠"
"혹시 아까 저기 머리카락이 은발인 여자애 봤나?"
"아까 지나가다 봤습니다만.......그분이 왜?"
"겉보기로 판단하다간 좆되는 수가 있다. 저분 청장님 지인이야"
"예? 예?! 정말입니까?"
"내가 거짓말 해서 뭘 하겠나. 이번에 내가 진급하는 것도 저분 덕분인데"
시온이 손을 쓴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시온은 생각보다 효율주의자다.
아무리 지인이라도 쓸만한 사람에게 손을 쓰지 능력없는 사람에게 편의를 봐주진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김 서장은 나름 능력이 있는 사람인듯 보인다. 아니면 움직이기 쉬운 사람이거나.
"윤성이 넌 아직 젊지? 총경 되고 싶지 않나? 연금 좀 더 받아야지?"
"네? 예.....물론이죠"
"경정까지는 어떻게 되도 총경은 라인 못타면 안될거야. 이번 일을 잘 처리한다면.....나도 봐줄테지만 청장님도 좋게 봐주실거고"
"저, 정말입니까?"
"그럼, 저분 인맥이 청장님만 있는 것도 아니거든. 아무튼 저분들 사건은 원칙대로 처리해. 어차피 누가 잘못했는지는 확실하니까.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저쪽이 이야기가 끝나고 김 서장이 웃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시온 사장님. 사건 조사는 투명하게 진행될겁니다"
"감사합니다, 김 서장님. 나중에 식사 약속 한번 잡겠습니다"
"아뇨, 경찰로서 당연한 일입니다......그런데 옆에 계신분은 남편 되시는 분이십니까?"
나는 김 서장과 악수를 건내며 자기 소개를 했다.
"최악이라고 합니다. 안사람이 신세 많이 지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김원식이라고 합니다....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저희 애들이 오해해서 실례를 했었죠.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일에 충실했던 일이니까 괜찮습니다"
"언제 한번 시온 사장님이랑 같이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제가 좋은 한정식 집을 알고 있거든요"
"그럼 그러죠"
옆에 있던 김 사장과 권 경감의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새하얗게 질려갔다.
인생은 실전이란다 좆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