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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화 〉[라쿤맨 비기닝] (76/507)



〈 76화 〉[라쿤맨 비기닝]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마찬가지로 약간의 잡담 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단지 이번의 잡담은 공적인 의미가 아니라 사적인 의미에서다.


드레이프 대통령도 한결 풀어진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훈장 수여식 이후의 따로 계획은 없기에 편하게 말을 거는듯 하다. 수여식 전에는 국가의 이득을 위해 자문단이 미리 짜둔 화제로 이야기 하는가 하면 이 뒤는 개인 자유다.

"그나저나 라쿤맨. 돌아가실 때는 어떻게 하실겁니까? 필요하시다면 한국까지 직항으로 가는 전용기를 준비하도록 하죠"

"아, 그건 거절하죠"


나는 한국에서는 범죄자다. 애초에 미국에서도 밀항한 범죄자이긴 하지만 훈장과 함께 명예 시민권을 받으면서 그건 무죄가 됐다.


애초에 명예 시민권 자체도 정치적인 문제가 얽힌거라서......'이 마스터 유저는 미국이 찜했으니까 건들면 뒤진다'같은 느낌이라 순수한 의도만 있는게 아니다.

사실 귀화나 이민 제의만 들어오고 훈장까지는 예상 했는데 명예 시민권까지 준건 시온의 영향 때문이 있을거다. 나 하나 잡으면 마스터 유저에 더해서 알리언 박사 수준의 천재가 자동으로 들어오는 격이니까.

아무튼 내가 미국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정당하게 귀국하면 공항에서 바로 체포다. 아무리 미국의 영향이 있어도 일단 체포한 뒤에 어떻게 구슬려서 국가 소속으로 만들 생각이 만만이다.

"저는 개인과 개인의 신뢰는 믿어도 조직과 사회의 신뢰는 믿지 않습니다. 조직의 이득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 따위는 언제든지 무시할 수 있는게  특성이니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미국의 자유의 나라인 만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만약 제가 미국에 이민오는 대신 포스 유저로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시겠습니까?"


"흐음......"

마스터 유저란 국가 방위에 힘을 쓰기에 그 효용성이 있는 법이다. 아무리  드는 칼이라도 집에서 장식용으로 두기만 하면 의미가 없다.


"이대로 한국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면 분명 겉으로는 초청 같이 멀쩡하게 보이는 태도를 취하겠지만 속으로는 체포나 다름없게 굴겠죠. 뭐, 솔직히 제가 잘못한거지만요"

"그건 제가 뭐라 할 수가 없군요"


"잘못한거 가지고 잘못했다고 그러는건 당연한거죠"


결국 죄를 지은건 나다. 일단 내가 포스 유저인지는 둘째쳐도 사회의 균형을 위해서는 모든 포스 유저는 등록을 해야한다. 세금 문제로는 악법도 법이라니까 내야 하는데 안내는 나는 탈세지 뭐.


하지만 인권이나 평등 문제에서 보면  아니다. 포스 유저는 조금 강할 뿐인 사람이 아닌가? 저번에 이유성 경위가 하는  보면 포스 유저 범죄자 사건이 일어나면 인근 거주하는 포스 유저들은 죄다 용의선상에 올라간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 정도다.


더군다나 국가소속이 아니면 세금 내는 것도 세금 내서 그나마 국민이라고 인정받는 꼴이라고 생각해서 영 그렇다.

직장 동료 중에서 막내가 봤으면 눈쌀 찌푸릴 일이다.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는 직항 비행기나 알아봐 주세요. 올때도 밀항했으니 갈때도 밀항 해야죠"

"한국에는 알리지 않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건 그쪽이 부담 되니까요"

미국이랑 한국, 비교하면 명백하게 미국이 위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아, 물론 한국이 위라는건 절대 아니고 미국 쪽에서 주한미군이나 경제적 재제로 막 이래라 저래라  수는 없게 됐다는 소리다. 바로 이경진 아저씨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 유저는 전 세계에도 여덞명 밖에 없다. 여차할 때는 파견을 보내야 하는데 미국에 파견 보낼만큼 교류가 있는 나라는 몇 없다.

일단 일본은 애매하고, 중국은 빼고, 러시아도 빼고, 영국은.....영국은 잘 모르겠고, 터키는 바쁘고, 오스트레일리아는 땅덩어리가 넓어서 거기 지키는 것도 힘들테고. 솔직히 한국 포함해서 두셋 정도지.


게다가 미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문제다. 이동하는데 시간 잡아먹는거 생각하면 몸 하나론 부족하니까.

그러나 마스터 유저가 있는 나라는 조커 하나쯤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자기도 조커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수 싸움이다.


물론 카드패 자체는 미국이 많으니 작정하면 이길  있지만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스터 유저의 유무는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나한테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국을 무시하면 여차할 때 이경진 아저씨가 파견 요청받는걸 묵살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좀 더 많은 혜택을 받으려고 들던가.

그러면 결국 그것도 내 빚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지는 빚은 갚기도 뭐하고 안값기도 뭐하다.

"세상에 순수한 호의는 드물어요.  중에서 대통령이 보이는 호의는 죄다 순수하지 못한 호의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편의를 봐드리고 싶다는건 진심입니다. 라쿤맨"

"기왕이면 다음에 볼 때 해주세요"

다음에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알게뭐냐 미래의 나!

* * * *

미국에서의 일을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전용기로 태워준다는거 한사코 만류하고 몰래 빠져나와서 한국행 직항 노선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날아가는 항공기의 뒷날개 부분에 앉아서 그대로 한국까지 날아갔다. 어차피 능력 덕분에 역장을 만들어두면 바람 같은건 딱히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올 때만큼 넘어가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거의 하루 가까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예진이의  등교날 만큼은 챙길 수 있을것 같았다.

"다녀오셨습니까. 선물은 사왔습니까?"

"아, 맞다"

"안녕히 가십시오"


"야! 잠깐만! 잠깐만! 문 좀 열어줘!"


시온이 현관문까지 열어주면서 반겨주다가 다시 닫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선물 사오는거 깜빡했네.

솔직히 오래 걸려서 먹을건 못사오고, 기껏해야 미국에서 받은 훈장 정도나 있는데.

"선물 대신 못본 만큼 찐하게 키스 해주십시오"

"아, 그건 해줄 수 있어"

다시 문을 열어준 시온을 끌어안고 깊게 키스했다.  막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포옹해서 내가 너무 힘을 줬나 착각할 정도다.


한창 좋은 분위기 내고 있을 때, 거실로 가는  너머에서 슬쩍 얼굴만 내밀어서 눈치를 살피는 예진이가 있었다.


"다 끝나셨어요?"


"어이쿠. 여고생도 있는데 너무 찐하게 한거 아닌가 몰라"

"저도 알건 다 알거든요. 단지 부부끼리 좋은 시간 보내는데 방해하는건 아닌가 싶어서요"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예진이는 한결 나아진 상태였다. 안색은 조금 나빠보일지 몰라도 건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저번에 예지를 본 뒤로 다른 예지를 본적 없지?"

"네, 괜찮아요. 그나저나 아저씨.  때문에 일부러 미국까지 가시고......정말 감사해요"


나는 슬쩍 시온을 보았다. 솔직히 내가 미국 간 이유는 크게 세가지, 첫째는 예진이가 본 미래를 막으려고, 둘째는 이경진 아저씨의 딸인  윤양을 지켜주려고, 마지막으로 뉴욕이 날아가는걸 막아서 시온의 재산 손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세번째다. 귀찮은 일은 냅두는 편이 나도 좋고 편하지만 시온이 손해보거나 관련된 일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아이들의 동심은 지켜줘야지......일단 입을 다물도록 하자.


"뭘, 별거 아니였는데 뭐. 아 맞다, 이거 미국에서 명예 시민권이랑 함께 훈장 준거 있거든? 어디 집 구석에 장식해둬"

"누가 와서 보면 큰일나는거 아니예요?!"


"아, 그러긴 하겠네. 그럼 대충 어디 서랍장에 처박아 둬. 운석에서 채취한 희귀 광석으로 만들었다는데 나중에 필요할 때 팔면 돈이라도 되겠지"

시온이 훈장이 든 케이스를 받아서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묵직한 훈장을 들고 살피다 깨물어 보았다.


"금도 아닌데 왜 그래?"

"이거 마계산 아다만티움입니다"


"아, 맞다. 어디서 봤다 했더니 아다만티움이였구나"


환생을 하다보면 여러 세상에서 태어나서 이런저런 잡지식이 늘어난다. 그 중에서 금속 관련된 것으로는 생각외로 많다.


그 중에서 아다만티움은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금속 중 하나다. 이 아다만티움의 특징은 생각보다 별거 없다.

존나 튼튼하고 존나 무겁다.

아마 내가 기억하기로는 티타늄 합금보다 더 강도가 높고 질량도 강철보다 훨씬 무겁다. 일반적인 상식을 무시한 금속이지만 애초에 그 상식이 지구거면 외계에서는 바꿔야 하는 상식이다.

나폴레옹도 지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다며. 아,그러면 사전이 불량이네, 교환해야지.

"그런데 진짜 아다만티움이면 순수 과학 기술로는 제련하기 빡셀텐데? 어떻게 훈장으로 만들었지?"

"순수 아다만티움은 아닙니다. 하긴, 운석이 떨어질 때의 대기권 마찰열 정도로 아다만티움이 녹을리 없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불순물이 섞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련은 몰라도 세공은 나름 가능했을거라고 봅니다"


"아, 그래?"

시온이 훈장을 가지고 손에서 굴리다가 슬쩍 아무것도 없는 벽을 보면서 훈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야, 던지지 마라 그거.


"별 모양이라서 투척하기  좋은 형태입니다"


"하지마, 대통령 아저씨한테 그거 안한다고 약속했다고"

"쳇"

이게 아다만티움이란걸 기억하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보다 싼걸 받았잖아!

좋은 일 하고  받으면 폼이 안살아서 돈은 안받고 그냥 훈장만 받았는데, 금으로 만든것도 아니고 아다만티움이면 꽤 싸다.

아다만티움은 원산지에 가면 거기 위성인 달 하나가 통짜로 아다만티움으로 되어 있어서 사실상 값은 철이란 비슷한 수준이다. 지구에서 보면 지구에는 없는 광석이라 비싼거지. 우리들한테는 흔하진 않아도 구하고자 하면 구할 수 있는 금속이다.

"녹여서 다른거 만들어봅니까? 합금으로 만들면 마스크 하나 정도 쓸건 나올겁니다"


"아다만티움 합금 마스크? 무거워서 어디다 써? 됐어, 그냥 장식용으로 냅둬"

나는 다시 훈장을 케이스에 넣고 집안 서랍 한구석에 처박았다. 나중에 쓸일 있으면 꺼내겠지 뭐.

시간을 보니까 슬슬 예진이가 등교할 때가 다 됐다. 어차피 피로는 쌓인 것도 없으니 학교 앞까지 바래다 주고 출근하기로 했다.

"아저씨, 피곤하시면 그냥 쉬셔도 되는데. 어차피 학교가 그리 먼 것도 아닌데 그러실 필요 있어요?"

"여자애들이 막 학교에서 파벌 만들어서 노는거 나도 잘 알아.  전학온 애가 거기에 녹아들기에는 힘들지. 애초에 너도 시설에서 자랐으니까 시설 출신 애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알지?"


".......그럼요"

나도 시설 출신이다. 그래서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좀 꺼려하는 애들도 종종 있었다.


그나마 그런 애들은 낫다. 애미애비 없는 놈이라도 패드립 치는 새끼들도 드물게 있었는데......그건 저번에 이야기 했었지. 교통사고로 반신불수나 식물인간된 일진 놈들.

어차피 음주에 보호구도 착용 안하고 미성년이 오토바이 타고 다닌거라서 사고날만한 상황이라 내가 의심받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있으니까 양친 없는 애라고 듣진 않아도 내가 친부모는 아니라서 구설수에 오르긴 할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미리 차단해야지. 자고로  많아 보여서 나쁜건 없다. 귀찮은 벌레들이 꼬이긴 하지만 차라리 그 벌레 중에서 옥석을 골라내는 편이 낫지"

"아저씨 보면 보기보다 연륜이 있어 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뭐, 그렇지"

예진이에게는 아직 내가 환생자란 말은 하지 않았다. 백리야 좀 알고 지낸 사이라서 말해준거지만 예진이는 아직 그렇게 오래 교류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나와서 미리 차를 끌고  앞에서 대기하고, 예진이는 책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생각해보면 예진이는 이 차 처음 타는거다.


"와, 진짜 람보르기니다. 2인승이라서 여럿이 타기에는 좀 그렇지만 엄청 좋네요?"

"너 생각하는 마인드가 나랑 비슷하다? 확실히 차는 여러명이 타는게 효율적이긴 하지"


"변신도 할 수 있어요?"


"람보르기니라도 그렇지 차에  바라는거야? 트랜스포머?"


물론 시온이 손봐준다면 가능할법도 하지만 그러면 동네 카센터에서라도 수리 못할걸.


예진이의 학교는 여기서 멀지 않다. 일부러 가까운 학교를 찾아서 골랐으니까 버스 타고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가용이 있으면 10분 컷이 가능하다.


그래도 집에서 나와서 정류장까지 걷고 그러는 시간이 있으니 내가 없으면 한 30분 전에는 출발해야 할거다. 예진이를 매일 등교시켜주려면 좀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다.

학교 근처에 오자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수두룩 했다. 예진이가 입은 교복과 같은걸 입은 학생들은 학교가 남녀 공학이라서 그런지 성비가 반반씩 섞여 있었다.

학교 안까지 들어가서 내려줄까 하다가 예진이가 말려서 그냥 그 앞에 세워주기로 했다.

"자, 다 왔다. 금방이네 뭐"


"아, 태워다 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


"뭘,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냐. 앞으로 자주 데려다 줄께"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얼마나 슬픈지 나도  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부족하지만 사랑을  수밖에.


내가 부모 대신이 될 수는 없어도 역할은 해줄 수 있다.

"시선이 좀......이거 걱정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시선이 많네요"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람보르기니 타고 등교하는 여고생이 어디있냐? 누가 물어보면 그냥 집에 돈이 많다고 그래라"

"대놓고 그렇게 말해도 되요?!"

"하교  때쯤 와서 내 카드 줄테니까 그거 가지고 애들이랑 쇼핑이나 해. 자고로 애들 환심 사는건 돈이 최고야"

"그렇게 사귄 친구가 제대로 된 친구일까요?"

"그 중에서 골라내는게  일이지. 여차하면 집으로 애들 데리고 와. 관상 정도는 봐줄테니까"


내가 관상 보는 능력은 절대는 아니지만 거의라고 말할  있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간간히 안맞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이 특이한거고.

"직접 들어가서 선생님한테 말하는건 좀 그렇겠지? 거기까지는 나도  아니다 싶다. 나중으로 미룰께"

"뭐 반에다가 햄버거라도 돌리시게요?"


"한창 먹을때인 애들한테 햄버거로 되겠니? 치킨이라도 쏴야지. 근데 우리 가게는 규모가 작아서 그만큼 튀기진 못하니까 우리 가게거를 기대했으면 미안하다"

"아 좀! 이제  가요! 쪽팔려요!"


몰려든 애들이 한창 사진 찍고 난리도 아니였다.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고 예진이는 마지못해서 인사를 하며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좋은 학창 생활 보내기를.


나는 그렇게 바라면서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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