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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화 〉[라쿤맨 비기닝] (73/507)



〈 73화 〉[라쿤맨 비기닝]

비앙카 로웰은 포스 유저이면서 동시에 이 윤의 보디가드다. 그렇기에 타국 생활을 하는 그녀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이  업무다.


미국이란 나라는 겉으로 좋아보일지 몰라도 안에는 다른 나라와 똑같이 썩은 부분이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달리 밤에 돌아다니지 못한다.


더군다나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그 유명한 할렘가가 나온다. 비록 현대에 들어서 그나마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자 혼자 돌아다닐 거리는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앙카 로웰은 착실히 그녀의 경호원으로서 일을 했지만.....


"로웰 요원. 보고서 내용이 사실인가?"


"......네"

사실 그녀의 본래 직업은 보디가드가 아니라 중앙 정보국(CIA) 소속의 요원이였다.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그랬다.


미국이란 나라에 유학 온 타국의 마스터 유저의 친족을 민간 경호 단체에 맡길리 없지 않은가?

그쪽 서류는 조작해뒀지만 오히려 실력이나 경력을 보면 훨씬 나으니 설령 안다 하더라도 불만을 없을 것이다.

"임무 도중 중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오른팔을 비롯한 늑골 3대 골절. 거기에 내출혈과 뇌진탕 징후 있음......이건 마스터 유저도 중상이지. 당연하네"

"......."


"그런 자네가 병상이 아니라 내 앞에 멀쩡하게 서서 말하고 있지 않았다면 믿었을지도 모르지"


제이슨 브라이트. 라쿤맨에게 전권대사로서 만난 적 있던 같은 CIA 소속의 요원이 비앙카를 보며 말했다.

"골절 및 외상을 거의 완벽하게 치료하는 약품이라. 혹시 샘플은 있나?"

"이미 제출했습니다"

"잘 했군"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믿지 못할 허풀을 앞에  사람의 것이 아니라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사람의 답답한 한숨이였다.


"하지만 솔직히 터무니 없는게 당연한 일이지. 나도  10분 전까지만 해도 믿기지 않았을테니까"


".......예?"


"이미 방송에도 나오더군. 아이언 라쿤인지 플라잉 라쿤인지 말이야"

비앙카 로웰은 정신이 들자마자 보고서와 포션의 샘플을 제출하러 왔기에 모르겠지만 제이슨은 이미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을 충분히 봤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움직임으로, 추정 속도 마하 2에서 3 정도의 속도를 내며 적성종에게도 유효한 타격을 주는 병기를 탑재한 전신 외골격의 슈퍼 히어로를 말이다.

"정말 터무니 없는 일이야. 내가 이쪽 전공은 아니지만 겨우 사람 만한 기계에 동력원을 쑤셔넣고 추진제 없이도 가볍게 음속으로 비행하면서 적성종을 죽일  있는 무기를 탑재한 강화 외골격이라니. 아이언맨은 영화니까 가능할지 몰라도 상식을 벗어난 오버테크놀러지지"


".....그렇습니까?"

비앙카가 한 말의 의미는 제이슨이 혼잣말 같이  말이 사실인지를 묻는게 아니라 라쿤맨 2호의 기술력이 그만한 수준인가에 놀란 것에 가깝다.


미국의 강화복도 실전에 써먹어도 나름 괜찮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라쿤맨 2호가 보여준 모습에 비하면  기기 시작한 갓난아기와 같았다.


그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외상에 지극히 효과적인 약을 만들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저 힘만 가지고 있는 괴짜라면 경계할만도 하지만 차원이 다른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면 경계보단 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저, 그리고......"

"뭔가?"


"라쿤맨으로 짐작가는 남자의 인상착의를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제이슨은 사무실이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라쿤맨이 나타난지 꽤 됐는데도 누군지 모르겠는가? 그건 얼굴을 가리고 다녀서다. 기이할 정도로 CCTV에도 찍히지 않는건 마치 일부러 지우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라쿤맨의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하면 그 정보의 가치는 급격히 상승한다.

"몽타주를 그릴 수 있겠나?"


"네,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거나 할 때 오로지 기억에 의존해서 정보를 얻어 와야  일이 있을 때는 직접 손으로 그려서 나타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CIA 요원들은 기본적인 미술 실력을 갖추게 된다. 전문가 수준은 아닐지 몰라도 인상착의를 알아보는 수준은 가능하다.

비앙카는 종이와 펜을 받고 그 자리에서 라쿤맨의 몽타주를 그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그건 최악의 얼굴이 워낙 인상적이고 특징적이기 때문이다.


"다 그렸습니다"

"음.....생각보다 험악한 인상이군. 평범한 동양인 외견인데 눈 때문에 인상이 확 바뀌는군. 수고했네"


이 몽타주를 토대로 수소문하면 라쿤맨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알게되는건 시간 문제다.

하지만 그걸로 될까?


"......잠깐만"

제이슨은 몽타주를 들고 있던 손을 멈추었다. 과연 이대로 그를 추적해도 되는건가?


사건에 과하게 개입하거나 개인 판단으로 일을 망치는 CIA는 픽션으로 충분하다. 더군다나 마스터 유저는 물론 차원이 다른 기술력도 관련되어 있는만큼 더 조심히 움직여야 한다.


"이건 내가 보관하도록 하지. 나중에 쓸데가 있을테니 그냥 두겠네"


"네? 하지만 그를 찾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찾아서 뭘 할테지?"

"그건......"

찾으면 분명 어디선가 정보가 샐건 확실하다. 그리고 타국도 라쿤맨을 노리겠지. 그리고 마찰이 생기고......그 영향이 라쿤맨에게 들어가지 않는다는건 보장 못한다.

"기껏해야 영입 시도나 이민 제의가 전부겠지. 하지만 거절한다면? 결국에는 그걸로 끝이야, 우리들에게는 할 수 있는게 없어. 괜히 건드렸다가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알고는 있되 건들지는 말자.


제이슨이 말한건 바로 그 뜻이였다.


"내가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그의 아내는 미국 시민권자였다더군"


"예?! 그게 사실입니까?"

"그래,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미국까지 밀항해서 온거겠지. 그게 아니면 조국인 한국까지 두고 올 생각을 어떻게 하겠나?"

사실 시온은 미국 국적자 이전에 외계인이지만 일단 서류상으로는 그렇게 되어있었다.

비록 그게 조작한 것이여도 오히려 그들은 환영할거다. 아무런 연관 없는 것보다 가짜라도 시민권자였다는 사실이 나으니까.


"지금 그는 그냥 둬도 미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 썬더볼트와도 사이는 좋아, 지금은 괜히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두는게 수순일테니 이 몽타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게"

"파기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보관할걸세. 나중에 그를 찾아야 할때는 써야 할테니까"

제이슨은 자신의 책상 가장 아래쪽, 그것도 비밀 서랍장 안에 몽타주를 숨겼다.

언젠가 그걸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조심스럽게 서랍을 닫았다.



* *  *  *


미국 음식하면 예로부터 살찌는걸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근데 그거  진짜야.

어지간한거 다 튀기고 치즈 넣으면 맛있다고 하는데다가 비교적 값도 싸고 사이즈도 크다. 한국에서는 주먹만했던 햄버거가 본고장인 여기서는 과장 좀 보태서 손바닥만해.

아무튼 나는 일이 끝난 후 휴식 삼아서 저쪽에서 마련해준 호텔로 와서 하룻밤 편히 잤다. 어차피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도 한국도 마찬가지로 개판이 되어서 장사 못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있어도 된다.

조금 힘 썼다고 평소보다 깊게 잠들었다. 하기사, 이번 생에 이만큼 힘 쓴 일은 이경진 아저씨의 회색공명검을 받아칠 때 정도였으니까.

"라쿤맨, 들어가도 되나?"

"아, 잠깐만. 나 가면 안쓰고 있어"

"뭐라고!!!"

콰앙! 하고 호텔 문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제이콥이 들어왔다. 아니, 포스 유저의 근력은 그딴데 쓰지 말라고.

나는 재빠르게 가면을 써서 얼굴을 숨길 수 있었다. 이미 이 윤양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신세진 사람한테 피해갈 말 같은걸 떠벌릴 상은 아니다.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있는 내가 장담한다.

"야, 내가 몰라서 그러는데 미국식 문화는 노크 한 뒤에 문 박차고 들어오는게 정상이냐?"


"친구끼리는 그러지"

"아, 새끼. 너 나중에 보자. 화장실 들어갔을  그래주마"


"오, 그거 무섭네"

"큰거 봤는데 휴지 들고 튈거야"

".......그건 진짜 무섭군"


볼일 다 봤는데 휴지가 쓰레기통에도 없는 상황은 손꼽힐 정도로 무섭다. 지갑에 만원짜리 밖에 없다면 더더욱. 여름이라 양말도 안신고 쓰레빠 신고 나왔다면 더더욱.


"언제쯤 돌아갈 생각인가? 내일? 모레?"


"내일 정도. 내일은 할 일이 있어서"


그것도 아침 되기 전까진 돌아가야 한다. 사실상 오늘 저녁에는 출발해야겠지.


무슨  있냐고? 예진이 학교 간다. 그냥 가는 것보다 첫날 정도는 보호자가 같이 가 주는게 좋으니까. 게다가 예진이는 여태껏 부모님 없이 자랐으니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야 환생  때마다 부모가 있던 적이 드물고, 있어도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익숙하다지만 보통 여고생에게는 다르다.


그리고 람보르기니 같은거 타고 등교시켜줘야 초반에 기선제압을 하지. 여자애들 파벌 만들고 서로 까는거 무섭더라.

그런거에 당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섣불리 대할 수 없게 만드는게 낫다. 내가 겪어봐서 그래. 여자로 환생하면 무엇보다 여자끼리의 파벌이 중요하더라.

"일단 밥부터 먹지. 자네한테 준다던 훈장도 오늘중으로 나온다 그러니.....뭐, 저녁 쯤에는 돌아갈  있지 않을까? 기왕 온거 미국 관광이나 하다 가라고. 생각보다 볼게 많으니까"

"그래봤자 자유의 여신상이나 센트럴 파크 밖에 볼게 더 있냐?"


"오! 미국 와본적 없는 사람들의 말이군. 그것 말고도 볼게 엄청 많은데 말이야"


"됐다. 일단 밥이나 먹자. 구경은 못해도 밥은 깐깐하게 따지니까"

"포스 유저는 다들  위장 하는 법이지. 먹는 만큼 힘을 써야하니까. 일단 가볍게 햄버거라도 하나 먹을텐가? 이 근처에 내가 아는 수제 햄버거 집이 있어"


"히비키도 그러고 마스터 유저는 죄다 아는 맛집 하나쯤은 있는게 당연한거냐? 다음에 이경진 아저씨한테도 물어봐야겠네"


나와 제이콥은 호텔에서 나와서 거리를 걸었다. 주변에서 시선이 몰리고 환호성이 들린다.


"썬더볼트! 라쿤맨! 와!"

"뉴욕을 구해줘서 고마워요!"

"싸인해주세요!"

이런저런 사람들이 몰리면서 걷는데도 지장이 생겼다. 한가지 목적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몰리면 통제하기 어렵다. 군대도 아닌데 이런 인파 속에서 헤치고 나아가려면 차라리 전부 밀어버리거나 옆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도망치는 편이 빠르다.


하지만 제이콥은 이런 일에 익숙한건지 싸인 몇개를 해주고 손을 흔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들의 관심과 열정은 감사하지만 잠깐 길  비켜 주시겠습니까? 다른건 아니고 내 친구 라쿤맨한테 미국 본고장의 햄버거 맛을 좀 보여주고 싶거든요! 영웅도 아침은 먹어야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조금씩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썬더볼트! 썬더볼트!!!"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와 함께 길이 만들어졌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만들어준 길을 따라 걸으며 인근 햄버거 집에 도착했다.

"사람들 다루는 솜씨가 괜찮은데? 이런  자주 있나봐?"

"집에서 마트 가는 길에도 한두번씩 이러지. 이 나라에서 히어로가 된다는건 그런 의미니까 말이야"


포스 유저의 등장으로 그들은 히어로와 같은 선상에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적성종이라는 인류의 적과 싸우는 전사, 솔직히 왕도스러운 설정이지만 그만큼 대중들에게  먹힌다.

 중에서도 미국의 유일한 마스터 유저인 제이콥은 종교, 사상을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 앞에서는 만민은 평등하고 그걸 지탱해주는 사람에게 보내는 신뢰는 당연하니까.

영웅이란건 그런거다.

"여기야, 내가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실력이 좋지. 한번도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지"


"나 요식업 하니까 이런 분야에서는 까다롭거든? 내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기도나 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무신론자라서 기도할 신이 없는걸?"

"아, 그건 마음에 드네"

가게로 들어서자 괜찮은 인상의 중년 백인 남성이 반겨주었다. 양팔을 활짝 벌리고 제이콥을 끌어 안고 등을 두드려준다.

"Bro! 간만이군. 잘 지냈나?"


"물론이지. 안그랬으면  아침부터 햄버거 먹으러 왔겠어?"

"뒤에는......아!  라쿤맨이군! 이거 아침부터 장사 시작해야겠는데. 햄버거 먹으러 온거지? 그러면 당연히 내줘야지!"


한쪽의 중년 남성이고 다른 한쪽은 기껏해야 3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 정도의 남자로 보이기에 친구 관계로 있기에는 조금 이상해 보이지만 포스 유저는 노화가 늦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관계다.

외견은 몰라도 나이만 따지면 둘이 비슷한 나이겠지. 대공황 시절에 성인 되고 막 입대했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40대 정도일거다.


"자리에 앉아 있어봐. 금방 준비할테니까"


"콜라 먼저 줘.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 마셔"

"서비스가 엉망이구만"

낄낄거리면서 제이콥은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고 주방에서 컵을 가져왔다.


가게는 그리 큰 편이 아니였다. 우리 치킨집이랑 비교했을 때 조금 더 큰 수준일까. 다만 그건 햄버거라는 특성상 테이블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1인 1치킨 하는 사람도 찾아보면 상당수 있겠지만 솔직히 치킨은 혼자 먹기보단 여럿이서 먹는다. 그에 비해 햄버거는 1인 1 햄버거가 당연하고 패스트 푸드점에 가면 혼자서 햄버거 하나 물고 있는 사람이 다수다.

어느쪽이 테이블이 더 많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당연히 햄버거 집이다. 게다가 우리 가게는 테이블 회전보단 포장이 주 메뉴고.

기름이 달궈지고, 감자튀김을 먼저 튀긴다. 그리고 달궈진 불판 위에 1인분으로 나눠놓은 패티를 올린다.


냉동 패티가 아니라 수제 햄버거에 맞는 손수 만든 패티다. 둥그런 패티를 불판 위에 올리면서 납작하게 만들고 굽기 시작한다.

맛있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올 때 쯤, 그 위에 노랗고 네모난 치즈를 얹고 옆에서 굽던 패티 하나를 다시금  위에 얹는다.


아니, 2인분인줄 알았는데 1인분이네? 패티가 얇은것도 아닌데?

두툼한 패티가 두장씩이나 들어간 햄버거는 패티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내용물도 꽉  있었다. 토마토를 비롯해서 양상추, 피클, 양파에 베이컨까지. 두께만 하더라도 한손으로 잡기 부담스러울 정도다.


"자, 여기 햄버거 나왔다. 하나 가지고는 부족할테니까 마저 더 굽도록 하지"


"오! 고마워!"


콜라에 감자튀김에 햄버거. 황금 조합이다. 이 조합을 이길 수 있는건 치킨에 맥주나 삼겹살에 소주 정도인데......그건 더블 조합이지 트리플 조합은 아니지 않냐?

빵도 그냥 빵이 아니라 호밀빵이다. 두툼한 햄버거를 양손으로 잡으니 안에 있던 치즈가 패티의 온도에 녹아서 조금 흘러내려 묻어나왔다.

그걸 신경쓰지 말고 한입 베어 물었다. 먼저 느껴지는건 빵, 그리고 고기와 양상추다. 패티의 맛은 순수 고기 본연의 맛에 간을  느낌이 뒤에 따라온다. 패티만 먹어도 상당히 맛있을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씹으면서 느껴지는 피클의 신맛과 안에 뿌린 소스의 맛이 느껴졌다. 특히나 소스. 이건 캐첩을 베이스로 해서 뭔가 여러가지를  섞어 만든 소스인데.....이거 참 괜찮단 말이야. 달짝찌근하면서도 신맛이 절묘하다. 나중에 집 가면 한번 만들어볼까.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햄버거 같은건 마구 만들면 되지 않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는데 햄버거마다 어울리는 소스와 조합이 따로 있는 법이다. 새우 버거에 일반적인 소스가 아니라 타르타르 소스 베이스의 소스가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맛있다. 한입 먹고 콜라 한모금 마시니 기름기가 내려가는 느낌이 좋다.

감자튀김도 따로 시즈닝을 한 케이준 스타일의 감자튀김이다.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가까운 엄마의 손길 체인점을 찾아봐라.

전체적으로 짠 느낌이지만 순수하게 맛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다. 원래 장사하는 지역마다 입맛을 파악해야 잘 팔리는 법인데 기본이 이 정도면 미국인 입맛이 좀 더 짠맛에 길들여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금새 하나 더 해치우고  뒤에 이어서 햄버거 하나가 더 나왔다. 아, 좋은데. 콜라랑 먹으니까 쑥쑥 넘어간다.


"둘 다 잘 먹어서 좋구만. 잠깐만 기다려봐. 감자튀김을 좀  튀길테니까"

햄버거가 작은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사람 앞에 대여섯개씩은 해치우고 나서야 겨우 식사가 끝났다. 나도 원래 많이 먹는 편이라  정도는 가뿐하다.

"맛있지? 그래서 내가 이 가게 단골이라고"

"덕분에 난 장사가 잘 되서 저놈이 오면 공짜로 먹여주고 있지. 올 때마다 못해도 서너개는 먹고가는게 거슬리긴 하지만"


"아! 진짜! 돈 낸다니까!"


"돈을 내면 정당한 손님이니까 욕을  수 없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서로 낄낄거리면서 웃어 넘겼다. 그냥 친구는 서로 안부를 묻지만 진짜 친구는 서로 욕을 하는 법이다.

좀 기름지고 짜게 먹은듯 하지만 아침 식사를 끝내고 콜라로 입가심 할 무렵. 제이콥의 전화로 누군가 연락을 해왔다.


"Hello?"


전화를 받은 그는 뭔가 대화를 나누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누군데?"

"받아보면 알거야"

나는 그의 전화기를 받았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들어본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혹시 라쿤맨입니까?]

"맞는데, 뉘신지?"


생각보다 젊은 느낌의 목소리였다. 기껏해야 30대 초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묻어나오는 전형적인 연구자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고 있었다.

그는 인사를 하며 자기소개를 건냈다. 더불어서 초청도 함께.

[존 알리언이라고 합니다. 잠깐 볼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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