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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화 〉[라쿤맨 비기닝] (65/507)



〈 65화 〉[라쿤맨 비기닝]

콰카카카카카!!!


아스팔트 바닥을 으깨버리고서 압도적인 질량으로 부딪혀 오는 괴물은 용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머리는 마치 드릴처럼 뭔가를 뚫기에 적합했고 몸뚱이는 유선형을 띄고 있었지만 나선같은 돌기와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일본에서는 뇌랑룡이더니 미국에서는 사왕룡이야?  새끼들이 몬스터헌터 감명깊게 했, 나!!!!"

질량 X 속도 = 파괴력이란 공식과 함께 정신나갔다고 생각될만한 몸통박치기가 나에게 날아들었다.


땅을 지지하고 역장을 한결  강화한 상태로 부딪혀 받아냈지만 땅이 박살나면서 지지할 곳을 잃은 내 몸뚱이는 뒤에 있던 전하 5,6대 가량을 뒤집어 엎으며 시작부터 상당한 피해를 일으켰다.

"대형! 초대형 적성종이다!"

"Holy shit!!!"


놈의 몸뚱이는 대략 절반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길이가  60미터에 달했다. 나머지 부분까지 나온다면 100미터는 훌쩍 넘기는게 당연해 보인다.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의 초대형, 맹렬하게 인근 가이아 포스가 몰려들면서 포스 유저가 유효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포스 융합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완전히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10분, 길게는 15분에서 20분은 있어야 한다.


놈 하나 뿐이면 걱정을 덜겠다. 아직 열려 있는 차원의 틈새에서 크고작은 적성종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소형, 중형, 그나마 대형에 속하는건 이 용형 적성종 말고는 없어 보이지만 기괴하게 생긴 괴물들의 모습은 숫자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절망스럽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아직 승산은 있었다. 만약 내가 이놈을 막지 않았다면 초반부터 튀어나온  녀석이 주변의 병력들을 죄다 쓸어버렸을테지만 그나마 내가 막아서 전차 몇대 정도의 피해로 끝났다. 미국의 포스 유저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소,중형 적성종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

"입냄새 난다 새끼야! 하다못해 자일리톨이라도 씹고와라!!!"

쿠웅! 쿠우웅!!!

한바탕 지랄 발버둥을 치면서 나를 짓뭉게기 위해 머리를 휘젓지만 내는 집요하게 놈의 아가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쩍 벌린 놈의 입은 나 한명쯤은 통째로 삼키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 아니, 먹어도 간에 기별이나 가겠냐?


이빨 하나만 하더라도 내 몸뚱이 만하다. 바로 옆에 뒤집어진 전차랑 비교하면 이놈 머리통이 그 두배 내지 세배쯤 크다.

"다, 당신은?"

조금은 대치 상황이 되자 여유가 생긴 장교 하나가 나를 보며 물어왔다. 아니, 이놈 붙잡고 버티고는 있는데 한가롭게 물어볼 타이밍이냐?!

"이 초대형 적성종은 이 라쿤맨이 처리할테니 안심하라구!"


"라쿤맨?"

나는 주먹을 들어 한대 후려쳤다. 놈의 턱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묵직한 주먹은  능력을 담아서 확실히 충격이 닿을 것이다. 한순간 놈의 몸뚱이가 U자로 접힐만큼 크디큰 충격은 거대한 괴물을 물러나게 만들고 뒤에 있던 다른 적성종의 몸뚱이를 뭉게기에는 충분했다.

"라쿤맨!!! 어떻게 여기에!"

"병장! 아는 사람인가?"

"한국의 가면  슈퍼히어로! 마스터 유저입니다!"

"마스터 유저!!"

그렇게 띄워주니 춤이라도 춰야겠군. 그 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주먹 몇번 날려서 위협적인 중형 적성종 몇마리에게 타격을 주었다. 저 초대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귀찮으니 그 이하의 놈들은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게 약간 돕기만 하자.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겁니까? 방문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밀입국!"

"아니, 그렇게 당당하게!!!"


숨길게 뭐 있냐! 어차피 돌아갈 때도 똑같을텐데!

다시금 정신을 차린 초대형 적성종은 나를 노려보면서 붉은 눈을 빛냈다. 방금  주먹으로 턱 하나쯤은 부러트릴 생각이였는데 멀쩡한걸로 봐서는 생각보다 단단한듯 싶다.

더군다나 묘하게 주먹에 닿는 느낌이 달랐다. 여태까지 적성종은 몇 잡지 않았지만 이놈은 수준이 달랐다. 적성종이 사용하는 힘......그러니까 라프 에너지였던가? 그게  더 찐득하게 와닿는 느낌이다.

".....지금은 그런거 가릴때가 아니란걸 압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아까 말했지? 초대형 적성종은 이 라쿤맨이 처리할테니 안심하라구!"


"알겠습니다! 든든하군요!"


방탄까지 쓰고 중무장 상태라서 얼굴은 잘 안보이지만 계급장에 꽃 같은거 두개 달려있는거 보면 중령쯤 되나보다. 대충 이 현장 지휘권 정도는 충분히 있어 보였다.

쿵! 쿵! 쿠우우웅!!!

나는 다시금 달려드는 초대형 적성종의 머리를 받아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힘이 들어간 묵직한 돌격. 드릴처럼 날카롭고 튀어나온 머리 덕분에 관통력이 장난 아니다. 만약 사람이라서 크기가 작으니 피해도 그 여파만으로 갈기갈기 찢어낼법한 힘이 담겨 있었다.


자연계에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덩치는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내 몸뚱이를 계속해서 뒤로 밀어냈다. 거리가 붕괴되면서  진동에 의해 건물 유리창이 깨져 사방으로 파편이 날아든다.

"조용히 하세요!!!"


콰아앙!!

이대로 막기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막는걸 포기하고 놈의 머리 위로 뛰어 올라서 강하게 한방 내려 찍었다. 무식하게 돌진하던 몸뚱이가 한순간에 멈춘다.

이 기회를 놓칠  없지!!!

"지구에 온걸 환영한다(Welcome the earth)!!!"

윌스미스 형이 외계인 때려잡을  대사를 외쳐주면서 존나게 후려쳤다.

맨인블랙이냐고? 인디펜던스 데이다!!

한대 칠 때마다 놈의 대가리를 땅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치고 치고 또 치자 거의 대가리가 3,4미터 가량 땅속에 처박혔다. 숫제 모래사장에 얼굴 내밀고 모래찜질하고 있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타격은 들어가지 않았다. 능력을 사용했어도 대부분 물리 데미지로 들어가서 그런가?


흠.....그런 것도 있지만 라프 에너지가 충격을 상쇄 시켜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애초에 물리 공격을 상쇄하는게 적성종의 특징이지만 이번에는 더 뭐랄까......개념적인 느낌으로? 아니, 자세히 설명하면 길어지는데.

쿠구구구구!!!

놈의 뒷발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속에 머리를 파묻은 상태로 그대로 비집고 들어가 마치 두더쥐처럼 땅을 파해치며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새끼 봐라? 어딜 도망가?

나는 놈이 파고 들어간 구멍으로 따라 들어갔다. 뾰족한 머리와 몸에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돌기와 비늘이 마치 드릴 같은 효과를 내서 이런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데도 빠른 속도를 냈다.

"어?  이 새끼야! 거긴 안돼!  새끼 어딜 계속가! 야! 야!"


놈은 지하로 파고들어서 그대로 직진했다. 하지만 이 앞에는  윤양이 있는 컬럼비아 대학이 있다.


만약 건물만 부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놈이 가는 길은 지하고, 지하라면 벙커가 있다.

오히려 지상을 파괴하는 것보다  큰 피해가 나올거다.

"딴 사람 뒈지던 말던 상관할건 아닌데 거기서 개판치면 걔도 죽는다고 이 새끼야!"

이경진 아저씨한테 맡겨달라고 해놓고 정작 지키지 못하면 내 꼴이 뭐가 되냐.  이전에 딸 잃은 아버지 마음음 하늘이 찢어져도 대신하지 못한다.

나는 빠르게 놈을 추적했지만 놈이 만들어낸 통로는 불안전한데다 놈이 움직일 때의 진동이 터널을 무너트렸다. 능력으로 갈아 엎고 간다 하더라도 놈보다 느리다.

내가 놈을 잡는 것보다 한발 빠르게, 놈은 지하 벙커에 닿았다.

  *  *  *


20년 전 대공황 이후로 사람들은 적성종에 의한 대비를 해두었다. 생존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따로 가족용 방공호를 마련하거나 하는등 유사시에 대비한 설비들이 많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시설이라면 지하에 벙커를 만들어 긴급 상황시 대피할  있도록 만들었다.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20년이란 시간은 그걸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었다.

학교 학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받아들인 지하 방공호는 겁에 질려 아무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침묵으로 공포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바깥에서 들리는 포격음, 그리고 괴수들의 비명소리.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소리는 그들의 피부에 와닿는 진동과 함께 점차 공포를 자아낸다.

더군다나 이번 차원진은 몇년만에 앨리사 니어가 예견한 차원진이다. 미국의 예지 특성 보유자로서 큰 일만 경고했던 그녀가 잊고 있을만큼 조용하다 예견한 것이다.

예전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압박감은 공포가 되어 그들을 조금씩 잠식해 왔다.

그들이 할 수 있는건 한시라도 빨리 전투가 끝나길 기도하는  뿐이다.


"윤, 괜찮나요? 물 마실래요?"

"아,  괜찮아. 비앙카"

이 윤과 그녀의 보디가드인 비앙카 로웰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벙커에서 전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포스 유저지만 업무는 어디까지나 이 윤의 경호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그녀의 옆에 있어야 한다.

딱히 적성종만이 아니라 혹여나 패닉을 일으킨 시민 사이에서 지켜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이 윤을 시야에 두고 있는 편이 좋다.


"아까  사람은 잘 피했으려나....."


"그 사람이라면. 이경진씨가 보내셨다던?"

"응, 그 사람"

비앙카는  윤이 미국에 유학을 왔을 때부터 그녀의 보디가드를 해서 지금은 친구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전  모르겠네요. 인상은 좋지 않아 보여서 여차할 때는 손을 쓰려고 했는데.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가지 않았나요?"


"내가 일부러 거절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한국도 마찬가지로 예보 지역이잖아? 그러면 차라리 믿을만한 곳에 있는 편이 나아"

어차피 한국도 뉴욕과 마찬가지로 서울에 차원진 예보가 되어 있다. 일부러 시간 들여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미국에 남아 있는 편이 낫다. 최소한 군사력만큼은 한국보다 훨씬 위니까.

하지만 그 넓은 뉴욕에서 맨해튼까지 차원진이 열릴줄 알았다면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라도 피난을 갔을 것이다. 차원진이 열리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건 처음 있는 일이다.

"괜찮을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전부 해결될테고, 아까 그 사람도 저희 주변에 없다 뿐이지 방공호 안으로 피신 했을겁니다"

"그럴까?"


우르릉!

진동이 울렸다. 방공호를 통째로 울리는 진동은 작게 속삭이던 잡담마저 조용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투의 포격으로 생긴 진동이라고 생각했지만 한명, 포스 유저인 비앙카 만큼은 진동이 예사롭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진동의 근원지는 멀어지기는 커녕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하인데도 불구하고.


진동에 이에서 괴물의 울음소리가 코 앞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사람들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늦었다.

콰아아앙!!!

미터 단위의 콘크리트 벽을 두부처럼 부수고 괴물이 방공호 안으로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때문에 인근에 있던 사람들은 부서지는 벽 파편과 놈의 움직임에 다치거나 숨을 거두었다.

"꺄아아악!!"


"도망쳐! 놈이 벙커까지 들어왔어!"

"대형이야! 엄청 커! 으아아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놈이 얼굴을 들이민 구멍에서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점차 얼굴을 비집고 들어와 받은 명령대로 인간을 죽이기 위해 발버둥친다.


"비앙카!"


"물러나요, 윤! 제가 시간을 끌어볼께요! 빨리요!"

하필이면 상당히 지척에 있던 두사람은 위협적으로 머리를 휘둘러오며 들어오는 놈을 피하기 위해 포스 유저인 비앙카가 앞으로 나섰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정도는 박살내고도 남을 묵직한 주먹이 휘둘러졌다. 초대형 적성종의 튀어나온 주둥이를 향해 내질러진 주먹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적중했다.


"아직 포스 융합 현상이......!"

포스 유저에게는 보이는 가이아 포스의 흐름은 아직 놈이 포스 융합 현상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걸 보여주었다.


적성종에게 포스 유저가 유효한 공격을 먹일 수 있는건 포스 융합 현상 때문에 체내의 가이아 포스와 포스 유저의 가이아 포스가 공명하여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포스 융합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설령 포스 유저라도 적성종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들다.

[카아아아!!]


놈은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휘둘렀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은 비앙카도 피할  없을만큼 빨랐다.

마지막 반항으로 가드를 올렸지만 최대속도로 가속하다 들이박은 트럭처럼 무거운 충격이 그녀의 몸뚱이에 가해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가드했던 오른팔을 부러지고 늑골도 몇개 나갔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비앙카!!"

이 윤이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불렀지만 비앙카의 몸은 땅을 구르고 미동을 하지 않았다. 호흡은 하는걸로 보이지만 기껏해야 숨이 붙어있을 정도였다.

[카아아, 카악?!]

초대형 적성종은 다시금 방공호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건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발버둥이 아니라 끌려나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였다. 하지만 뒤에서 가해지는 힘이 더욱 강한지 이내 끌려나가고 말았다.


놈이 만들어낸 거대한 굴에서는 괴성과 분노에 찬 목소리만 들렸다.

쿠웅!!

이윽고 다시금 놈이 방공호 안으로 그 흉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목만.

"거 새끼 사람 귀찮게 만드네. 냅둬고 죽을거 일부러 자기  줄이고 앉았냐"


금속질의 라쿤 가면을 쓴 남자가 굴 안에서 걸어 들어왔다.


뭔가 비틀어 자른듯 살점이 으깨져서 잘린 놈의 목을 걷어 차면서 한바탕 성질을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누구지? 포스 유저인가?"

"가면을 쓰는 포스 유저가 있던가? 누구지?"


"나 알아! 저 남자 한국의 마스터 유저야!"

"아! 라쿤맨!"


"라쿤맨?"


라쿤맨, 최악은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윤을 발견했다. 그녀는 쓰러진 비앙카의 상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방공호의 의료설비로는 그녀의 부상을 치료하기는 힘들었다.

최악은 그녀에게 걸어가 말을 걸었다.


"아가씨, 다친데는 없어?"

"라쿤맨......? 아, 잠깐만요, 당신은 아까 그?!"

오늘 처음 본 사람이기는 하지만 방금 만났던 사람의 옷을 못알아볼 사람은 없었다. 그게  다른 특징 없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라도 그런 옷차림과 첫인상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뭐야,  아가씨 다쳤어?"


"아, 네.....비앙카가 저를 지켜주려다가......도와주실 수 있나요? 골절 뿐만 아니라 내출혈도 의심되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해요"


"거 의대생이라서 그런지 상처는 잘 보겠네. 근데 나 지금 바쁘거든?"

쿠르르릉!!


지상에서 묵직한 진동이 들림과 동시에 포격음이 들렸다. 더불어서 비명 소리도 함께.


"큰거 한놈 더 넘어온 것 같은데. 지금 저거 안막으면  근처에 있는 사람들 다 죽어"

"그렇지만......"


"그니까 이거 줄께"


최악은 허리춤에 찬 스프레이 통과 카트리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시온이 챙겨주었던 비상용 치료키트다.

시범삼아 카트리지에서 앰풀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열어서 포션을 비앙카의 입 안에 흘려 넣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안색이 좋아졌다. 골절 되었던 부분도 저절로 붙었고 내출혈로 의심되던 몸도 치료되었다.


"어? 어? 어, 어떻게 이런......이거 무슨 약이죠?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올 수 있는건가요?!"


"만능은 아니야.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도 많이 다친 모양인데. 일단 그걸로 치료해. 어지간한 상처는 반병이면 충분할거고......뇌가 다친건 이걸로도 어쩔 수 없어.  스프레이는 출혈이 심하면 뿌리고. 알았지?"


"아, 네. 네....."

이 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카트리지를 받았다.

어차피 도로 가져가봤자 쓰지도 않을거 사람 구하는데 쓰면 좋은 법이다.


최악도 그게 현대의 어떤 약품도 비교도 안될 신약이라는 자각은 있었지만 자기가 느긋하게 굴어서 피해자가 생겼으니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할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정체를 들키면 귀찮은건 똑같다.

다시금 굴을 통해서 바깥으로 나가려는 최악을,  윤이 붙잡았다. 왜 그러냐는 투로 돌아보자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 물었다.


"정말로 아빠가 보내서 오셨나요?"


최악은 사실을 말할 수도 있었지만 기왕이면 완만한 가족 관계를 위해 서비스 해주기로 했다.

아무리 등신이여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안그러면 내가 왜 왔겠어?"

사실 마누라 재산 손실 막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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