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52/507)



〈 52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원종(原種)이라는 생물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종이란 지구 토종 생물이 가이아 포스를 각성하여 포스 유저가 된걸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포스 유저라 불리지 원종이라 불리진 않는다. 원종이라 불리는 생물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이다.

20년 전 대공황으로 인해서 가이아 포스가 세상에 등장하고, 사람들은 적성종 외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원종이다.


평범한 사람이 시련과 위기 앞에 포스 유저로 각성하듯이,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원종으로 각성하여 일반적인 동물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종의 사례는 각양각색으로 나타났다. 애완용으로 키우던 쥐가 원종이 되어 주인을 물어 죽이는가 하면, 동물원의 기린이 원종이 되어도 사육사를 잘 따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원종이 사람을 적대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다.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원종이 된다면 십중팔구는 인간을 해친다.


"안돼!!!"


뒤에서 덮쳐오는 기습은 마치 포탄처럼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만큼 빨랐따.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하나 없이 은밀하고 민첩하게 덤벼드는 원종은 평범한 사람의 목쯤은 단숨에 물어 뜯어 죽일 수 있다.

원종이 노리던 사람은 최악이였다. 백리는 최악이 자신보다 강하다는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반사적으로 나섰다.

백리가 뿜어낸 가이아 포스가 최악에게 깃들어 그의 전신에 둘러졌다. 희미한 빛을 내면서 갑옷과 같은 역할을 한다.

카가각!!!

원종은 최악의 목덜미를 물었지만 금속이 비틀리는 소리가 날뿐 이빨 한조각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틈에 백리가 주먹을 날려 원종의 안면을 후려쳤다.


"꺄아아악!"


"뭐, 뭐야? 야생동물?!"


"루리야! 사람들 데리고 피해!!!"

백리는 길 쪽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다시금 놈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는 충격이 있었는지 놈은 물었던 최악의 목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으르렁거리는 낮은 울음소리가 옅게 울린다.

"너,  보강이라는 특성 남한테도 써줄 수 있던거였냐? 자기버프인 줄 알았는데 그냥 버프네. 넌 힐러 해도 되겠다, 아니 몽크나 성기사인가?"


"지금 그런거 따질 때예요?!"

원종은 백리와 최악을 경계하며 으르렁거렸다. 섣불리 덤벼들지 않는 것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방금 봤던 문자에서 알다시피 원종은 여우 원종이였다.

"우리 나라 토종 여우는 거의 멸종된거 아니였나?"

"가죽 벗겨먹으려고 했던게 탈출했나 보죠! 아 좀! 형!"

혼자만 긴장감이 없는 모습에 백리가 아우성쳤다.


최악이 나서면 일이 해결되지만 근처에 사람이, 특히나 어제 처음 만난 캠퍼스 커플이 있어서 나서기가 마땅치 않다. 우선 그들이 몸을 피한 다음에서야 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원종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보아하니 사람 몇 물어본 녀석인데"

최악이 원종을 보고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보면 알  있다시피 붉은 기가 감도는 밝은 갈색의 털에는 노골적인 핏자국이 얼룩이 되어 있었다. 특히나 입가에는.

"방금 그거 장난 아니였어요. 한번 물었는데 형한테 썼던 보강 특성이 전부 날아갔어요.....근데 어떻게 멀쩡해요 형?!"

"난 항상 역장 치고다녀. 아무리 약하게 했어도 저런게 백날 물어 뜯어봐야 안통해"

"괜히 걱정했네"

사람을 물어보았다는 소리에 백리가 긴장했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뛰어나다. 인간이 동물보다 뛰어난 것이라고 해봤자 사회를 이루는 지성과 지구력 정도다.


인간은 맨손으로 고양이 한마리 잡기에는 힘들며 하다못해 대형견으로 넘어가면 물려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야생동물이라도 여우는 생태계의 상위에 속한 포식자. 더군다나 각성한지 오래 됐는지 덩치가 보통 여우와는 종 자체가 틀려보일 지경이였다.


보통 여우는 사람의  안에 끌어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소동물은 아니더라도 품안에는 들어오는 정도지만 눈앞의 원종은 흡사 치타 같은 중형 동물은 되어 보였다.

"경사 조심해. 그리고 태극나선경을 생각해"


"움직이는것도 위험한데 어떻게요?!"

"움직이지 않고 손만 써서 해봐. 애초에 움직이지 않고 하는게 그 기본이야"


두사람은 경사진 곳에 있는데다 수풀도 우거져서 움직이는데 지장이 있었다. 최악은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백리에게 훈수나 두며 물러났다.

"상대는 동물이야. 싸움은 본능적으로 하지. 인간이 동물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술을 쓰는 것. 그것부터 인지하고 싸워"

"말이야 쉽....."


파앗!

다시금 빈틈을 노려 원종이 달려들었다. 백리는 황급히 양손을 모으고 원을 그리며 대응했다.


태극나선경(太極螺線憬).

태극권을 기반으로 하여 한 초월자가 만든 무공이다. 태극의 이치는 균형과 조화. 상대의 공격을 상쇄하고 막아내는데 지극히 유용하다.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원종은 백리의 손의 움직임에 달려들던 궤도를 잃어버리고 비껴나갔다. 신체강화를 했어도 보기 힘들 속도였지만 백리는 성공해냈다.


"통했다!"


"또 온다!"


으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 줄기를  디딤 삼아 다시금 튀어오른 원종은 백리의 등 뒤를 노렸다. 황급히 뒤를 돌려고 했지만 뒤로 발을 내딪는 순간 백리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지금 그가 싸우는 곳은 경사로다. 생각하지 않고 뒤로 발을 내딪으면 넘어지기 쉽다.


"아!"

포스 유저의 반사신경 덕분에 한순간의 휘청거림이였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 틈을 노려서 덤벼들자 백리는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


지금 당장 특성을 발휘해서 '보강'을 써서 막는다 하더라도 위험하다. 최악에게 썼던 보강은 처음 물렸을  뚫렸다. 동물의 치악력에 원종으로 각성하자 이미 무는 것도 흉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악은 자기 능력으로 항상 역장을 펼치고 다녀서 멀쩡했지 아니였으면 물렸다.

백리는 고육지책으로 전신에 보강을 두르고 이를 악물며 찾아올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나름 선방했네"


으득!


원종이 백리의 목을 물어 뜯기 전에, 최악이 팔을 내밀어 대신 물렸다.


하지만 이빨은 들어가지 않았다. 원종이 잘근잘근 씹어대도 아주 약간의 공간을 두고 그 선에서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


"애들도 갔으니까 내가 나서도 돼"


이미 루리가 애들과 캠퍼스 커플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보는 눈도 있지만 눈에 띄지 않게 돕는 방법이 있음에도 돕지 않은건 백리의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서다. 실전은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크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우득, 하고 최악이 주먹을 쥐며 자신의 팔을 물고 있는 원종을 보며 말했다.


최악이 주먹을 휘두르기 전에 원종은 황급히 물었던 그의 팔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빠른 반응은 단순히 반사신경이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 본능이 호소하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주먹을 쥐는 순간부터 오싹하게 와닿는 죽음의 위협은 야생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동물이라면 알 수 있을법한 살의였다.


마치 포식자가 자신을 향해 아가리를 벌린듯한 느낌. 그걸 깨닫자 원종은 황급히 거리를 벌린 것이다.

"오, 피했어?"


최악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원종을 보았다. 위기감지 능력이 뛰어난걸로 보아 상당히 포스 사용이 능숙하다.


"야, 백리야. 쫒아내는게 낫겠지? 여기서 잡으면 너랑 루리가 있다고 해도 괜한 일 생길테니까"

"그렇긴 하겠죠?"


잡는건 쉽다. 방금 최악이 휘두르려던 주먹도 조금의 진심이 섞여 있었다면 반응하고 자시고 없이 머리통이 깨져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잡은 뒤가 문제다.

이미 내려간 사람들은 누군가 한명쯤 경찰에 신고 했을 것이다. 그러면 필시 잡은 원종을 보여줘야 할거고 어떻게 잡았냐고 묻는다면 거짓말을  수밖에 없다.


백리가 잡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각성한지 몇달 되지도 않은 애송이가 팀을 이루어서 잡아야 하는 원종을 혼자서 잡았다는 터무니없는 허풍이 된다. 그리고 그건 들키는게 한순간이다.


결국은 쫒아내는게 답이다. 다행히도 아직 최악의 일행 중에 죽은 사람은 커녕 다친 사람도 없었다.


"어차피 사람 죽인 원종은 따로 대책팀에서 죽일테니까 우리가 신경쓸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쫒아내기만 하자"


원종은 연구용으로 보호하는 원종도 있지만 그건 애완용이나 동물원 같이 인간의 손에서 키웠고 인간을  따르는 동물들에 한정한다. 야생동물, 그리고 이미 인간을 몇 물어 뜯어 죽인 원종에게 자비는 없었다.


어차피 내버려 둬도 죽는건 같다. 원종 대책팀도 바보는 아닐테니 지금 출동하고 있을 것이며 길어야 하루 이틀이면 잡을  있다.


"꺼져라"

최악은 살기를 뿜어내며 원종을 노려보았다. 바로 옆에  대상이 아닌 백리조차도 숨이 막힐 정도의 살기는 절로 다리가 떨려올 정도다.

그 대상이 된 원종은 움츠러들었다. 자신보다 강한 포식자를 앞에  느낌은 반사적으로 도주를 선택할만큼 강렬했다.


정상적인 동물이라면 그래야 했다. 사자를 앞에  토끼가 본능적으로 도망을 치듯이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는 그러했다.


"키잉! 키잉!"

여우 특유의 울리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원종은 도망치지 않았다. 겁을 먹었음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았다.


뭔가를 알아챈 최악이 의문을 표했다.

"설마....."


그때, 원종이 뭔가에 반응해 귀를 쫑긋 세웠다. 멀리선가 무슨 소리가 들리는듯 듣고는 최악의 눈치를 보며 물러나다가 그대로 도주했다.

백리도 조금 이상한 원종의 행동에 의문을 표했다.

"뭐예요 방금?  줬는데 바로 도망 안가고 좀 버티던데"

"......그 원종 암컷더라"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대충 어떻게든"

원종이 도주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백리가 나무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간만에 나온 휴가가 망쳐졌다.


* * *  *


다시 돌아온 캠핑장은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차에 들어가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한데 모여서 굵은 나뭇가지나 칼 등을 들고 대비하고 있었다.

"아! 최 사장님!"


"백리 학생! 무사해요?"

"와, 오빠 안죽었네! 목숨 질긴듯"

"야!"


어디 다친곳 없이 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며 일행들이 반겨주었다.


"혹시 경찰이나 다른 곳에 신고 전화 했습니까?"

"아, 루리가 원종이라고 생각해서 KFU 쪽에 연락했습니다. 아마 금방 올거예요"

그 말대로 10분 쯤 지나자 차 두어대가 산길을 올라왔다. 아무래도 그들이 전화하기 전부터 신고가 들어와서 미리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올라온 것 같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적성종 대응팀과는 다른 복장과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가장 다른점이 있다면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녕하십니까, KFU 원종 대응팀 강원도 지부의 우중혁 팀장이라고 합니다. 신고자분들 맞으십니까?"


"아, 맞아요. 저희가 신고 했어요"

"혹시 다치신 분들은 없으신가요?"


여기서는 내가 이야기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나서서 우중혁 팀장과 이야기 했다.


"다친 사람은 없어요"

"그쪽 분은.....?"


"저랑 이 애가 같이 그 원종을 만났거든요"


"아, 목격자 분이시군요"


원종과 직접 대면한 사람은 나와 백리다.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보기 전에 먼저 내려가서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증언을 하려면 이쪽이  편하다.


자리를 잠깐 바꾼 우리들은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나 우중혁 팀장이 주로 질문하는 형식이였는데 원종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원종은 이미 인명을 해친 놈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부상자 없이 빠져나오셨습니까?"


"아, 우리 가게 직원이 포스 유저라서 엎치락 뒤치락 하다보니 그냥 도주하더라고요"


"포스 유저요?"

우중혁 팀장은 백리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 유저 특유의 기척을 느낀듯 보인다.

"천만 다행이군요. 적성종보다 쉽다지만 어지간한 포스 유저도 상대하기 힘든게 원종인데 그런 놈한테서 살아남다니요. 더군다나 초식동물도 아니고 여우같은 포식 동물인데 말이죠"

"운이 좋았습니다"


"네, 운이 정말 좋아서 그런겁니다. 그러니까 다음은 저희들에게 맡겨주시죠"


우중혁 팀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확실히 베테랑의 냄새가 난다. 아무래도 포스 유저로 각성하기 전에도 엽사였던 것 같다.

"휴가 중에 죄송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내려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근 마을로 내려가신다면 될겁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 초식동물 원종은 움직임이 뻔해서 몇시간이면 끝나지만 여우 같이 포식 동물 원종은 추적도 해야하고 해서 오래 걸릴겁니다. 상황이 끝나면 다시 KFU에서 상황 해제 문자를 보내드릴테니 그걸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열댓명 정도로 보이는 그의 팀은 하나하나 총기를 들고 있었다. 모양새로 보아 샷건 종류인듯 한데 내가 본적없는 총인걸 보아하니 원종 사냥용으로 특수 제작된 총기로 보인다.

백리가 슬쩍 옆에서 호기심에 물어보았다.

"원종 대응팀은 총을 쓰나봐요?"


"원종도 포스 유저랑 비슷하니까요. 적성종이야 라프 에너지 때문에 물리 데미지를 상쇄해서 중형만 되도 박격포 수준이 아니고서야 견제도 힘들지만, 원종은 총이 통합니다. 포스 유저도 어지간하면 총 맞고 다치는거랑 비슷한거죠"

"아, 그렇구나"


총과 같은 화기는 적성종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포스 유저에게는 통한다. 특성이 갈려도 괴물이 아닌 이상 미사일 폭격에 견딜  있는 인간이 있을리 없다.


마스터 유저들이라면 중간에 요격하던지 해서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핵폭탄에는 훅 간다.

아무튼 원종을 상대하는데 효과적인건 일단 총이다. 아무리 신체능력이 뛰어나도 음속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테니 같은 포스 유저가 총을 들면 혼자서 특수부대 하나쯤은 가볍게 이길 수 있다.

"일단 물건만 정리하고 저희들은 바로 내려갈께요. 그럼 수고하세요"

우리들은 후다다닥 물건을 정리했다. 원래 내일까지 쉬려고 했는데 정작 이렇게 끝나게 됐다. 하지만 하루라도 놀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뭐.....일단 근처 마을로 내려가거나 다른 계곡을 찾아보거나 해야지. 아니면 조금 돌아다니다가 늦게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원래 내일까지  생각이였는데, 아쉽습니다"

"일단 가까운 마을이나 번화가 까지 내려가자. 이 근처에  근무하던 부대 있어서 거기 주변에서 놀면 되니까 일단 그쪽이 낫겠다"


지리를 아는만큼 어디서 놀면될지 대강 파악이 가능하다. 생각해보면 나 군대 있을  여름에 소대 외박 나오던 펜션도 있으니 일단 거기도 생각해보자.

"날 잡고 휴가 나왔는데 막판에 이게 뭐야.....에이"


"그러게, 하필이면 거기서 원종이 뜰게 뭐냐. 아무튼 우리도 짐 챙기자. 예진아! 이슬아! 좀 도와줘!"

캠퍼스 커플들도 짐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어제 하루는 재미있게 놀았는데 불의의 일로 떠나게 되는게 아쉬운듯 하다.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사장님. 저희 먼저 돌아가 볼께요"

"다음에 언제 한번 뵈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캠퍼스 커플들에게는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했다. 우리도 전부 차에 타서 가까운 번화가까지 나가기로 했다.


두류산이랑 내가 근무하던 사창리랑은 그리 멀지 않아서 길 따라서 20분 정도 가다보면 시내가 나왔다. 그리  곳은 아니였지만 작아도 버스 터미널도 있고 군인들에게 장사하고 먹고사는 곳인지라 비싸긴 해도 있을건 다 있었다.


일단 내려가서 애들한테 치킨 한마리씩 먹이고......나는 잠깐 일이나 해야겠다.

산을 내려와서 얼마간 길을 따라 내려오니 슬슬 사람 사는 곳이 나왔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군인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백리야, 일단 애들이랑 데리고 좀 놀고 있어라. 돈은  마누라 있으니까 걱정 없겠지?"


"형, 어디 가려고요?"

"아까 거기"

"아니, 거길 왜요?!"


백리가 기겁을 하며 나를 말렸다. 하지만 느낌이 찜찜한걸 보아 내가 가서 뭔가 해야만 하는 분위기다.


"일단 말이지.....아까 그놈 봤지? 덩치 큰 여우같이 생긴거"

"아, 네"

"넌 포스 유저 각성하고 그렇게 벌크업 되던?"

"어.....되긴 한데 시간이 좀 걸렸죠"

포스 유저로 각성하면 신체에 가이아 포스가 깃들어서 어지간한 과식이나 태만으로는 변하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되고 오히려 싸우기 위해 더 강한 근육과 튼튼한 뼈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건 환골탈태같은 갑작스런 변화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바꾸는, 비교하자면 체질개선 같은 느낌이다.


"동물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무리 포스 유저로 각성했다 하더라도 소형에 속하는 여우가 그만큼 커지려면 시간이 필요할거라고 생각 안하냐?"

"어.....듣고보니 그렇네요"


동물이랑 인간의 신체구조가 달라서 원종이  동물이 더 성장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몇달, 길면 1년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백리가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물어왔다.

"사람을 벌써 죽였다는 녀석이 왜 그동안 잠잠했던거죠?"

사람도 힘을 가지면 쓰고 싶은 법이다.  힘을 써서 돈을 벌거나 권력을 가지거나, 그게 당연한 욕구다. 그러면 동물은?

동물은 본능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동물에게 물질적인건 의미가 없다. 그저 사냥하고 먹고 살면 그만이다.


원종이 됐다면 사냥 하는것은 아주 쉽다. 멧돼지 같은 동물도 사냥해 잡아먹을 수 있다.


"여우는 호기심이 많아서 위협만 하지 않으면 덤비지 않아. 그리고 원종이면 나름 머리도 돌아갈텐데 일부러 인간을 공격하는건 가능성이 낮겠지"


"만약 공격한다면요?"


"인간이 먼저 건들였을 경우"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더 발생한다.

"딱 봐도 원종인 그 여우를 누가 건드렸을까?"

이유는 모른다. 그리고 기본적인 근거도 부족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는 불타오르던  백화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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