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강형식, 형식이는 여러번 만났으니 넘어가고. 다른 두 녀석들은 한상철과 신종수가 있다.
한상철은 기계공학과로 대학을 갔고, 신종수는 컴퓨터공학과로 갔다. 나는 애초에 문과라서 이과인 걔네들 대학에 못간다.
상철이는 조금 말랐지만 종수는 뚱뚱하고 안경을 썼다. 막 표현하자면 종수는 전형적인 오타쿠같이 생겼다. 근데 실제로도 오타쿠다.
.......종수 이 새끼. 고등학교 2학년때 PSP에 보쿠노 피코 다운 받아 왔던거 기억난다. 한창 유명했던거니까 다운 받아온건데 솔직히 난 데미지가 없었다. 애초에 양성애자인데 뭘.
환생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성별로 태어날거 아니면 기본적으로 양성이다. 나도 여자로 태어나서 임신하고 애 낳아본적 있으니까 성별을 가리진 않는다.
아무튼 상철이와 종수, 그리고 형식이와 나는 한창 고등학교 시절에 잘 어울리던 친구들이다.
"어우야. 누가 사는건데 소고기야? 형식이 이 새끼 군대에서 월급 잘 나왔나보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상철이였다. 먼저 고깃집에 들어가서 꽃등심으로 시켜서 굽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왔다. 방석 하나 깔아서 자리 만들어주고 잔에 소주를 부어준다.
"상철이 이 새끼 간만이구만. 캠퍼스 생활 어떠디? 소개팅 몇번 해봤냐?"
"한번도 안해봤어 짜샤. 죄다 공돌이 새끼들이라 그런지 얼굴이 콘돔이나 마찬가지라서 그래"
"븅신 새끼. 대학 가서 여자 하나 못 만나봤냐"
"너도 마찬가지잖아 등신아!"
"난 군대 간거고!"
소개팅은 건너 뛰고 결혼까지 한 나는 여유만만한 얼굴로 고기나 구워먹었다. 음, 소고기 존맛.
소고기는 기름장도 좋고 쌈장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소금만 찍어 먹는게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 고기는 양념을 치는 것보다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라서 그렇다.
"최악이 이 새낀 왜 조용하냐. 요즘 여자 만나냐?"
"허허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아다들귀엽네"
"띄어쓰기 해라. 아, 나도 젓가락 좀. 간만에 배때지에 기름칠 하자"
"실컷 먹어라"
먼저 시킨 꽃등심 2인분은 건장한 성인 남성 앞에서 10분만에 작살나고 추가로 4인분을 더 시켰다. 추가로 주문한게 나올 때 쯤 종수도 왔다.
"종수야! 여기!"
"아, 내가 제일 늦게 왔어?"
"넌 파호우 쿰척쿰척한건 여전하구나. 살 좀 빼라니까"
"나도 요즘 운동 하거든?"
"운동 하는 새끼가 공익 뜨냐"
"이 새낀 왜 보자마자 시비야?"
"냅둬. 아다 떼려고 지랄했는데 아다 못땐 자의 한탄이니까"
"뭐야, 소개팅 간다고 몇번 그러더니 다 깨진거야? 불쌍한 새끼"
"야!"
"고가 다 구워졌으니까 고기나 먹어라. 먹는게 남는거야"
다 같이 모였으니 건배 한번 해야지. 각자 잔에 소주 한잔씩 따르고 치켜들었다.
"형식이 몸 성하게 전역한거 축하하며 건배!"
"상철이 아다 뗄 수 있도록 건배!"
"종수가 공익가는거 축하하며 건배!"
"아주 그냥 등신 새끼들이 서로 짝짜꿍 하고 있구나. 나도 그중 한명이긴 한데 밥은 곱게 처먹자 좀"
"근데 오늘 고기값 누가 내냐? 벌써 10인분 가까히 먹었는데"
"내가 물주니까 맘껏 먹어라"
"니가? 뭔 돈이 있다고 그래? 무리하는거 아니냐?"
"한놈은 군바리에 두놈은 대학생인데 뭘 바라냐. 빈대 피 빨아 먹을것도 아니고 직장 있는 내가 내야지"
"취직했어? 어디?"
"작은 치킨집 하나 냈다"
"이 새끼 요식업 할 것 같더니 기어이 했네. 장사는 잘 돼?"
"나름 잘 돼"
"올, 그러는거 보면 손님 좀 오나보다. 어디야? 다음에 갈께"
"친구할인 안해줄꺼니까 공짜 바라고 올거면 쫒아낸다?"
"아, 이 새끼 치사하네"
뭔가 친구놈들이 내 치킨집 오면 빡칠것 같은 느낌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분명 맛있는데 트집잡고 징징거릴것 같은 느낌이 100퍼센트야.
"야, 최악이 이제 돈 많으니까 팍팍 먹어. 이 새끼 그리고 결혼 했어"
"뭐? 진짜?"
"결혼식은? 들은적 없는데 언제 했어?"
"몇달 전에 했어. 결혼식도 안올리고 그냥 서류만 내서 모르는게 당연하지. 주변에 알리기엔 난 페북 같은거 안하잖아"
"카톡이라도 하나 날리지 그랬냐?"
"마누라랑 신혼생활 즐기다 보니까 깜빡했어"
솔직히 그건 사실이다. 시온이랑 같이 있다보니 친구들은 뒷전이 되어버려서......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겨우 이번생에 10년 알고 지낸 애들과 수천년은 같이 지낸 마누라의 중요도는 확실히 다르다.
"형수님은 어때? 예쁘시든?"
"나도 본적은 없는데. 진짜 어떻게 생겼어? 예쁘냐?"
"넌 누구랑 결혼할지 궁금했는데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그래서 형수님 예쁘셔?"
"아니, 이 새끼들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죄다 예쁘다고 물어보냐"
"솔직히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
"중요한건 사랑이지"
"바른 생활 사나이 납셨네"
꼴꼴꼴꼴, 소주잔에 소주 따르는 소리가 울린다. 안주가 좋고 대화 상대가 친구니까 술이 절로 넘어간다.
"어떻게 만나게 됐어? 아는 사람이야?"
"옛날부터 알던 사람이긴 해. 너희들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예쁘냐고 물으면......일단 예쁘긴 한데"
시온은 확실하게 예쁘다. 다만 외견이 그래서 그런쪽 취향 아니면 호불호가 갈리고 성격 문제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귀엽기 그지없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안타까운 미소녀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자세한 이야기는 설명해주기 어려우니 시온이 하던 언제나의 레파토리를 말해주도록 하자.
"울 마누라는 옛날에 병 때문에 투병생활 하느라 고생 좀 했거든. 약이 독해서 머리도 탈색되고 성장도 멈추고. 난 그런거 신경 안써서 오랜만에 만나서 결혼했지 뭐"
"뭔 이야기가 그렇게 드라마틱하냐. 깐깐한 시어머니 나오냐?"
"이 새끼가 나 부모님 없는거 알면서 패드립치는거지 지금?"
나는 상철이의 등짝을 한대 후려쳤다. 짜악! 하는 소리가 고깃집 안에 울려퍼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일지도 모르지만 가게에 우리밖에 사람은 없었고 사장님도 벌써 꽃등심만 십인분 가까히 먹고 있는 우리들에게 별망 하지 않았다.
"여기 사진"
내가 핸드폰에서 시온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세명이 모여서 구경했다.
"이런 페도새......"
"거기서 한글자만 더 나오면 오늘 먹은 고기를 다 토해내게 될거다, 상철아. 간만에 배에 기름칠 했을텐데 바닥에 기름칠 할래?"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이잖아 새꺄!"
"저래놓고 나보다 연상이라고!"
"와, 시발 합법로리가 실존하는거였냐. 복 받은 새끼"
"거 PSP에 보쿠노 피코 넣어서 학교에 가져오는 새끼는 입 다물어라"
"아! 난 그 취향 아니라고!!!"
"야, 그럼 니 아다는 어쨌냐?"
"땠다"
"저놈을 매우 쳐라!!!"
"억! 이 새끼들 오늘 고깃값 내는 사람한테! 억억억!"
장난 반 진심 반 섞인 주먹이 내 등을 강타했다. 질투심에 때리는건 이해 하겠는데 이 새끼들 힘이 좀 들어갔다.....?
"야 뭐야. 그러면 여기 모인 새끼들 중에서 나 빼고 죄다 아다야? 사지 멀쩡한 새끼들이 참 병신같이 구네"
"사지는 멀쩡하지만 얼굴은 멀쩡하지 못하지......"
"시발, 이 중에서 잘생긴놈이 어디있다고 그러냐"
"그러긴 하네"
"근데 이 새낀 왜 존나 예쁘고 어린 여자랑 결혼한거지? 진짜 이해 안되네. 설마 요리로 꼬셨나? 백 선생님이야?"
"글쎄. 요리도 요리겠지만 중요한건 이거지"
나는 슬쩍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붙여 만든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노골적인 제스쳐를 보였다.
우리 마누라에게서 가장 중요한거 세가지는 나, 덕질, 먹을거. 이렇게 셋이지만 그중에서 나에 대한거라면 사랑, 섹스, 요리. 이렇게 나뉜다.
물론 섹스랑 요리랑 둘을 합쳐도 사랑은 넘지 못한다. 사랑이란건 형태가 없기에 형태가 있는걸 이길 수 없다. 내가 여자로 환생해도 결혼하는 판에(동성애가 허용되는 세계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그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비중이 낮다는 말은 아니다. 부부 생활에 파탄을 맞이하는 케이스의 상당수는 갱년기로 인한 성욕 감퇴다.
"이 새끼 거기 좀 컸었나?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형식아, 넌 쟤랑 목욕탕 가봤으니까 알거 아냐?"
"그냥 평균이던데. 내거보단 좀 작음"
"어디서 구라질이니 형식아. 뭐로 봐도 내가 더 컸다 등신아"
예로부터 남자에게 도발하려거든 게임 이야기나 성기 사이즈 이야기를 꺼내라고 했다. 난 유치하게 그런데 자부심을 가지진 않지만 그래도 사실은 말해야 할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건 형식이거 보다 크다.
"새끼들아, 무작정 큰게 좋은게 아니야. 크기는 적당해도 테크닉이 중요한거지"
"이 새낀 뭔데 강의 시작하고 앉았냐. 교수님, 이거 전공이예요, 교양이예요?"
"아다 땐 사람이 아다들한테 하는 수업이다! 새겨들어!"
애초에 시온의 디폴트 폼은 작아서 성기가 적당한 사이즈라도 다 안들어간다. 성장폼이라도 질구까진 닿는다. 그러니 중요한건 크기나 길이가 아니라 테크닉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미약은 역시 사랑이다. 이런저런 플레이 하는 것보다 평범한 관계 중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귓가에 속삭여주면 반응이 다르다. 서로 연결된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것도 좋고.
"거시기 작다고 불평할 필요 없다. 허리놀림만 잘하면 어디가서 아다새끼라고 놀림받지 않을테니까"
"네네, 로리콘 새끼 말 잘 들었고요"
"시발, 우리 마누라 합법이라고!!!"
이래서 문명 사회는 안돼! 항상 내가 범죄자 아니면 로리콘 취급이잖아! 하다못해 세상이라도 멸망해서 생존자가 얼마 남지 않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이라면 납득이라도 해줄텐데!
"형수님 가족 없냐? 친척 언니라던가 있으면 소개 좀"
"사촌 오빠 말고 없다"
그리고 그 사촌 오빠는 성격이 아주 더럽지.
나 같이 수틀리면 마구 때려부수고 죽이는 것은 같지만 최소한 나는 내 기준 아래에 선을 긋고 범위를 정한다. 내가 길 가다가 죽빵 한대 맞았다고 해서 그놈을 죽이지 않고, 경찰을 찾아가서 고소장을 접수하거나 한다.
그런데 시온의 사촌 오빠는 그런게 없다.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이기주의자에 비틀린 감성을 지녀서 한명이 잘못해도 그놈이 살던 나라까지 멸망시키는게 양호한 수준인 녀석이다.
그런 놈이 직장 동료라는게 참 엿같은 부분이지. 최소한 다른 놈들은 말이라도 통한다만.
"야, 유부남에 직장도 있으면 아는 여자 한명쯤은 있을거 아니냐. 나 소개 좀 시켜주라"
"내가 알기로 소개 해줄만한 여자는 두명쯤 있거든?"
나는 인간관계가 생각보다 적다. 가게, 집, 그렇게만 반복하고 따로 놀러다니는건 그리 없다. 애초에 시온이랑 같이 있으면 그게 노는거고 피로가 풀리는데 따로 그럴 필요가 있나.
그러니 내가 가진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그중에서도 남에게 소개시켜줄만한 사람은 더 적다.
"두명이나?"
"한명은 미망인이다"
"아, 그건 좀"
"한명은 고3이고"
"아니, 거기서 미성년이?!"
"나야 우리 마누라는 합법이지만 불법 미성년 소개시켜줄까? 경찰 아저씨도 아는 사람 있으니까 잡혀가는건 한순간이겠네"
남에게 소개시켜줄만한 여자라면 루리 정도밖에 없다. 그런데 루리 성격상 남자 사귀기에는 삼만 광년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디 외계인이 아니고서야 지구에 루리랑 사귈 남자는 없다고 자부한다. 옛날이라면 모르겠는데 루리의 원본되는 신이 영향력이 약해져서 반대로 강해진 깽판력에 의해 나름 예쁜 외모가 다 말아먹는다.
".......그럼 1년 뒤에 소개시켜주라"
"아, 상철이 이 새낀 왜 이렇게 여자에 굶주렸냐. 그냥 집 가서 딸치고 잠이나 자"
"연애사 좀 써보겠다는데 너무하네 진짜!"
"닥치고 종수 쟤 좀 봐. 조용히 고기나 먹고 얼마나 좋아"
"아니, 가만히 밥먹던 난 왜 뼈를 때려?"
"솔직히 이 중에서 뚱뚱한거 빼면 종수가 제일 낫다"
"PSP에 남자애 세명이 기차놀이 하는 애니 다운받아 오는거 빼면 말이지"
"그런 취향 아니라니까!"
술 들어가고 고기도 맛있으니 떠들도 이야기 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다. 분명 가게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10시 조금 넘었을텐데 말이지.
배도 부르니 일단 나가서 소화 시킨 다음에 저녁에 또 한잔 걸치면서 뭐 좀 먹어야겠다.
"야, 밥 먹고 어디 갈래? 피방 고?"
"콜"
"오케이"
"아, 시발 새끼들. 난 게임 별로 안하는거 알면서"
"메이플 하잖아. 그거라도 하면서 짜져 있어"
다른건 몰라도 난 게임은 가린다.
여럿이서 합동해야 하는 AOS 게임은 특히나 거르는데 게임은 재미있으라고 하는거지 스트레스 받으라고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은 과금 많이 해야하는 게임. 리니지 같이 과금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도 없는 게임도 거른다. 그나마 메이플은 옛날에 하던 정이 있어서 캐릭터는 남아 있지만 예전에 크게 패치해서 과금 요소 늘어나고 데미지 인플레이션이 터진 뒤로 거의 안한다.
크윽, 데미지 네자릿수 뜨면 개쩐다! 하고 눈을 빛내던 그 시절이 그립다. 요즘은 999999999같이 카운터 스톱도 뜨더라.
"롤 하는 니들은 사이좋게 실버, 브론즈니까 심해에서 놀아라"
"아 시발! 그래도 실버가 낫지!"
"똑같이 심해인 새끼가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네"
고깃집에서 계산을 끝내고(밥값만 50만원이 나왔다) 근처에 시설 괜찮은 PC방으로 갔다. 가게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기 안되는 약간 눅눅하고 옅은 담배 냄새가 나는 공기가 훅 올라왔다.
공기청정기는 있긴 하지만 오래도록 스며든 냄새는 어쩔 수 없는것 같다. 카운터에서 네자리 붙어있는 자리로 골라 앉았다.
"최악아, 요즘 메이플 할만 하냐?"
"나도 몰라. 안들어간지 꽤 됐어. 그나마 외박 나와서 PC방에서 할일 없을 때 하는 정도? 요즘은 현질 안하면 컨텐츠 따라가기 힘들더라"
"하긴, 요즘 그러지 않은 게임이 어딨냐? 핸드폰 게임도 거의 다 그러더만"
그래, 형식이가 한 말대로 요즘 게임 중에 제대로 된 게임성을 갖춘 게임이 드물다.
돈을 벌고 싶어서 한눈을 판 나머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세상 사는데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진 않겠다. 나도 이렇게 풍족하게 사는건 다 그 돈이 있어서니까.
하지만 그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린다면 돈으로 인간성을 바꾼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인간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형태가 없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아, 맞다. 나 게임 개발사 하나 운영하는데 나중에 게임 베타 테스터 한번 해볼래 니들?"
"와 시발 뭔데. 치킨집 운영한다며?"
"게임 개발사는 취미고. 아무튼"
"월급 주냐?"
"정직원 채용은 생각해볼거고. 일단 시급은 많이 쳐줄께"
"콜, 시간 나면 불러라"
나 빼고 다른 세놈들은 롤 몇판 돌리고 나는 옆에서 구경하면서 간만에 메이플이나 했다. 현질 요소가 늘어나도 새로운 퀘스트나 새로운 지역 같은건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는건 옛날 그대로라서 새 캐릭터 만들어서 키우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옛날이라면 한달 내내 해도 올리지 못할 레벨을 PC방에서 겨우 몇시간만에 오르는거 보면 참 착잡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시간 꽤 됐네. 벌써 해 진다. 슬슬 나가자"
"저녁 뭐 먹을래?"
"요 앞에 부대찌개 집 있는데 어때?"
"구에에에엑!"
"오늘 전역한 형식이가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어! 이 새끼 부대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점심에 고기 먹었는데 또 고기 먹긴 좀 그렇잖아. 삼겹살 먹기도 애매하고. 뭔가 뜨끈한걸 먹고 싶은데"
"하기사, 부대찌개면 괜찮겠다"
뜨끈하고 칼칼한 국물에 라면 사리도 넣고, 거기에 스팸이랑 소시지, 그리고 김치와 다진 고기, 가게에 따라서는 떡도 넣어주는 부대찌개면 밥 두세그릇은 뚝딱 해치운다.
개인적으로 찌개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좋아한다. 물론 1,2위는 부동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고.
오다가 봐둔 부대찌개집에서 다시 소주 한잔 까고 마시며 뜨끈한 국물과 건더기를 건져서 먹는다.
"야! 라면사리 다 가져가냐!"
"더 시키면 되지 뭘 그래?"
"국물 탁해진다고! 라면은 한두개만 넣는게 제일 좋아!"
"먹는걸로 왜 그렇게 심각해? 혹시 부먹이니?"
"찍먹이다 이 새끼야!"
밥 먹을 때도 한창 시끄럽게 떠들다가 못해도 각자 밥 두공기는 비우고 나서야 식사를 끝마쳤다. 점심에 고기를 그렇게 먹었는데 이렇게나 들어가는거 보면 아직 한창때가 맞는것 같다.
"근데 이제 우리 뭐하냐. 피방 가기도 좀 그렇잖아"
"나이트?"
"거 시발 아다 새끼들 셋이랑 유부남 하나랑 같이 나이트 가면 참 좋겠다. 그지?"
"우리들은 죄다 얼굴이 콘돔인데 여자랑 부킹이 되겠냐?"
"최악이 람보르기니나 한도 무제한 블랙 카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은데"
"아, 그렇긴 하다"
"이 새끼들이 카드 명세서에 나이트클럽에서 양주 깐거 들키면 좆되는거 뻔히 알면서 그러네?"
"그럼 노래방이지!"
우리들은 근처에 아무 노래방이나 들어갔다. 아마 몇시간 있다가 나오면 거의 자정이 될텐데 그러면 끝내고 집에 가야겠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 알차게 보냈네. 간만에 이렇게 노니까 좋다. 사람은 자고로 잘 먹고 잘 놀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피로가 싹 사라지는 법이다.
번화가에 있는 노래방이여서 그런지 상당히 크고 설비도 좋은 곳이였다. 방만 하더라도 전에 갔던 곳보다 크다.
"일단 두시간......아니, 세시간 뽑는다? 음료수랑 강냉이도 시킬께"
세시간쯤 하면 못해도 서비스로 1,20분 정도는 넣어주겠지. 실컷 부르고 놀다가 나가면 술도 깨서 집에 돌아가기 딱 좋겠다.
카운터에서 말한 방으로 들어가서 각자 노래를 골랐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애들한테 물었다.
"누가 먼저 부를래? 첫타자가 중요한데"
"나, 노래 고른거 있으니까 이걸로"
"오오, 종수. 뭐 애니 오프닝 부를거 아니지?"
"딴거야, 딴거"
종수는 마이크를 받고 관리기의 숫자 버튼을 눌러 곡을 띄웠다.
제목은 [진짜 사나이]
.......그래, 군가로 자주 나오는 그 곡이다.
"구와아아아악!!!"
"형식이가 또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군바리 할거야 안할거야!"
"닷씨는 안하겠쏘!"
사실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 PTSD가! 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