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났다. 치킨집이 아니라 게임 개발사 쪽으로 출근하는데 내가 사장이니까 좀 늦어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점심 때 들어갈 생각은 아니다. 늦어도 오전에는 회사에 나갈거니까.
"나는 직접 몸 쓰는 일이 좋지 머리 쓰고 명령하는 일은 별론데. 적성도 안맞고"
"대신 편하지 않습니까"
"나도 아는데 그냥 그렇다고. 결국 취향 문제지"
그래도 날 위해서 일부러 회사까지 사줬는데 열심히 관리 해야지. 비록 말아먹을지라도 마지막까지 망하진 않게 해보자.
시온이 만든 게임 개발사 (주)시온의 회사 위치는 구로 쪽에 있었다. 내가 알기로 꽤 큰 게임 회사들도 거기에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출근이나 하자. 주차장에 주차 되어 있는 람보르기니를 보니 나른하게 남아 있던 졸음이 싹 가신다. 폼나서 좋긴 하지만 졸음 운전 하다가 어디 긁히면 수리비가 무서워서 손이 덜덜 떨린다.
출근길이라 그런지 막히긴 하지만 나는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나는 신경 안쓰는데 주변에서 안전 운전하면서 안전거리까지 확보하고 있으니까 쾌적한 도로 주행이다. 이래서 사람은 비싼 차 타고 다녀야 한다고 그러는구나.
오래 걸리지 않아 한 빌딩 앞에 도착했다. 최상층은 펜트 하우스에 1,2층 부근은 상가로 쓰이고 중간은 사무용도로 쓰이는 평범한 빌딩인데 시온한테 빌렸냐고 물으니까 예전에 샀다고 하더라......
도대체 우리 마누라가 돈으로 안산게 뭐지?
20층 가량 되어 보이는 빌딩인데 그중에서 15층부터 18층까지 4개층이 우리 회사가 쓰는 곳이다. 대충 관리, 기획, 프로그래머, 서버실 등등 각 분야별로 나누어 놓았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엘레베이터에 올라타 거울을 보며 혹시나 어디 이상한데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나는 눈매 때문에 사람들이 처음 봤을 때 무서워하면 무서워 했지 호감을 주는 인상은 아닌지라 그나마 점잖하게 차려입고 있어야 그나마 좋은 인상을 준다.
적어도 보통 사람이 정장 입고 있으면 어디 의사나 검사 같이 '사'자 들어가는 직종에서 일하는걸로 보이겠지만 나는 간간히 조폭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얼굴이 나쁘다. 솔직히 내가 거울 봐도 칼 하나만 쥐고 있으면 사시미 치려고 하는건가 싶을듯.
먼저 로비와 더불어서 같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갔다. 우선 먼저 가장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다.
시온이 줬던 서류중에서 콕 찝어서 골라둔 사람이다. 게임 제작하는데 꼭 필요하기도 하고.
로비로 들어서자 데스크에서 정리를 하고 있던 여직원이 인사하며 물어왔다.
"아, 어서오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오늘부터 출근하게된 사장 최악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예?"
잠깐 놀라는듯 했으나 들은 이야기가 있는지 기색을 감추고 다시금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늘 처음 나오시는거죠? 저는 상담실장 조현경이라고 합니다"
"좋은 아침이네요, 현경씨.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리고......안에 정이현 팀장 있나요?"
"정 팀장님은 이미 출근 하셔서 안에 계세요. 불러드릴까요?"
"아뇨, 먼저 들어가볼께요"
시온이 게임 개발사를 만든 것도 맞는 말이지만 산 것도 맞는 말이다. 이미 있던 소규모 게임 회사를 산 후에 다시 이름을 바꾸고 거기에 사람을 덧붙여서 새 건물에 다시 새로 입주시켜서 거의 다른 만든 것과 다를바가 없으니까.
귀찮은 방식이지만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끼리 붙이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끼리 있는편이 더 일처리가 빠를테니까 그랬다고 한다.
로비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사장실도 15층에 있어서 어차피 와야 했었다.
나와 같이 첫 출근을 한 직원들이 컴퓨터를 연결하거나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으며 그중에서 이미 정리를 끝내고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안경 쓴 중년 남성. 늦게 까지 일한 훈장인지 눈 아래에 다크 서클이 깔려 있었다. 첫 출근이라고 깔끔하게 준비한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게 어색해 보인다.
게임 프로듀서를 맡는 정이현 팀장이다.
프로듀서 하면 우리 마누라나 나 같은 경우는 대부분 아이돌 키우는 그거 아님? 하고 되묻겠지만 프로듀서는 관리, 기획을 맡는다. 감독하고는 조금 분야가 다른데......감독이 연출과 편집을 다룬다면 프로듀서는 돈과 시간, 인력을 관리한다.
즉, 내가 없을 때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정이현 팀장님?"
내가 온걸 눈치채지 못하자 슬쩍 그를 불렀다. 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보았다.
인상 때문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으나 이윽고 작업하던걸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네. 프로듀서 쪽의 정이현입니다. 누구십니까?"
"사장인 최악입니다"
"예에?!"
안경을 쓰면 눈이 작아 보인다고들 하는데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 팀장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랐다. 인상은 그렇다 쳐도 외견 나이는 조금 노안이 있어도 20대 중반이다.
젋은데 사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위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거나 바지 사장이겠지. 나는 그중에서 전자에 가깝고.
"잠깐 이야기좀 하시죠"
슬쩍 웃으면서 자리를 만들었다.
* * * *
사장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내가 쓸 수 있는 책상이랑 옆에 책장 몇개가 있었고 팀장급들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막 골프칠 정도로 크진 않아서 다행이다. 그랬으면 내가 더 부끄러웠을테니까.
책상 한구석에 있던 커피 포트로 물을 데워서 종이컵에 부어 믹스 커피를 만들었다. 직접 타서 마시는것도 좋은데 이런 믹스 커피도 꽤 좋다. 편하고 적당히 맛있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앞으로 같이 일할텐데 이정도야 뭘요"
서로 커피 한잔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내가 바라는 게임을 위해서는 이 사람이 꼭 내가 바라는대로 움직여 줘야 한다.
"다짜고짜 불러서 일 이야기부터 하려는데 괜찮을까요?"
"아뇨, 사장님! 괜찮습니다. 편하게 하시죠!"
"그럼 우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이 게임 회사를 만들게 된 이유부터 말하죠"
게임은 재미있으라고 하는 것이다.
누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누구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 누구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한다.
하지만 현대의 모바일 게임들은 너무 돈에 물들어서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요즘 세상에 새로 나오는 게임들은 모바일이 아니더라도 전부 현질 요소가 들어있다.
물론 남들보다 빨리, 더 강하게, 더 편하게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건 이해한다. 하지만 게임이 그거에 치중해서 사람들의 돈만 빨아먹으려고 드니까 게임성은 뒷전이다.
나도 요즘 게임들 레파토리는 다 알겠더라......광고는 사이트 메인 화면에 띄워놓고 정작 쥐도새도 모르게 망해버리는 그런 게임들 말이다.
나는 그런 게임이 싫다. 아니, 설령 과금 요소가 있어도 재미가 있으면 봐줄만 한데 정작 게임성은 그렇지도 않다.
"저는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딱 하나, 재미만 있으면 됩니다"
"재미요?"
"정 팀장님도 재미있게 한 게임이 있지 않습니까?"
과금 요소 하나 없어도 어린 시절 재미있게 한 게임은 얼마든지 있다.
하다못해 문방구 앞 오락기에서 100원짜리 하나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세대 빼고.
"정말 많죠......지금 말하라고 한다면 저녁까지 게임 이야기로만 시간 보낼 수 있을 정도로요"
"전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내가 의견을 묻자 정 팀장은 생각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오죽하겠습니까. 사장님 말씀대로 과금 요소 덕지덕지 발라넣고 일러스트만 잘 뽑아서 내놓는 틀에 찍은 게임들이 넘쳐나는게 요즘 세상이지만, 웃기게도 그런 게임들이 돈이 벌리니까 계속 나오는게 지금 세상입니다. 옛날같은 게임이 나온다고 한들 그건 돈이 안됩니다"
게임 프로듀서가 걱정해야 할 일은, 게임의 사업성과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길은 내줄 생각이 없었다.
"누가 돈 되는 게임 만들라고 했습니까?"
"네? 하지만 돈을 벌어야......"
"이 건물, 저희 마누라겁니다"
"........"
"지하 주차장에 람보르기니 하나 있는데 그것도 제 차고요"
"........."
정 팀장은 입을 턱, 하고 벌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는 돈 되는 게임을 만들라고 하는게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라고 하는겁니다. 저희 회사 게임에는 과금 요소는 용납 못합니다. 설령 과금 요소를 넣어도 최대한 적게 할거고요"
나도 과금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줄일 생각이다. 솔직히 확정도 아니고 캐릭터 뽑는 돌 몇개 있는 한세트에 십만원이 말이 되냐.
"우리가 뭐 어린 왕자입니까? '100명 중 100명 모두 재미있다고 한 게임을 했어요', 하면 모르지만 '월 매출 100억짜리 게임을 했어요', 하면 '그거 참 갓겜이구나!' 그러게?"
"하핫, 비유가 좀 웃기네요"
"그러니까 예산이랑 시간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충분한 예산과 시간을 드릴겁니다. 직원들 야근도 자발적인거 아니면 안시킬거고요"
"......자발적 야근이요?"
"야근 수당 챙겨드리면 자발적이죠"
일 하면 돈을 준다. 그건 당연한 이치다. 야근을 해도 돈을 줘야 당연한거다.
일정이 바쁘다고 야근을 시켜도 돈을 주면 그나마 열심히 하는 법이다. 돈도 안주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길 바라겠냐. 의욕만 떨어지지.
"다른거 신경쓰지 마세요. 오로지 재미만 추구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게임은 제가 먼저 플레이하고 만약 재미 없다고 하면 빠꾸 먹일겁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나 없을 때 일을 진행하고 지시할 정 팀장과 이야기가 끝났으니 나머지는 차차 조율하면 된다. 그럴려고 가장 먼저 정 팀장과 이야기를 한거고.
"우선 먼저 영웅서기 시리즈 리부트부터 시작합시다. 1편부터 다시금 그래픽과 시스템, 스토리를 고쳐서 옛날 유저들 향수를 불러모아 팬층부터 다지죠. 자고로 판타지 RPG 게임은 사골을 우려내다 못해 진국이지만 왕도는 왕도이기 때문에 평타는 치는겁니다"
요즘 시대에 천족과 마족이 살았는데......하는 이야기는 진부하단 소리를 듣는다. 온라인 게임 스토리중 상당수는 그런거니까.
물론 그런 게임 중에 명작이 없다곤 안하겠는데 솔직히 그 반대인 경우가 넘쳐나서 문제다.
"영웅서기......그리운 이름이네요. 10년도 훨씬 전 게임인데. 그 시리즈를 리부트 하시겠다고요?"
"판권은 이미 사왔으니까 맘 놓으셔도 됩니다"
"벌써요? 아주 작정을 하고 오셨네!"
정 팀장도 재미있게 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수다스럽게 변했다.
자고로 아무리 소심한 사람이라도 자기가 흥미있고 잘 아는 이야기를 한다면 수다쟁이가 되는건 금방이다. 시온도 낯선 사람 앞에서는 조용하지만 신작 애니 이야기 나오면 눈을 번뜩인다.
"첫번째 시리즈는 다 좋은데 보스몹 잡기가 어려웠어요. 보스들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라서 장비 확실히 챙기고 포션까지 수십개는 싸간 후에 겨우겨우 잡았죠"
"아, 그거 기억 나네요. 첫번째 보스는 데미지가 정신 나간데다 아직 가디언도 육성 덜되서 잡기 힘들었죠. 두번째 보스는 자힐까지 해대고. 세번째 보스는 다 잡았는데 안에 들어가면 또 심장같은거 있어서 그거 조져야 했고. 시스템에 비하면 패턴이 너무 짜증나서 힘들었어요"
"정말 많이 해보신 모양이네요?"
"대신 캐릭터 두번째 여캐까지 하다가 접었어요. 다음 시리즈가 나왔거든요"
"빙해의 검사! 그 시리즈도 명작이죠"
"전 뭣도 모르고 나이트 했는데 야수 안키우고 순수 캐릭터 딜로만 하드 최종보스 잡고 넘어갔죠. 근데 헬모드 초반 몬스터 못잡아서 접고 로그로 다시 키웠고요"
"그 다음에 나온 제로도 해보셨나요?"
"당연히 해봤죠. 직업 변경 시스템이 들어간 첫 시리즈잖아요? 건슬링어도 거기서 처음 나왔고. 크으, 그때 건슬링어로 처음 키우다가 나중에 워리어로 바꿔서 붉은 사자셋 끼고 대검 휘두르는데 건슬링어 스탯 덕분에 크리율이 70퍼가 넘어서 때릴 때마다 크리만 떴죠. 나중에는 한 회차 끝내는데 20분도 안걸릴 정도로 스피드 런도 되더라니까요"
"제가 기억하기로 제로 시리즈의 붉은 사자셋은 이속 증가 옵션이 달려 있었던것 같은데......확실히 워리어에 크리뎀 뜨고 이속 증가 옵션 있으면 사기겠네요"
"그때 웃겼던게 초반에 최종 보스가 나와서 패배 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헬모드도 최종보스 레벨이 70인데 저는 99라서 데미지 안뜨니까 장비템 다 벗고 맞아야 스토리 진행이 되더라고요. 근데 또 그놈을 때려잡으면 개그 엔딩으로 끝나버리고"
"아! 그 엔딩!"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벌써 시간이 점심때가 되어갔다.
어차피 오늘은 첫날이다. 개학 첫날 수업하기 싫은 학생들처럼 직장인들도 출근 첫날이면 일하기 싫어할거다.
"직원들 다 모으세요. 아래에 고깃집 있던데 점심 거기서 회식하도록 합시다"
"어......사장님. 거기 소고기 집입니다"
"그런데요?"
슬쩍 지갑에서 블랙 카드를 꺼내 보여주었다. 법인 카드도 아니고 개인 카드다.
......명의가 내가 아니라 시온으로 되어 있다는건 잠깐 접어두자. 이럴 때 폼 좀 잡아야지.
"선의 어린 고기는 돼지고기 까지라고 했지만 저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길 바라니까 사심 있는 고기로 소고기를 사주는겁니다. 점심에 회식하고 오늘은 다들 일찍 퇴근하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사람을 다루는데 좋은 것은 호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다룰 때는 공포로 지배하는 쪽이 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선의로 다루는 것이 좋다.
물론 돈도 중요하다. 이 업계에서 일한다는건 각자 크던 작던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일텐데 재미있는 게임 만들겠다는데 열심히 일하지 않을리 없다.
아까 올라올 때 1층에 고깃집 있는거 봤다. 꽤 큰 고깃집이라 전 직원이 다 먹어도 될법한 가게라서 눈여겨 보았다. 물론 60명가량이 다 들어가면 다른 손님은 못받겠지만.......대낮부터 소고기 구워먹고 술마실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 팀장이 사장실에서 나가서 다른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회식도 회식이지만 직원들에게 내 자기 소개겸 얼굴 익히는 자리를 만드려고 모으는 것이다.
윗층에 있던 직원들이 계단이던 엘레베이터던 타고 내려와 15층 사무실로 들어왔다. 관리 부서 직원들만 있었을 때는 그나마 널널했지만 전부 모으니 꽉 찬 느낌이 든다.
거의 다 모인것 같자 나는 슬쩍 사장실에서 나왔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하시고. 사장님 나오셨습니다!"
정 팀장이 주의를 모아 조용히 시켰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린다.
되도록이면 사람 얼굴을 익히려고 노력하지만 한 자리에서 60명이나 되는 사람들 전부 기억하기에는 힘들다. 그냥 기척을 기억하라고 하면 감각으로 어떻게든 되겠는데.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장인 최악이라고 합니다"
이 업계상 성비는 어쩔 수 없이 남자가 많지만 나이는 저마다 달랐다. 중년도 있었지만 나보다 몇살 많아 보이지 않은 청년도 있었다.
"젊어 보이는 사장이라고 해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선 안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한 이 회사가 망할 일은 절대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당부하겠습니다......재미있는 게임을 만드세요. 그거 하나면 됩니다"
"사장님! 재미있는 게임이 어떤겁니까?"
어디선가 질문이 들려왔다. 사람들 사이에서 들린 목소리라 누가 한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누군지 파악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누군가 물어볼거라고 생각한 질문이였으니까.
"여기 있는분들 누구나 한번쯤 재미있게 했던 게임 하나는 있을겁니다. 유명한 게임부터 자기 취향에만 맞았던 게임까지. 그런 게임들은 왜 재미있었을까요? 그걸 생각하고 만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자세한 방향성은 정 팀장님과 이야기 했으니 자세한 오더는 알아서 내려주실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점.
"저희 회사는 가족같은 회사를 표방합니다. 족같은 회사 말고 진짜 가족같은 회사요. 혹시나 일하다가 애로사항 같은게 있다면 언제든 사장실로 오세요. 물론 제가 있을때. 바빠서 못올때도 종종 있거든요"
아직 반응이 좀 뜸하다.
그러면 좋은걸 꺼내야지.
나는 아까 꺼내놓았던 카드를 높게 치켜올렸다.
"오늘은 개업 기념으로 회식비 제가 쏩니다! 소고기로!"
""우와아아아!!!""
"회식 후에는 바로 퇴근하셔도 좋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회식보다 퇴근이라는 소리에 환호성이 더 크게 들려왔다. 하긴, 회사원에게 회식보다 퇴근이 더 꿀같겠지. 이해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실컷 굴려주지.
퇴근 못하게 매일 야근이나 하게 만들어줘야지. 타의가 아니라 야근 수당 때문에 자발적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