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43/507)



〈 43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시온이 집에 돌아온건 저녁 늦게가 되어서였다.

내가 마중 나가고 싶었는데 일단 피해자이기 때문에 경찰 쪽에서 배웅 해주겠다고 하기에 일단 그렇다고 했다.


"다녀왔습니다"

"나보다 네가 늦게 들어온건 간만이네. 저녁은 내가 차려뒀어. 아직 안먹었지?"

"경찰서에서 밥 먹긴 했는데 그거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시온이나 상당히 대식가다. 특히나 시온은 어린 외견에 비해 성인 남성 1,2명 분은 충분히 먹는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애들은 어때?"

"건강합니다.  먹고 잘 지내서 문제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아마 납치범의 그 변이된 모습은 전염되거나 그런 성질은 없는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혹시 납치범이 누군지도 들었어?"


"그건 아직 경찰 쪽에서도 모릅니다. 하지만 키워드는 찾았습니다"

"키워드?"

뭔가 흔적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나는 내심 놀랐다. 애초에 시온이 조사한다면 과학 문명 사회에서는 못찾을게 없기에 처음에 못찾았다고 했을때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두번째에서 찾아내다니.


"솔직히 제가 잘못했던 부분입니다. 상대가 포스 유저라고 해서 저는 정직하게 등록된 포스 유저 명단만 뒤져봤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는 미등록 포스 유저 범죄자, 혹은 실종자?"

"네, 그럴겁니다"

포스 유저가 왜 실종자인가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등록은 했는데 비합법적 일을 하던가. 해외로 튀었던가. 어디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던가.


"저는 그 두가지 전부 해당하는 경우를 전부 생각해봤습니다"

시온이 빠르게 양쪽을 비교해 데이터를 뽑아냈다.


그리고 양손을 펼쳐들어서  손가락을 전부 펼쳐 보이며 말했다.

"미등록 포스 유저 범죄자면서 실종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한두명 정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선 제가 분석한 바로는 10명 정도로 나옵니다"

"꽤 많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온도 이미 알고 있었다.

"여동생이던 딸이던, 수정이와 아람이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경우를 걸러봤습니다. 그런데......범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응?"


"납치범에게 죽었다는 첫번째 희생자, 기억 나십니까?"


납치범이 납치한 아이는 셋. 그중에서 첫번째 아이는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것도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상태로.

설마......

"그 아이에게는 나이 차이가 있는 오빠가 한명 있었습니다"


구역질나는 이야기였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니  혼자서도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에 의해 괴물이 되어버린 납치범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났지만 가족이 알아볼 수 있을리 만무했다.

내가 영등포 화재 당시 만났던 첫번째 케이스를 생각하면 그놈도 제정신일 확률이 드물었다. 본능적으로 돌아가서 가족인 여동생을 만났지만 인간보단 적성종 같은 외견을 보고 놀라 발버둥 쳤겠지.

거기에 괴물이 된 몸은 힘조절이 안될테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조금 강하게 힘을 주는 순간......


비극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름은 김정수, 25살에 독신. 양친은 사고로 사망했고 뒤쪽에서는 나름 이름 있는 미등록 유저라고 합니다. 경찰 쪽에서도 이름까진 파악 못했지만 대략적인 범행은 파악하고 있었을 정도의 활동은 있습니다. 다만 1년 전부터 소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동생 나이는?"


"13살 터울이라서, 12살입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매는 드물지만 없는 경우도 아니다. 때론 20살 차이가 나도 결혼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면 약과지. 남매는 백리와 루리처럼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면 그냥 치고박고 싸우지만 차이가 많이 나면 거의 아들이나 딸 보듯이 자라는 사람이 많다.

양친 없이 혼자서 여동생 키우려면 딸 키우듯 애지중지 하면서 키웠겠지. 하지만 결과는 비극이였다.


"정보 좀 있어?  새끼들이 뭐하는 놈인지 같은거"

멀쩡한 포스 유저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납치해서 인체실험을 하는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이 있다. 건들지 않으면 지들끼리 지지고 볶든 상관도 안하겠지만 시온이 이미 거기에 피해를 봤다면 잔챙이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몰살시켜야 마음이 편하다.


"아쉽게도 큰 정보는 없습니다. 저쪽도 정보 은폐를 해둔것 같은데다가 윗선에서도 쉬쉬하는  같습니다"

"어느 놈들이 그래? 이런 비윤리적 행위를  감는다고?"


나야 애초에 비윤리적이였으니 할말은 아니지만 공직에 앉아 있는 놈이 정직까진 아니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설령 누구 뒤 봐주고 돈을 받아 챙기는 것까진 봐줘도 남의 눈에서 피눈물 흘리게 하진 말아야지.


시온에게 이름을 들으니 나도 TV에서 몇번 들어본적 있는 놈들이였다. 일단 그놈들 조지는건 가장 마지막으로 하자. 내가 적성종만 때려잡아서 대책팀도 슬금슬금 움직이지만 국회위원 한두놈 조지면 그 순간 전쟁을 하는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마리는 잡았습니다"


"어떻게?"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봤습니다"


시온이 말하는 두 사건은 하나는 영등포 백화점 화재 사건, 다른 하나는 이번 소아 납치  살해 사건이다.


"납치범 김정수의 시신은 우선 경찰쪽에서 부검 후에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전문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아는 곳이야?"

"한번 들어본 곳일겁니다"

첫번째 사건과 연관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스치듯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래버리지 사. 김정수 시신이 이송 됐다는 전문 시설이 그쪽 연구실이나 병원이지?"


"그렇습니다"

전에 진서애 씨한테 들은게 있다. 남편 시신은 그가 생전에  보험으로 래버리지 사에 귀속되어 연구 자료로 쓰일거라고. 사망 위험이 높아서 여타 다른 보험에도 들기 어려운 포스 유저가 들  있는 몇 안되는 보험이고 어차피 사후에 그러는거니까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적성종과 싸우는데 사지 멀쩡하게 시신이 돌아갈거라고 생각치도 못했을거고.

남자가 가족을 생각한다면 정말 뭐든지 할  있는 법이다. 설령 장례 치를 때 자기 시신 없는 빈 관을 화장터에 들이더라도 말이다.


"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 있다면, 시신의 움직임을 찾아보면 됩니다. 그리고 꼬리를 찾아냈습니다"


"그쪽에 해킹 한번 해봤어?"

"해봤는데 안됐습니다. 빙고입니다"


단순한 과학 문명 사회에서 시온이 해킹 못하는 놈들은 필시 그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특히나 과학이 아니라 과학에 이능력을 접목해 발전한 수준의 기술력이 말이다.

가이아 포스가 등장한지 겨우 20년 밖에 안된 문명에 그 정도 수준은 아무리 초천재가 있어도 무리다. 빌 게이츠를 석기시대로 내던져서 컴퓨터 만들라고 하는 이야기랑 똑같다. 아,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머구나. 아무튼.

"래버리지 사 자체를 해킹하는건 무리지만 그 주변을 해킹하는건 가능해서 이래저래 조사해 봤습니다만, 대부분 표면적으로 나와 있는 연구 시설입니다"

"더 깊게는 조사 못하나?   지하 비밀 실험실 같은거 있을 수도 있잖아"

"이 시대 인공위성으로는 무리입니다"


"아, 이런"

시온이 정보를 모으는 방식은 CCTV, 전자기기, 컴퓨터 네트워크, 국방망, 인공위성 해킹 등등이 있다. 그 소리는 그걸로 정보를 모을 수 없다면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시온은 지금 당장 전세계의 핵폭탄을 해킹해서 날리는건 가능해도 당장 달을 날려버리는건 못한다. 애초에 지구의 핵폭탄을 다 터트려도 달을 날려버릴 수는 없을테니까. 지구의 과학력으로 가능한건 다 가능해도 못하는건 못한다.


"화성에 파킹해둔 자가용 불러오지 않으면 자세한 조사는 불가능합니다"

"거 차원항행함 가지고 차량 취급 하지 말라니까"

"불러옵니까?"


"저번에 그런식으로 불러왔다가 위성 궤도에서 위성 몇개 작살낸거 잊어먹었냐"


한 300년전 일이라서 대강 기억하고 있었다.  일 때문에 뒷처리를 위해 시온이 표면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야 해서......본의 아니게 미지와의 조우를 찍었다. 무시해도 되지만 못해도 수백억은 하는 인공위성 몇개나 작살내고 무시하기에 시온의 양심은 너무나 가녀렸다.

어울리지도 않게 날아서 ET마냥 손가락 인사 하는거  웃겼지.....우호적인 외계인은 맞는데 평소 성격이라면 개드립치면서 인사하는게 정상이다.


내가 아니라 시온이 사고친 몇 안되는 일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겨도 그때는 상황  개판이였는데.

"일단 둬. 어차피 그런 놈들은  해도 또 소란스럽게 굴기 되어 있어"

뭐 때문에 인체실험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대의가 어쩌고 과학의 발전이 어쩌고 하는 사이코패스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 조용하길 바라는건  마누라 보고 덕질 그만두길 바라는거랑 똑같은 소리다.

"조만간 하나 더 터지겠지. 겨우 두개로 이만큼 접근했으니 한놈만 더 걸리면 잡을 수 있어"

지금은 옷깃 정도밖에 잡지 못했다. 이걸로는 뿌리치면 놓칠 수 있는 판국이다.

확실하게 붙잡기 위해서는 명확한 단서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단서는 생각보다 멀리 있진 않을것 같았다.

어떻게 아냐고?

그냥 직감이다.



* *  *



시온은 그 일 때문에 일주일간 자주 경찰서에 들렀다. 만약 내가 그 대상이였다면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시온이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일단 애들한테는 제 전화번호는 알려 줬습니다"

"수정이랑 아람이? 부모님이 걱정 안하셔?"

"제가 만나서 이야기 잘 나눴습니다. 같이 납치당한 피해자라고 하니 쉽게 해결 됐습니다"


"잘 넘어갔네. 외견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그런건 없어?"


"수정이네 아버지가 제가 아는 회사의 과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야기가 쉬웠습니다"

"아는 회사가 수십개쯤 될텐데 어디?"

"그냥 적당한 기업입니다"

시온이 말하는게 진짜로 적당한 기업인지, 아니면 대기업인데 시온이 보기에는 그냥 적당한 기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후자 같다.

"아마 무슨  있으면 저한테 전화 올겁니다"

"내 전화번호 알려줘도 됐는데. 그 왜 추적 안되는 번호 있잖아"

"어차피 아는 사이인거  아는데 애들이 할 부탁이래봐야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귀찮진 않겠어?"


"애 돌보던 경험은 저도 있습니다"

납치 사건은 시온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김정수의 시신은 추적 도중 소실. 아무래도 어디론가 빼돌린것 같은데 자세한 위치는 파악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흑막으로 보이는 녀석이 손을 쓴듯 하다. 경찰 쪽에서도 파악한 정보만 대강 듣고 시신은 돌려받지 못한듯 했다.


"아, 그리고 전에 이야기 했던 게임 개발사 인수한거 모레에 한번 가보시면 됩니다"

"맞다. 그것도 있었지. 정장 사둔거 입고 가면 되겠다. 근데 난 기업 운영 같은거에 영 재능 없는데"

사람은 누구나 천성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내가 환생자로서 역량이란 그릇을 두들겨서 크게 만들긴 했지만 재능이 없는 부분은 역시 단련하고 개발해도 뛰어나지 않다.


그중에서 하나가 기업 운영이나 통솔 관련 재능이다. 나한테 기업 하나 맡겨주면 말아먹지 않을 정도나  뿐이지 사업 번창은 꿈도 못꾼다.

그나마 기술 개발 정도야 내 능력으로 치트 쓰듯 개발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애초에 내가 쌓은 지식 중에 공돌이라고 할법한 지식은 많지 않다.

하물며 게임 개발사라면 주로 프로그래밍, 게임 스토리등등일텐데 그러면 손을 쓸  있는데  적다.


"사무실도, 사람도  구해놨습니다. 당신은 지시만 내리면 됩니다"

"회사 이름은?"


"시온(Sion)입니다"

"한글자만 바꾸기냐"

시온의 이름은 시온(Zion)이다. 발음상 이쪽은 지온에 가깝지만 둘 다 시온이라 발음하는건 같다.

 외계인인데 이름은 지구에서 기반한것 같냐고 물으면 애초에 시온도 지구 태생이다.

게임 개발사 시온.


생각해보면 기업 운영이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마음 편하게 먹고 운영하면 될듯 싶다.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래서 사람은 물질적인 욕망은 적당히 해야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모레에는 치킨집으로 출근하지 말고 시온으로 출근해야겠다.......아, 이러니까 꼭 모레에는 출근 안하고 시온이랑 꽁냥댈거라는 느낌이잖아.


게임 개발사 시온을 표기할 때는 (주)시온이라고 해야겠다.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 주십시오. 가챠 요소 들어가는건 용납 못합니다"

"가챠는 나도 별로야"

요즘 세상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가챠 요소가 들어간 게임이 즐비해 있다. 캐릭터 뽑는데 들어가는 아이템 몇개에 10만원. 그렇게 해서 또 확정적으로 나오는건 아니다.


그나마 양심 있는 녀석들은 천장이라고 일정 금액만큼 돌리면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러지 않는 게임도 많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건 아니지만 과거는 그리워 해도 된다. 옛날에 게임들은 과금 요소가 없는건 아니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돈 들어가는 것보다 게임성, 스토리가 훌륭했다.

하다못해 그때 적당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요즘  벌려고 대충 만든 가챠 게임보다 재미있었다.

적어도 모바일 게임 만큼은 옛날이 좋았다.

그때 하던 게임들은 2G에 폴더폰 시절이라 스마트폰에 호환 문제 등등이 있어서 지금 다시 하기 힘들다. 설령 하더라도 그때만큼 재미있지 않겠지.


그러니 다시 리부트 하거나 지금에 맞게 개량해서 한다면 재미있을거다.

돈은  다음이다.


물론 그래도 회사가 망할 정도로 돈을 못벌면 파산하니까 그건 좀.

"망해도 괜찮을까......."


"회사가 망해도 직원들 퇴직금 다 챙겨주고 남을 만큼 돈은 충분히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애초에 사람 모을 때 못해도 당시 연봉의 1.5배는 주고 데려 왔습니다"


"거 연봉 협상 쿨하게 하네"

"애초에 이쪽 직종 월급이 이 나라에서는 너무 짠겁니다"

시온은 슬쩍 대략적인 회사 서류들을 넘겨줬다. 직원들 신상 명세부터 시작해서 이력서까지 있고, 프로그래머, 시나리오 라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네트워크 관리자, 등등 각자 업무에 따라서 나뉘어져 있다. 전체적인 직원 수는 60여명 정도. 겉보기엔 꽤나 많지만 확실하게 중소기업이다.


"꽤 경력 있는 사람이 많네......난 학력은 크게 보진 않아서 경력만 보고 있는데도 그래"

"원래 경력자가 좋은겁니다"

 학교 졸업한 신입이 없는건 아니지만 경력자가 상당히 많다.


"아, 그리고 영웅서기 시리즈는 판권 사왔습니다. 마음대로 손봐도 됩니다"

일처리 하나는 끝내주는 우리 마누라다.

대략적인 방향성은 잡았다. 나는 결과물이 필요하면 그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 줬는데도 못하면 화를 내야 하는 부분이고.


내일은 백리한테 일 있다고 이야기 하고 모레는 쉬어야겠다.

*  *  *  *


내가 회사 간다고 하니까 백리가 놀라서 되물었다.

"무슨 회사요?"

"게임 개발사. 하고 싶은 게임 있다고 하니까 게임 회사를 하나 만들어주더라"

"와, 쩐다. 부자들은 우리들이랑 행동양상이 다르네요. 그 뭐더라, 빌게이츠는 여름 휴가 보내려고 몇억 주고 크루즈 선 빌려서 놀았다던데 그런거 비슷한것 같아요"


"그런 정도는 아니지. 솔직히 크루즈 선 타면 재미있긴 해도 생각보다 할거 없어. 수영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바다나 계곡을 가던가"

"그래도 재미 있을것 같잖아요. 그리고 그런데는 보통 사람이 많아서 놀기 힘들잖아요"

"그러면 이번 여름 휴가 같이 갈래? 울 마누라가 섬이랑 산 사둔거 있거든. 거긴 사유지니까 널널할거야"

"무슨 섬도 있고 산도 있고 그래요? 산이야 부동산이라고 치면 되는데 섬은 또 쩌네요. 아, 부자들은 재테크 삼아서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휴향용이야. 나나, 마누라나 결국에는 쾌락주의자거든. 가장 중요한건 역시 정신적인 부분이지만 놀고 먹는 것도 엄청 좋아하니까 놀기 좋은데 사놓은건 당연한거야"

"어디로 가는게 좋으려나......기왕이면 가족들이랑 같이 가는 것도 좋을  같은데, 섬이면 오래걸리겠죠?"

"어디에 있는건지 자세히는 못들었는데 그래도 일단 서해안 쪽에 있을껄. 서울이랑 서해안이랑 가깝다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로 오갈 거리는 아니지"


대한민국은 반도면서 동시에 서해안과 남해안 쪽에 주로 섬이 많다. 반대로 동해안 쪽에는 완만해서 섬이 별로 없지. 수업 시간이 졸지 않은 사람이라면 학교 수업에서 다 가르쳐주는 분야다.


하지만 일단 섬이라고 한다면 어느 쪽이던 금방 오갈 거리는 아니였다. 아무래도 수도권과 가까운 곳은 별로고 적당히 남부 지방에 있는 어디 섬일텐데 차 타고 가는데만도 몇시간이다.

가서 놀고 돌아오는 시간 합치면 1박 2일도 빠듯할듯 싶다.

"그러면 산 쪽이 좋겠네요. 계곡이라도 있으면 물놀이 하는건 똑같으니까요"


"거기서  바베큐 해먹으면 아주 그냥 죽여주지. 계획 짜둘테니까 나중에 말해줄께. 경비는 형이 댄다"

"형은 돈 관련해서는 쿨해서 좋아요"

애들한테 무슨 돈이 있겠니. 여행 가는데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장사나 시작하자.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일하면 밥맛도 좋고 돈도 벌리는 법이다.


"으아아, 방송 나가서 그런지 사람들 무지 많네. 내일은  더 준비해야겠다 백리야!"

"오늘도 100마리는 넘게 튀겼거든요?!"

"여기 양념 두마리 포장이요"

"아, 죄송한데 잠시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여기 계산 좀 계산해주세요"

"이쪽은 제가 할께요, 백리 학생"


저번 방송을  덕분인지 홍보 효과가 좋았다. 방송에도 나가고 진짜 맛도 좋고 싸다면 장사는 얼마든지 잘 되는 법이다. 만약 가게가 좀 더 컸다면 세명으로 커버 하기 힘들겠지만 가게가 작고 대부분 포장 주문이 많으니까 어떻게든 할  있었다.


튀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뿐이지 나머지는 금방 된다. 애초에 백리는 포스 유저라서 움직임이 빠르고 나도 초월자라서 적당히 움직여도 백리보다 훨씬 민첩하다.


장사가 마무리 되니까 겨우 한숨 돌릴  있었다. 방송 덕분에 매출은 훅 뛰었는데 그나마 여유 있던 평소와 다르게 숨쉴틈 없이 움직여서 빡세다.


"바쁜데 알바 한명 더 고용하는게 어때요?"

"방송 효과라고 해봤자 계속 나올것도 아닌데 오래가진 않아. 기껏해야 한두달 그러겠지. 그런데 그거 하자고 알바 구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하는게 낫지 않겠냐"


"돈 아끼려고 그러는건 아니고요?"

"이번달 보너스 있다"


"형, 저는 언제나 충성충성!"

태세전환은 여동생이랑 닮았구나.

언제나와 같이 가게를 마무리 하기 전에 서애씨는 먼저 보냈다. 나랑 백리가 이야기 해서 예전부터 그러던거다. 집에 애가 있는데 빨리 돌아가 봐야지.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서애씨. 성혜는 건강하죠?"


"그럼요. 요즘은 방학해서 점심때는 되야 일어나는걸요. 가끔 일찍 들어가는 날에는 노느라 저보다 늦게 들어올 때도 있다니까요"

"애는 뭘 하던 건강한게 최고죠. 아, 방학 했으면 언제 한번 같이 여름 휴가 가실래요? 다같이 가는게 훨씬 재미있을텐데"

"휴가요? 어디로요?"

"일단 산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마누라가 놀려고 산 사둔게 있어서"


방학이라.....그러고 보니 슬슬 방학 시즌이다. 그래서 방송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손님이 평소보다 배는 많았던게 이해가 됐다. 그나마 대학 다닐 애들이 밤새 놀러 다니는데 술 마시고 먹는것 밖에 할일이 더 있겠는가.


"어머, 산이요?"

"네, 길게는 무리고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로 잡아서 계곡 있는데 가서 바베큐 해먹고 그럴려고요. 어때요?"

"성혜도 좋아하겠네요. 여행 가본게 꽤나 오랜만이라서......"


"나중에 일정 짜면 알려드릴께요. 안되는 날 있으면 미리 알려주세요"

방학이라고 하면 결국은 쉬는 날이다. 그리고 쉬는 날이라 하면 노는 날이랑 일맥상통하고.


우리라고 다를바가 없다. 자영업자인 만큼 그날 매출만 감내하면 쉴 수 있으니까 오히려 회사보다 낫다. 주말.....아니 치킨은 주말에 먹는만큼 주말보단 평일을 끼어서 쉬는게 낫겠지. 우리 가게는 토요일날 쉬니까 목, 금, 토요일 3일 잡고 스케쥴을 짜둘까.

"그럼 내일 뵈요 최 사장님. 아! 내일은 안나오신다고 했죠?"


"네, 나와도 오후에나 나올것 같네요. 아무튼 조심히 들어가세요"

서애씨가 돌아가고 나와 백리는 남아서 가게를 정리했다. 음식물 쓰레기들과 가게 테이블들을 정리하고 내일 쓸 재료들을 손본다.

손님이 많아졌으니 더 많이 준비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는다.

"손이 빨라졌나? 난 평소랑 똑같이 움직이는데 실력이 눈꼽만큼 늘었니?"


"루리한테 맨날 처맞다가 요즘은 반격도 한다고요."

"오, 그래? 기본기는 쌓였나 보구나?"

강해지고 싶은 백리는 내가 봐주기도 뭐할만큼 기본기도 덜 쌓았지만 루리랑 치고박고 싸우면서 나름 기본은 쌓은 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근육도 붙고 움직이는데 요령도 생긴걸 보면 재능은 나쁘지 않은것 같다.

기본을 쌓았으니 뭐라도 하나 가르쳐주고 싶은데.....뭐가 좋으려나.


"하나 가르쳐줄건데 배우고 싶은거 있어?"


"어.....그러면 그거. 전에 말해줬던 탐심무량기공인가, 그거나 멸룡이란거요"


"둘 다 아무나 못배우는거라고 했잖아"


"대신 효과가 쩔잖아요! 하나는 무한한 내공이고, 하나는 천검 이경진을 때려눕혔던 힘인데!"

탐심무량기공은 선한 심성이, 멸룡은 증오가 필요한 무공이다.


억지로 배운다면 폭주하거나 반편이 밖에 안된다. 그러느니 차라리 딴걸 배우는게 낫다.

사람의 심성은 한치앞도 모르기에, 처음부터 절대라고 보장할  있을 정도가 아니면 탐심무량기공은 안된다. 나도 우리 가문쪽 사람이라서 기본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마음가짐 때문에 배우게 된거지 아니였으면 못배웠다.

그리고 백리는 심성은 몰라도 증오가 없다. 타인에게 분노할  있을지언정 마음속 깊은 곳에서 증오할 수는 없다. 그래서 멸룡은 배워도 제 위력을 못낼거다.


"비슷하게 쩌는거 알려줄께. 그럼 됐잖아"

"뭐가 있는데요?"

"하나는 태극나선경(太極螺線憬). 다른건 낭아유수(狼牙流水), 음......검술은 안쓸것 같으니 유수강검(流水强劍)은 빼고. 천살진기(天殺眞技)도 마찬가지로 빼고. 수라광룡투(修羅狂龍鬪)는 좀 애매하고......내가 아는 만룡무(萬龍武)는 네가 배우기에는 소질이 다를  같은데"

"뭐가 좀 많네요. 뒤로 갈수록 못배우는거고요"

"내가 배운게 사람을 좀 가려. 나야 환생 짬밥으로 뻐기는거지"

만류귀종이라고. 내가 살면서 쌀은 깨달음을 이리저리 맞춰서 배우다 보니 어떻게 배웠다 뿐이지 한평생 가지고는 부족하기 짝이 없던 무공들이 한가득이다.


내가 배운 기술들을 전부 총 정립해서 만든게 수라광룡투긴 하지만 처음부터 죽이기 위한걸 가르쳐주긴 좀 그렇다.

"가르쳐줄 수 있는건 태극나선경과 낭아유수, 그리고 유수강검. 확실하게는 이 세가지야. 혹시 검술 배우고 싶어?"


"음......맨손이 더 편한데요.  들고 다닐 수도 없고"

포스 유저라도 국가 소속이 아니면 무기 지참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맨손이 더 편하겠지.

그러면 유수강검은 제외. 태극나선경과 낭아유수다.

"태극나선경과 낭아유수. 둘  좋은 무공이야. 어느 하나라도 극의에 이르면  지구인 최강이 될 수 있어. 물론 나 빼고"


"무림인은 아닌데 무공서 처음에 허세 가득하게 적어놓는 그런 대사같은데요"

"하나는 뭐든지 원자 레벨로 분해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시간 정지 쓸 수 있어"

"와, 씨발 방금 한말 취소"


이름에서 알  있다시피 태극나선경이나 낭아유수 둘 다 유(流)를 중점으로  무공이다. 다만 그 목표가 다르다.


태극나선경은 '분해'의 이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낭아유수는 속도의 극한에 이르기 위한 무공이다. 어느 하나도 사람의 평생으로 극의에 닿을 수 있을까 말까한 무공이다.


아마 별다른 일 없으면 백리가 극의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호신용으로 쓰라고 가르쳐주는거다.

"뭐 배울래?"


백리는 장래에 관한거니까 고민을 했다. 한 10분 정도 고민하던 그는 이윽고 배우고 싶은 무공의 이름을 말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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