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39/507)



〈 39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나랑 시온 사이에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루리의 절반 정도의 성격을 가졌을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 두사람의 자식인데 그 정도도 적게 잡은거지. 어떤 성격인 아이가 나올지 심히 걱정된다. 솔직히 우리집 가정교육은 그리 좋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크으으, 자고로 짱큰 로봇만큼 간지 쩌는것도 드물지. 남자의 로망!"

"너 여자거든?!"


"간지에는 남녀 구분이 없어. 어차피 여자도 큰거 좋아하는데"

"여동생한테 섹드립 들어봤자 구타유발 소리로 밖에 안들려!"

"오빠의 그 역겨운 상상력이 무고한 여동생을 변태로 모는거 아냐?"


"솔직히 변태 맞잖아"

"그건 그래"

허허허, 사이 좋은 남매구나. 간식먹고 싸우렴.


"쟤 진짜 누가 데려갈까요?"


"몰라, 어딘가에 천생연분이 있겠지"

"누군지 몰라도 처남 될사람 존나 불쌍하다"


나이 차이 크게 나지 않는 이상 남매간의 사이는 보통 이렇다. 그나마 백리가 성격이 좋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더 싸우는 집안도 있을껄.

솔직히 고등학생 쯤 되는 여동생이 오빠한테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는 남매가 어디있겠냐. 그냥 너, 아니면 야, 정도로 부를 뿐이다. 아마 핸드폰에는 개새끼 소새끼 이런새끼로 등록 되어 있을거고.


"시온 언니, 이거 얼마에 샀어요?"

"흠, 구매 기록 찾아봐야 할겁니다. 오더 메이드라서  가격이 있긴 했습니다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닙니다"


"돈 많으면 좋구나. 나도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세상에서 돈 많이 벌려면 한탕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쵸? 나도 두어번 기획사 쪽에서 제의 받은 적이 있었는데. 몇년 아이돌 뛰고 건물 몇개 사서 접을까 하다가 기획사가 영 별로라서 거절했어요"


나는 그 말에 백리를 돌아보았다.

"입만 다물면 미인이긴 하잖아요"

"입을 열면 초미인이란 소리네!"

"꺼져!"


이능을 사용하는 사람은 최적의 신체 형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법이다. 포스 유저도 마찬가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신진대사도 높고 튼튼하다. 피부에 잡티하나 없는건 당연하고 몸매도 자연적으로 황금비를 갖추게 된다.

루리도 고등학교 3학년이라 성장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발육의 상태가 동양인으로 보이진 않는다. 외모도 좋으니 스카웃 제의 한두번 받았을것 같긴 하다.

"근데 헐크버스터 말고도 피규아랑 넨드로이드 개많네! 나도 넓은 집 사다가 방 한쪽에 진열장 세워놓고 꽉꽉 채우고 싶다. 이런 집 사는데 보통 얼마나 해요?"

"사는건 모르겠고 지은 집이라 들어간 공사비는 압니다"


"처음부터 지은거예요? 어쩐지 새집 냄새가 풀풀 나더라. 그러면  비밀 금고나 비밀 기지같은 것도 있어요?"

"그건 노 코멘트로 하겠습니다"


"아니, 거기서 노코멘트가 나오다니 나도 몰랐는데?!"


이 집에서 몇달 살았지만 처음 듣는 소리다. 우리 집에 나도 모르는 금고 같은게 있었어?

이래저래 백리와 루리는 우리  구경을 하고 잠깐 간식을 내와서 먹으며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가졌다. 메뉴는 초코 오믈렛에 우유. 아직 한창때인 애들인데다 둘  포스유저라서 잘 먹는다. 아무렴 먹는게 남는거지. 나도 보기만 했는데 흐뭇하다.

"오믈렛 마시쩡, 초코맛이라 더 마시쩡"


"우리들이 애가 있었다면 루리랑 비슷했을텐데"

"낳지 그러셨어요?"

"바쁜데다가 직업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응? 치킨집은 잘되잖아요"


"그거 말고"

치킨집이야 부업이고 본업은 사람들한테 원한사는 일이다. 뒤끝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완전히 없는건 아니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렇다.


물론 원한 샀다고 인질 잡으려고 시온을 노린다면 정신이 나간거고, 내 자식을 인질로 삼겠다면 내 적이라도 막아줄만큼 착한 녀석도 있지만.......자식 계획은 안정적일  해야하는 법이다.


"시온 언니, 애 낳을 수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경찰 아저씨가 수갑 들고 사장 오빠 체포할만한 모습으로는 힘들것 같은데"


"가능은 할겁니다만"

"제왕절개 해야겠지만"


시온이 여러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지만 임신을  상태에서는 불가능할거다. 그리고 그녀와 같은 동족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인간과의 혼혈인 이상 똑같이 10달 채우고 낳아야 한다.

그녀에게는 출산도 상당히 악조건이다. 변신도 못하는 어린 몸으로 임신해야지, 출산도 해야지, 무슨 여파가 있을지 모르는데 함부로 통각 차단도 못할테니까 출산의 고통도 전부 느껴야 한다.


"제왕절개 안할겁니다"

"야, 그거 안하고 낳을  있을거라고 생각해?"


"안할겁니다"

시온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아이인만큼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낳을겁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대는 일은 없을겁니다"

"제왕절개 한다고 나쁜게 아니라고. 옛날에 애 낳다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의료 수준이 낮은것도 있지만 조혼 때문에 몸이 부담되서 그런것도 있어. 넌 충분히 부담되는 몸이잖아. 큰일 날테니까 제왕절개 하자"


"안할겁니다"

시온은 뿌우, 하고 볼을 부풀린채 삐진 표정으로 토라져 있었다. 그녀는 가끔 가다가 이상한 고집 부릴 때가 있는데 저러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질 않는다.

".....뭐, 일단 먼 미래 이야기니까 나중에 그때 되면 생각하자고"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적어도 아이를 낳자고 진지하게 생각할 때 쯤으로.

입안이 씁쓸해서 초코 오믈렛을 하나 먹었다. 진한 초코맛이 입안에서 감돌아서 그나마 좀 나아진다. 우유랑 같이 마시니까 조합이 괜찮다. 일단은 반쯤  같은거니까.

"그런데 사장 오빠, 요즘엔 라쿤맨 활동 안해요?"

"풉!"


목으로 넘어가던게 도로 역류해 튀어나올뻔 했다.


간신히 입을 막아서 대참사가 일어날걸 막았다. 내 반사신경에 치어스.

나는 옆에 있던 백리를 노려보았다.

"니가 불었냐?"


"아뇨, 혼자 눈치 까서 알고 있던데요"

"조금만 관심 가지면 알만한 일인데 모르는게 이상한거 아냐?"


생각해보면 KFU의 조 팀장도  정체를 알고 있고, 루리도 알고 있으니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온이 전자기기에 관련된 정보는 전부 지워버려서 뉴스에 탄건 몰라도 CCTV에 찍힌건 모를텐데. 심지어 내가 일본에서 개판친걸 모르는 사람도 대다수일거다. 그때는 EMP 때문에 아예 전자기기가 죄다 날아간데다 일본에서 정보를 차단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라쿤맨이였어요?"

"얼굴 가릴만한 것 중에 제일 멀쩡했거든"

"본심은요?"

"못된 적성종은 이 라쿤맨이 처리했으니 걱정말라구! 하고 외쳐보고 싶었어"


".......어떻하지? 나 사장 오빠랑 캐미가 너무  맞아. 솔로였으면 한번 꼬셔봤을텐데"

"불륜은 안돼 이년아!"

백리가 루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뻑! 하고 상당히 묵직한 소리가 들린걸로 보아 보기보단 강하게 때린것 같다.

"아! 방금 감정 실어서 쳤지! 혹 났어! 혹!"

"방금 쳤다고 혹 생기냐?"


"시끄러. 오빠는 20년 넘게 살았는데 쓰지도 못하는 혹이나 달고 다니고"


"야!"

"자고로 여자가 순결을 유지하면 와인처럼 숙성되서 가치가 올라가는 법이지만 남자가 순결을 유지하면 유통기한 짧은 막걸리라 오래될수록 못쓰는 법이야"

"내가 장담하는데 너 30살 넘을 때까지 데려갈 사람 없다는데 내 통장 잔고 건다"


"나 시집  때 오빠 통장 털어서 작은 전셋집이라도 하나 구할 수 있을것 같군"

허허허, 보기 좋은 남매 지간이구만. 아무렴 남매는 이래야 보기 좋지. 어딘가의 여수 남매처럼 현관합체가 아니라 투닥투닥거리는 모습이 나름의 우애인것 같아 보기 좋다.


진짜로 사이가 나빴으면 둘 중 하나다. 투닥거리는게 아니라 폭력이라 부를 정도로 싸우거나 서로를 없는 사람처럼 완전히 무시하거나.

"자식 계획은  하나만 낳았으면 좋겠는데.......아들도 은근히 생각나네"

"왜 딸입니까?"


"아들 낳으면 나 닮을 것 같아서 무서워"


여자애가  닮으면 좋은건 아마 몸매밖에 없을거다. 나도 여자로 환생했을 때는 한 몸매 하거든. 그치만 얼굴은 평범한데 눈매 닮으면 날라리가 따로 없겠지.


기왕이면 시온만 팍팍 닮아서 나 닮은건 없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시온 닮았다면 예쁘고 귀여울테니까.

아들? 솔직히 생각도 안해봤다. 내가 한명 더 있다고 생각하면 좀 무섭다. 성격이야 교육을 잘 하면 되겠지만.......천성이 어디 가진 않을거다. 그런 면에서 기왕이면 딸이 좋다.


"그런데 사장 오빠. 거기 백화점에서 났던 화재는 진짜 사고였어?"

"........."

백리가 자세하게 이야기는 하지 않은건지 루리는 실상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것 치고는 상당히 정곡을 찔러왔다.


 현장에는 자신의 아버지도 있었고 백리도 포스 유저로 각성한 사건이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질문을 물어온다.


"사고는 사고였지"


백리는 복잡한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애들을 끼어들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화재의 중심에는 한 포스 유저가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듯 보이고 나중에는 적성종과 흡사한 모습으로 변형까지 했다. 본인 스스로 그걸 선택했을리 없고 그 자리에 있던것도 바라던게 아니였으니 사고는 사고다.

 때의 일은 끝났고 지금 그 현장은 화재 뒷처리를 하느라 바쁘다.

폭주했던 포스 유저의 신원도 파악해 뒀었다. 이름은 채정혁, KFU 소속이지만 이미 사망처리 된 사람.


내가 그를 죽였고 유언도 들었으니 그의 가족인 진서애씨를 우리 치킨집에 취직시켜서 나름 돌보고 있어서 도리는 다하고 있었다.

시온한테 더 조사해달라고 말을 해두긴 했지만......정작 나도 잊고 있었던걸 루리 덕분에 이제야 생각 났다.


"저기, 형........"


"됐어. 애들은 신경 쓸 일 아니야"

"저 민증도 나오고 군대도 다녀온 성인이거든요? 형이랑 나이도 몇살 차이 안나고요"


"그럼 말을 바꿀께. 허접은 나대는게 아냐"

"윽?!"

나보다 약한놈은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차원 몇개를 뒤져도 나 혼자밖에 나서지 못하겠지만 그만큼 안전하다. 구리구리한 냄새가 아주 진하게 풍기니까 사람 뒈져나가는건 예사인 일이다.

내가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이런 놈들은 꼭 조직적으로, 그리고 추적하기 힘들게 점 조직으로 움직이고 사람 목숨을 나처럼 개떡같이 취급하고 돈도 많고 인맥도 쩌는데 기술력이나 무력이나 세상에 알려지면 놀랄 정도로 뛰어나다.

전형적이지만 제일 귀찮다. 그냥 한놈이 존나 강하면 그놈만 패면 말 잘듣거든.

더 귀찮은 유형이 있다면 보스 밑에 간부가 있는데 간부급도 보스의 얼굴을 본적 없다거나 그런 쪽이다. 간부까지  처리했는데 보스만 남았으면 뒤끝이 찝찝해.

"적어도 루리만큼은 싸울 수 있게된 다음에 와. 직접 보니까 생각보다 더 쌘데? 내가 대충 날린 주먹 다섯방까지는 버티겠다"

"겨우 다섯방이요? 그것도 대충?"

"너는 한방은 커녕 여파에만 휘말려도 팔다리가 분질러진다고 보면 돼"

백리는 나름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실전 경험도 없고 포스 다루는 실력도 모자라다. 한 3년 뒤에 보면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뭘 하겠다고 나서면 도움은 커녕 짐만 된다.

그러면 처음부터 돕지 않는게 낫지.

"생각난 김에 처리할게 좀 있네. 간식 다 먹었지? 퇴근 시간 되서 막히기 전에 돌아가. 차가 2인승이여서 태워다 주진 못하겠다"

"낑겨 타면 세사람 탈  있잖아요, 그리고 오늘 주말이라 퇴근시간에도 안막힐텐데요?"

"오빠, 눈치가 없는거야 생각이 없는거야? 슬슬 부부끼리 야릇하고 오붓한 시간 보낼꺼니까 가라는거잖아"

"아! 그랬어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루리가 맞는 말을 하긴 했다. 자리를 피해주려는 뜻으로 백리를 말린거겠지만 여고생이 저렇게 말하니 쪼오끔 깨는 느낌이 있는데.

슬쩍 루리가 시온 옆에 붙어서 귓속말을 걸었다. 작게 말하는듯 싶지만 나한테는 다 들린다. 아마 본인도 들리는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어보는거겠지.


"저기저기, 시온 언니. 사장 오빠는 밤에 어때요?"


"미래의 당신 남편의 정력이 그 반에 반만 닮아도 평생 부부금슬은 걱정할 필요 없을겁니다"

"어-썸(Awesome)"


루리가 난데없이 영어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휘둥그래 뜬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런데 시선이  아래다.

잠깐만, 야야야, 여고생이 유부남 거기 보는건  아니지. 다른건 둘째치고 내가 다 부끄럽다.


백리도 들었는지 부러운 얼굴로 나한테 물었다.

"형, 비법같은거 있어요?"

".........고기 많이 먹어라"

그렇지만 루리가 백리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어차피 오빤 쓸데도 없으면서"

"컥!"


치명타!



* *  * *

애들이 돌아간 뒤에 나는 시온에게 물어보았다.

"시온, 저기 지난번에 부탁했던건 어떻게 됐어?"

"이리저리 조사해보고 있지만 아직 큰건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네가?"

시온의 능력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된 세상에서는 전지전능과 비슷할 정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해킹하지 못할 서버는 없으며 알지 못할 정보는 없다.

나름 수준이 높은 문명이라면 혹시 몰라도 지금 지구에서 시온이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건.......딱 한가지를 의미한다.

"생각보다 더 귀찮은 놈들이겠네"

상대가 이능력을 결합한 훨씬 진보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리다.

시온은 펜타곤의 서버를 해킹해서 당장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지만 이능력이 결함된 컴퓨터라면 설령 가정용 컴퓨터라도 애를 먹는다.


그녀의 종족인 하논은 물리적인 것에는 정점에 이르렀지만  한줌의 이능력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마 모든 방비를 풀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백리도 시온에게 치명상을 입힐수 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

지구는 적성종과 가이아 포스가 등장한지 겨우 20년이다. 긴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대공황의 뒷처리도 겹쳐 있었으니 더 짧겠지.


전부 다 좋게 판단해서 20년만에 이능력을 결합한 고성능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어떤 이능력이 결합되던 그건 영자(靈子)를 이용한 영자 컴퓨터다.


아, 헷갈릴 수 있는데 양자가 아니라 영자다. 양자는 물리량을 이루는 최소 단위고, 영자는 영혼을 이루는 최소단위를 말한다.

지구인이 젤나가였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진보된 문명이다. 만약 그만큼 가이아 포스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면 모든 병이나 외상은 손쉽게 치료가 가능해서 병원은 진작에 망하고 사람들은 장신구 하나로 누구나 포스 유저가 됐겠지.

"어떻게 하실겁니까?"

"흠......."

백화점 화재 사고로 인해서 이 일에 관련되었지만 여기서  깊게 관여되는냐, 아니면 무시하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돌아가도 된다. 엄밀하게 말해서 나는 피해본게 없고 죽은 채정혁의 가족을 돌봐주는걸로 그를 죽인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싸우면 필히 내 주변 사람들도 위협을 받을테고 죽은 그도 자기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면서 까지 원한을 값고 싶다곤 생각하지 않겠지.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문명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좆대로 행동하는 일도 있지만 결국 세상은 사회가 만들어가는거고 나는 개인일 뿐이다. 내가 나서서 바꿀 의무는 없다.


나를 사회에 일원으로 넣기에는 너무 이질적이지. 어차피 인간은 자기랑 다른 사람은 배척하잖아? 그럼 내가 떨어지면 그만이야.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것 같은 거대 흑막 조직은 지금의 사회가 대처해야  문제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나는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일단은 보류. 좀 더 지켜보고 난 뒤에 움직여도 괜찮을거야"

가뜩이나 라쿤맨 대책반인지 뭔지도 생겨났는데 당분간은 몸을 사리는게 좋겠다.


들키는건 상관없는데 신혼생활 끝날까봐 그러지. 차라리 어디 산에 들어가서 자연인처럼 살아볼까.......

"이럴 때는 결정하기 편하게 미래라도 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거라면 몰라도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그냥 하는 말입니다. 투정이니 흘려 들으십시오"

나도 미래예지는 가능하다. 내 능력과 심안까지 합쳐져서 길면 10초 정도 미래까지 볼 수 있다.

다만 더 먼 미래를 보는건 우선 나에게 허락된 인과율이 안된다.

미래를 본다는것 자체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에 대가가 필요하다.


 대가를 치루더라도 난 머리가 별로라서 멀리 볼수도 없다. 그나마 싸울 때 쓰는건 익숙해서 쓰는거지 예언자 노릇하기에는 소프트웨어(두뇌)가 구리다.

무엇보다도 운명이 허락해주지 않으니까 안된다.


결국은 미래의 커다란 인과를 위해 운명에게서  인과율을 부여받은 예언자, 예지자 부류가 아니면 못한다.

그래, 아무튼 전부 그년이 나쁘다.

너 말하는거야 너, 운명의 절대자. 태고적부터 노처녀면 히스테리가 그럴만도 하지. 니가  상사면 다냐?

에베베,  이렇게 욕했다고 보복삼아 무슨 짓 한번 하겠지. 그래봤자 대수냐?


"놈들이 대놓고 나올 정도나, 우리한테 함부로 손 뻗지 않으면 나도 나서진 않을거야"


"그러질 않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박살난 조직이나 나라가 몇갭니까?"


"여태까지 먹은 빵의 갯수를 기억해?"

"13만 6천 893개입니다"

"아, 넌 기억하는구나"

씁, 이건 드립 실패군.


문득 내 감이 뭔가 기억 속을 헤집어 다시금 상기시켰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바로 어젯밤의 일이다. 공원에서 초등학생 살해, 납치범으로 오해받아 체포됐던 일.

"어제 있었던 일 기억해? 그  경위님 만났던거. 인간 말종 하나 돌아다닌다고 했잖아"


"기억 납니다. 왜 그럽니까?"


"잠깐 이 근처 CCTV를 뒤져봐줄래? 이 근처에 있나 싶어서"

묘하게 수상하다.

더군다나 최초 사건 발생일은 백화점 화재 발생일과 비슷한 시간대다.


겨우 그 정도의 연관성이였지만 나는 충분히 수상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다른것도 아니고  직감이 그렇다고 알려주니 확신할 수 있다.

"딱히 CCTV에 찍힌건 없습니다"


"진짜?"


"예, 아이들이 납치된 현장도 하필이면 CCTV 사각지대인데다......마치 그냥 사라진것 처럼 찍힌 흔적이 없습니다"


"흠"

수상쩍고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 혹시 모르니까 대비를 해두기로 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시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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