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자가용이 있는것과 없는것의 차이는 크다. 아침에 버스를 타려고 일찍 일어나던 시간을 앞당겨서 조금 더 자거나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나야 어차피 좀 더 일찍 일어나는 수고만 들이면 되는터라 상관없지만 그래도 있으니까 좋다.
"잘 다녀 오십시오. 아, 오늘 촬영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응, 오늘 촬영하고.......아마 방송은 다음주 쯤에 하지 않을까? 오늘 찍으면서 한번 물어볼께"
나는 평소보다 좀 늦게 일어났다. 아침 출근길이 막히는 길이긴 하지만 원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던 나는 자가용이 생겼다면 조금 늦장 부려도 된다. 방송 찍을거 감안하고 봐도 충분한 시간이다.
5분 거리에 있는 근처 상가(시온 명의) 지하에 주차해둔 람보르기니를 볼 때마다 마음만큼은 10살짜리 어린애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간지의 완성은 역시 자동차지.
아직도 새차 냄새가 나는 시트에 앉아서 시동을 거니 경쾌한 배기음이 들린다.
슬슬 운전하면서 큰길로 나가니 주위 차들이 너도나도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사고나면 나도 무섭다. 수리비야 시온이 다 내주겠지만 사고난 상대 입장에서는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
별 생각없이 운전했는데 20분만에 도착했다. 평소에 버스 타고 다니면 못해도 3,40분은 걸리던걸 생각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효과다. 아, 편하네.
"형 출근했다"
"어? 좀 일찍 오셨네요?"
"차타고 와서 일찍 온것 같아. 좀 더 늦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네"
"차요? 형 자가용 있었어요?"
"그저께 마누라가 사줬어"
"기종 뭔데요?"
"람보르기니.....뭐였더라? 아무튼 람보르기니야"
"슈퍼카요?! 쩐다!"
먼저 출근해 있던 백리가 람보르기니 소리에 눈이 반짝인다. 솔직히 내가 지인이 람보르기니 샀다고 그러면 똑같이 그랬을거다.
"차 어때요? 좋아요?"
"돈 값은 하는것 같더라. 뭣보다 간지가 쩜"
"저 나중에 한번 태워주세요"
"퇴근할때 바래다 줄께"
"아싸!"
가게 준비의 준비를 하고 조금 기다리니 촬영팀이 왔다. 가게가 좁아서 카메라 두어개가 전부고 나머지 인원들은 바깥에서 대기다.
저쪽도 준비를 마치자 진 PD가 인사를 건내며 다가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촬영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저희도 준비 다 됐으니까 바로 시작하죠"
"알겠습니다"
"........저기, 근데 뭐 대본 같은거 없어요? 보통 다 짜고 그러는거라고 하던데"
"쓸 때도 있지만 안쓸때도 있거든요. 게다가 저희가 한두번 찍는것도 아니라서 저희가 촬영하다 하는 질문에만 잘 대답해주시면 NG없이 계속 갈겁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리얼리티가 있었네......짜고치는줄 알았는데 이런면도 있는 모양이다.
우리 가게 아침은 먼저 닭을 준비한다. 사실 이건 오늘 쓸게 아니라 내일 쓸 물건이다. 우리집 닭은 밑간이 생명이기에 하루는 숙성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나레이션 같은건 방송국으로 돌아가서 편집과 함께 넣을테니 지금 듣진 못하겠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고 준비하는 모습을 찍으니 백리의 어께가 좀 굳은게 보인다.
"짜샤, 어께 펴. 생방송도 아니고 뭘 긴장하냐"
"그래도 TV 나가는건데요?!"
"일 열심히 하면 그런 생각 날아갈거야. 고기에다가 칼질 좀 해둬라"
"네"
우리집 치킨 만드는 법은 정말로 간단하다. 그냥 밑간하고 숙성한 후에 잘 튀긴다. 치킨은 잡내 제거와 튀기는것만 잘하면 완벽하다. 보통은 그걸 못하니까 문제지.
우선 닭고기에 칼집을 낸다. 간이 살 안쪽까지 잘 배기 위해서다. 백리가 닭 수십인분에 하나하나 칼집을 내고. 나는 옆에서 밑간을 할 소스 베이스를 만든다.
"지금 만드시는건 뭔가요?"
"밑간을 할 소스요. 강황에 향신료가 주된 재료라서 커리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게 맛이 강하지 않은게 특징이예요"
"맛이 강해야 더 맛있지 않을까요?"
"밑간을 할 소스가 너무 강하면 오히려 치킨맛을 잡아먹어요. 잡내를 제거하고 입안에서 은은하게 감돌 정도로 적당히. 게다가 후라이드만 만들것도 아니니까요"
밑간을 강하게 하면 후라이드 치킨은 먹기 좋을지 몰라도 양념이나 간장 치킨은 짜서 먹기 힘들다. 나도 나름 생각해서 요리하니까 그걸 감안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나요?"
"그 대사 나올줄 알았는데......이건 나름 시간 들여서 만든 소스라서 전부 알려드리는건 좀 그렇고, 강황에다가 레몬그라스, 시나몬, 후추, 팔각, 육두구등이 들어가죠. 뭐, 솔직히 이거 들어갔는데 잡내가 나면 그게 또 이상한거고요"
내가 말한거 외에 여러가지가 더 들어가긴 한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긴 한데 비밀 레시피 물어보면 다 대답해주긴 좀 그렇지.
방송 보는 입장에서는 다 말하지 않는 쪽이 더 재미있잖아? 무슨 맛일지 궁금할테고.
향신료들을 플라스틱 볼에 넣어 잘 섞은 다음에 물을 부어서 다시 섞는다. 잘 섞여지면 그걸 백리가 칼집을 내어놓은 닭고기와 같이 버무린다.
"보통 하루에 얼마나 준비하시나요?"
"흠, 평소엔 7,80마리까진 준비하는데. 오늘은 혹시 몰라서 100마리쯤 준비 했어요"
"힘들진 않으시나요?"
"아직 한창이거든요. 힘들려면 아직 멀었죠"
고기 하나하나에 소스가 잘 배어들었다 싶으면 그대로 뚜껑을 덮고 냉장고로 직행한다. 다음날까지 냅두면 안쪽까지 간이 확실하게 된다.
준비가 끝나자 진서애씨도 출근했다. 시간이 영업 시간이 되어가자 문을 열 준비를 한다. 테이블과 바닥을 한번씩 다시 닦고 재료를 점검한다. 혹시나 영업중에 모자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 후에 영업을 개시했다.
방송을 탄다고 촬영까지 하고 있으니 평소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연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테이블이 꽉차고 포장 주문도 벌써 세개다.
"아침부터 치킨이라니 뭘 좀 아는 사람들이 많네!"
"원래 오전에는 사람 별로 없었잖아요!"
"새벽 4시에도 치킨 먹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먹는게 이상하냐?"
"아니, 치킨은 원래 밤에 먹는 야식이고요!"
백리는 투덜거리긴 하지만 일은 열심히 했다. 진서애씨를 도와서 테이블 쪽 세팅을 돕고 주문을 받고 밑간이 된 닭을 꺼내 튀김옷을 입히고 나한테 넘긴다.
다음은 내 차례다. 닭을 딱 좋은 온도로 끓고 있는 기름이 살며시 넣어서 튀긴다. 한번에 세마리씩 튀기지만 딱 먹기 좋을 타이밍에 꺼내는건 한치의 오차도 없다.
옆에서는 양념 치킨을 만들기 위해서 후라이드 치킨에 양념 소스를 넣고 웍에 볶는다.
자고로 볶은건 뭐든 맛있다. 탕수육도 부먹이나 찍먹이냐 하지만 가게에서 먹는거라면 주방장이 볶아주는게 훨씬 맛있다.
우리집 비법 양념치킨 소스는 달짝찌근한 맛이라기 보다는 약간 매운 맛이다. 뜨끈하게 볶아 만든 양념치킨이 맵기까지 한다면 시원한 매운맛이 되어서 맛이 한결 올라간다. 그래서 일부러 소스 만들때는 청양고추를 썰어서 넣기도 하고.
한국산 고추가 아니면 이런 시원한 매운맛이 안나. 토양 차이인지는 몰라도 맵기만한 고추는 많이 봤지만 은은한 매운맛은 한국게 제일이더라.
"양념 하나, 후라이드 하나, 콜라 큰거 나왔습니다!"
"아, 여기 카드요"
"네, 카드 받았습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내가 만들면 백리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치킨을 건낸다. 이래저래 바쁘게 돌아다니니 카메라로 찍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새 잊어버린 모양이다.
"최 사장님, 여기 후라이드 두마리요!"
"후라이드 둘? 오케이"
"형, 아까 양념 하나에 맥주 1.5리터 포장한거 아직 안나왔어요?"
"다 됐어! 포장만 하면 돼!"
나도 바쁘게 손을 놀렸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동선이 계획되어 있으니까 생각만큼 시간이 쪼들리지 않았다. 몸은 하나지만 효율을 생각하고 움직이면 낭비되는 시간이 없기에 나 혼자 요리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매일 이렇게 바쁘세요?"
"오늘따라 더 바쁘네요. 그래도 평소랑 비슷하긴 해요"
단지 오후에 더 북적거린다 뿐이지 늘 이런 분위기였다. 자리 좋고 맛도 좋은 음식점은 이런 법이다.
후다닥 요리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새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 잠깐 휴식중 팻말을 내걸고 우리들도 점심겸 재정비를 한다.
우선 기름부터 갈고. 오전에만 30마리를 튀겼으니 한번 갈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
"점심 뭐 드실래요?"
"어차피 30분 가지고 누구 코에 못붙이잖아. 대충 옆에서 시켜먹어"
"형은 안심 돈까스 세트에, 아주머니는요?"
"저도 같은걸로요"
우리 옆 가게는 일식 전문점이라서 돈가스나 우동 종류를 판다. 장사 생각하면 길게 쉴수는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적게 시간 걸리는 옆집에서 시켜먹는다.
이런저런 재정비 하고 남은 시간이 30분. 미리 주문했으니 먹는 시간 합치면 남는 시간 15분. 촉박하긴 하지만 부족하진 않다. 여차하면 더 쉬어도 되고. 내가 사장인데 알게 뭐람.
"밥 먹고 쉬는 시간도 30분밖에 안되시나요?"
"뭐, 평소에는 이러죠. 어차피 밥은 옆집에서 시켜먹어서 얼마 안걸리거든요"
"여름에 불이랑 기름 앞에서 일하시고, 힘드시겠어요"
"그거야 요식업 종사자들에게는 당연한거니까요. 아, 밥왔다. 백리야! 밥 받아라!"
평소에 자주 시켜먹으니 빨리 왔다. 거의 매일 꼬박꼬박 시켜주는 단골 손님인데 그럴만도 하겠지. 원래 돈까스 같은건 배달 시키면 눅눅해지고 그러지만 바로 옆집에서 온만큼 바삭하다.
돈까스는 솔직히 언제 먹어도 맛있지. 튀긴건 다 맛있긴 하지만.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눈다. 가벼운 집안 이야기라던가, 나나 백리는 게임 이야기도 종종하고 가게 시작 전에 부족할건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도 한다.
다 먹고 약간 소화시킨 다음에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한다. 기름도 예열이 됐으니 준비만전이다.
보통 아침에 치킨을 먹는 사람은 드물다. 완전히 없다고는 못하지만 보통은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다.
즉, 본격적인 장사는 점심 먹고 난 후에 시작된다. 이미 예전부터 오던 손님들도 눈에 띄는 긴 줄이 가게 앞에 보인다. 마치 '간다 치킨집! 준비된 치킨은 충분한가!'하고 외치는 듯한 줄이다.
"백리야, 우리 닭 얼마나 남았니?"
"오늘 쓸거요? 한 50마리쯤 남았는데요. 형에 그저께 혹시 모르니까 더 준비 했었잖아요"
"애매하게 모자라거나 애매하게 남을것 같은데........뭐, 남는걸 빌자. 남으면 우리가 먹으면 되겠지만 모자르면 손님들한테 미안해지니까"
점차 입소문이 날 시기에는 분량 조절을 못해서 열댓명 가량 손님들이 되돌아간 때도 있었다. 그때는 즉석해서 할인 쿠폰이나 음료 서비스 쿠폰을 만들어서 돌려보냈지만 그때 이후로 차라리 남더라도 좀 더 많이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먹고 싶은거 못먹고 돌아가는 사람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우울하다. 자고로 인간의 3대 욕구 중 식욕이 만족되지 못했는데 그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다른거 둘째치고 치킨을 못먹은거다. 치킨을!
다시금 가게 앞에 팻말을 뒤집어 오픈으로 해두고 가게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지옥은 지금부터다!!!
* * * *
아직 한창 더울 시기라 밤이 되어도 습해서 체감온도는 높다. 에이컨을 빵빵하게 틀고 있지만 치킨이란건 불과 기름으로 만드는 요리인지라 가게 내부 온도는 뜨겁다. 물론 테이블 쪽은 시원하긴 해도 주방은 확실히 덥다. 겨울에는 좀 낫겠지만 내가 보통 사람이였다면 땀 줄줄 흘리면서 탈수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이미 몸뚱이는 무협지에서나 볼법한 한서불침이라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다행히도 오늘 장사는 무사히 끝내서 치킨도 한마리 밖에 안남았다.
이야, 어제 치킨을 얼마나 준비했는데 한마리 밖에 안남냐. 방송 타면 지금의 1.5배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고생했어요, 형"
"아, 지친다아. 백리야. 치킨 한마리 남은거에다 맥주나 한잔 하자. 뭘로 먹을래?"
"후라이드요"
"오키, 잠깐만 기다려"
금방 후라이드 치킨 한마리를 튀겨서 가게를 마무리 했다. 저녁도 아직 먹지 못했으니 이걸로 조촐하게나마 저녁을 대신한다.
"서애씨는 먼저 들어가세요. 애 기다리고 있을텐데"
"매번 감사해요 사장님. 그럼 먼저 들어갈께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진서애씨는 애가 있으니 먼저 퇴근시켰다. 상대가 그냥 알바하는 여자애였다면 그런거 없이 다같이 정리하고 같이 퇴근했겠지만 집에 기다리는 자식이 있는 엄마라면 일찍 들어가봐야 하는 법이다.
그걸 알기에 백리도 서애씨한테는 아무런 불만도 없다. 백리는 흘린 땀을 보충하듯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아, 촬영진 분들도 한마리 튀겨드려야 하는데......내일 쓸 닭이라면 어느정도 숙성 됐을테니까 그거라도 드릴까요?"
"그래주시면 저희야 고맙죠"
바로 냉장고에 넣은 닭이면 몰라도 오늘 아침에 숙성시킨거면 어느정도 간이 배었을 것이다. 내일 먹는것보단 약간 부족할듯 싶지만 그래도 맛있을거다.
촬영진이 열명 가까히 되서 열댓마리 정도 튀겼다. 이거 내일 닭 부족하지 않으려나 걱정이다.
다들 한마리씩 붙잡고 닭을 뜯고, 일단 일하는 중이니까 술은 안될것 같아서 탄산 음료를 꺼냈다. 치킨에 맥주는 아니지만 치킨에 콜라도 환상의 궁합이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진PD님"
"아뇨, 사장님이 더 고생하셨는걸요. 치킨까지 주시고, 잘 편집해서 좋은 맛집으로 소개 해드리겠습니다"
서로 웃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한다.
방송 찍을 분량은 전부 나왔으니 남은건 편집 하고 나레이션을 붙이는 일이다. 귀에 익숙한 남성 성우와 여성 성우의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특히나 남자 쪽의 약간 방정맞은 느낌의 나레이션이 귓가에 들리는듯 싶다.
"그런데 이런 맛집 프로그램 찍으로 PD님이 직접 나오시나요?"
"아......."
PD, 프로듀서란 직책이 자주 봐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PD는 그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VJ 특공부대란 부대가 진짜 있다면 거기 대대장 정도. 방송사 사장님은 사단장....아니 대통령 쯤 될거다.
그런 사람이 직접 나와서 촬영을 한다는건 솔직히 좀 이상한 일이다.
"사실 저희 프로. 얼마 있지 않아서 종영이예요"
"어, 프로그램 끝나나요?"
"예, 장수한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재와 시청률도 떨어지니까요"
10년 넘게 장수한 프로그램은 요즘 세대 사람들이 보지 않아서 시청률이 낮다. 특히나 오래 방송한 탓인지 소재도 떨어져서 진부한 내용이면 더더욱.
"예산도 적게 잡혀 있어서 제가 직접 뛰어야 할 판이예요. 아마도 이번달 말.......아니면 다음달 초 정도에 종영할것 같아요"
"아쉽네요. 여태까지 함께 하던 프로그램인데"
시설에서 지낼 때도 하나 있는 TV로 애들이랑 같이 금요일 저녁에는 VJ 특공부대를 보고 끝나면 잠이 들었다. 시온이랑도 매주 금요일에는 같이 앉에서 보기도 하고.
우리 가게는 토요일이 휴일이라 불금이 진짜 불금이다. 그래서 금요일 마지막으로 보는 프로그램인 VJ 특공부대도 상당히 각별한 프로그램이였는데.......이제 종영이라니 아쉽다.
"저도 원래 여기 PD가 아니예요. 짬으로는 제가 막내라서 종영 할때까지 땜빵으로 온거죠"
"그러면 원래 PD는 어디 갔는데요?"
"잘 나가는 다른 프로그램 PD로 슬쩍 빠져나갔죠. 원래 다 그런거예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촬영진들 다 치킨 한마리씩 먹인 후에 가게를 마무리 했다.
저쪽도 촬영 장비를 정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진 PD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오늘 출연료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계좌로, 아니면......."
"됐어요. 고생하시는데 저희는 방송 나가는 광고 비용으로 퉁 치죠 뭐. 그거 가지고 회식 한번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개인적으로 오죠. 치킨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맥주랑 먹었으면 끝내줬을텐데......다음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근처에 촬영하러 올때는 여기서 회식하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진 PD님"
서로 좋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도 기지개를 펴면서 평소보다 힘들었던 오늘의 피로를 풀었다.
3초만에 사라진 피로에 경례! 인피니티 포스 코어 덕분에 기맥이 흐르는 강맹한 힘은 사소한 피로도 금새 풀어버린다. 이래서 내가 이거 시동 걸기 싫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한 피로도 그냥 없에버리니까 인간미가 없잖아, 인간미가.
"오늘 고생했어요 형. 방송은 아마 다음주에 나가나요?"
"응, 그럴거래. 다음주에는 본방사수 해야겠군"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뇌를 파먹는 파란새 하니?"
"하긴 하는데 그냥 카톡 비슷하게 쓰는 용도로요. 그리고 홍보 되면 형도 좋잖아요"
솔직히 여기서 손님이 더 많아지면 감당이 안된다. 체인점을 내면 해결이 될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이 가게는 내가 취미로 해서 그럴생각 없다.
내가 돈을 벌고 싶었다면 10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을거다. 아니, 지금도 시온이 있으니 돈 걱정 없이 펑펑 쓰면서 놀아도 된다. 단지 불로소득이 싫으니 일을 하는것 뿐이다.
"퇴근하자. 내 람보르기니 타고"
"아 맞다!"
이제 다시 생각났는지 백리가 아침에 보였던 반짝이는 눈을 하고 가게문을 닫았다. 인근 주차장에 주차해둔 간지나는 람보르기니는 아침과 똑같은 모습으로 주차되어 있었다.
하기사, 어지간히 정신없는 놈이 아니고서야 겉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차에 흠집하나 낼 생각을 못하겠지.
"와, 씨발 개쩐다. 맨날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봤지 직접 본건 처음이예요"
"솔직히 모터쇼 아니면 이런 차를 어디가서 보냐? 길가에 다니는거 보는것도 드문데 타는건 더 드물지"
이런저런 비싼 외제차라면 가끔 가다 한번쯤 볼 수 있겠지만 이런 본격적인 돈지랄의 상징인 슈퍼카는 보기 드물다. 나도 이번 생에는 직접 본게 이거 봤을 때 정도인데 뭐.
딱 두사람 탈 수 있기에 조수석에 앉은 백리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시간이 좀 애매한데.......그래도 차 좀 빠져 있어서 안막히려나. 그러면 좀 밟아보자"
"잠깐만요, 안전운전, 안전운전! 긁히면 제가 더 무섭거든요?!"
"나도 그러긴 해. 그래도 내 운전실력을 믿어라. 내 환생자 평생 운전하다 차로 사람 죽여본적 없다"
".......사고난 적은요?"
"그건 노코멘트"
"으아아아아아!!!"
백리는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고 탈출하려고 했지만 이미 이쪽에서 잠궈서 열리지 않는다.
"가자! 아스라다!"
"그 대사는 안돼!"
와! 아스라다 아는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