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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20/507)



〈 20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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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이 히비키. 동아시아 3명의 마스터 유저중 한명으로 별명은 [슈텐도지(酒呑童子)], 불을 뿜거나 벼락을 날리는 등, 여러 속성 계통의 포스 유저들이 많은 가운데서 순수하게 무투 계열의 포스 유저다.

포스 특성은 단 세가지.


강화, 가속, 방출.

간단하고 알기 쉬운 특성이기에 사용하는 방식 또한 간단하다. 강화로 몸을 강화하고, 가속으로 속도를 가속하며, 방출로 공격한다.

순수한 방출계의 포스 유저의 공격력은 다른 속성 계통의 특성을 확립해야지만 효과가 나타나지만 히비키는 그런거 없이 자신의 주먹에 포스를 응집, 방출해서 물리력으로 바꾸어 사용함으로서 근접전으로는 어떤 포스 유저에게도 밀리지 않는 위용을 선보였다.


또한 그가 사용하는 육체 강화는 단지 신체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구또한 강화시켜 준다. 힘 또한 탑 클래스이며 내구도 마찬가지로 총알은 물론 미사일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다.

인간이기 때문에 포스량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지 만약 단기전으로 간다 한다면 이만큼 무서울 상대도 없다.


"흠, 조금 과했군"


흙먼지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히비키가 중얼거렸다. 건물은 이미 흔들리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무너질  같이 불안정했기에 한시라도 빨리 바깥으로 피해야 했다.

무너져내린 지반,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 그리고 흙더미 사이에 파묻힌 최악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 하나 없었다. 심지어 평범하게 동네에서 세일 할 때 사와서 입은 특이할 것 없는 옷조차 해진 곳 하나 없었다.

설마 그걸 맞고도 아무런 부상 하나 없을줄 몰랐던 히비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굉장하네. 적어도 어디 한군데 부러질 줄 알았거든"


"부러질거라고 생각해서 날린거였냐. 진짜 부러졌으면 어쩌려고?"


"적어도 그런 부상 정도는 입어줘야 싸웠다는 분위기가 나지"

"니가  생각 하는지는 대충 알것 같은데. 그래도 되겠어?"

최악은 진작에 알고 있었던 히비키의 속내를 꺼내보았다.


"나랑 한판 붙어서  틈에 나를 도망치게 해줄 생각이였지?"


"어떻게 알았나?"


"댁 생각하는거야 딱 그거지. 당신은 나라나 조직보다 자기 사람 한명 더 챙겨줄 사람이야"

히비키는 현장에서 조우했을 때 라쿤맨이 최악이라는걸 눈치 챘다.  때부터 조용히 보내줄 생각을 했지만 정작 본인이 그러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

"근데 괜찮겠어? 겨우 하루 만나 사귄 사람을 그렇게 잘 대해줘도?"


"친구 사귀는데 사귄 시간이 문제는 아니지. 어떤 친구냐의 문제다. 그런면에서 너는 친구로 사귀는 좋은 녀석이지"

"흠"


최악은 이미 초월자에 발을 올리면서 종족의 한계, 즉 인간적인 것을 초월했지만 스스로 인간다움을 추구하고 있었다.

홀로 지구의 모든 생명을 죽일  있는 살인귀의 괴물이라지만 사회에 녹아들어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사귀며 결혼도 한다.

늑대가 양털을 뒤집어 쓰고  행세를 하는 것과 같지만 정체가 드러나 관계가 파탄  때 까지는 양으로 살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빡쳐서 눈에 보이는게 없는 상태긴 하지만.

"새끼, 호의는 고맙네. 그나저나 그때 술 마신거는 내가 이겼어. 그러면 고백 해봐야지?"

".......아, 음. 그게"


"설마 그냥 구라친거였냐?"


"무슨 소리! 남아일언 중천금이라고 했지. 약속은 지킨다"


"친구놈 연애 사업에 도움이 좀 되게 내가 도와줘 볼까나"

"음? 어떻게?"


최악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건물 천장이 눈에 띈다.


"너 눈치 못챘냐. 하긴 원래 이쪽 계통 능력은 같은 이쪽 계통이 아니면 눈치  수 없겠지"

"무슨 소리냐?"


"설마 지반이 다 뭉게져서 지하층까지 전부 박살난 건물이 멀쩡하게 안무너지고 잘도 버틸 수 있겠다? 아무리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어도 그건 그걸 지탱해주는 기반이 있기 때문인데. 그걸 죄다 박살낸게 너잖아"

그제서야 히비키는 최악이 말하려던 것을 눈치챌  있었다.

지하층이 전부 날아갔다. 건물 지하에는 보통 주차장이 있기 마련인데 그곳을 둘러보다 보면 트인 공간에 반드시 기둥이 세워져 있다.


그 기둥은 천장을 받치는 기둥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하중을 받는 기둥이다. 그런데 그런 지하층이 기둥은 물론 지하층 통째로 박살이 나서 뭉게졌는데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너......!!"


"이 정도는 가뿐해"


"이건, 정말.......상식 외군.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야"


물건을 들어올리는 염동계 포스 유저는 원거리에서 적성종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등 서포트 역할로서 활동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그 염동력의 한계는 있다. 숙련된 포스 유저라면 코끼리조차  수 있지만 흰수염고래 쯤 되면 여러 염동계 포스 유저가 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건물 하나의 무게는 건물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적어도 수천톤이 넘는다.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철근과 콘크리트의 양을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수치다.

그런데 수천톤보다  무게가 나갈 고층 건물을 무너지지 않게 능력으로 지탱하여 들고 있는 최악을 보자 히비키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일단 상황은 극적인게 좋겠지?"

"잠깐, 너......!!"


"와장창!"


우르르르릉!!!

지탱하던 힘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이윽고 이미 일어났었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십수층에 달하는 고층 건물이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   *  *

지하가 무너진 고층 빌딩이 그대로 주저 앉는다면 마치 과자 상자를 구멍에 우겨넣는듯한 모양새가 된다.

그로 인해서 부서지는 건물 파편들은 충격에 의해 사방으로 폭발하듯 뿌려졌다. 마치 산탄총과 같은 모양새로 지근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하거나 포스를 사용해 파편을 막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보며 누군가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마스터 유저간의 격돌은 여태까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적성종이 출현한지 20년, 그때 동안 마스터 유저의 출현은 가장 빠른 것이 10년 전이다. 만날 일도 드물고 설령 만나더라도 그들에게는 국가의 위신이 걸려 있었다. 마치 어린애마냥 누가누가  쌔다! 하고 소문이 나 버리면 다른건 둘째 치더라도 국가적 위신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롭게 대련조차  수 없는 현실에서 마스터 유저 두명이 격돌하고 있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일본의 대표와 한국의 포스 유저로 추정되는 사람이 말이다.

콰아아아앙!!!


수천톤에 달할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무언가가 폭발과 함께 튀어 올랐다.

히비키와 같은 팀원인 자들은 기대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강한 사람은 히비키다. 버거운 적도 단신으로 나서 격파하며 언제나 당당하고 신뢰를 보여주는 남자다.


때론 바보같지만 호쾌하고, 무례한것 같지만 선을 지키며 포용력 있고 당당하다. 아닌걸 아니라고 하며 그런 불굴의 의지를 지니고 싸워 마지막에는 당당하게 승리한다.

그런 사람이 질리가 없다고 그들은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한 적이 그들에게도 있었습니다.


튀어오른 물체는 날아오르다 다른 건물의 벽에 처박혀 그 일부분을 뭉게버리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 물체의 모습이 그들에게 있어서 낯이 많이 익였다.

"히비키씨!"


포스 유저 전용 장비도 엉망이 되고 이마도 찢어져 피가 흘러 턱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가벼운 접전이라고 생각하기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비틀거리는 그에게 한 포스 유저 여성이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괜찮아요? 히비키씨!"


"물러나 있어, 미즈나. 저놈 보통이 아니니까"


"저희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나 정도 안되면 도움이 안돼. 피해 있는게 오히려 도와주는거야"

몇번 쿵쿵거리는 진동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히비키가 튀어나왔던 공동 안쪽이 우르릉! 무너지면서 최악이 걸어나왔다.

엉망인 히비키와는 전혀 다르게 옷에 찢어진 흔적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기겁하며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격전의 흔적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히비키가 저 정도라면 상대는 빈사 상태라던가 좀  다친 모습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다친 흔적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이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최악은 히비키와 그를 부축하고 있는 여성을 보고 피식 웃었다.

"비켜, 난 양성평등을 추구해서 여자도 남자처럼 패거든"

"비킬  없습니다!"


히비키가 미즈나라 부른 여성은 주먹을 쥐고 최악의 앞에 섰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당신께 저지른 무례는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부디 여기서 그만둬주십시오!"

"그을쎄, 내가 여기서 그만 두면 곱게 끝날것 같냐?"

"이 이상 일을 크게 만드시면 더 원만하게 끝날 수 있는 일을 망치는 꼴입니다!"

"시비는 저쪽에서 털어왔는데 또 저쪽에서 끝내자고 떠들면 내 꼴은 뭐가 되는데? 자기 맘대로 하고 싶다고 시작했다가 불리하니까 지들 멋대로 끝내는게 니들 방식이냐? 뒈지고 싶어서 자살 지원 나왔든?"


최악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가면으로 가려져 있지만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흉흉한 살의가 주먹에 집중되었다. 휘두르기만 해도 마스터급 포스 유저를 골로 보낼 수 있을만한 힘이 그의 주먹에 깃들여졌다.


히비키라도 저 일격을 받아치는건 불가능했다. 만전의 상태라도 받아낼 수 있을까 말까한데 하물며 부상을 입은 지금이라면 말할것도 없었다.


"그냥 여기 있는 놈들 싹다 갈아버리지 뭐,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니까. 우선 너부터"


최악의 주먹이 히비키를 부축하고 있는 여성에게 휘둘러졌다. 눈앞에서 죽음이 닥쳐 오는데도 여성은 피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죽을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순간, 최악의 주먹이  여자에게 닫기 전에 그의 팔을 스쳐지나가며 히비키의 주먹이 그의 턱을 후려쳤다.


육중한 일격. 아까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맹격이였다. 분노를 일점으로 집중해 때려박은듯한 크로스 카운터는 최악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이 새끼"

히비키가 분노한 얼굴로 최악을 노려보았다. 아까의 히비키는 호승심으로 싸웠다면 지금 그를 움직히는 것은 분노였다.


인간을 쉽게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감정. 그런 감정에 호응해 가이아 포스가 유동하며 대기를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 울리는 시동음과 같았다.

"어딜 '내 여자'한테 손대고 자빠졌냐"

"........예?"

히비키가 '내 여자'라고 선언한 여성. 미즈나는 살짝 얼빠진 표정으로 히비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설명할 시간은 없었고 두사람은 다시금 충돌했다.


나가 떨어졌던 최악이 빠르게 착지에 땅을 박차고 다시금 돌진했다. 다시 한번 서로에게 날리는 일권, 아까와 같은 크로스 카운터가 서로에게 작렬했다.


콰아앙!!!


이번에 나가 떨어진건 히비키 쪽이였다. 방심해서 당했을 뿐이지 애초에 그의 실력으로 최악을 이길  없다.


"뭐야, 저쪽이 이거였냐?"

껄렁이는 모습으로 최악은 히비키에게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려보였다. 그리고 낄낄거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아직은 말이지"


"김칫국부터 들이키는건진 모르겠지만.......아무튼 깨작깨작 귀찮으니까 이걸로 판 마무리 하자"

쿠웅!

한순간 공기가 무거워진듯 가라앉았다. 대기가 물이 되어 그대로 들이키는 듯한 답답함이 주변인들을 짓눌렀다.


최악의 아주 살짝 진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걸로 니들 싹 쓸어버릴건데. 이거 막으면 곱게 물러나줄께. 막을 수 있을 때 이야기지만"

"정말이냐?"


"먼저 구라치지 않으면 나도 구라 안친다"

히비키는 이번 일격이 차원이 다를거라는걸 느끼고 있었다. 희미하게 풀려있던 분위기가 지금은 물셀틈 하나 없이 흉흉한 분위기로 잠식되어 있었으니까.


"좋아, 와봐라! 나, 히에이 히비키! 태어나서 단 한번도 걸어온 승부를 피한적도, 도망친적도 없다!"

"새끼 기백 하나는 마음에 드네!"


최악의 근육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에서 어께로, 어께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다리로. 서로 연결된 근육들이 체중과 힘을 고스란히, 아니 거기에 탄성을 더해 몇배로 힘을 부풀렸다.

그의 무게 중심은 한순간 다리에 집중되었다. 일격을 날리면 빈틈이 생기지만 반대로 말해서  빈틈이 생기는 만큼 전부 공격에 때려박은 공격이였다.

우드득!


최악의 근육과 뼈가 한순간 비명을 질렀다. 몸의 탄성과 힘, 무게를 전부 때려박은 발차기가 바닥을 긁고 뻗어졌다.

"나의 흉악, 만리까지 뻗어라아아아아아아아!!!!"

흉천만리(凶天萬里).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최악이 날린 발차기는 단순한 충격을 넘어 참격이 되었다. 일점으로 압축된 공격은 면이나 점이 아닌 확실한 선의 공격이였고 그 선상을 가로막고 있던 것들은 그 어떤 강도를 가지고 있어도 칼로 베어낸듯 예리한 단면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그가 후려찬 일각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을 넘어서 이 도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막지 않는다면 아키하바라를 단숨에 두동강 내고 남을 정도의 힘과 예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히비키는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받아칠 뿐.

남아있는 가이아 포스를 전부 주먹에 깃들여서 압축했다. 그리고 단숨에 내질러 날아오는 참격을 후려쳤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고막이 찢겨나갈듯한 충격파가 울렸다. 서로 다른 의지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여파가 주변에 끼치면서 건물의 유리창을 산산조각 냈고  진동이 땅을 타고 전해지면서 마치 지진처럼 대지를 뒤흔들었다.

"흐으으으으읍!!!!"


일본의 유일한 마스터급 포스 유저. 그것도 무투파인 히비키가 근접전에서 밀린다. 아스팔트로 이루어져 있던 바닥은 쩍 갈라지기 시작하며 그가 발을 디디고 있는 자리는 이미 깊게 파여 있었다.


참격은 히비키의 손에 응집된 가이아 포스를 반쯤 무시하고 그의 손을 파고들었다. 그의 손등에서부터 팔뚝까지 깊은 참흔이 생기고 상당한 출혈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러나 그는 단 한발자국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아주 조금만 엇나간다면 참격이 히비키의 몸에 닿아 토막낼 것이다. 하지만 결코 굽히지 않고 굳세게 맞서고 있었다.

히비키는 왼손의 주먹을 쥐었다.

"으으으으라아아아챠!!!!"


우렁창 기합 소리와 함께 그는 왼주먹을 위로 후려쳐 올렸다. 묵직한 어퍼컷. 사람이 맞았다면 한순간에 목만 고층 건물 옥상까지 쳐올릴법한 일격이 참격과 충돌했다.

직선 공격은 궤도를 조금만 바꾼다면 빗나가게 된다. 평행선을 이루는 선도 각도가 1도만 어긋난다면 서로 멀어지듯이 히비키가 하려는 것은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빗나가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굳건한 의지의 주먹이 참격을 후려치자 아주 조금, 궤도가 비껴나갔다. 땅을 타고 아키하바라를 두동강 내버렸을 참격은 옆에 있던 고층 건물 서너개를 사선으로 베어 가르고 저 멀리 하늘의 구름을 잘라냈다.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전부를 쏟아넣은 히비키는 숨을 거세가 들이쉬며 비틀거리면서 주저 앉았다. 남은 가이아 포스도,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일격을 받아치기는 커녕 빗나가게 만드는데도 목숨을 걸었다.

압도적인 전력차와 그걸 견디고 기적을 만들어낸 히비키에 대한 경외가 만들어낸 정적이였다.


"새끼"

최악은 웃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런 스타일이였다.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 굳세게 맞서는 사람. 흔히 말해서 영웅이였다.

"약속은 했으니까 지킨다. 여기까지 해둘까. 대신 난 갈테니까 붙잡지 말고"

여태까지 싸움이 장난이였다는둥 최악은 손을 흔들면서 가볍게 인사했다. 그 모습에 어이없어진 일본 포스 유저들은 분노나 공포등 각양각색의 감정을 띄었다.


"다음부터는 일본 안와야겠다. 필요한거 있으면 인터넷으로 주문해야지 뭐"


"잠깐 기다리십쇼!!"

최악과 언쟁을 벌였던 자위대의 이등육좌 하치다 토라메 최악을 불러 세웠다.

"이런 일을 저지르고 어딜 가려는겁니까! 이번 일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책임을 묻겠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그, 건.......그 전에 일본에서 도망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겁니까? 배도, 항공기도 전부 막는다면 일본에서 해외로 나갈 방법 따윈 없습니다!"


"너 아까 내가 한말 잊었어?"

하치다 토라메는 잠시 그와 했던 대화를 되새겨 보았다. 그때 분명히........


"헤엄쳐서 가면 하루면 부산까지 닿으니까. 간만에 수영이나 해볼까"

다른거 다 내팽겨치고 최악은 진짜로 수영해서 일본에서 한국까지 넘어갈 생각이다.

가끔은 가장 무식한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도 있었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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