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흠,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은데. 어디 다른데 가기는 그렇고 일단 저희 집으로 가시죠"
조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있는 모양이다.
섣불리 회피하거나 무력을 사용할 생각이였다면 곤란해졌겠지만 다행히도 성격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최악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내용을 들어보아 아마 집에 있는 부인에게 건듯 하다.
"아, 난데. 지금 손님이랑 같이 들어가거든. 손님 맞을 준비 좀 해줘. 부탁할께"
몇번 응, 응, 거리고 전화는 금방 끊어졌다. 그걸 보고 조팀장은 그가 결혼했다는 사실이 다시 떠올랐다.
"부인이신가 보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마누라죠"
"좋을 때입니다. 저도 결혼은 했었지만 이혼을 했죠. 제가 포스 유저가 된걸로 너무 의견 차이가 심해서요"
"저희야 신혼이니까요. 앞으로 한 천년이 지나도 신혼일겁니다"
"하하! 신혼 부부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겁니다"
무난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택시를 이용해 그들을 최악의 집에 도착했다. 마당이 딸린 2층짜리 단독 주택. 위치도 좋아서 누가 봐도 가격이 억대에 이를것 같은 주택이였다.
"집이 좋군요"
"다 마누라가 장만한거라서요. 제가 운영하는 치킨집 가게 건물도 마누라 명의고요"
건물주라는 말에 조팀장은 물론 창인과 미연도 놀랐다. 하기사 그래야 임대료가 없을테니 그 퀼리티에 그 정도나 되는 가격의 치킨이 나오는 것이다. 방송되는 맛집을 보면 상당수의 가게들이 건물주가 운영하는 가게다.
네 사람은 집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최악의 아내, 시온이 종종걸음으로 걸어와 맞이해 주었다.
"나왔어"
"오셨습니까. 손님이 온다는 소리에 조금 준비 해뒀습니다. 혹시 식사도 하고 가는겁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는데 그리 길진 않을거야. 해줘서 고마워"
부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올줄 알았는데. 정작 나온 사람은 초등학생으로 보일법한 작은 여자아이였다.
"저기, 따님이십니까? 아니, 그런데 나이가......."
"마누란데요"
"..................."
불편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조팀장은 아무말 하지 않았고 창인과 미연은 최악을 이름대로 최악의 무언가로 보는 것처럼 노려보았다. 눈빛이 의미하는 것은 '이 더러운 페도 새끼'정도였다.
"저렇게 보여도 저보다 연상입니다"
"네?!"
"아니, 그럴리가......."
"어렸을 때 병 때문에 고생해서 그렇습니다. 약 때문에 머리도 탈색 되어버렸고 겨우 치료는 되었지만 그동안 성장하지 않은 몸은 다시 자라지 않아서 이 모습일 뿐입니다"
"아........죄송합니다. 저희가 괜한걸 물었군요"
"아닙니다. 아, 저는 시온이라 불러주십시오"
입에 침도 안바르고 시온이 거짓말을 했다. 시온이 최악보다 연상인 것 만큼은 진실이지만 말이다.
조팀장은 시온의 머리카락을 유심히 보았다.
"남의 마누라를 그렇게 보면 좀 그런데"
"아, 죄송합니다. 가끔 포스 유저 중에서는 포스 적성이 높아서 머리카락이 탈색되는 경우도 있어서 말이죠"
"제 아내는 포스 유저가 아닌데요"
"불편하셨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시온이 사람 수 대로 커피를 타서 내왔다.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 원두를 갈아서 물을 부어 내는 드립 커피다. 원두도 좋고 타는 실력도 좋아서 그런지 커피를 마신 이미연이 눈을 휘둥그래 뜨며 맛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아, 커피가 맛있네요. 원두도 갈아서 쓰시는거 보면 커피 좋아하시나 봐요?"
"네,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남편도 좋아해서 일부러 질 좋은 원두를 사서 쓰고는 합니다"
시온이 브이, 하고 손을 내밀며 최악에게 자랑스러운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조용히 시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외견에는 문제가 있긴 해도 사이 좋은 신혼 부부의 깨소금 쏟아지는 모습이다. 그냥 보면 잘해야 부녀지간이지만.
"자, 그러면 본방으로 넘어가죠. 뭐 때문에 오셨습니까?"
최악이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들이 온 목적은 최악에게 있어서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다.
"최악씨가 춘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일과, 저번 영등포 백화점 사건 때 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우선 왜 그런 힘을 숨기고 다니시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싫으니까요. 힘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거 이용해 먹으려는 븅신 새끼들로 수두룩한데. 온갖 인간 군상 새끼들은 지 좆대로 해먹으려고 하는거 꼴보기도 싫으니까 그냥 치킨집이나 운영하면서 조용히 살려고요"
"그런것 치고는 라쿤맨의 일은 소란스럽게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정말로 소란스럽게 하려고 했으면 얼굴을 보였겠죠.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 말고 저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니 저는 그냥 이대로 내버려 뒀으면 좋겠습니다만"
포스 유저지만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가까운 예로서 백리의 여동생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미등록 포스 유저지 않습니까? 그거, 탈세입니다"
"...........아, 젠장"
결국 그 이야기가 나왔다. 포스 유저의 선택지는 크게 3가지다. 국가 소속이 되는 것, 기업 소속이 되는 것, 마지막으로 세금을 더 내고 평범한 시민으로서 사는 것.
솔직히 일반인이 포스 유저로 각성한다면 세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능력으로 육체강화를 통해 노가다만 뛰어도 상당한 수입을 벌어들일 수가 있으니까.
학생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서, 제가 가서 등록을 한 뒤에 얼굴 다 팔리고 정부에서 시키는 따가리 짓 전부 하고, 올해 전역한데다 신혼인 사람에게 24시간 대기타면서 차원진 대비하고 좆뺑이 치라는 소립니까?"
"그건 아니........."
"제가 애국하는건 군대에서 2년 때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시벌, 월급 20만원 주면서 존나 부려먹고는. 내가 한번 일 나갈 때마다 출장비 5만원씩만 받았어도 내 돈으로 가게 차렸을겁니다"
최악은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이 나라는 좋다고 생각한다. 단, 돈이 많을 경우에는 말이다.
시온을 만나기 이전에 돈이 없었던 시절에는 쪼들려도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지 않았다. 들키면 시끄러워지고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사사건건 침해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딱히 이 나라에 국한된게 아니다. 어느 곳이냐에 따라 대우에 차이만 있을 뿐이지 결과는 다르지 않다.
그는 개인은 좋아하지만 조직은 혐오하는 사람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븅신인데 제가 나라를 위해서 할 마음이 들겠습니까?"
"그렇다면 고통받은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알게 뭡니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죽던 말던"
최악의 눈을 보고 조팀장은 생각보다 더 뒤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마스터급 포스 유저라면 각자 확고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에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사람을 구한 영웅치고는 생각 외의 범위였다.
그의 말을 듣고 미연이 울컥, 하며 뭔가 말하려고 했었지만 조팀장이 그녀를 막았다. 섣부르게 나서서 자극하면 안된다.
"그렇지만 저도 나라의 돈을 먹고 사는 이상 알아낸 정보는 보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최악씨의 존재도 알려질테고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가만 두지 않을겁니다. 마스터급 포스 유저는 세계에서도 단 여덞 밖에 없는 존재니까요"
한국에는 [천검(千劍)] 이경진, 일본에는 [슈텐도지(酒呑童者)]라는 별명의 히에이 히비키, 중국에는 [권룡여제(拳龍女帝)] 용화정을 비롯한 8명의 마스터급 포스 유저들이 존재한다.
마스터급 포스 유저가 없는 국가는 많지만 둘 이상 보유한 국가는 현재로서는 없다. 그런 와중에 그런 강자로 추정되는 최악이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많아서 손해보는 경우는 없다. 특히나 마스터급 포스 유저라면 더욱. 현재만 하더라도 타국의 포스 유저들을 회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노리고 있는 국가도 존재한다.
"솔직히 말하면 정부나 기업이나 과격한 자들이 있습니다. 최악씨라면 모를까 혹시나 부인께 해를 끼칠만한 자들도 있을 수도........"
거기까지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배경이 단숨에 극지방으로 바뀌기라도 한듯 오한이 타고 올라 소름이 돋았다. 바뀐 분위기의 근원은 바로 최악이였다.
가늘게 뜬 눈, 험악한 눈매에는 확실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지금 눈앞에 그들을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는 변덕스러운 살의가.
"아, 죄다 죽여버리고 파묻어서 입막음 할까?"
가볍게 내뱉었지만 누구 하나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한 포스 유저인 이미연조차 심장을 옥죄이는 살의 앞에서 덜덜 떠는 것이 고작이였다.
온몸의 근육이 마비된듯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호흡마저도 횡경막이 경직된듯 그 자리에서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의 생사 여탈권은 눈앞의 남자에게 달렸다.
"적당히 하십시오"
툭, 하고 시온이 장난스럽게 최악의 옆구리를 쳤다. 그러자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던 살의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예전부터 당신은 과격한게 문제입니다"
"그치만 죽여서 입을 막으면 간단한데?"
"귀찮다는 이유로 죽이는건 안됩니다"
시온의 말을 들은 최악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사실 증거를 인멸하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악이 손을 쓰면 뼈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시체도 처리할 수 있으며, 시온이 있으니 알리바이도 만들 수 있고 그들이 여기에 방문하지 않았거나, 혹은 방문 후에 나갔다는 사실까지 조작할 수 있다.
죽이는건 간단하다. 증거 조작도 간단하다. 하지만 일부러 어려운 길을 간다. 최악에게 있어서 시온은 최후의 리미터다.
"나는 내 정체가 까발려지는게 싫어. 세금을 내라면 낼 수 있지만 그걸로 들킬 수 있으니 결국 내지 않는 쪽이 낫고"
"그럼 이렇게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조팀장이 중재안을 내놓았다.
"현재 차원진 발생 횟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출현하는 적성종들도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잘못하면 미국에서 나왔던 중형 옥타곤(팔각형)급이 한국에 출현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실 거기까지는 비약이였다. 현재 한국에서 출현한 적성종의 최대 등급은 중형 헵타곤(칠각형) 정도다. 그 이상의 적성종이 출현한 적은 없고 일본이나 중국쪽에서 출현한 경우는 있었다. 비교적 한국은 안전한 국가라는 소리다.
"만약 저희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적성종이 나타난다면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누구냐. 이경진이던가? 그 사람도 있잖아. 우리 나라도 마스터급 포스 유저 보유국이면서 뭘 그래"
"비장의 패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것만 약속해 주신다면 저희도 입을 함구 하겠습니다"
"그럴 위치는 되고?"
최악이 물어보는건 '고작 팀장 주제에 마스터급 포스 유저에 대한 사실을 숨길만한 자격이 되느냐'다. 공익을 위해서라면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제 개인 판단이죠"
"흠........."
최악이 시온을 보았다. 그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나쁘진 않을거라고 봅니다"
"그럼 좋아"
마지막으로 최악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밖에 모르는 비밀, 라쿤맨 동맹이 채결 되었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가디언즈 오브 코리아 정도가 되겠다.
"그나저나, 댁은 몰라도 그 옆에 두사람은 입을 제대로 다물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괜찮습니다. 제가 아끼는 애들이라 어디 가서 말하진 않을겁니다"
"난 약속은 칼같이 지키거든. 그쪽에서 먼저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나도 그쪽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지원을 요청하면 나서서 해결해 줄거야"
하지만.
"약속을 어기는 순간 누가 어겼던 간에 세명 다 그날로 제삿날이다. 죄다 죽여서 바다 한가운데다 버릴거야. 지구 반대편으로 튀어도 잡아 죽일거고. 유일하게 피하고 싶다면 달로 도망쳐 보던가. 그럼 노력이 가상해서 포기해줄테니까"
허세도 뭐도 아니였다. 오싹한 살의가 등을 타고 오르는 느낌으로 보아 진실이다. 만약 그들의 누설로 최악이 타인에게 알려지는 순간 고의던, 아니던 간에 죽이러 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신혼 부부의 집에 오래 있는건 실례일테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는 나중에 알려줄께"
"아, 그건 괜찮습니다. 최악씨의 휴대폰 번호는 조사하는 도중에 알고 있으니까요"
"그 번호로 걸면 추적되잖아. 다른 번호로 주겠다는 소리야"
슬쩍 최악이 시온을 바라보았다. 전자기기 관련해서 그녀는 이 지구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존재다. 그녀의 작은 머리 안에는 슈퍼 컴퓨터 보다도 몇배는 뛰어난 연산력을 가지고 있다.
추적되지 않는 번호 하나 만드는것 쯤이야 간단하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죠. 최악씨"
"난 최대한 볼일 없는 쪽이 좋지만"
첫 만남은 조금 험악했으나 어떻게든 단추는 끼워 넣어졌다.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음에 조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
최악과 시온의 집에서 나온 조팀장 일행은 67지부로 돌아가는 길에서야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포식자를 앞에 둔 피식자 마냥. 아니,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절대적인 무언가 마냥 바로 코앞에 왔었던 그것은 다시 생각해도 식은땀을 흘릴만큼 버거웠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이미연은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뭐예요?! 대체 그 사람!"
"으......마스터급 포스 유저는 다 그렇게 괴상한가 본데요......"
"어디 한군데 미쳐있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는게 마스터급이야. 성격이 저래도 이상할건 아니지"
하지만 최악의 성격은 다른 마스터들의 성격보다 더 이질적이였다. 한국의 마스터 유저 [천검(千劍)] 이경진은 강직하고 올곧은 성격이다.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다고 할 수 있지만 옳지 않은건 옳지 않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성격 덕분에 정치권에서는 자유롭다. 비리 하나 없는 국회의원은 없을테니 잘못해서 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대로 폭로되어 정치 인생이 끝나게 되니까.
마스터의 경지는 그런 특이한 성격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다. 그런 성격에서 나오는 의지가 원동력이 되어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최악씨 옆에 있던 시온씨는 어떻게 생각하냐?"
"네? 그냥 어린애처럼 보이는 사람 아니예요?"
외견이 사랑스러운 소녀같은 모습이긴 했지만 어엿한 성인 여성이다. 그것 외에는 그리 특이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감정 표현이 드문 얼굴을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자기가 선택할 수도 있지만 굳이 자기 아내를 옆에 두고 그 의견을 물었어. 신혼이라서 그런지 부부 사이가 좋긴 좋은가봐. 다른 말로 말해서......."
"팔불출?"
"그런거지. 가끔 선물 세트 들고 가서 점수 따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거다"
"선물 세트만 사주시면 제가 갈께요. 거기 커피 맛있더라고요"
창인이 장난스럽게 동조했다. 아직 남아있던 긴장감을 풀기 위한 농담이다.
그 농담에 마찬가지로 긴장감이 풀린 이미연이 작게 투덜거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고. 성격도 더럽고. 눈매도 사납고. 시온씨라면 외견이 그래도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왜 하필 그런 남자를 만난걸까요?"
"몰라, 취향일지도 모르지"
"제가 그렇게 예쁘고 돈이 많았다면 더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만나러 다녔을텐데. 그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취향도 참 특이하........"
서걱!
".......어?"
순간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이미연은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졌다. 끈적한 느낌의 액체가 묻어 나온다. 붉은색이 옷을 적셨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목을 베인 상처에서는 피가 서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고 지혈을 하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수준의 상흔이다.
"뭐, 뭐야?!"
"창인아, 일단 미연이 지혈부터 해!"
기본적인 구급법은 숙지하고 있기에 빠르게 미연의 상처를 지혈했다. 상처가 얕고 포스 유저는 회복이 빨라서 지혈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상태가 호전될 수 있었다.
그리고 조팀장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KFU 서울담당 67지부 조인형 팀장입니다"
[거기 아가씨한테 말해둬. 난 원래 쓰레기 새끼라 날 욕하는건 상관 없는데. 내 마누라를 욕하는건 못참는다고. 이건 경고야]
이윽고 전화가 끊겼다. 발신자 제한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뭐, 뭐예요 팀장님?! 그 사람, 여기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요? 그 집에서 나온지 20분이나 됬는데?!"
"도, 도청 장치라도........"
미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뒤지며 혹시나 있을 도청장치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있을리가 없었다.
조팀장은 최악이 그런걸 쓸 사람도 아니고 더 편한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 사람은......그냥 들은거야. 내가 감지 특성의 포스 유저인 것처럼. 그도 감지 계통의 특성을 가지고 있겠지......."
"네?! 하지만 여기서 거기까지 거리가 얼만데요?!"
"그러니까, 그 정도 거리도 그의 능력 범위 안이라는 소리겠지. 그는 마스터급 포스 유저니까"
총기와 군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포스 유저중에서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 마스터 유저에 이른 자들은 하나같이 괴물들이다.
수백미터의 감지 거리라 하더라도 이상할게 아니다. 아니, 그걸 넘어서서 감지 거리가 킬로미터 단위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좀 더 무서운 것의 일부를 엿본 느낌에 그들은 한동한 두려움에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