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10/507)



〈 10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KFU 서울담당 67지부의 조인형 팀장은 어제 방송된 뉴스를 계속해서 돌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찾고 있던 마스터급의 포스 유저. 거기에 갑자기 나타난 괴상한 라쿤 가면의 포스 유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별개의 인물로 여길  없다. 등장한 시기도 비슷하고 가진 무력도 뛰어나다. 거기다가.......


"인상착의가 비슷하단 말이야"

춘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찍힌 흐릿한 남자의 모습과, 뉴스 속에서 나오는 라쿤 가면남. 짧게 라쿤맨의 모습은 비슷했다. 크게는 체구부터 시작해서 뒷모습까지. 그리고 그의 포스 특성인 '감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팀장님. 대충 50명까진 추려봤는데 찾을 수나 있을까요. 이거"


"증거물이 겨우 하나 있는것 보다 두개가 있다면 비교해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그러면 끝이야. 흐릿한 CCTV 영상보다 여러각도에서 찍힌 뉴스 영상을 번갈아서 보면 특징 정도는 세세하게 잡아낼 수 있어. 아무튼 고생했다"

강원도에서 그날 하루 전역하는 사람들 명단 전부에서 50명을 추려낸 것도 시간과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조팀장의 포스 능력까지 더해지자 빠르게 분석할 수 있었다.


포스 능력은 단순히 인간을 강하기만 한 초인으로 만들어주는 능력이 아니다. 때로는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일을 인간의 몸 하나로 할 수 있을 만큼 까다롭고 복잡한 일을 해낼  있게 만들었다.

".........찾았다"

이윽고 조팀장은 인명부에서 한명의 남자를 찾아낼  있었다.


오랜 시간 끝에 겨우 찾아냈다. 그가 확신하기로 그가 춘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었던 마스터급 포스 유저이자 뉴스에서 말하고 있는 라쿤맨일 가능성은 80퍼센트가 넘는다.


"누군데요? 어.......최악?"

"아는 사람이냐?"

"아뇨. 보다가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죠. 솔직히 누가 사람 이름을 최악으로 짓습니까?"


"세상 살다보면 이상한 이름 많을 때가 있어. 내가 예전에는 '황금 독수리 온 세상을 놀라게 하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었는걸"

"에이, 그건 좀 뻥이 심하네요"

"진짜다? 옛날에 방송에도 나왔었어. 검색하면 나올껄?"

조팀장의 일을 돕고 있는 같은 67지부의 포스 유저, 서창인은 의심스런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 보았다.

진짜 있었다.

"아니, 진짜로?! 누가 이런 이름을 자식한데 지어줘?!"

"아무튼 이름 가지고 뭐라 하지 말고. 이 녀석 인적사항 좀 뽑아줘라"


"네네, 알겠습니다"

개인정보 열람은 사생활 침해지만 일단 국가 소속의 포스 유저들은 공무원이다. 더군다나 창인이 사용하는 아이디는 조팀장의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정보는 열람이 가능했다. 소속이 달라도 포스 유저이기에 주어지는 몇가지 특권  하나다.


컴퓨터 화면에 최악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디보자.......경기도 광명 태생. 부모님은 두분 다 사별. 아, 20년 전의 대공황으로 잃은 케이스구만. 이후에는 국가 시설에서 자랐고. 올해 1월에 전역한 예비군인가"

"인상 더럽네요"

"그러긴 하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 등록된 최악의 사진을 보며 두사람이 동의했다.


빈말으로라도 최악은 잘생겼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외모였다. 그럭저럭 준수하다, 정도의 외모였고 꾸미면 나아지겠지만 그걸 전부 깍아먹는 눈매가 있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소심한 사람은 고개를 돌리고 험악한 사람은 지금 시비터냐고 소리칠만한 눈매였다. 길을 걷다가 근처 여학생에게 말이라도 걸면 곧바로 경찰이 뛰어올 정도로.


"어라? 기혼?"

"결혼 했나본데? 군대 있을 때 여친이 고무신이라도 거꾸로 신진 않은 모양이지"

"그치만 너무 이른거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20대 초반인데 벌써 결혼이라니"

"젊어서 좋은거지. 혈기에 한 결혼이 오래 갈지는 모르겠다만 말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적일 때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현대 사회에서는 결혼 나이를 최소가 20대 후반으로 생각하고 있는 시대였다. 그나마 그정도도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부부가 오래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모의 원조가 있던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던가. 그렇지 않으면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람, 치킨집 한다는데요?"


"치킨집?"


"네, 요즘 꽤나 인터넷에서 뜨고 있는 집인데. [닭쳐줄까?]라고. 명동에서 요즘 알아주는 곳이래요"


"흠"

"한번 먹어보고는 싶었는데 시간이 안나서 못가고 있었거든요"

"여기, 배달 되냐?"


"포장만 된다는데요. 치킨집이 배짱 장산가"

그렇다면 직접 가보는 수 밖에 없다.


"미연이  불러라. 치킨 사준다고 하고"

"왜 미연이요?!"


"짜식아, 이야기 하는데 기왕이면 여자가 한명 있는 편이 나아. 칙칙하게 남자 둘이서 만나러 가면 나라도 기분 잡치겠다"


조팀장의 시선이 다시 뉴스가 재생되고 있는 TV화면으로 향했다.


수십미터를 단숨에 뛰어넘으면서 허공을 밟아 나아간다.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 조금은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 문제도 있고"



* * *   *



조인형 팀장과 팀원 서창인. 그리고 같은 팀원 이미연은 셋이서 67지부를 나섰다. 언제 차원진이 일어나 적성종이 출현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지부에는 그들만 있는것도 아니다. 차원진이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지 않는 이상 위험할 일은 없었다.

"여기가 거기냐?"

"네, 그런데 사람 존나 많네요"


"저기요, 팀장님. 뭐 때문에 온건가요?"


"포스 유저인 사람 한명 좀 만나러 왔거든. 일단 치킨이나 뜯을래?"


"거절하진 않을께요"

"누군가 말했지. 치느님은 항상 옳다"


창인의 말에 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 유저로서 활동하면서 살이 쭉쭉 빠져서 오히려 잘 먹어줘야 하기에 살이 찔 걱정은 없다. 오히려 출동만 하면 다이어트가 필요 없어서 예전보다 먹고 싶은것 다 먹고 사는 이미연이였다.


상당히 유명해져서 인터넷에서도 치킨 맛집을 찾으면 다섯의 한두개꼴로 나오는, 지금은 명동 맛집 반열에 오른 [닭쳐줄까?]는 한창 영업중이였다. 가게 안에서 먹는 손님은 물론 포장을 위해 줄을 선 손님까지 상당히 길었다.


"안에서 먹긴 좀 힘들것 같은데.......맥주는 조금 아깝긴 하겠지만 포장으로 하자. 어디 앉아서 캔맥주라도 까고"

"그러죠, 팀장님"

줄은 길었지만 빠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30분만에 그들의 차례가 되었다. 포스 유저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 이상은 먹기에 1인 1치킨이 아니라 1인 2치킨도 가능한 위장도 가지고 있었다.

"후라이드 3마리, 양념 3마리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주문을 받은 사람은 가게 안을 맡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주방쪽의 최악이였다. 다른 사람이라 착각할 수 없는 더러운 눈매는 사진으로 봤던 것과 같다.

조팀장이 그의 몸의 곳곳을 살펴 보았다. 그에게서 초보 포스 유저 특유의 흘러나오는 가이아 포스는 없었다. 그건 오히려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에 관심이 생겨 아르바이트생의 얼굴도 어디서 보았나 떠올려보니 뉴스에 나왔던 라쿤맨이 구한 사람중 한명이였다.


"이렇게 이어지나?"

80퍼센트의 확신이 99퍼센트로 솟아 올랐다.

"주문하신 치킨 나왔습니다. 후라이드 3마리, 양념 3마리 포장 맞으시죠?"


"아, 네"

계산을 마치고 치킨을 받아서 가게에서 나왔다. 그는 이쪽을 인식도 하지 않은 짧은 대면이였지만 확신을 얻은 유익한 만남이였다.

식사 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근처에 따로 자리를 잡은 그들을 치킨을 뜯으며 서로의 의견을 말했다.


"인상은 나빠도 치킨은 존맛이네요. 단골 될듯"

"여태까지 먹은 치킨중에서 가장 맛있을 정도예요. 호식이 끊어야겠다. 가격도 저렴하고"


"그러게, 치킨은 맛있네"

절묘한 밑간과 숙성이 치킨을 한층 더 맛있게 만들고 있었다. 일반적인 후라이드 치킨도 평범한 후라이드와 달리 식욕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기 사장이  사람인가요, 팀장님?"

"맞아, 그 사람이 저번 춘천 고속도로 휴게소 사건 때와 이번 라쿤맨 사건의 포스 유저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라쿤맨이요?! 진짜요?"


이미연이 치킨 다리를 우물거리면서도 눈을 휘둥그래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귀를 닫고 사는건 아니기에 뉴스를 봤다. 그리고 거기서 라쿤맨에 대한 것도 물론 보았다.

이래 보여도 포스 유저 중에서 유저 상위급의 실력자인 이미연은 소수에 속하는 마스터급과 엑스퍼트 실력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포스 유저 중에서 강한 축에 속한다. 전체로 봐도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그녀도 제자리에서 점프하면 수미터가 한계다.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의 한계는 진작에 넘어섰지만 뉴스에 나온 라쿤맨처럼 수십미터를 가볍게 뛰진 못한다. 그건 최소가 엑스퍼트의 영역이고 전력을 다한게 아니라면 마스터급일 수도 있다.

그것 덕분에 같은 지부에서도 소란스러웠다. 한국에는 단 한명. [천검(千劍)]이라 불리는 이경진만이 마스터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포스 유저였다. 하지만 라쿤맨을 계기로 한명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정부에서도 라쿤맨에 대해 찾고 있었다. 등록이 되지 않은 포스 유저이기에 찾는데 문제가 많지만 말이다.


조팀장의 경우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춘천 고속도로 휴게소 사건으로 그의 꼬리를 잡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쫒아올 수 있었던 것이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그도 맨땅에 해딩하는 방식으로밖에 찾을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라쿤맨이라고 한다면 어떤 포스 특성을 가지고 있는걸까요?"

"글쎄, 수십미터를 뛰어오르는 능력은 그냥 육체능력이라고 보이지만 허공에 보이지 않는 발판을 만드는 능력은........흠, 짐작가는게 꽤나 많은데. 미연이 너처럼 동결계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네요. 공기를 동결시키면 발판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가이아 포스로 사용하는 특성은 물리법칙을 무시할 수 있다. '공기를 동결시킨다'라는 행위가 단순하게 얼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공기를 허공에 고정시킨다'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 차이점은 허공에 얼음 발판이 생기느냐 아니면 보이지 않는 발판이 생기느냐의 차이다.

"보여준게 적어서 추측이 힘들어. 아무튼 만나보는게 좋겠지"


"위험하진 않을까요? 마스터급 포스 능력자인데"

"아르바이트생 하나 구하려고 화재 현장에 뛰어든 사람의 심성이 나쁠린 없다고 보는데?"

조팀장이  추측 중에서 그것 만큼은 오산이였다.

그는 시간을 보내며 두사람과 함께 치킨을 뜯었다. 한창 가게를 운영할 때가 아니라 퇴근 할  만나기 위해서다.

시간이 지나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  * *

치킨집 [닭쳐줄까?]는 치킨집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영업하지 않았다. 보통은 늦게까지 하는게 당연 할텐데 8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문을 닫는다. 더 오래 열면 매상이 더 오를텐데 장사 욕심이 그리 없는 듯 보인다.

"형,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너 진짜 괜찮냐? 그때 일로 다쳐서 쉬어도 된다니까. 화상 자국도 아직 남았잖아"

"뭘요. 포스 유저가 된 덕분인지 오히려 멀쩡한데요? 화상 자국이야 연고 바르면 금방 사라진데요"

"알았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


"아.....그리고 형. 저희 아버지가 좀 보자고 하시는데........"


"너네 아버지? 혹시 내  말했었냐?"


"........네"


"뭐, 알았다. 나도 장사해야 하고 네 아버지도 이번에 다쳐서 쉬어야 할테니까 다음주 토요일날 보자고 전해드려"

"알았어요. 그러면 내일 봐요"

아르바이트생이 나가고 남은 최악은 가게를 마저 정리하고 문을 닫았다. 이윽고 퇴근하는 그에게 조팀장을 비롯한 세명이 다가갔다.


"뉘신지?"

"최악씨죠? KFU 서울담당 67지부의 조인형 팀장이라고 합니다. 잠시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그의 눈에 가늘게 떠졌다. 그리고 기분 나쁜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더러운 눈매랑 맞물려서 절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거 어쩐 일로 오셨는진 모르겠지만 포스 유저들이나 들어가는 KFU랑 저랑 별로 상관은 없을것 같은데요"


"저녁은 드셨습니까? 아, 저는 근처 편의점에서 대충 때웠죠. '너구리' 라면으로"


".............."


느닺없는 말이지만 최악도 조팀장의 말에 무얼 뜻하는지 눈치챘다. 과도 다르지만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혼동되고는 하는 너구리와 라쿤은 처음 보는 사람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뉴스에서도 너구리라고 했었던 리포터도 라쿤이라고 소리쳤던 사람이 바로 최악이다.


"난 육개장 좋아하는데. 행군할 때 먹었던 육개장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죠"

"그야 전역한지 1년도 안됬는데 그럴만도 하겠죠. 전역 후 귀갓길은 편하셨습니까?"


".......아하?"

최악은 그제서야 대충 눈치 챘다. 그도 바보는 아니기에 조팀장이 무엇을 따라 자신까지 이르렀는지 알아차렸다.


춘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어났던 일이 계기가 되어 여기까지 쫒아온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조 팀장은 웃어보이면서 다시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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