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KFU 서울담당 67지부의 조인형 팀장은 정체불명의 마스터급 유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조사를 거듭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그것도 서울쪽 방향이라면 강원도 쪽에서 출발했겠지. 게다가 모자, 사복에 추측이긴 하지만 햇빛도 강하지 않은데 일부러 쓸 필요는 없을테고. 군인인가?"
"뭣하러 군인합니까. 포스 유저인거 밝히면 군복무 대체할 수 있지 않아요? 돈도 더 주는데"
"목숨걸고 하는 것보다 적은 돈 받아도 군대 다니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게다가 포스 유저인데 국가 소속으로 일하지 않으면 세금 부여하는거 너도 알지?"
"그거 때문에 세금 못내서 잡혀간 포스 유저가 몇명이나 되는지. 나라가 정신 나갔다니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건가"
"아무튼 싸우기는 싫고, 세금은 내기 싫고. 그렇다면 포스 유저인걸 숨길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당연히 군대를 가야하고. 모자를 썼지만 숱이 적은건 아니야. 그러면 짬좀 있는 녀석이겠군. 잠깐만........"
조인형 팀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았다. 주로 강원도쪽의 군부대 관련해서 말이다.
이윽고 그는 만족스러운 정보를 찾았다.
"딱 그날이 18년 4월 군번들 전역할 시기구만. 몇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대 빠삭하시네요"
"창인아. 내 나이 올해 마흔이 넘었어요. 몇년만 더 있으면 깔끔하게 은퇴해서 연금받아먹을 수 있어. 그런 내가 군대 안다녀왔을것 같니? 적성종들 나오기 전에 군대 다녀왔단다"
"아, 아재......."
"우리팀 애들은 대부분 군대 가기 싫어서 들어온 케이스잖냐. 그러다가 눌러앉은거고. 아무튼 그날 강원도쪽 부대 전역자 명단 전부 뽑아와봐. 한번 조사해봐야지"
"그걸 하게요?! 엄청 많을텐데........."
"짜샤 한사람이 아쉬울 시기인데 마스터급 실력자 놓치면 얼마나 아깝냐. 퇴짜를 맞아도 본인 앞에서 맞아야지 해보지도 않고 두면 찝찝해"
조인형 팀장은 군부대에 협조 요청서를 쓸 생각을 하며 기억에 남아있는 흐릿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전역한 군인이라는 범위가 확연하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그 숫자가 크다는건 변함이 없었다. 바다냐 호수냐의 차이일 뿐.
"그러고 보니 이번에 들어온 적성종 사체들이랑 코어는 어떻게 했어?"
"반은 연구소에서 가져갔고 반은 기업 입찰시켰어요. 레버리지 사에서 가져갔었던가?"
"레버리지?"
조인형 팀장은 기억속에서 레버리지 사에 대해 떠올렸다.
레버리지 사(leverage 社).
본사는 미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가이아 포스 연구에도 투자를 하지만 본업은 라프 에너지 연구다. 그렇기 때문에 적성종 사체와 코어를 구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국가에서도 돈은 많을수록 좋기에 얻은 사체와 코어중 일부는 연구를 위해 가져가지만 일부는 판매하기도 한다. 기업체 입찰식으로 하긴 하는데 비중을 따지자면 그중 절반 가까히 사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당연하듯이, 레버리지 사는 적성종의 코어를 정제해 에너지원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회사다. 라프 에너지가 담겨있는 적성종의 코어는 보통 방법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정제과정을 거친다면 훌륭한 에너지원이 된다.
가장 약한 펜타곤(오각형) 소형 코어라고 할지라도 정제 과정을 거친다면 소형차 한대를 반년간 보급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하지만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이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발전소를 건립하여 코어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만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바지 하고 있다.
"뭐, 잘팔리면 우리쪽에도 콩고물이나 떨어졌으면 좋겠다"
"에이, 해쳐먹기도 바쁜데 그럴려고요. 장비나 하나 사주면 고맙겠네"
"아무튼 창인아. 당분간 고생 좀 하자"
수두룩할 전역자 명단을 보고 일일히 찾아서 비교해봐야 한다. 단순노동이 되는만큼 힘들고 고될 것이다.
"야근수당 챙겨주시는거죠?"
"우리나라에 그런게 있니?"
".........."
그의 안색이 썩어들어갔다.
* * * *
문과던 이과던 치킨집 트리라고 하니 나는 대학따위 가지 않고 빠른 치킨 트리로 가겠다. 그러려고 창업한 치킨집이다.
사실 장사가 잘될 자신은 있었다. 마케팅같은거 없어도 맛이랑 자리가 좋으면 장사가 잘되는건 당연한 이치다.
가게는 오픈형으로 만들었다. 식당처럼 여러명이 들어오지는 못하는 작은 가게지만 테이블은 몇개 두지 않고 포장을 주로 생각하고 있다. 아, 배달은 안한다.
알바 채용 사이트에 알바 모집 공고를 내걸었다. 조건은 [남자, 나이는 상관 없음, 튼튼할것, 반년 이상 업무 가능, 시급은 면접 후 결정] 그거 외에는 별다른 조건을 걸지 않았다. 어차피 서빙이나 설거지 업무만 하면 되니까.
치킨을 튀기는건 내 몫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바 채용 사이트에 몇개인가 신청이 들어왔다.
신청한 사람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고르고 있던 찰나. 눈에 띄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딱히 별다른 이유는 아니였다. 최악(最齷)이라는 내 이름처럼 이름이 좀 특이할 따름이였다.
이력서에 적혀 있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이어지다 이윽고 받는다.
[여보세요?]
"실례합니다. 하백리씨 핸드폰인가요?"
[네, 맞는데요]
"알바 채용 사이트에 저희 집에 지원하셨죠? 치킨집 서빙이랑 잡무 아르바이트인데"
[아,네. 맞아요]
"시간 되시면 만나서 이야기 하실래요? 전화를 하는것 보다 나을 것 같아서"
[어디신가요? 제가 갈께요]
"가게 앞에서 만나요. 가게 위치는 채용 사이트에 나와있죠?"
일단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를 한번 정리했다. 적어도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인상이 좋아야지.
그래도 청소가 끝난 뒤에 시간이 좀 남아서 뉴스나 틀었다.
[오늘 새벽 2시경 대흥동 용강 초등학교 인근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위적인 방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상 참 흉흉하네, 하고 나랑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끼어들 생각 없수다.
그리고 한시간 뒤에 그가 가게로 찾아왔다. 이제 리모델링도, 설비도 다 지어놔서 오픈만 하면 되는터라 누구를 들여도 괜찮다.
아직 앳된 모습이 있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내 외형도 20대 초반이라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눈매가 험해서 노안으로 보인다. 아마 못해도 20대 중반으로 보이지 않을까.
어디서 본것 같은 인상이다. 어디서 봤더라........환생을 하면서 쌓인 기억들을 뒤져보았지만 꽤 예전 일이라서 그런지 떠오르지 않는다. 뭐, 별로 중요한건 아니겠지.
"안녕하세요, 하백리라고 합니다"
"아, 어서와요"
"어......혹시, 사장님이세요?"
"그런데요?"
"아뇨, 젊으셔서......."
젊을 때 창업하는게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드문건 맞다. 솔직히 나도 가게 자리 없었다면 이렇게 창업하는건 꿈도 못꿀 일이다.
"사장인 최악이라고 합니다"
"..........네?"
"이름 특이하죠? 그래서 하백리씨를 뽑았어요. 백리란 이름이 흔한건 아니잖아요"
"아, 네. 좋게 봐주셨다니 다행이네요"
나는 최악이라는 이름 때문에 여러가지로 고생한 일이 있다. 이름으로 놀리는건 다반사지. 군대에서 이병 최악! 하고 말하면 선임들이 뭐라고 했었던건 참 뭐같았다.
"이력서는 봤는데. 21살인데 군필이라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모집병으로 지원해서 바로 갔어요. 아버지가 군대는 일찍 다녀오는게 좋다고 해서요"
"그러면 군번으로는 나보다 선임이네. 난 1월에 전역했는데"
"올 1월이요? 사장님 혹시 나이가......."
"22살. 그쪽보다 한살 많아. 별 차이도 없고, 그냥 형이라고 편하게 불러. 한살 차이밖에 안나는데 꼬박꼬박 사장님 소리 들으면 내가 불편해"
"아........그러면 형이라고 할께요"
"면허는 없고. 뭐,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군대 갔다니. 딸 시간도 없었긴 하지. 가족 관계는?"
"부모님 두분이랑 아래로 동생이 한명 있어요"
"대학은?"
"아.........일단은 크게 생각 안하고 있어요. 저보다는 동생이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게 되서 등록금 생각하면 못하거든요"
"등록금 비싸긴 하지. 나도 대학은 생각 안하고 있어. 근데 대학 안나오면 취직하기 힘든게 세상이라 다들 빚져가면서 하더라"
한학기 등록금이 수백만원이다. 그게 땅파면 나오는 돈도 아니고 1년이면 근 천만원에 달한다.
4년제라고 했을 때 그러면 4000만원. 비싼데는 더 비쌀테니까 어지간히 벌지 않고서야 등록금 대기도 힘들다.
"부모님 두분 직업은?"
"어머니는 주부시고. 아버지는 소방관이세요. 영등포 소방서에서 근무하시고요"
"소방관? 좋은일 하시네. 일에 비해 박봉이라 힘들겠다"
"게다가 동생이 포스 유저인데 국가 소속 되는걸 반대하셔서.......세금 때문에 조금 그래요"
"그 좆같은 법 누가 만들었는지 국회 한번 박살내주고 싶단 말이야"
"그러게요"
내가 환생을 거듭하면서 사람 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한다. 이 애는 근래에 보기드문 청년이다. 동생 등록금 마련하려고 알바를 하고, 소방관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면 인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인간상이다.
"좋아, 가게 오픈이 다음주 월요일이니까 내일 모레인데,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까지야, 토요일에는 쉬고. 가게가 작아서 편하긴 하지만 풀타임으로 뛸 수 있어?"
"네, 상관 없어요. 그런데 치킨집이 밤에 안해도 되는건가요?"
"밤에는 싫어. 나도 집에 들어가봐야 해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우리 마누라가 저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을껄"
"어.......? 형, 결혼 했어요?"
"22살이지만 결혼 했어. 저번 달에 따끈따끈한 혼인신고서 내고 왔거든"
"20대에 결혼하는 사람 별로 없다던데 일찍 하셨네요"
"참고로 이 건물. 우리 마누라꺼야"
"건물주?!"
"돈벌려고 하긴 하는건데 반쯤 배짱장사지. 초기니까 일단 알바생을 한명만 받는거고. 너무 장사 잘되면 한명 더 받지 뭐"
"과연 장사가 그렇게 잘 될까요?"
"일단 한번 먹어볼래?"
냉장고에 닭을 재워둔게 있다. 치킨은 대충 튀겨도 조금만 기술이 있으면 맛있지만 시간을 투자하면 더 맛있다. 약간의 밑간을 더해서 냉장고에 넣고 간이 배일 때 까지 하루나 이틀정도 두려고 넣어놨는데 얼마 되지 않았어도 그럭저럭 맛은 있을거다.
여러가지를 넣고 숙성해 두었던 닭을 꺼내고 튀김 반죽을 만든다. 치킨은 닭도 중요하지만 튀김옷도 중요하다. 두개의 밸런스가 맞아야지만 비로소 훌륭한 후라이드 치킨이 나온다.
요리를 하면서 나는 백리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군대는 무슨 보직 나왔어?"
"취사병이요. 원래는 그냥 보병으로 가려고 했는데 빨리 가려면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군대 가기도 힘든 세상이지. 나도 그래서 보병 말고 공병으로 갔거든"
"공병이면 다리 짓고 그래요?"
"아니, 더 빡센거. 자세한 설명은 치킨 먹을거니까 생략한다"
그래도 취사병이면 주말도 없이 빡세게 구르는 보직이다. 취사병이 꿀이라고 하는 새끼들은 지들이 군대에서 하루 세끼 처먹던 밥을 누가 지어줬는지 모르는 놈들이다.
"가끔 복날되면 작게 닭 한마리씩 해줘서 삼계탕도 해주고 그러지?"
"말도 마세요. 그날은 진짜 지옥같은........여름이라서 더 덥고 힘들었어요"
남자가 모이면 군대랑 게임, 그리고 여자 이야기밖에 안한다는 말이 있는데. 거의 사실이다. 전역한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예비군이 할 이야기라곤 군대 이야기밖에 없지.
"난 공병 다녀와서 이런저런 설비 보수하는 일도 했거든. 에어컨 설치도 할줄 알아"
"이야, 그거 대구에서 한번 하는데 수십만원 받는다고 하던데요?"
"한번 해볼까 했는데 접었어"
"왜요?"
"에어컨을 설치하는 집은 에어컨이 없다는 소리잖아"
"아........."
그 더운 대구에서 내가 굳이 에어컨 설치를 에어컨 없는 집에서 해야하는거냐.
뭐, 시온을 만나서 덕분에 이렇게 가게도 차리고 그런거지만. 마누라 잘 만나고 볼 일이다.
"결혼 하셨다고 했는데. 형수님은 어떠세요?"
"예뻐"
"콩깍지가 씌이셨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예뻐. 길가던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10명이면 10명 전부 예쁘다고 할 정도로"
모습이 어려보인다 뿐이지 일단은 외계인이다. 형태를 변화시키는건 그녀의 특기고 원래 그 정도 쯤 되는 초월자는 외형이 영혼을 따라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겉보기에는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보인다는거. 아무리 요즘 애들 발육이 좋아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다.
"근데 옛날에 좀 심한 병에 걸려서 말이야. 투병 치료 하느라 머리도 탈색되고, 성장도 멈춰서 나중에 소개해주면 무슨 초등학생이 나왔나 싶을거야"
"정말요?"
"우리 마누라 가지고는 농담 안한다. 나보고 욕하는건 참아도 우리 마누라 욕하는건 안참고 상대 아구창을 후려까거나 뚝배기를 부수거든. 혹시 나중에 전화해서 경찰서로 마중 나오라고 하면 나와줘"
"............."
백리는 지금 '과연 사장이 제정신인 사람인가'하고 고민하고 있을거다. 보니까 붙임성도 있어보이고 인성도 좋으니까 나도 고용쪽으로 생각하고 시급만 정해주면 된다.
"자, 치킨 다 됐다"
나는 딱 시간이 되어 잘 튀겨진 치킨의 기름을 털어내고 접시에 담아서 내왔다. 아직 장사도 안하니까 술을 마셔도 되기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낸다. 역시 치킨에는 맥주지.
"자, 한번 먹어봐. 이래뵈도 여러 노하우가 들어간 치킨이라고"
밑간에는 여러가지 향식료를 더해서 닭을 숙성시키고 거기에 튀김가루에는 카레 가루가 아주 절묘하게 들어가서 식욕을 자극시킨다. 환생을 여러번 거듭하면서 내가 순수하게 익힌 기술 중에서 요리는 몇 안되는 부류다.
갓 튀겨진 치킨만큼 맛있는것도 드물다. 백리는 다리 하나를 들더니 뜨거워 하면서도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다리 하나를 들고 씹었다.
냄새만으로도 식욕을 자극시키는 치킨. 바삭한 튀김옷과 기름기가 느껴지고 이윽고 담백한 살이 씹힌다. 살에도 간이 되어 있어서 절묘하게 짭쪼름한 맛이 느껴진다. 다리살이라서 부드럽지만 반대로 가슴살을 먹어도 마냥 퍽퍽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절로 땡겨오는 맥주. 한잔 크게 들이켜서 시원한 맥주를 목 뒤로 넘겼다. 치킨의 기름기가 맥주와 함께 쓸려넘어가면서 절로 크으! 하는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와! 치킨 쩌는데요? 맛있어요!"
"그치? 이 정도면 장사 잘될만 하지 않냐?"
"네, 확실히 잘될거예요. 요리하는것도 보이는 오픈형이고. 배달은 안되더라도 포장이 되면 올 사람들 많은걸요? 한마리에 얼마예요?"
"한마리에 8000원"
"그 가격에 이 정도 맛이면 올 사람도 많겠네요. 보니까 옛날에 시켜먹던 치킨 체인점은 거의 2만원 넘게 받아먹던데"
"치킨은 1일 1치킨을 해야지. 2시간 일해서 치킨 한마리에 맥주 한잔은 먹게 해줘야 한다고"
"아, 그러고 보니 시급은........"
"요즘 최저시급이 7530원이더라"
이놈의 최저시급은 쥐꼬리만큼 오른다. 알바생들 다 죽으라는건지 물가는 팍팍 오르는데 비해서 최저시급은 몇백원씩 오른다.
최저시급 오르면 자영업자들이 죽는다고?
그러면 고용하질 말던가. 지들만 사나.
"잔돈 계산하긴 귀찮고 시급은 8000원으로 콜? 물론 초기니까 그 정도 주는거지 나중에 오래 지나면 인상 해줄께. 노려봐라 시급 만원!"
"통 크시네요, 형. 저야 고맙죠"
"일하는거 보고 보너스도 간간히 챙겨 줄테니까"
"그러셔도 되요? 남는거 없을텐데......"
"남는거 생각했으면 시작부터 안했어. 어차피 인건비는 너 한명 들어가고 무엇보다 임대료가 없잖냐. 너 챙겨주고도 충분히 남으니까 걱정마"
원래 장사 잘된다고 방송 나오는 집중에 자주 나오는게 사장님이 건물주라서 임대료가 없는게 있다. 그만큼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니까 그거 하나 없는게 큰 메리트다.
"그런데 양념 치킨은 어때요?"
"닭치고 있어봐. 천국을 보여줄테니까"
나의 비장의 소스를 꺼내볼 때가 왔군.
* * * *
"장사 잘될 것 같지?"
"인정합니다"
양념치킨까지 먹여주고 나서야 백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은근히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치킨 소스는 그야말로 테크닉 없이 만들 수는 없다. 그때그때 재료와 닭의 상태에 따라서 조금씩 배합 비율을 다르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안하면 이런 절묘한 맛은 나오지 않는다.
"장사 잘 되겠네요. 가끔 집에 싸가게 일 끝나면 튀겨주세요"
"먹으러 와. 돈내고"
"에이"
"너네 아버지 모셔오면 치킨값은 공짜로 해줄께. 좋은일 하시는 분이니까 대접해드려야지"
나라에서 대접 안해주는 사람들인데 우리같은 국민들이 대접해 드려야지.
가게 한쪽에다가 즉석해서 [소방공무원(소방관)은 치킨 무료 *주류값은 받습니다]라고 적어두었다.
"그래도 돼요?!"
"그분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회식이나 할 수 있겠냐. 와도 몇명 안될텐데. 게다가 가게가 좁잖아. 타산적으로 괜찮아"
"형 쿨가이네요"
"아무튼 언제 한번 너네 아버님 모셔와. 맛깔나게 튀겨줄테니까"
"어머니랑 동생도 데리고 올께요"
자, 이제 알바도 고용했겠다.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본격적인 장사 시작해야지. 사업번창을 기원하고 바람잡이 삼아서 친구놈들도 몇놈 불러서 서비스 해줘야겠다.
백리가 돌아가고 가게 문을 닫은 뒤에 마무리를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조금 큰 상자가 현관 앞에 있었다. 조금 묵직하다 싶어서 가지고 들어가서 집 안에서 내용물을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알몸의 시온이 웅크린 자세로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어쩐지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에 얼굴을 싸맸다.
"통판 외계인이냐........"
"이런 플레이도 꽤 취향입니다"
시온은 살짝 눈을 떠서 작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응해 주는 수밖에 없겠군.
나는 그녀를 상자 안에서 꺼내서 거실로 들어섰다.
이후 엉망진창으로 섹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