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4/507)



〈 4화 〉[인생 뭐 있나, 그냥 사는대로 사는거지]

한국 포스 유저 연합(Korea Forceuser Union). 줄여서 KFU라고 불리는 그 조직은 대다수의 포스 유저들이 소속되어 한국에 나타나는 적성종들을 쓰러트리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20년전 대공황 이후로 설립되어 전국 일정 이상의 인구밀집 지역에 언제든 출동할  있도록 포스 유저들을 배치하고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한 기관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나라에 대해서 다른건 다 욕해도 그거 하나만큼은 인정해줄 정도로 말이다.


"팀장님. 조사 다 끝났습니다"


"이번에 나온 녀석들은 어때?"

"소형 헵타곤(칠각형) 타입입니다"

"꽤 강한데. 소형은 주로 헥사곤(육각형) 타입이 자주 나올텐데 말이야"

적성종들은 라프 에너지를 발산하는 코어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펜타곤(오각형), 헥사곤(육각형), 헵타곤(칠각형), 옥타곤(팔각형), 노나곤(구각형)등으로 코어의 형태를 가르며, 그중에서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으로 크기에 따라 나뉜다.

20년 전에는 대부분이 펜타곤(오각형)이였고 사단 한개분의 탄약을 전부 소모해 겨우 쓰러트렸던 헥사곤(육각형) 타입의 대형 적성종의 출현이 그나마 강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출현하는 적성종들의 수준이 높아자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난만큼 그때보다 강한 포스 유저들이 늘었다. 그 덕분에 적성종 대책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수준이 높아져서 포스 유저들의 성장보다 더욱 강한 적성종들이 나타나면 그것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우리중에 다친 애들은?"

"한석이가  다쳤습니다. 그래도 치료 유저한테 치료받으면 나을 상처니까 하루만 쉬면 됩니다"

"죽은 사람 없어서 괜찮네"

지금 이 휴게소 현장에서 지휘를 내리고 있는 사람은 서울 담당 67지부의 조인형 팀장이다. 직접적인 전투는 힘든 포스 유저지만 그의 포스 특성은 '감지'. 전황 파악과 분석에 뛰어나서 팀장 자리에 앉게된 사람이다.


"이번에 사망자랑 부상자 종합해 봤어?"

"도심도 아니고 하필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나타나서 출동이 늦는 바람에.......미리 차원진 예측은 했었지만 거리가 있어서 죽은 사람이 몇명 있어요"


"또 지랄 한판 벌이겠군. 시벌, 우리도 늦고 싶어서 늦는게 아닌데"


예지계 유저는 아주 드물지만 있다. 그 숫자가 전세계 적으로도 극소수라서 한국에서도 딱 한명밖에 나온적이 없었다.

"근데  병신같은 나랏님들이 죽여버렸지"

"저희도 언젠가 과로사로 뒈져버리는거 아닐까요"


다만 그 예지계 유저는 반쯤 강제로 끌려와 차원진 예보를 예지하게 되었다. 예지계 능력은 육체가 아니라 두뇌를 혹사시키는 포스 특성이라 1년 정도 되었을 무렵 그 예지계 유저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뇌의 문제는 겉으로 봐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유일한 예지계 능력자라는 부담감과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결과였다.

그제서야 정부도 아차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은 법이다. 한번 떠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차원진을 예측하는거라면 그 예지계 유저도 과로로 죽진 않았을테지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혹사를 당했으니 과로로 죽을만 했다.

 이후로 예지계 능력자는 한국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실정이다.


"아무튼 유가족들한테 소식 전해주고 뭐하려면 힘드니까 얼른 철수하자고, 부산물들 다 챙겼냐?"

"고속도로라서 운반은 편할것 같은데요"

"불행중 다행이냐. 이딴 불행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는데"

자리를 옮기려던 조인형 팀장은 문득 자신의 포스에 걸리는 무언가에 시선을 돌렸다.


운송해야할 적성종의 사체중에서 비교적 멀쩡한 사체가 눈에 띄였다. 다른 사체들은 베이고 구멍이 뚫리고, 여러가지로 엉망진창인 모습이였지만 그 사체는 코어 적출용으로 갈라놓은 곳과 손목이 부러진것 외에는 망가진 곳이 없었다.

"이거........"


"왜요 팀장님?"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 적성종의 사체를 만졌다. 이곳저곳을 보고 자신의 포스 특성을 사용해서   있는 정보를 얻어냈다.

"........야, 이거 포스 없는건데? 포스 융합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사체야"


"예? 포스가 없어요?"

적성종들이 발생한 차원진을 통해 균열에서 지구에 나타나면 자연적으로 지구의 가이아 포스가 적성종들에게 흡수된다. 그것을 포스 융합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 속도는 엄청나서 겨우 3분이면 확연하게 구분이 갈 정도로 적성종의 코어는 물론 신체에도 가이아 포스가 깃든다.  가이아 포스를 매개로 하여 포스 유저들이 적성종들에게 총기보다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적성종에게서는 가이아 포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팀장님, 포스 융합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나온지 1분 이내에 죽여야 하지 않나요?"


가이아 포스의 유입은 최소 1분 이상. 최대 3분 이하의 시간이 걸린다. 연구 결과에서도 그렇게 나왔으며 그 시간을 벗어나는 경우는 적성종이 대형이나 초대형일 경우다. 그런 경우라도 채 10분이 안걸린다고 한다.


"맞지. 근데 나타나지 1분도 안되서 적응도 안끝난 적성종을 죽이는건 대부분의 포스 유저한테 무리야"


적성종은 기본적으로 괴물이다. 맨손으로 철판을 우그러트리는건 기본이며 순수하게 육체 능력으로는 어지간한 육체강화 포스 유저 이상이다. 포스 유저가 적성종을 쓰러트릴 수 있는건 그 전부가 포스 융합 현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면 가능한 사람은........"

"대충 마스터급? 못해도 엑스퍼트 최상위"


"정신 나갔습니까. 이경진씨가 뭔일 있다고 여기까지 와요. 그사람 수도권 방위라서 휴가도 제대로 못쓴다던데"


포스 유저들은 대부분 총기에도 무력하고, 오로지 적성종들의 사냥에 특화되어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것의 한계를 벗어난 마스터라 불리는 포스 유저들이 있다.

홀로 군림할 수 있으며 포스량도 백만대에 육박하는 괴물들. 일개 인간의 몸으로 군대도 상대할 수 있는 그들은 정말  그대로 괴물같이 강하다.


"야, 여기 CCTV있냐?"


"저기 있네요"

휴게소 주유소 옆에 CCTV가 한대 설치되어 있는것을 본 그들은 이윽고 현장 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절묘하게 안보이네"

"이거 주유소 들어오는 차량 찍으려고 설치한거지 휴게소 찍으려고 설치한거 아니니까요"

각도가 모자라서 CCTV는 전부를 찍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찍혀 있었다.


적성종 하나가 화면 밖으로 달려나갔다가 이윽고 날아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지고 화면내에서 더 움직임이 없는걸 보면 그대로 죽은듯 하다.


"그냥 날아간걸로 죽었다고?!"

"한대 친걸까요?"

"주먹으로 쳤으면 힘으로 밀어붙인 이상 주먹 자국이라도 났겠지. 근데 손목 부러진거 외에는 큰 자상이 없었어"


조팀장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해야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는걸까. 대충 봐도 찍혀있는 영상으로 보아 역시 적성종이 나타난지 1분도 안되서 일어난 일이다.

"어? 뭔가 더 있는데요"


"되감아서 다시 틀어봐"


조팀장은 다시 CCTV영상에 집중했다. 소란스러운 휴게소, 적성종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때 다들 도망가는데도 한명, 유유히 느긋했던 사람이 있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뒤집어져서 찌그러진 차량 앞에 쭈그려 앉았다. 차량의 유리가 깨진 창문 사이로 누군가 팔을 뻗어 버둥거리는걸 보면 안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듯 했다.


"구해주려는 걸까요?"

"아닌것 같은데?"

이윽고 남자는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성종이 차량으로 다가와 남자를 끄집어내기 위해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다음은 차마 말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장면이 펼쳐졌다.


"만약 이 사람이 그 마스터급 유저라면, 그냥 구해주지 않고 간건가요?"

"원한 관계가 있었다고 할수도 있겠군. 이거 확대 못하나?"


"주유소 CCTV에 뭘 바라세요. 딴데다 넘기면 할수는 있겠지만........찾으시려고요? 이 사람?"

"그래, 인원도 모자란데. 이런 사람이 있다면 찾아 봐야지"

"설득은요?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혼자 나몰라라 가는걸 보면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건 나중에 생각해 봐야지"

조팀장은 눈을 빛내며 화면속의 남자를 보았다.


그는 어떤 사람이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 * *



고기 먹는다!

치이익!


"크, 고기 익는 소리 오랜만에 들어본다"

"부대에서 고기 먹어본적 없습니까?"


"가끔 가다 행사 있으면 회식이라고 삼겹살 구워주곤 했었지만 삼겹살이랑 소고기랑 같냐? 업진살 살살 녹는다!"


오랜만에 구워먹는 소고기는 굽자마자 입에 들어간다. 돼지고기와는 전혀 다른 소고기 특유의 냄새와 육즙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면서 다시금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몇시간 전까지 적성종들이 장기자랑을 했지만 그런거 신경쓰다간 평생 밥 못먹는다.


"맥주? 소주?"


"소주로 부탁합니다"

"여기 주문이요"


나는 종업원을 불러서 추가로 주문했다. 고기도 부족하고, 술도 한 두어병 시켜놓을까.

"여기 소주 두병이랑 잔도 두개 주세요. 살치살이랑 안창살 2인분씩 주시고요"


"어, 저기 손님......저희 가게에서는 미성년자한테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데요"

"엉? 미성년?"

내가 노안이라고 하면 노안이라고 들었지 미성년으로 보일 정도로 어려보이진 않을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맞은편에 앉은 시온이 고기를 먹고 있는걸 새삼 깨달았다. 아, 그냥 보면 얘 미성년이지. 그것도 초등학생.


"야, 술 마시고 싶으면 민증 꺼내봐. 근데 가지고는 있어?"


"안가지고 다니면 나중에 경찰 아저씨한테 당신 잡혀갈지도 몰라서 항상 들고다닙니다"


"하기사 남이 보면 그냥 수상쩍어 보이는 눈매 더러운 남자랑 같이 다니는 순수한 초등학생이니까"


"아무튼 민증 여기 있습니다"


시온은 가방에서 자기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름은 서양식인 주제에 귀화 신청으로 이름을 받은건지 아니면 따로 이름을 만들어서 등록한건지 나랑 다를게 없는 주민등록증이다.

"에?! 96년생?!"


"혹시 위조 아니니까 의심하지 마요. 이 녀석 저래보여도 저보다 연상이니까"

"병걸려서 그런겁니다. 진단서도 가지고 있는데 보여드립니까?"


"아, 아뇨......네, 소주 두병이랑 살치살이랑 안창살 2인분씩, 주문 받았습니다"


종업원이 가고 나와 시온이랑만 남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진단서 같은것도 가지고 다녀? 병걸린거 코스프레하려고?"

"일단은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말입니다. 병원 전산쪽도 해킹 해둬서 문제 없습니다"


"준비 완벽하구만"

"이게  당신이 잡혀가지 않도록 해둔 처사입니다"

"그건 고맙다"


솔직히 저렇게 준비 안했으면 나는 진작에 경찰아저씨한테 잡혀갔을껄. 감옥가는게 무서운건 아니지만 기분은 더럽다.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그 사회에 맞는 코스프레를 해야하는 법이다. 다짜고짜 '얘는 외계인이라 나이도 저보다 많은 900살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합법이예요'라는 말을 해봤자 무슨 병신이 지랄하는가 소리만 들을 뿐이다.

얘가 밤에 어떻게 하는가를 보면  이야기가 쏙 들어갈텐데 말이야.


"주문하신거 나왔습니다"


나는 종업원한테서 잔이랑 소주병을 받았다. 잔 하나는 시온한테 주고 소주병을 따서 꼴꼴꼴, 소주를 따라준다.


"어차피 마셔봤자 취하진 않지만. 뭐, 기분으로 마시겠습니다"


"그럴거면 왜 시켰어?"


"당신이 마시니까 맞춰주려고 시켰습니다"


"..........우리 마누라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워"


"당연한걸 말해봤자 소용없습니다"


그러면서 슬쩍 내 시선을 피한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커플들 보면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하나 옛날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오히려 못해서 안달이다. 그냥 끌어안고 뒹굴거려도 행복감이 넘쳐날것 같다.


이것이 바로 사랑인가!


"이거 익었다. 어여 먹어"

"아─"


"먹여달라고?"


서로 먹여주기는 커플들의 전유물이지. 나는 잘 익은 안창살 하나를 시온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우물우물 씹어먹는게 귀엽다.


이것은 부성애로서의 마음인가 사랑으로서의 마음인가. 음, 내가 보기엔 후자쪽이지만 남이 보기엔 전자쪽이겠지?


"그런데 그거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겁니까? 뭔가 흔적이 남아서 뒷조사같은게 들어오는게 걱정입니다"

"겨우 그거가지고 쫒아오진 않겠지. 포스 유저들 오면  죽는거 하나쯤 내가 죽였다고 해서 특이할건 없을테고"


어차피 이쪽으로는 나가지 않을거라서 일부러 관심도 가지지 않고 있었다. 그냥 야생동물들이 잘 돌아다니는 시골같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경계심도 없다.


반쯤 강제로 끌려가서 부려먹히기 싫고 안하자니 그거 때문에 세금  내는것도 싫다.


도대체 포스 유저가 적성종 때려잡는거 안하면 세금 더 부여한다는 법 만든 새끼 누구야.


"먹고 부족하면 집에 가서 2차를 하면 됩니다. 아, 집도 구해놨으니 앞으로 거기서 지낼 수 있을겁니다"

"차에, 돈에, 집에, 완전 이거  기둥서방인데"

"남이 보면 로리의 기둥서방이라고 할겁니다"

"잠깐, 그건 극혐이잖아"

제목으로서나 문자 그대로나.


아무튼 엄청 먹어야겠다. 오늘  가게 거덜낼 정도로. 안그러면 나중에 체력 딸려서 못한다.

잔뜩 먹고 잔뜩 소화시켜서 집에가서의 일을 대비해야지(므흣).

"나도 일이나 해야겠다. 직장 어떻게 구해야 하나........"

"건물 사놓은거 있으니 가게라도 하나 차리십시오. 요리는 잘하니까 그쪽 계통으로"

"자격증 따놔야겠네. 한두번 땄던것도 아니니 금방 따겠다"

실기는 문제 없으니까 필기만 공부하면 된다. 완전히 잊어버린건 아닐테니 시험 보기 2주전에만 공부해도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치킨집이나 차릴까?"

"나쁘진 않습니다. 매일매일 치느님을 영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1일 1닭이라니 호사스러운데"

진짜로 치킨집 하나 알아볼까. 자본금은 시온한테 빌리고 벌어서 다시 값으면 되고.


"건물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외형상 이래서 일이 일어나면 해결하기 힘듭니다. 뭐, 사람 불러서 해결하면 되긴 하지만 말입니다. 나중에 저희 김 변호사님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아, 그냥 월세만 받는건 아니구나"

"대략적인건 설비 업체에 맡기지만 간단한  때문에 항상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러면 내가 하지 뭐, 군대에서 배워먹은거 여기서 쓸줄은 몰랐는데"

"군대에서 도대체 뭘 하신겁니까?"

"............밥먹는데 하기  그런거"

내가 군대에서 한 보직은 배관병이다. 원래 야전건설병이나 하는 보직인데 하도 요즘 군 입대하는 사람들이 적다보니까 나도 인원수 맞춘다고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내가 하는건 배관 설비, 그러니까 물 나오는 관이나 에어컨, 그 외 기타 보일러 설비등을 고치는 일이다.


내가 속한 배관병 이외에도 전기 공사, 목공병이 있는데. 역시 하도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까 이리저리 끌려가 일해서는 어느정도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괜히 예전에 내가 갔었던 같은 27사단이라 익숙한데 가자고 해서 피봤다. 아니, 똥봤지.

배관 설비중에 그거 있잖아. 화장실. 그것도 배관 설비다. 용접도 배웠으니 할말 다했다.

"만능 일꾼을 얻었습니다. 이제 걱정 없을것 같습니다"

"월급이나 많이 줘"


"병장 월급으로 챙겨드리겠습니다"

"기억 폭력 하지 마라?!"

최저시급도 안되는 고작 20만원으로 누구 코에 붙이려고?

시온이랑 꽤나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 나도 알딸딸하게 취해서 그녀가 말한 집........그래, 신혼집이겠지. 아무튼 그 집으로 향했다.

집의 위치는 명동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단독 주택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근처에 역이 있는 역세권에 땅값 비싼 명동 근처인데 아파트도 아니고 단독 주택이라니.

이 녀석 도대체 2년동안 돈을 얼마나 벌어들인거야.


"그럭저럭 벌었습니다. 집도 제가 설계해서 지어놓은 것이니 사는데 좋을겁니다"

"이과 굉장하네"


이윽고 집으로 들어선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사는 집의 주택같아서 앞마당도 꽤나 보기좋게 있었다. 대형견 한마리 키워도 괜찮을 정도로.


문은 전자동 도어락으로 되어 있었다. 비밀번호는 555*, 어디선가 본것 같은 패턴에 잠깐 생각하다 헛웃음이 나왔다.


"파이즈냐?"


"멋있지 않습니까?"

시온이랑 나는 취향이 잘 맞기 때문에 보는것도 비슷하다. 가면라이더 시리즈 같은 특촬물도 좋아한다.


집에 들어서니 새집 증후군 생길것 같은 냄새는 없고 자연스런 집 냄새가 난다. 방도 몇개나 되고 2층짜리라서 두사람이서 살기에는 무지 넓다.

"혹시 몰라서 방은 여러개로 두었습니다. 다른건 차차 설명할테지만 무엇보다 방음 설비가 완벽합니다"

"그래?"


슬쩍, 내 손을 잡아오는 시온에게 나는 웃으면서 화답해줬다.

손을 잡고 들어올려 그녀를 껴안았다. 단번에 품에 들어오는 작은 체구와 옅은 샴푸 냄새가 기분이 좋다.

"한번 확인해볼까?"

"........짐승"

시온 녀석, 말은 그렇게 해도 싫은 눈치가 아니였다.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몸은 솔직하게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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