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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창관의 평화로운 일상(1부 완) (85/85)



〈 85화 〉창관의 평화로운 일상(1부 완)

수업은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다.

중간에 잠깐 졸아서 혼나기도 했지만 루크는 달라붙는 애교에 약한지 금방 풀어졌다.

“저, 저기…”

“왜?”

“언제까지 해? 벌써 2시간 넘었는데.”

“네가 그  해서 10분 추가야. 아무튼 그래서…”

이런, 풀린게 아니었나?

꼼짝없이 앉아서 수업을 들으려니 좀이 쑤셔서 못 참을 것 같았다.

꼼질꼼질 발가락을 움직이며 지루함을 달래는데, 문 밖에서 구원자가 도착했다.

똑똑똑-

“누구…”

“들어와! 들어오세요!”

루크가 인상을 팍 찌푸렸지만 이미 문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온 건 역시나 메이였다.

“메이! 구하러 왔구나!”

“네,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건 뭐야?”

내가 턱짓으로 가리킨 트레이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쿠키에요. 쿠키랑 간단하게 쉐이크를 만들어 봤어요.”

“직접 만든거야?”

“당연하죠.”

나는 메이가 만든 쿠키 하나를 집어서 그대로 삼켰다.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달콤한 초콜릿의 조화가 훌륭했다.

“으음! 음! 음!”

“여기 쉐이크도 드세요.”

후루룩 꿀꺽 꿀꺽 오독, 오도독!

맨날 먹는 메이의 간식이지만 이렇게 당이 떨어졌을 때 먹으면 훠어얼씬 더 맛있다.

그래서 좀 허겁지겁 먹었더니 찌를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우믈우믈… 왜?”

“그냥 귀여워서요.”

“복스럽게 먹길래.”

그런 말은 속으로 하면 안돼?

면전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왠지 잘 넘어가던 쿠키가 턱턱 걸리는 것 같았다.

결국 몇 조각 더 먹고서 나는 손을 털었다.

“어? 더 안 드세요?”

“이제 곧 저녁 먹어야 하잖아. 나중에 먹을게. 루크 먹어.”

내가 접시를 루크쪽으로 밀어주었지만 그는 제 앞에 놓인 접시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만 갈게. 나도 할 일이 있어서.”

“어, 어? 아 그래 알았어. 내일도 올거지?”

이어지는 내 질문에 루크는 대답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까부터  이러지?

나는 혹시 루크가 어디 아픈가 싶어 이마에 손을 올려보았다.

“열은 없는데…?”

“아, 그런거 아냐. 잠깐 생각할  있어서. 아무튼 내일 보자”

오늘따라 답지않게 많이 허둥대던 루크는 갈 때도 소파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괜찮으실까요?

“냅둬. 설마 가다가 계단에서 구르기야 하겠어? 그보다 리비는?”

“리비 양은 씻기고 방에 보냈어요. 아마 자고 있을 거에요.”

“그래? 음…시간이 좀 남는데…”

오픈시간까진 아직 2시간 정도 남아서 뭘 하던지 조금 얘매했다.

내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메이는 내가 입은 옷에 관심을 보였다.

“이티아  그 옷 저번에  그거 맞죠?”

“맞아. 어때, 예쁘지?”

메이와 함께 사긴 했지만 실제로 입어보긴 오늘이 처음이라 메이도 옷을 자세히 보진 못했었다.

마네킹처럼 가만히 서 있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구경하는 메이를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메이! 우리 패션쇼나 하러 가자!”

“네?”

나는 어버버하는 메이의 손을 붙잡고 바로 의상실로 달려갔다.

“안 그래도 너한테 맞는 옷을 찾아놨거든”

“저한테요?”

옷장을 뒤적이다 마침내 발견한 메이드복을 꺼내 주었다.

“이건…하녀복이잖아요.”

“맞아. 그런데 그보다 조금 더 천의 면적이 적은거”

내가 메이를 생각하며 주문제작한 야심작!

“일단 한번 입어봐 입어보면 알거야.”

 말에 의심쩍어하면서도 메이는 곧장 옷을 갈아입었다.

“으음…이거 좀…짧은거 같은데요.”

“아냐 딱 맞는거야.”

“이, 이게요?”

메이가 입은 메이드복은 그럴 용도(?)로 만들어졌다고밖에 설명할  없을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보였다.

메이드복은 앞치마를 제외하면 상의, 하의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의는 메이의  가슴 때문에 올라가서 배꼽을 노출시켰고 하의는 엉덩이도 간신히 가릴 정도로 짧았다.

그나마 앞치마가 간신히 몸을 가려주나 싶었지만 그마저도 몸에 딱 달라붙는 재질에 새하얀 실크라서 몸의 윤곽과 그 안에 속살이 언뜻언뜻 비쳤다.

“이, 이거 너무 좀…”

“너무 뭐?”

“으…목욕 시중을 들러 갈 때도 이런건 안 입는다구요!”

메이는  팔로 몸을 감싸며 부끄러워 했지만 그래도 옷을 벗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예뻐. 나도 입어볼까?”

“이, 이걸요?”

“응. 옷이 다 한벌씩밖에 없거든. 메이는 내가 입은거로 입어보자.”

우리 둘은 몸매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옷을 바꿔입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도 나지만 메이는 몸매가 폭력적이라  입든 야하게 보여.”

“몸이 야하다뇨! 옷이 이상한 거에요!”

“그래그래. 아! 레아도 부를까? 레아가 입으면 귀여울  같은 옷도 있는데.”

“어떤…어머! 어머어머! 지금 당장 불러올게요!”

메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레아를 데려왔고, 레아도 메이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잔뜩 붉히며 내 패션쇼에 동참했다.

“이걸 입으라고요?”

“엄청 귀여울 것 같아요!”

“아니면 내가 입고있는거 입을래?”

두 여성의 눈빛은 마치 육식동물의 것과 비슷해서 레아는 울며 겨자먹기로  손에 들린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어머머! 어머머!”

“와! 귀여워!”

레아는 귀엽다는 말에 몸을 움찔거렸고, 그럴 때 마다 뒤집어  후드에 달린 토끼귀가 깜찍하게 흔들렸다.

한순간에 동물원의 토끼 같은 신세가  레아는 볼을 붉히며 부끄러워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그녀의 귀여움을 한껏 더해 줄 뿐이었다.

“레아야 포즈한번 취해봐 포즈”

“토끼잠옷이니까 깡총깡총 뛰는 모습 어때요?”

“아냐아냐 앉아서 한쪽  잡고 볼을 부풀린 표정이 훨씬 씨크하고 멋질거야”

“아니죠! 포인트는 귀여움이라니까요!”

“귀여운 것도 귀여운거지만 레아 이미지 자체가 무뚝뚝하잖아. 그럼 거기에 맞춘 포즈를 해야지!”

서로 옥신각신 확고한 제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도저히 절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레아는 그 틈을 노렸다.

타닷!

“앗!”

“레아! 어디가!”

짤뚱한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도망치는 레아는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도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이참에 제대로  패션쇼를 한번 해보자. 메이  챙겨. 난 레아를 잡을게.”

“여기있는 것 전부 다요?”

“음…아니다. 어차피 한 번에 옮기긴 힘들거같으니 같이 가지고 내려가자”

레아야 도망쳐 봐야 어차피 저택 안이라 금새 붙잡을  있을 테니 일단은 놔두었다.

나와 메이는 이전에 주문제작한 옷들을 끄집어 내서 캐리어에 담았다.

전부 다 다른 종류로 한 벌씩 밖에 없는데 캐리어 하나도로 조금 모자라서 나머지는 메이가 들었다.

홀로 내려오니 우리를 반기는 것은 릴리를 포함한 사제 몇몇과 그 무리에게 사로잡혀있는 레아였다.

“안녕~ 다들 일찍 출근했네?”

“오늘따라 눈이 일찍 뜨였거든요. 그 덕에 이런 진귀한 것도 보고 좋죠.”

릴리의 시선을 느낀 레아는 몸을 더욱 움츠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서 무심코 웃어버릴 뻔 했지만 그랬다간 레아가 진짜로 울음을 터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박수를 쳐서 주위를 환기시켰다.

“자자 너무 괴롭히지들 말고. 레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금 옷 입은거 보이지? 오픈까지 시간도 좀 남았으니 패션쇼나 해볼까 해.”

내게 주목한 사제들은 뜬금없는 패션쇼 타령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오픈까지 시간도 좀 남았는데 이런저런 의상이나 한번 입어보고 인기가 좋은 옷은 대량주문할 생각이니 와서 하나씩 입어봐.”

캐리어를 열고 내가 가져온 옷들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하나  씩 다가와 옷을 살펴보았다.

“어…이거 너무 야한  아니에요?”

“그것만 야한게 아니야. 전부 천이 엄청 짧아.”

“우와…근데 예쁘다. 이거 입어봐도 되요?”

“당연하지. 전부 하나씩 골라입고 여기로 와. 모여서 패션쇼나 하자.”

다들 원하는 옷을 하나씩 챙겨서 방으로 떠났다.

그중엔 메이도 있고 레아도 있었다.

“레아도 갈아입게?”

“핫!! 아…네!”

레아가 고른 옷은 속이 다 비치는 슬립 원피스였다.

레아가 입으면 충분히 예쁘겠다 싶으면서도 뭔가 어울리지 않을  같았다.

“음…그거보다 더 좋은게 있는데 어때?”

“좋…은거요?”

“그래. 훨씬 더 예쁜옷이 있거든? 그거 입자.  원피스는 이리 주고.”

레아는 전혀 내켜하지 않는 듯 원피스를 꽉 쥐고 놓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옆에서 계속 어르고 달래니 하는 수 없이 내게 옷과 몸을 맡겼다.

나는 레아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검정색 고스로리 드레스를 입혔고, 그때 레아의 표정은 정말로 볼만 했다.

레아는 얼굴을 붉히고 앙탈을 부렸지만 그러면서도 전신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살펴보기 바빴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사제들도 그런 레아가 퍽 귀여웠는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앞으로도 이런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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