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창관의 노예취급
엉덩이 벽이 설치된지 벌써 삼일째, 리비의 인기는 생각보다 더 엄청났다.
전처럼 엉덩이만 달랑 튀어나오게 하지 않고 아예 하반신 전체를 노출시켜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유도와 리비의 운신범위를 늘려주었을 뿐인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메이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니 리비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중산층 평민들이었다.
내 가게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오픈되어 있는 곳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데다, 술이나 보드게임 등 여러 즐길거리도 있고, 굳이 비싼 창녀를 안지 않는다 해도 쭉쭉빵빵한 직원들이 아양을 떨어주니 주 고객층은 귀족 평민 가릴 것 없이 다양하다. 물론 그렇다 해도 창녀를 안는 비용은 평민들이 하룻밤 유흥비로 써버리기엔 너무 큰 금액이라 파릇파릇한 여자들을 보고도 그녀들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값싸게 여자를 안을 수 있는 기구가 생겼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추가로 워낙 가게 자체가 고급스러워 창녀라고 해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이티아의 사제들에 비해, 리비는 취급부터가 성노예기 때문에 다소 거칠게 다루는 게 가능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내 입장에선 리비를 그냥 이런식으로 놔두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지금 벌써 삼일이나 지났는데, 진작 사제로 만들었으면 신력 50은 더 모았겠다!
아쉬운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도 어쩔 수 없지.
나는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곧바로 리비가 머물고 있는 작은방으로 갔다.
리비가 머무는 방은 1층에 있는 자그마한 다락방이었다.
원래는 그래도 내 소유의 노예이니 4층에 방을 준비했지만 리비가 일이 끝날 즈음엔 항상 기절해버려서 옮기기 쉽게 1층에 작은 방을 임시로 쓰고 있다.
임시로 쓰는 다락방엔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있기 때문에 리비는 그곳에서 딱 잠만 자고 휴식한 후 다시 벽에 설치되었다.
그녀에게 여가는 사치도 못됐다.
잠금장치 하나 없는 다락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리비가 알몸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그래. 근데 너 옷 없니?”
“어…없어요”
메이에게 맡겼었는데, 깜빡했나?
“메이에게 말해둘 테니 메이가 주면 옷 입어. 어차피 일할때는 벗어야 하겠지만…”
“네. 감사합니다.”
첫 만남부터 그리 유쾌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순종적인 것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남자와의 관계도 무리없이 했으니 리비는 완벽하게 조교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매료로 족쇄를 걸어두면 나는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리비, 일은 어때?”
“아, 저…할만해요…”
“사람들이 꽤나 거칠게 다룰텐데 괜찮아?”
“오히려 거친게 더 좋…아니, 괜찮아요”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얘 생각보다 그쪽 성향이 있구나.
하긴, 데릭이 그렇게 괴롭혀댔는데 안 그러면 이상하지
“흐음…뭐, 이 정도면 충분 하겠지. 리비 내 얼굴을 봐.”
나는 마음을 굳히고 리비를 불렀다.
리비는 어리둥절 하면서도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약간은 무미건조하면서도 희망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금색 눈동자에 열망의 불꽃이 피어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비에게 매료를 걸고 나서 메이를 찾았다.
“아, 이티아 님! 루크님이 오셨어요.”
“그래? 알았어. 아, 리비가 입을 옷좀 주고 적당히 씻겨줘. 이제 완전히 우리 사람이니까”
똑똑한 메이는 여기까지만 말해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루크는 어디있어?”
“이티아 님의 방에 계실 거예요. 간식거리를 가져다드릴까요?”
“응응 그럼 수고해줘~”
메이와 헤어진 나는 곧바로 내 방으로 향하지 않았다.
루크와는 마법이론을 배우며 친해진 상태라 조금 기다리게 한다고 죄책감이 생기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루크에게 조금 장난을 쳐볼 생각이었다.
나는 내방 바로 옆쪽에 있는 드레스룸에 들어가 주문제작으로 받아온 여러 의상들을 꺼내보았다.
일단은 내 사이즈에 맞춰 시범제작한 것이라 종류별로 단 한벌밖에 없지만 그래도 종류가 많아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코스프레 의상을 살펴보고, 맘에 드는 옷을 골랐다.
무릎보다 조금 더 올라온 스커트와 세일러복, 네커치프에 스타킹까지 신으니 꽤나 그럴듯한 세일러걸이 탄생했다.
“음…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면적이 넓네”
전신거울 앞에서 빙글 돌아보며 꼼꼼하게 살펴본 후 루크가 있을 내 방으로 들어갔다.
조심조심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소파에 앉아있는 루크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맨날 점잔떠는 루크를 뒤에서 왁! 하고 놀려줄 생각에 입꼬리가 실실 올라갔다.
천천히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마침내 루크의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대려는 순간-
“뭐해?”
“으와악!”
루크가 고개를 확 젖히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뭐, 뭐야?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수가 있지. 아니, 애초에 그냥 발 뒷꿈치만 들고 걸어온다고 기척이 죽는게 아니거든?”
“아하하…그래?”
먼저 놀래키려다가 역으로 당해서 주저앉아있는 꼴이 쪽팔렸기에 나는 그냥 멋쩍게 웃었다.
나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던 루크는 내 옷차림을 발견하고 의문을 띄웠다.
“그 옷은 뭐야? 못 보던 양식인…야! 무, 무슨 치마가…”
“이거? 짜잔~ 예쁘지!”
자리에서 일어나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멋스러움을 한껏 뽐냈다.
부러 루크를 도발하듯 상체를 숙여 가슴을 강조하거나 허리를 잡고 엉덩이를 강조하는 포즈를 취하자 루크는 내가 기대한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뭐하는거야? 여자애가 조심성도 없이…그리고 치마는 왜 이렇게 짧아?”
“이게 뭐가 짧아? 이 정도면 충분히 길지.”
“게다가 다리는 또…하!”
다리? 다리가 왜?
나는 루크가 앉아있는 맞은편 소파로 가서 자랑하듯 다리를 꼬았다.
안 그래도 훌륭한 각선미를 뽐내는 내 다리는 스타킹으로 조여져 더욱 아찔한 매력을 발산했다.
내가 봐도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인데 한창인 20대 남자는 뭐, 말 할것도 없지.
루크 역시 남자인지라 스커트 위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허벅지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어때? 귀엽지! 이래뵈도 나름 주문제작한 옷이거든”
“대체 누가 그런 옷을 입어? 풍기문란이다. 그렇게 다리가 훤히 보이는 옷은 이런 데서나 입지.”
“이런 데?”
모르는 척 반문하니 루크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혀를 찼다.
“됐어. 그보다 오늘 수업이나 하자.”
맞다 나 수업받으러 온거지
사실 수업이라고 해 봐야 별거 없다. 그냥 루크가 설명하고, 내가 듣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인데 수업도 마법의 이론부분만 배우기에 지루할 뿐이다.
“아니, 근데 분명 처음 만났을 땐 마법회로를 전수해 주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잖아. 왜 계속 이론공부만 하는거야?”
“나도 네가 이 정도로 마법에 재능이 없을줄은 몰랐지. 네 몸에는 마법회로는 커녕 한 톨의 마나도 없어서 가장 먼저 마나를 네 몸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이걸 배우는 거라고. 분명 며칠 전에 말했을텐데?”
앗! 그랬었나? 그랬던 것 같기도…
내 몸에 마나가 없는건 대충 원인이 예상이 되긴 했다.
신력 때문이겠지.
역시 마법을 쓰는 것은 포기해야하나 싶었다.
“뭐, 그래도 너무 상심하지마. 마나를 느낄 수만 있다면 마법회로쯤이야 금방 배우니까. 지금은 이론이라도 열심히 배워둬.”
“…이론은 혼자 할 수 있는데?”
아쉬운 마음에 살짝 퉁명스럽게 대답했으나 루크는 ‘네가?’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뭔가 꼴받지만 내가 마법에 무지한 건 사실이기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아무튼 이론수업은 계속 해줄 테니 그렇게 알아. 난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어딘가 어정쩡한 자세로 밖으로 나갔다.
**
방 밖으로 나온 루크는 문에 기대어 털썩 주저앉았다.
본래라면 이렇게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저택 구석구석을 뒤져봐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아오…뭔 옷을 저렇게…씁, 생각하지 말자.’
어느샌가 뻣뻣해진 아랫도리는 그의 속마음을 어느정도 대변했다.
암흑가에서 수많은 여성을 만나며 내력을 키운 그라도 창관 여주인의 외모는 별세계였다.
게다가 요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처음 만났을 적의 쌀쌀맞은 모습과는 다르게 제 취향에 딱 맞는 귀여운 모습까지 보여주니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특히나 오늘 입은 복장은 천의 면적이 충분히 넓음에도 이상야릇한 모습이라 황급히 자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후우…일단 조금만 진정시키고 가자.’
스읍- 후우 스읍- 후우
심호흡을 하니 이제야 하복부로 몰린 피가 조금씩 풀어졌다.
아랫도리의 압박이 풀리고 두근대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물론 이것은 신체적인 변화일 뿐 정서적인 부분은 여전했다.
‘후우…빨리 리비만 찾으면…찾으면…’
리비를 찾는다고 이 저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휘저어 떨쳐냈다.
‘그래 리비를 찾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를 내 끄나풀로 만드는거야. 서서히 꼬드겨서 공작이 이 창관에서 중요한 회담을 가질 때 마다 그 정보가 내게 들어오게끔. 그걸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 있는거야.’
마음을 굳힌 루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애써 외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