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이름이 뭐에요? (72/85)



〈 72화 〉이름이 뭐에요?



여차저차해서 우리는 근처 식당에 도착했다.

지금은 점심이라기엔 조금 이른 시간인지라 그냥 열려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제국의 아침은 조금 늦는 편이라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은 늦은 오후부터 오픈을 한다.

그렇기에 이런 늦은 아침 시간대에 문을 여는 식당들은 주로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가게들이 많다.

“역시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네.”

“아침이라고 하기엔  늦었지요. 그라고 보통  시간대에 밥먹으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구요.”

“뭐, 조용하고 좋지요. 특히나 우리 일행은 아리따운 여성이 많아서 시끌벅적한 곳으로 가면 분명히 시비걸릴 일이 있을겁니다.”

“나도 동의해.”

그 뒤로 가볍게 나온 수프와 고깃덩이를 몇 덩이 먹고나니 식사가 끝났다.

“확실히 싼맛에 먹는 것 같아.”

“그래도 나름 가격이 있는 곳 이에요.”

“얼만데?”

“여기 사람  합해서 금화 1개요.”

“에게, 겨우?”

“겨우라뇨 여기가 황도라서 물가가 전체적으로 높은거지 다른 영지에 가면 금화 한 개로 사나흘은 거뜬하게 먹고살  있다구요.”

“우리 어제 얼마 벌었지?”

“…벌기야 많이 벌었죠. 장부를 봐야 알겠지만 대충 금화 1000개 정도는 벌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게 많이 벌었어?”

많이 번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벌었을 줄은 몰랐다.

“안되겠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정말요?”

“그래. 이왕 돈 많이 벌었는데, 이런데서 싸구려 수프만 먹을  없잖아.”

돈은 쓰라고 있는 것이니 빨리빨리 써 줘야지.

“그, 그럼 저녁은 어디에서 먹죠?”

“…그 일은 메이에게 맡기겠다!”

“네? 제가요?”

“어쩔 수 없어. 그나마  며칠동안 황도를 돌아다닌 사람은 메이밖에 없잖아.”

주로 장을 본다고 자주 외출을 했을 뿐 아니라 황도에 와서 초반엔 이든을 따라 상인들을 만나러 다니던 터라 적어도 여기 있던 사람들 중에선 가장 황도 지리에 익숙할  같았다.

“이티아님은요?”

“나? 난 여기 와서 싸돌아다닌 적이 별로 없어. 주로 집 아니면 창관 둘중 하나였지.”
“그, 그럼 레아는…”

“레아도 빈민가에 살았어서 그런 고급진 레스토랑은 잘 모를  아냐. 아니다, 어차피 저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그냥 네 명이서 돌아다니며 찾아봐.”

“저희가요?”

“그래. 나도 같이 돌아다니고 싶지만 가볼데가 있어서.”

“어디요?”

“있어. 그런데가. 아무튼 다 먹었으면 이만 일어나자.”

휘적대던 숟가락을 놓고 값을 지불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그럼 열심히 찾아봐~. 가격은 정말로 신경 안써도 되니까 무조건 맛있는 곳으로! 알지?”

“네. 그럼 언제쯤 오실 건가요?”

“저녁 먹기 전까진 돌아갈거야. 어쩌면 내가 먼저 들어갈 수도 있을거고.”

“네. 그러면 그때 뵈요.”

메이와 그 일행들이 식당에서 우리 저택 방향으로 먼저 떠나고 잠시 뒤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지금 향하는 곳은 도서관이었다.

이제 생활에 여유도 생기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마법이었다.

아티에게 배울 때, 마법은 마력이라는 미지의 에너지를 원천으로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이게 신하고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신계에서 배울 때에도 대충대충 배우고 넘어갔는데 그렇다고 호기심이 사라진 건 아니라서 한번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얼마 전 저택에 마법진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마음먹게 된 것이고.

판타지 세계 하면 당연히 마법이지.

막 대마법사처럼 메테오 뿅뿅 쓰고 블리자드 쓰고 그럴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소소하게 손바닥에서 불꽃을 내뿜는 정도만…?

당연한 말 이지만 아무리 황도라도 도서관에서 그렇게 보자마자 마법을 배울  있을 정도의 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은 그냥 이런저런 마법이 있구나 정도만 알고 싶어서 도서관을 찾는 것이다.

공부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지만 그 정도는 소설 읽듯이 술술 읽히겠지?

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도서관에 도착한 나는 -마법서- 카테고리를 찾아 [마법의 종류], [마법의 역사], [에른스티버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 세 권을 골랐다.

딱히 선정 기준은 없없고, 앞의 두 권은 이름부터가 쉬울 것 같아서. 그리고 세번째 에른 어쩌구는 뭔가 있어보여서 골랐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법의 종류] 책을 펼쳤다.

그리고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이게 뭐야? 이렇게 다 알려줘도 돼?

나는 그냥 포o몬스o 도감처럼 마법의 종류와 특징 정도만 나와있는 것을 기대했는데, 이 두꺼운 마법서에는 그냥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었다.

마법의 서열번호와, 마법 개발자(혹은 최초 사용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용 방법까지.

아무리 내용이 기초적인 생활마법밖에 없다고 해도 이렇게 접근성이 좋아도 되는거야?
물론 가장 간단해보이는 온열 마법조차도 습득법이 30페이지가 넘어가긴 하지만…아니, 이거 때문인가?

일단 약간의 미심쩍음을 가지고 조금 더 읽어봤다.

『…따라서 체내에 존재하는 마력을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마력회로를 통해 방출되는 마력을 온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은 각 마법사마다 다르므로 왠만하면 마탑과 같은 유명한 기관의 마법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결국엔 마법사 스승이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럼 그렇지.  아무리 제국이라도 이렇게 도서관에 있는 책으로 마법을 배울  있다면 벌써 대륙 전체가 인류의 차지가 되었을 테다.

아쉬운 마음으로 일단 책을 덮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막 책장을 넘기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서 책을 빼앗았다.

“마법의 역사? 이런거 봐?”

뭐야, 누구세요 내 책 돌려줘요.

***
벌써 이틀이 지났다.

‘그렇다는 건…리비도 실패했다는 것이겠지.’

어두운 방 안쪽에 앉아있던 사내는 미간에 골이 파이도록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어떻게 한다…’

이미 사내에게 있어서 이티아는 도저히 좌시할  없는 골칫덩이가 되었다.

‘부하의 실수는 어찌저찌 넘어가더라도 그날 밤 곧바로 암살자가 갔으니 그녀 쪽에서도 슬슬 감을 잡았겠지.’

그리고 그것은 어렵사리 펼쳐놓은 정보망에 공작이 정보원들을 풀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들어옴으로써 기정사실이 되었다.

‘공작이 오늘 아침까지 그 창관에 머물다 왔다고 하니 리비에 대한 것도 곧 조사가 진행되겠군. 문제는 어떻게 꼬리를 자르냐는 건데…’

리비는 전투노예이기에 각인된 마법진이 있어 당장은 정보가 누설될 일은 없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제길! 대체 그 년이 공작과 무슨 사이길래!’

그래, 공작인 게 문제였다.

브리오 하인델 공작. 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권력가이자 재상직을 역임하고 있는 정계의 노괴는 노예의 각인을 지울 기술자를 찾는 것 쯤은 일도 아닐 것인지라 하루빨리 리비를 죽이든 어쩌든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저택을 뚫고 들어가 리비를 암살할만한, 혹은 구출할만한 실력자가 있었다면 진작 그를 먼저 보냈겠지.

결국 이도저도 안되는 막막한 상황이 되어버려 계속해서 스트레스로 남고 있었다.

‘그냥 죽여버릴까? 아냐, 그러면 오히려 공작에게 덜미를 잡히기 쉬울거야. 하지만 이 이상 정보를 캐내기도 쉽지 않은데…쯧!’

자신도 뒷배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낱 뒷골목 조직 따위가 제국 공작의 정보원들보다 정보력에서 우위를 점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후…”

결국 나오는 건 한숨뿐이라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산책이라도 하며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밖으로 나간 사내는 정말로 우연히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여성이 혼자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혼자인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따라 도서관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로 혼자인  같았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다.’

가뜩이나 정보가 부족한 터에 이렇게 쉽게 목표물을 발견하게 되니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도서관으로 따라 들어갔다.

냉철한 상태의 그였다면 자신이 직접 찾아가지 않고 다른 수하를 붙이던지 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을 테지만 지금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중첩되어 이성적인 사고가 힘들었다.

도서관 내로 들어간 사내는 우선 이티아를 찾았다.

찾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법서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장에서 두어 권을 뽑아들고 자리로 돌아가 책을 읽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머리속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적당히 그녀와 친해져 정보를 빼낼 수 있을 정도로 어울릴 수 있는 인물. 그러면서도 공작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을 정도…쯧!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

결국 조직 내에서 막내급인 인물로 자신을 설정한 후 앞으로 나갔다.

“뭐야, 마법의 역사? 이런거 봐?”

 그래도 도서관까지 와서 무슨 책을 읽나 했더니…로맨스 소설이 아닌 것이 신기했을 뿐 이지만 멀쩡히 잘 읽고있던 책을 빼앗긴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토끼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누구야?  아니?”

자 이제 어떻게 저 좁디좁은 마음 한구석에 구멍을 파고 들어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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